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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꾸는 꿈

신화의 땅-한마루편.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완결

고명윤
작품등록일 :
2012.11.21 09:27
최근연재일 :
2013.10.11 13:39
연재수 :
189 회
조회수 :
1,211,312
추천수 :
16,711
글자수 :
989,237

작성
13.06.25 12:10
조회
3,735
추천
78
글자
10쪽

화해의 요령 제사장 강해져야 하는 이유~1.

DUMMY

四 강해져야 하는 이유.


길을 걷는 내내 한마루는 손목에 감긴 은방울 세 개만 들여다보았다.

“위대한 이름을 통해 전해진 모든 신비에 경의를 표합니다. 그 신비 안에 머물게 하시고, 그 신비를 통해 세상을 널리 유익하게 하소서.”

다루치가 가르쳐준 ‘하늘의 말’을 억지로 유추해보면 대강 그런 뜻을 지녔다. 위대한 이름이 무엇인지, 신비를 통해 세상을 널리 유익하게 만드는 방법이 어떤 것인지는 검오도 알지 못했다.

“그분의 뜻대로.”

그것이 검오의 소극적인 해석이었다.

한마루는 검오의 소극적인 해석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분이 누구인지 모르며, 그분의 뜻도 알지 못한다. 모르는 자의 뜻대로 이루어진 세상을 살고 싶지는 않다.

“강한 자는 이적을 바라지 않는다. 오직 이적을 드러낼 뿐이다!”

다루치의 말이 줄곧 귓가에 맴돌았다.

강해지고 싶었다. 강해져서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고, 원하는 것을 이뤄내고 싶었다. 소극적인 자세로는 강해질 수 없다.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상황을 장악해야 목적을 쟁취할 수 있다.

강해지고 싶었다. 고불간처럼 강력한 무예를 몸에 지니고 싶었다. 신비로운 이적을 보이는 다루치가 부러웠다. 그들처럼 강해져야만 연오랑을 만나도 부끄럽지 않을 수 있다. 진실로 강해지고 싶었다.

휘앙.

비도가 허공을 가르며 귀신 울음을 토했다. 높고 날카로운 그 소리는 서릿발처럼 냉혹했다. 고불간의 울분과 참회를 그대로 감추고 있는 듯하다.

신바람무예와 더불어 두 자루의 비도는 충분히 강해졌다. 고수라고 이름난 자들도 능히 상대할 수 있다. 교만해져서 실수만 하지 않는다면 자신은 지켜낼 수 있다. 좀 더 숙련된다면 충분히 고수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

문제는 술법이다.

가장 신비로운 물건을 지녔고, 두 사람의 깊은 염원이 간직된 신기마저 지니고 있으면서도 한마루는 오히려 술법에 대해서는 무지했다. 당골과 도사, 승려가 다루는 신비한 영역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 다만 그런 자들과 어울리며 신비로운 일들을 경험했을 뿐이다. 알고 싶었다. 술법이 무엇인지 배워 또 당하지 않기를 원했다.

중얼중얼.

다루치가 전해준 이상한 말을 끊임없이 되뇌었다. 대강 해석해 본 뜻은 굳이 염두에 둘 필요는 없었다. 말 속에 이미 뜻이 충분히 깃들어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때로 어떤 말은, 그 자체로 특정한 주문이 될 수도 있다. 지금 중얼거리는 말이 바로 그러하다.

웅.

손목에 감긴 은방울 세 개가 반응한다.

중얼중얼.

한마루는 다시 불렀다. 너를 알고 있노라고 계속해서 속삭였다. 유혹하듯 멈추지 않고 계속 불렀다.

웅웅.

방울의 진동이 한층 강해져 피부를 자극했다. 연인처럼 비밀스럽게 속삭이기를 멈추지 않았다.

두근. 두근두근.

손목에 느껴지는 진동을 따라 심장이 두근거렸다. 몸이 후끈, 더워졌다.

중얼중얼.

파르르.

대답이라도 할 듯, 진동이 강해졌다. 무엇인가 방울을 벗어나 허공으로 솟구칠 것만 같았다. 짜릿한 전율이 솟구치며 피가 뜨거워졌다.

“어이쿠.”

앞서 가던 산지니의 등에 부딪친 한마루는 발이 꼬여 하마터면 앞으로 고꾸라질 뻔했다. 고개를 들어 산지니를 핀잔하려던 한마루의 눈이 커졌다.

“저 사람들은 또 뭐야?”

냉정봉(冷井峰)으로 오르는 초입, 마을 경계를 알리는 장승 아래 서 있는 세 사람은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모두 단단하고 날렵한 몸매를 지녔으며, 허리에는 고리칼을 찼다. 한눈에 봐도 만만치 않은 모습이다. 검오가 일행을 돌아보며 경계했다.

한마루가 나섰다.

“나는 한마룹니다. 우리 앞을 막아선 이유가 있습니까?”

키가 작고 날렵하게 생긴 초로인은 한마루 대신 검오를 바라보았다. 눈빛이 놀랍도록 차고 날카로웠다.

“신령스런 까마귀.”

사내의 위압스런 목소리에 검오는 꿀꺽 마른침을 삼켰다.

“그대는?”

“내가 누군지, 그게 중요한 것은 아니다. 검오, 그대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잊었다. 무엇을 위해, 길을 잃고 헤매는 것인가?”

검오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사내를 바라보았다. 느닷없는 질책에 기분이 상했지만, 한편으로는 왠지 가슴이 뜨끔했다.

검오의 마음에 간직된 사명은 신물의 호위이다. 그것을 위해 집을 나섰고, 온갖 위험을 무릅쓸 수 있었다. 도중에 많은 일들과 부딪치며 감정도 상하고 후회도 했지만, 가야할 곳이 어딘지는 잊지 않았다.

갑작스런 방향전환과 그 와중에 겪은 정치적인 일들이 검오의 마음을 다시 한 번 흔들었다. 필요하지만, 겪어야할 일들이지만, 마음에 부담이 되는 것들. 목적을 위해 동표의 약점을 잡아 성토하고, 늙고 힘없는 노인마저 이용해야만 하는 상황들이 그를 힘들게 했다.

뭔가 잘못된 것은 아닐까?

평양으로 향하면서 시종 그런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의심할 일이 아니라고 스스로 다짐할 때마다 의심은 더욱 고개를 쳐들곤 했다. 억지로 눌러 가슴 깊이 숨겨두려 했지만, 결국 누군가의 한마디에 자극되어 곧장 밖으로 튀어나오고 말았다.

사내가 말했다.

“길을 잃었음을 알았다면, 돌아가 다시 생각하라. 이곳은 그대가 설 자리가 아니다.”

검오는 대답하지 못하고 사내만 바라보았다. 산지니가 오히려 발칵 화를 터뜨렸다.

“당신 지금 우리삼촌을 비난하는 건가요? 당신 뭐예요?”

사내는 산지니의 추궁에는 전혀 아랑곳 않고 검오만을 바라보았다. 그 눈빛이 부담스러웠는지, 검오가 슬그머니 고개를 떨구었다. 더욱 화가 난 산지니가 우락부락 얼굴을 붉히며 호통 치려는 것을 오상명이 말렸다.

오상명도 속으로는 갈등을 겪고 있었다. 천운대 재건이라는 원대한 포부를 가슴에 품은 채 한마루와 동행하게 되었지만, 그가 바라는 것은 극적인 변화다. 연오랑 일행을 찾았던 것도 변혁을 꿈꾸었기 때문이다. 고구려의 유물을 호송하며 분탕질을 치듯 이곳저곳 들쑤시는 일을 바란 것은 아니다. 낯선 사내의 말처럼, 이곳은 어쩌면 검오는 물론 자신이 설 자리가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산지니가 팍, 짜증을 냈다.

“뭐야? 오빠까지 왜이래?”

오상명은 쓴웃음을 지을 뿐 대답하지 않았다.

모두들 한마루를 바라보았다. 검오의 갈등을 일행은 알게 모르게 눈치 채고 있었다. 흔들리는 검오를 잡아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또 한마루뿐임도 알고 있다. 일행의 우두머리 역시 한마루다. 한마루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오는지 알고 싶은 것이다.

한마루가 썩 앞으로 나섰다.

“그대들은…….”

그러나 상대는 한마루가 입을 떼자마자 냉혹한 표정으로 손을 저었다.

“네가 누구인지, 우리는 물론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말하고자 하는 사람은 한마루가 아니라, 검오다.”

욱.

순간 속에서 불끈 울화가 솟구쳤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며 사람을 부리는 자들이 지닌 오만함이 그대로 드러나는 말투. 자신 외에는 사람이 없다는 독선이 가득한 모습이 단번에 자존심을 뭉개놓았다.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한마루는 당장 눈알을 부라리며 비도를 날릴 기세였다. 오상명이 팔을 붙들어 말렸다.

“검선비님과 할 말이 있다니, 우린 들어보세.”

한마루가 억지로 화를 가라앉혔다. 하지만 그냥 지나치진 못했다. 오상명의 손을 뿌리친 한마루는 힐끗, 검오를 바라본 후 다시 사내를 노려보았다.

“그대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검가와 이야기하고 싶다면 검뫼를 찾아갔어야 옳겠지요? 검오, 검선비님은 지금 나와 동행중이며, 이 무리의 우두머리는 바로 나, 한마루외다. 내 일행과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면, 더 떠벌이지 말고 썩 꺼지시오. 나도 그대가 하는 말 따위에는 관심 없소.”

일순 눈을 부릅뜨던 사내가 코웃음을 쳤다.

“그렇다. 말을 섞을 필요가 없는 상대와 이야기하는 것은 실로 피곤한 일이지.”

비웃음을 날리던 사내가 검오를 바라보며 다시 말했다.

“검오, 분명히 경고해두겠네. 그대가 검가를 대표해서 움직이던, 홀로 여행하던 그것은 상관없다. 다만 기억해야할 것은, 평양에 들어와서 활동하는 모든 사람들은 우리의 눈을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이다. 더 나선다면 그에 따른 대가를 곧바로 받게 될 것이다.”

이목을 벗어날 수 없을뿐더러, 허락을 받고 움직이라는 협박이었다. 기가 막혀 말이 나오지 않았지만, 검오는 인상만 찡그릴 뿐 아무런 대꾸조차 하지 못했다.

한마루와 산지니가 참지 못하고 나서려했지만, 사내 일행은 냉혹한 코웃음만 남긴 채 가버렸다.

“삼촌, 대체 어떤 자들이에요? 평양이 저희들 땅이라도 되는 듯 큰소리치는군요?”

검오가 쓴웃음을 지었다.

“세상 어딘들 그들 땅 아닌 곳이 있겠느냐. 고씨 본가의 사람들이다.”

“본가 사람요? 그럼 왕가의 그 고씨 집안이로군요!”

검오가 고개를 끄덕이자 모두들 놀라 입을 벌렸다. 호태왕의 전적비를 지키던 영풍군은 보았지만, 그 집안사람들을 또 보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들의 정체가 그렇다면 검오 말대로, 이 땅은 확실히 그들의 것이다.

흥.

한마루가 코웃음을 쳤다.

“그들 땅이 아니라, 그들의 땅이었겠죠.”

그렇다. 고씨는 이미 오래전에 권력을 잃었고, 나라마저 빼앗겨 당의 괴뢰가 되었다. 이제 와서 이 땅의 주권을 주장해봐야 누워서 침을 뱉는 꼴이다. 고씨 나름대로는 억울하고 분하겠지만, 이 땅이 더 이상 고씨의 것이 아님은 확실하다.

한마루의 코웃음이 노골적인 비웃음으로 변했다.

“흥, 그런 주제에 감히 누구를 훈계하고 협박하려 들어?”

영풍군에 대한 호기심과 호감이 사내의 몇 마디에 그만 바람에 씻겨 날아가 버렸다.

산지니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그런데 고씨 본가 사람들이 우릴 막는 이유가 뭘까요? 왜 평양에 들어가지 못하게 하죠?”

산지니의 질문에 모두들 고개를 갸웃거렸다. 분을 삭이지 못하고 씩씩거리던 한마루도 마찬가지였다.

“그러게?”

모두들 검오를 바라보았다.






살면서 가장 중요한 날은 오늘입니다. 즐겁게 보내세요~


작가의말

날이 덥네요.  지치고 마시고 늘 즐겁게 지내세요~~

늘 찾아와주시는 모든 분들의 건강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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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 화해의 요령 제삼장 각자의 몫~1. +7 13.06.17 5,015 6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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