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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꾸는 꿈

신화의 땅-한마루편.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완결

고명윤
작품등록일 :
2012.11.21 09:27
최근연재일 :
2013.10.11 13:39
연재수 :
189 회
조회수 :
1,211,297
추천수 :
16,711
글자수 :
989,237

작성
13.06.23 12:10
조회
3,857
추천
67
글자
10쪽

화해의 요령 제삼장 각자의 몫~4.

DUMMY

죽는 것을 두려워하는 만큼, 아는 것도 많은 자다. 한마루가 알아보고자 했던 일들이 모두 운몽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그 정도면 충분하오, 고통은 없게 해주겠소.”

한마루는 더 듣지 않고 비도를 쳐들었다. 내리치기만 하면 뒷목을 파고들어 단번에 숨통을 끊어놓을 것이다.

“너, 너…….”

운몽은 더 애걸할 필요가 없음을 깨닫고 악독하게 한마루를 노려보았다.

“내가 죽어 귀신이 되어서라도…….”

죽어서 귀신이 될 필요는 없었다.

쨍.

한마루가 내리친 비도를 쳐낸 것은 멀리서 날아든 하나의 작은 돌멩이였다. 손톱만한 돌멩이에 불과했지만, 그 작은 돌멩이는 십오 장 거리를 날아들어 비도를 쳐낼 만큼 강력하고 정확했다. 힐끗 돌아보니 낯익은 얼굴이 둘이다.

“소림사.”

낯선 고구려 땅에 와서 곽상을 잃고 비통해하던 곽자흥과 노조미였다. 그들 옆에는 두 명의 검은 가사의 승려가 있었다.

정신을 차린 운몽은 소림사 승려를 보고 기겁했지만 당장 목숨을 잃지는 않을 것임을 알고 안도했다. 한마루가 다가와도 더는 놀라지 않았다.

“도사의 목숨 역시 나만큼이나 끈질기군.”

한마루의 비웃음을 상관하지 않고 상처를 살피려던 운몽의 입이 떡 벌어졌다. 곧바로 새된 비명이 터져 나왔다.

“크아아아악.”

딱.

뼈 부러지는 소리가 섬뜩했다.

“아미타불…….”

나머지 다리마저 부러뜨리려던 한마루는 어느새 다가온 흑의 승려를 보며 한 발 물러섰다. 사십 초반의 승려가 한 손으로 반장(半掌)하며 말했다.

“나무아미타불. 시주께서 허락하신다면 운몽도장은 우리가 모셔갔으면 합니다.”

한마루는 순순히 비켜주었다. 곽자흥은 날름 운몽을 잡아채어 손을 묵으면서도 한마루를 향해 적의를 드러냈다.

“역근경은 여전히 잘 있겠지?”

한마루가 고개를 저었다.

“안타깝지만, 조금 전에 잃어버렸어. 운몽과 복면사내의 수작에 걸려들어 고생했거든. 역근경은 결국 복면사내 손에 들어갔지.”

“복면인이라고?”

“운몽에게 물어본다면 누구인지 자세히 말해줄 거야. 친한 것 같더군.”

사십 초반의 승려는 시종 한마루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다른 승려는 검오를 바라보고 있었다. 한마루가 두 승려를 향해 말했다.

“지난 일 들춰가며 눈을 흘긴다면 무슨 좋은 일이 생기겠소? 먼저 갈 테니 천천히 일 보시구려.”

한마루와 검오는 조심스럽게 일행을 인솔하여 물러섰다. 소림사 승려들이 이 땅에 있다는 사실 역시 지극히 경계해야할 일이지만, 지금 부딪치는 것은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 소림 승려들도 굳이 한마루 일행을 잡지 않았다.

안전한 곳에 이른 검오는 먼저 일행부터 살폈다. 다치거나 지친 사람들은 일단 상처를 돌봐주고 쉬게 했다. 한마루 역시 허벅지의 자상과 여기저기 생긴 타박상을 치료했다.

“선비님도 좀 쉬세요.”

검오는 지쳐보였다. 일행의 안전을 책임져야하는 위치가 부담스러운 모양이다. 그는 확실히 앞에서 끄는 사람이 아니다. 그가 잘 하는 일은 옆에서 격려해주고 뒤에서 밀어주는 일이다. 어하라를 대신하기가 부담스러운 것이다. 성정이 그러할 뿐, 뭔가 모자라기 때문이 아니다.

“저라도 정신 차리고 선비님을 도와야하는데, 매번 당하기만 하니…….”

모르기 때문에 당하고, 알면서도 당하고, 교만해서 당하기를 거듭하고 있다. 정신이 산만하여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

“조금만 더 힘내요, 선비님.”

쓴웃음을 짓는 검오를 쉬게 한 한마루는 손목에 감긴 은방울을 만지작거리며 생각에 잠겼다.

현재의 상황이 혼란스러운 이유는 앞서 이끌던 어하라가 빠졌기 때문이다. 방향타를 잡은 사람이 없으니 배가 제멋대로 흘러간다.

양현중이 슬그머니 다가와 옆에 앉았다. 힐끗, 눈치를 보더니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충고 한 마디 해도 되겠나?”

“형님도 참, 할 말 있으면 그냥 하면 되지, 무슨 충곱니까.”

양현중이 고개를 저었다.

“스스럼없이 할 얘기가 있고, 격식을 갖춰 해야 할 얘기가 있는 법이라잖은가. 들어보고 판단하게.”

“해보세요.”

“사람이 셋만 모이면 무리가 되고, 무리에는 대가리가 있기 마련일세. 술이나 마시며 즐기자는 무리라면 어디로 흘러가든 무슨 상관이겠는가마는, 일단 목표가 있는 무리라면 먼저 대가리를 정하는 법일세.”

“…….”

“내가 그동안 보니, 아우는 우두머리가 되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것 같네. 아니, 없는 게 아니라 무서워하는 것 같네. 검선비님은 마음이 여리다는 핑계라도 댈 수 있지만, 아우는 무슨 핑계를 댈 텐가? 물건만 전하고 도망칠 사람이라고 둘러댈 텐가? 설령 그렇다고 해도, 우리는 물건을 전하기도 전에 먼저 길바닥에 쓰러질 걸세.”

한마루가 고개를 끄덕였다.

일행 모두 같은 것을 보고 있다. 각자의 특성을 파악하고 있으며, 장점과 단점을 구분할 줄 알았다. 검오는 믿고 의지할 만한 사람이지만, 무리를 이끌 지도자는 아니다. 그 역할은 어하라에게 어울린다. 한마루는 게으름뱅이다. 책임지는 것을 싫어한다. 앞에 서려하지 않는다. 여기서 문제가 생겼다.

“자네는 스스로를 과소평가하고 있는 것 같은데, 결코 그렇지 않네. 고구려 최고 가문들의 크고작은 인물들과 같은 눈높이에서 협상과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당의 최고 권력기관과 숱한 무예의 명문가 제자들을 상대하면서도 위축되지 않았네. 자네는 이미 장안 뒷골목의 건달이 아니라는 말일세. 스스로 인정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네.”

장안 뒷골목의 건달 한마루가 추가의 지하석실에서 해공을 만나 새로운 길을 걷게 되었다. 그 와중에 많은 사람을 만났고, 많은 경험을 치렀다. 두렵고 무서웠으며, 통쾌하고 짜릿한 일들을 겪었다.

“하지만 내가 정말 달라졌을까요? 건달이 아니라고 해본들, 바탕이 달라질까요? 사고무친, 천애고아에게 갑자기 친구가 생기고, 이웃이 생길까요? 그렇게 봐주면서도 한 가닥, 마음속에는 비웃음이 담겨있지 않을까요?”

그것이 두려운 것이다. 건달이었을 때는 충분히 웃어넘길 수 있었던 일이, 참을 수 없는 모욕으로 돌변할까 두려운 것이다. 그런 모욕을 당하고는 견디지 못할 것 같아서 애써 건달임을 자처하고 있다.

“그렇게 묻는다면 적어도, 내 마음 속에는 그런 비웃음이 없다고 자신할 수 있네.”

장문휴가 다가오며 웃었다.

“형님도, 참. 별 쓸데없는 생각을 하고 있네요. 형님이 왜 사고무친, 천애고아요? 듣는 아우 섭섭합니다.”

양사월과 오상명이 함께 왔다.

“그대는 이미 나의 친구예요. 누군가 내 친구를 무시하고 모욕한다면 나는 기꺼이 그와 더불어 일전을 치르겠어요.”

오상명이 말했다.

“선비님께는 미안하지만, 역시 아우가 앞서는 것이 좋겠네. 뒤는 걱정하지 않아도 되네. 손가락 짓무르도록 열심히 수련하고 있어.”

산지니가 다가와 한마루의 어깨를 탁, 쳤다.

“외통수에 걸렸으니, 빼도 박도 못하겠네. 잘해봐, 오빠.”

한마루가 쓰게 웃으며 검오를 바라보았다.

“점잖은 선비께서 충동질을 하시다니!”

검오가 웃었다.

“한번쯤 책임져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네. 그리고 잘 하리라 믿고!”

“…….”

검오까지 추켜세워 주니 더 이상 발을 뺄 수가 없었다.

“해보라면 해보죠. 못할 건 뭐겠어요. 그런데 뭐부터 해야 합니까?”

오상명이 대신 나섰다. 손에는 작은 청색과 홍색, 백색의 깃발이 들려 있었다.

“정식명칭은 후에 정하겠지만 산지니, 양사월, 이란달이 한 기씩 맡을 걸세. 각 기마다 쐐기형돌격진을 추가했으니 장거리와 근접전에 두루 이용할 수 있겠지. 깃발을 넘겨받는 순간부터 자네는 우리의 주장일세.”

한마루가 세 가지색 깃발을 넘겨받자 일행은 모두 한족 무릎을 꿇고 군례를 취했다. 낯간지럽긴 해도 절차는 절차니까 인사는 받았다. 한마루가 말했다.

“내가 당부할 건 한 가지뿐입니다. 지금 지니고 있는 마음을 잘 간직하여 먼 훗날에도 변하지 않는 것. 힘과 지혜를 다해 어려움을 극복해 봅시다. 두 번째는 뭡니까?”

검오가 말했다.

“정식명칭이 생기기 전까지는 편하게 부르겠네. 다음 알아야할 것은 당연히 당장 맞닥뜨린 상황일세. 우리가 알고 있고, 적대적으로 대하던 모든 사람들이 모습을 드러냈네. 운몽은 처리됐으니 논할 건 없고. 남은 자들은 고밀사, 홍문, 오인회, 다루치 등이 있네. 하나 같이 강한 상대라 자칫 실수라도 한다면 우리는 그 즉시 화를 뒤집어 쓸 것이네. 빠져나오기 힘든 경우가 되기 쉽네.”

“…….”

“그렇다고 물러설 수도 없는 입장일세. 당장 급한 일은 고밀사에 억류되어 있다는 이청 등을 구하는 일이네.”

오상명이 신호하자 현무문 제자가 다가왔다.

“고밀사에게 잡힌 사람들은 평양으로 압송되고 있답니다. 연형제와 진선비님을 위협하려는 수작이 분명합니다.”

이청의 생사가 걱정된 그는 운몽과 동행하던 도사 둘을 잡아와 호되게 심문했던 모양이다. 이청은 고사하고 연오랑과 진대극까지 잘못될 수 있는 일인지라 안절부절못했다.

검오가 말했다.

“숙천(肅川), 평성(平城)을 지나면 바로 평양이니 그 전에 따라잡아야만 하네.”

한마루가 말했다.

“고밀사를 상대하는 것도 어렵겠지만, 초무열도 생각해야 합니다. 다루치만 믿다가는 큰코다칠 수도 있어요.”

목적이 불명한 자는 믿기 어렵다. 검오가 현무문 제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연락할 수 있는 곳이 있다면 우리의 뜻을 알리도록 해보시오. 일단 숙천으로 갑시다.”

일행은 곧 준비를 갖추고 숙천을 향해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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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가장 중요한 날은 오늘입니다. 즐겁게 보내세요~


작가의말

볕이 뜨겁네요. 무더위 조심하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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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 화해의 요령 제오장 고씨, 수치를 당하다~1. +9 13.07.03 4,397 68 12쪽
143 화해의 요령 제사장 강해져야 하는 이유~4. +6 13.07.01 4,908 64 12쪽
142 화해의 요령 제사장 강해져야 하는 이유~3. +6 13.06.29 4,481 72 12쪽
141 화해의 요령 제사장 강해져야 하는 이유~2. +5 13.06.27 3,692 6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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