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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공 천재가 흡성대법을 숨김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김하시
작품등록일 :
2024.07.01 13:41
최근연재일 :
2024.07.26 09:38
연재수 :
2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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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7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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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1
글자수 :
151,488

작성
24.07.06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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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05. 사부로 모시거라.

DUMMY

엄숙한 분위기로 대한을 바라보던 노인이 잠시 뜸을 들이다가 입을 열었다.


“그래, 어떠냐. 네놈이 나를 사부로 모신다면 내가 너의 그 저주받은 육체에서 벗어나 내공을 모을 방법을 알려주겠다.”

“내, 내공을요? 아니, 저 백호지체인데요?”


내공이란 말이 눈이 화등잔만 하게 커졌던 대한이 의심이 가득한 눈으로 노인을 바라보았다.

그야 나고 자란 곳이 사기 공화국이라 불러도 손색없는 대한민국이었으니, 어쩔 수 없는 반응이리라.


“그 눈깔은 뭐냐. 못 믿는 거냐? 확 뽑아주랴?”

“아, 아닙니다. 어르신. 그러니까. 그게, 백호지체는 내공을 쌓을 수 없으니까요···.”


대한이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대꾸했다.

아무리 대한이라 하여도 날아드는 곰방대의 폭격은 버티질 못하는 것이다.


“흥, 그건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안 되는 거지. 우리 사문의 독문무공이라면 가능하다.”

“어르신의 사문이 어디 시길래···.”


여전히 대한이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물었다. 그러나 노인은 자신감이 가득한 모양인지 어깨를 쭉 펴고 당당한 자세로 고쳐 앉고는 대한을 바라봤다.


한껏 엄중한 분위기를 풍기는 노인과 대한의 눈이 잠깐 마주쳤다. 대한이 침을 꿀꺽 삼켰다.


“흠, 이미 본좌가 금분세수하여 강호를 떠난 지 삼십여 년이 흘렀으니 네놈은 모르겠지만, 본좌가 바로 취협대객 추고왕이다.”


노인의 말에 대한의 몸이 우뚝 멈췄다.

그야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들었던 탓이다.


취협대객, 아니 취협광마 추고왕.

어찌 그 망나니를 모를 수 있겠는가.


무림협객전에 나오는 인물이었으니까. 출현 빈도가 높지는 않았지만, 꽤 정감이 가던 인물로, 광마라는 별호와 달리 굳이 따지자면 정파에 속하는 인물이었다. 헌데 왜 광마냐 묻는다면, 협에 취하여 마교와 혈교 놈들의 모가지를 쑤껑쑤껑 뽑아버리기로 유명한 인물이었기 때문이었다.


대한의 반응을 살핀 추고왕은 대한이 그를 알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그야 모른다면 저리 굳을 리가 없지 않겠는가.


대한의 눈에서 두려움을 느끼지 못한 추고왕이 대한의 정적을 선배에 대한 존경심 즈음으로 해석했다.


“호오, 본좌를 아는 것이냐? 아직 어린놈이 어찌 본좌의 이야기를 들었을꼬.”


추고왕이 대한을 기특하다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허나 대한은 여전히 움직이지 못했다. 그야 그가 아는 무림협객전 속 추고왕은 사십 대 후반의 중년. 그리고 눈앞의 노인은 아무리 좋게 봐주어도 일흔은 넘긴 노인이지 않은가.

무언가 심각하게 잘못되어 가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강호를 떠난 지가 벌써 삽십여 년 전이라고 했던가.


‘설마···. 무림협객전 이후 삼십 년이 흐른 세계에 떨어진 거야?’


대한이 다시 추고왕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제야 무림협객전 속 추고왕의 일러스트와 저 얼굴이 겹쳐 보였다. 자연스레 나이를 먹는다면 딱 저 얼굴이 될 터였다.


대한은 복잡한 머리는 겨우 정리하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 정말 광, 아니 추고왕··· 선배님이십니까? 혈교와의 일전을 치르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던져보았다. 무림협객전과 역사가 다를지라도, 그가 아는 추고왕이라면 분명 혈교 놈들의 모가지를 뽑아댔을 터였으니까.


“호오, 혈교 그래. 그놈들뿐이더나, 저 망할 마교 놈들도 내 손에 꽤 죽어 나갔지. 크하핫. 그게 벌써 삼십 년 전인데도 어찌 아는 것이야? 혹 네 녀석의 혈육 중에 나와 인연이 닿은 자가 있는 것이냐?”


확실해졌다. 저 노인은 대한이 아는 그 추고왕이 맞았다. 다만 나이를 먹었을 뿐.


“아, 그러니까. 어릴 적 선배님께 목숨을 구원받은 분들이 칭찬하는 소리를 들은 적 있습니다.”

“하하핫, 그래, 그럴 수 있겠구나.”


추고왕이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그제야 저 웃음소리도 익숙한 것 같은 대한이었다.

대한이 멍하게 노인, 아니 추고왕을 바라보았다. 그제야 맞춰지는 퍼즐들. 왜 혈랑채가 아닌 녹산채가 있었고, 처음 보는 산적 나부랭이들이 나타났는지까지.


‘자, 잠깐 이러면 안 되는데···. 그럼 설마 내가 아는 정보들이 이미 삼십 년이 넘게 시간이 흘렀다는 거야? 혈교의 끄나풀도? 마교의 무림 침공도 전부?’


그가 알고 있던 정보들의 가치가 순식간에 폭락했다. 마치 상장 폐지를 맞은 주식 조각처럼.

그러나 대한의 기분 따위는 전혀 상관없다는 듯 추고왕이 싱글벙글하며 대한을 바라보았다.


“그래, 본좌를 안다면 더 이야기가 편해지지. 어떠냐 본좌의 가르침을 받아 유월문의 제자가 되겠느냐?”

“유, 유월문이요?”


이번에 더 충격적인 말이 나왔다. 유월문이라니.


그러니까 유월문이라면 바로 대한이 백호지체를 고르게 된 원인이 되는 문파였다. 바로 그가 그렇게 찾아 헤매던 마지막 조각.


“그렇다. 본문의 이름이 유월문이지. 일인전승의 문파라 제대로 된 제자 놈을 찾지 못해 머리가 아팠는데, 네놈이라면 자격이 되겠구나.”


충격의 연속이었다. 유월문의 존재를 듣게 된 것도 충격이었는데, 하필이면 일인전승의 문파였다니. 그리고 바로 그 광마가 유월문의 전승자라고?


그제야 왜 그리 애를 써도 유월문의 흔적을 찾지 못했던 것인지 이해가 되었다. 말도 안 되는 자유도와 로그라이크 적인 랜덤 보상시스템으로 인기가 높았던 무림협객전이었다. 자유도가 얼마나 높은지 플레이어들은 원하기만 한다면 게임상의 존재하는 대부분의 무공을 배울 수 있었다.


그렇기에 게임상에서 존재하는 유월문의 흔적을 발견했을 때, 대한의 가슴이 설레였던 거고.


‘그런데 일인전승의 문파라니. 심지어 그 전승자가 광마였으니, 당연히 유월문의 제자가 될 수 없었겠지! 그러고 보면··· 광마의 무공이 무엇인지 전혀 나와 있지 않았어.’


이걸 왜 여태 몰랐을까.

설정상으로는 말도 못 하게 높은 내공과 빠른 신법으로 적을 일격에 쳐 죽이는 광마였기에, 그가 무공 명을 외치는 것을 본적이 없었다. 덕분에 그냥 그런 컨셉의 캐릭터구나 하고 넘어갔던 것이다.


가끔 광마를 잡겠다고 설치는 놈들도 있긴 했지만, 워낙 빠른 경공 덕에 정면승부로 잡아본 이가 없었으니, 알려지지 못한 것도 이해가 되었다.


그러니 그가 유월문의 전승자라면 모든 것이 이해가 된다. 사기적인 내공도, 엄청난 속도의 경공도. 모든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대한은 확실히 하고 싶었다. 저 광마라는 작자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남자였으니.


“그, 유월문이라는 이름을 처음 듣습니다. 혹여 어떤 무공을 가졌기에 저를 도울 수 있다는 것인지···?”

“하, 이놈 뭣이 그리 궁금하더냐 그냥 본문의 제자가 된다면 절로 알게 될 것을.”


역시 쉽지 않은 추고왕이었다. 하긴 게임을 할 때도 어디로 튈지 모르는 저 성격 때문에 곤란했던 적이 몇 번 있지 않았던가.


하지만, 어찌 보면 지금 주도권은 대한이 가지고 있었다. 분명히 마땅한 놈이 없어 제자를 들이지 못했다고 했으니까. 이제야 겨우 찾은 마음에 드는 놈을 설마 말 몇 마디 했다고 때려죽이기야 하겠는가.


“그렇다면 저도 거절해야겠습니다.”

“그래, 당연히···, 뭐? 지금 거절이라 했느냐? 감히 본문의 이름을 듣고, 본좌를 알면서도!?”


추고왕의 표정이 사납게 굳었다.

그의 몸에서 흘러나온 묵직한 기운이 순식간에 방안을 그득 채웠다. 대한으로서는 숨을 쉬기조차 힘들 정도였다.

하지만 대한도 보통 사람은 아니었으니.

컥 하고 숨통을 조여오는 듯한 압박감 속에서도 웃을 수 있는 남자가 바로 대한이었다.


“큭, 그렇습니다. 아무리 제 목숨을 구해주셨어도, 아무것도 모른 채 사부를 모실 수는 없지요.”

“이놈이! 정녕 본좌를 앞에 두고도 못하는 말이 없구나!”


대한을 감싸는 압박감이 한층 더 진해졌다. 이젠 숨이 막히는 단계를 넘어 온몸이 짓눌리는 듯한 거센 압력에 대한이 겨우 입을 열었다.


“그, 그렇습니다. 아무리, 뛰어난, 위명이더라도, 제가 본적이, 없으니···.”


대한이 겨우 입을 여는 순간 사방을 죄어오던 압박감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흥, 고얀 놈. 고집이 보통이 아니구나.”


추고왕이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홱 돌렸다. 그리고는 잠깐 고민하는 것 같더니 한숨을 푹 내쉬었다.

제자 놈 들이기가 이리 어려워서야, 허나 그렇다고 문파의 전승을 끊어먹을 수도 없었으니.


“좋다. 본문에 대하여 간단히 알려주마. 아마 본문의 제자가 되기도 전에 우리 유월문의 내력을 알게 되는 놈은 네놈이 처음일 게다.”

“감사합니다. 선배님.”


대한의 인사에도 추고왕이 흥 하고 콧방귀를 뀌었다. 그래도 처음에는 예의라곤 거지놈 코딱지만큼도 없던 놈이 많이 나아졌으니, 그것은 마음에 들었다.


“본문의 무공은 크게 두 가지로 이루어져 있다. 하나는 유월신법(流月身法)이다. 천하에서 가장 빠른 신법으로, 경공과 더불어 몸을 움직이는 체계는 모두 이 신법에 기초한다.”


천하에서 가장 빠르다니, 광오한 말이었다. 허나 추고왕의 얼굴에는 자부심이 그득 들어있었다. 그리고 대한은 그가 충분히 자부심을 느낄 만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유월신법이라···.’


확실히 광마는 어떤 경공으로도 떼어 낼 수 없었으니, 천하에서 가장 빠르다는 말이 빈말이 아닐 터였다. 허나 대한이 지금 듣고 싶은 것은 그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또 하나는···.”


추고왕의 말을 끊고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꽤나 고민하는 모습이었다.

그리고는 대한을 흘끗 바라보더니 결심을 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유월흡성신공이니라.”

“그렇지! 흡성대법!”


대한이 저도 모르게 크게 외쳤다.


“갈! 흡성대법이 아니라 유월흡성신공이라 하였다!”


그러나 흥분한 대한은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그야, 그가 그동안 찾아 헤매던 것이 바로 눈앞에 있었으니,


‘흡성대법이나, 흡성신공이나 그게 그거지.’


이미 눈이 홱 돌아간 탓이었다.

운기조식을 익힐 수 없는 신체에, 내공을 모으는 방법. 대한이 도출한 답은 간단했다. 운기조식이 필요 없는 심법을 익히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대표적인 방법이 바로 흡성대법이 아니겠는가. 이거라면 최강의 신체에 최고의 내공을 가질 수 있었다.


아마 추고왕도 같은 생각을 했으니, 대한을 저리 금덩이 바라보듯이 바라보는 것이겠지.


“흥, 이놈 이제 되었으면, 구배의 예를 올리도록 하거라.”


추고왕이 대한을 바라보며 짐짓 근엄하게 말했다. 대한도 이번에는 별다른 토를 달지 않고 벌떡 일어났다.


구배의 예를 올리기 위해서.


조사에게 삼배를.

사조에게 삼배를.

사부에게 삼배를.


사실 구배지례의 의미가 아홉 번 절을 한다는 의미는 아니었으나, 대한이 그런 자세한 내막을 알지를 못하였으니 대충 아는 대로 절을 했다.


그런 대한을 바라보는 추고왕은 만족했다.

다른 것이야 어떻든 자질만은 마음에 쏙 드는 제자를 구한 탓이었다.


“사부님.”

“허허, 사부라는 소리가 이리 귀가 간지러운 소리였구나. 구파의 멍청이들이 제자를 기른다. 유난을 떨던 이유가 있던 것이었어.”


그렇게 사제의 연을 맺은 두 사람이 눈으로 서로를 바라봤다.


대한은 흡성대법에 대한 갈망을 가득 담아 추고왕을 바라보았다.

추고왕은 어찌 가르치면 이 망종 놈을 사람으로 만들지 걱정 가득한 눈으로 대한을 바라보았다.


두 사람의 서로 다른 의미를 가진 두 쌍의 눈이 찬찬히 서로를 담았다. 이미 구배의 예를 올린 이상 서로가 마음에 안 들어도 이미 낙장불입이었으니, 제 선택이 옳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은 같다고 할 수 있겠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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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025. 은빛 암기라더라. +1 24.07.26 320 11 13쪽
25 024. 목격자가 없으면 없던 일이니라. +3 24.07.25 419 17 14쪽
24 023. 홍수채 소탕작전 이니라. +3 24.07.24 447 18 13쪽
23 022. 애송이와 협객이더라. +2 24.07.23 533 17 13쪽
22 021. 진범은 따로 있다더라. +4 24.07.22 621 18 13쪽
21 020. 일권무적이라 하오. +2 24.07.21 669 23 14쪽
20 019. 동정제일도라 하더라. +2 24.07.20 734 20 14쪽
19 018. 새빨간 돛을 보았다. +2 24.07.19 808 23 13쪽
18 017. 무림오화 중 으뜸은 연화라더라. +2 24.07.18 892 27 13쪽
17 016. 몽중정사 이니라. +4 24.07.17 866 25 13쪽
16 015. 섭식마공의 도살귀이니라. +2 24.07.16 851 22 14쪽
15 014. 꼬리잡기 이니라. +2 24.07.15 895 26 13쪽
14 013. 범인은 이 안에 있느니라. +3 24.07.14 928 28 12쪽
13 012. 익양현에서 울려퍼진 곡소리. +2 24.07.13 1,018 26 12쪽
12 011. 돌맹이에 담긴 열기. +1 24.07.12 1,073 28 12쪽
11 010. 사거리 객잔에서. +1 24.07.11 1,181 30 13쪽
10 009. 녹림의 감찰수호대 이니라. +2 24.07.10 1,220 27 14쪽
9 008. 이만 하산하거라. +3 24.07.09 1,347 29 12쪽
8 007. 맛있어 보이는 아이로구나. +3 24.07.08 1,434 33 12쪽
7 006. 유월흡성신공 이니라. +4 24.07.07 1,532 32 12쪽
» 005. 사부로 모시거라. +1 24.07.06 1,504 31 12쪽
5 004. 예의는 만들어지는 것이다. +1 24.07.05 1,523 36 12쪽
4 003. 삼류 건달 왕정중이다. +1 24.07.04 1,670 32 12쪽
3 002. 산 속에는 기인이사가 산다. +2 24.07.03 1,874 37 12쪽
2 001. 그러니까 멸혼대검이니라. +1 24.07.02 2,443 45 12쪽
1 프롤로그. +1 24.07.01 2,618 56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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