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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공 천재가 흡성대법을 숨김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김하시
작품등록일 :
2024.07.01 13:41
최근연재일 :
2024.07.26 09:38
연재수 :
27 회
조회수 :
29,788
추천수 :
731
글자수 :
151,488

작성
24.07.05 08:15
조회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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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글자
12쪽

004. 예의는 만들어지는 것이다.

DUMMY

004. 예의는 만들어지는 것이다.




“으윽···. 뭐야? 나 살아있나?”


눈을 뜬 대한이 지끈거리는 두통을 참으며 몸을 일으켰다.


낯선 천장이었다. 대한이 주춤거리며 일어나 주변을 살폈다.


오두막이라고 해야 할까?

허름한 암자라고 해야 할까?

그보다 어째서 여기서 눈을 뜬 것인가?


대한의 머릿속에 여러 의문이 떠오르는 순간.


“허? 벌써 일어났나?”


낯설고 걸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 누구냐!”


대한이 반사적으로 목소리가 들린 곳을 향해 몸을 돌리며 소리쳤다.


목숨을 구해준 은인에게 당당히 소리치다니.

경황도 없고, 생각도 짧은 대한이었다.

물론 경솔한 행동에는 대가가 따르는 법.


따악—!

순간 머리통이 화끈하고 번쩍였다. 뒤이어 엄청난 고통과 함께 혀를 차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에잉, 이놈 싸가지는 영 없구나.”


너무 아프면 말도 나오지 못하는 것이니.

입만 뻐끔거리며 눈물을 찔끔거리는 대한의 앞으로 노인이 슥 나타났다.


“이놈아, 구해줬더니 반말이나 찍찍 내뱉어? 운 좋은 줄 알아라. 본좌가 삼십 년만 젊었어도 네놈의 주둥이를 확 찢어버렸을 테니.”


툴툴거리던 노인이 대한을 이리저리 살폈다.


“허, 그나저나 정말 특이한 놈이로군. 심력을 그리 소모하고도 금방 일어나다니.”


그제야 머리통의 통증이 가신 대한이 눈앞의 노인을 바라보았다.


허름한 도복을 입은 노인과 어울리지 않게 화려하고 굵직한 곰방대가 눈에 들어왔다.

무엇보다 어딘지 모르게 익숙한 얼굴.

도대체 누구길래 이리 얼굴이 낯익은 걸까.


허나 생각은 길게 이어지지 못했다. 왠지 노인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자니 자꾸 움츠려드는 몸과 떨리는 시선. 아까의 일격이 그만큼 강렬했던 탓이었다.


“어, 어르신께서 절 구하셨나요?”


곰방대 폭격 한 방에 예의 바른 청년이 되어버린 대한이 공손한 자세로 물었다.


“그럼 누가 구했겠어? 이거 멍청한 놈이네.”

“아, 그렇겠네요. 감사합니다. 어르신.”


노인이 곰방대를 슬쩍 들어 올리자, 움찔했던 대한이 냉큼 대답했다. 고개를 푹 숙이며 감사의 인사도 놓치지 않았으니. 없던 예의도 생기게 만드는 곰방대의 신묘한 힘이라 하겠다.


공손한 대한의 태도에 조금 기분이 풀린 노인이 끌끌 거리며 웃었다.


“그래, 그래. 당연히 감사해야지.”

“저··· 그런데 어르신.”


대한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조심스럽게 노인을 바라봤다.


“뭐? 말을 해라. 이놈아.”

“혹시, 제 칼 못 보셨나요? 엄청 무거운 칼이라 누가 가져가기도 힘들텐데···.”


대한의 물음에 노인이 방 밖을 가리켰다.


“그 칼인지 몽둥인지 모를 그거 말이냐? 그거라면 밖에 세워뒀다. 대체 어디서 그런 물건을 구한 것이냐? 한기가 스며나오는 것을 보면 한철이 분명한데, 저런 무게라니. 도대체 얼마나 많은 한철을 때려 넣은거냐.”

“아, 그게···. 어쩌다 보니···.”


대한이 말을 더듬었다. 그야 몇 백년전의 인물이자, 고금제일인이라 불리는 탈검신군의 묘에서 얻었다고 말하기는 부담스러웠던 탓이다.


노인은 더듬거리는 대한을 보더니 이내 피식 웃었다.


“말하기 불편하면 말아라, 뭐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니까.”

“네. 사실 좀 불편하긴 하네요.”


대한이 웃으며 대답했다. 직선적인 대답에 노인의 이마가 꿈틀했지만, 저정도야 뭐. 후, 하고 한숨을 내쉰 노인이 대한을 슬쩍 바라보더니 물었다.


“그보다 네놈 움직임이 범상치 않던데, 누구에게 검을 사사받은 것이더냐?”

“뭐···. 배운 적 없는데요?”

“허, 아무에게도 배우지 않았다? 그럼 검을 봐준 이는? 잠깐이나마 기본을 가르친 사람이 있지 않겠느냐?”

“에이, 그런 사람이 어디있겠어요. 저는 이제 막···. 아니, 여튼 없어요.”


대한의 대답에 노인이 길게 탄식을 내뱉었다.

그가 본 마지막 일검은 아무것도 모르는 이가 펼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던 탓이다. 만약 그런이가 있다면 그것은.


‘천하의 기재거나, 만인의 재앙이 될 놈이군.’


대한을 바라보는 노인의 눈이 깊어졌다.


“정말 아무에게도 가르침을 받지 않았단 말이지?”

“정말이죠. 에이, 뭘 그렇게 의심이 많아요. 속고만 사셨나.”

“헌데, 이놈이 아까부터 말하는 싸가지가!”


대한이 눈을 꿈뻑 하기도 전에 머리통을 향해 노인의 곰방대가 벼락처럼 날아들었다.


따악—!

실로 경쾌한 소리라 하겠다.

물론 얻어맞는 입장에서는 동의하지 않겠지만.


이번에도 대한은 입을 쩍 벌린 채 눈물을 글썽거렸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이번 눈물을 억울함의 눈물이었다는 것이다.


그야, 정말 아무에게도 배운 적이 없었던 건데.

예민한 노인네 같으니라고.


“흠흠, 어쨌든 사부가 없다는 말이구나.”


대한의 머리통에 남산만한 혹 덩이를 선물해준 노인은 혼자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래, 그것보다 네놈 몸이 참 신기하구나. 힘도 힘이지만, 튼튼하기도 보통이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몸을 훑어보는 노인의 시선에 대한은 침을 꼴깍 삼키고 말을 골랐다. 되는대로 지껄였다가 또 곰방대가 날아들면 더는 버틸 재간이 없었던 탓이다.


“······맞습니다. 믿을 건 몸뚱이밖에 없죠.”

“그런데 내공, 아니 작은 단전조차 없단 말이지. 안 되겠다. 좀 살펴봐야겠으니, 넌 본좌가 되었다고 할 때까지 본좌와 함께 있어 줘야겠다.”

“아니, 그게 사실 제가 특별한 체질—.”

“이놈, 겸손이 미덕이라 하였거늘 스스로를 특별하다 치켜세우다니. 닥치고 따라오너라.”


갑작스러운 노인의 통보에 대한이 무슨 소리냐는 듯한 얼굴을 지었지만, 노인의 손이 천천히 곰방대를 매만지자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대한과 노인의 기묘한 동거가 시작되었다.



*



퍽—! 퍽!


경쾌하게 울려 퍼지는 타격음.

대한이 처맞는 소리였다.


“크헉!”

“흠, 이 정도는 못 버티는구나.”


기묘한 노인, 자칭 절대 고수라는 노인이 주먹을 까딱거리며 실망한 눈초리로 대한을 바라봤다.


물론 처맞는 입장에서는 어이가 없는 말이었으니.

방금 전에 저 주먹이 집채만 한 바위를 때려 부수는 걸 직관했던 탓이다.


“쿨럭. 아니, 어르신 저도 사람입니다. 사람이 어떻게 바위보다 단단합니까! 노망이라도 나신 것 아닙니까?!”


배를 얻어맞고 한참을 기침을 토한 대한이 악을 쓰며 따진 것도 그런 연유에서였다.

물론 합리적인 선택은 아니었으니.


따악—!


“끄아악!”


어느새 노인의 손에 들린 곰방대가 엄청난 속도로 대한의 머리통을 후려갈겨 버린 탓이다.


“이놈아. 왜 사람이 바위보다 단단해지지 못한다는 거냐. 남만의 야인들은 바위보다 단단하며 소림의 무승들은 무쇠보다 단단하다고 하는데. 에잉, 이거 잘못 구해온 건 아닌지 모르겠군. 엄살 그만 피우고 따라와라.”


노인이 그렇게 혀를 차며 쑥 작은 암자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머리통을 붙잡고 바닥을 구르던 대한은 그제야 머쓱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후, 노인네 벌써 알아챘나?”


대한의 미묘한 변화를 벌써 알아차리다니, 참으로 대단한 노인네였다.


【 녹산채를 토벌하여 명예를 얻으셨습니다. 】

【 명예 : 10 】


지난 날 가까스로 명예 점수 10점을 맞춘 대한은 기다릴 것도 없다는 듯이 가진 점수를 모두 털어 명예 뽑기를 돌렸다.


‘제발! 하나만 떠라!’


【 아래 보상 중 하나를 선택하세요. 】

- 무기 획득 (小)

- 영약 획득 (中)

- 회복력 강화 (小)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보상 목록을 열어보던 대한이 환호를 질렀다. 간절히 원하던 것이 목록에 있었던 탓이다.


무기 획득은 어차피 의미가 없었다. 그야, 가지고 있는 무기가 이미 졸업급 무기인 탓도 있었고, 소형급 보상에서 나오는 무기의 성능이 빤한 탓이었다.


‘그리고 영약, 하. 이게 정말 함정이지. 대형급 이상이 아니면 나오는 것들이 시원치 않기도 하고. 무엇보다 백호지체한테는 쓸모없는 것들이니까.’


다른 특성들과 달리 운기조식으로 인한 내공축적이 불가능한 탓에, 영약은 그저 건강보조 식품정도의 효과 밖에 내지 못하는 백호지체였다.

오죽하면 천운으로 대환단을 얻은 협갤러가 리뷰를 쓴적이 있었는데, 겨우 삼류 수준의 내공이 생겼다나. 어쨌든 영약은 쓸모가 없었다.


‘그에 반해 이건 필수지!’


회복력. 심지어 소형급이다. 언뜻 심심해 보이는 능력치 였지만, 사실 활용도가 굉장히 넓었다. 상처의 회복부터 작게는 근육통이나 피로의 회복까지를 모두 포함하는 것이니까.

내공으로 피로를 훅 털어버리는 녀석들과 달리 모든 것을 몸뚱이 하나로 버텨야 하는 백호지체에게는 필수 능력치라고 할 수 있었다.


‘회복력을 극한으로 올린다면 찢어진 상처도 금방 아물 정도가 되지만, 그건 아직 먼 이야기지.’


대한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회복력을 선택했었다. 그리고 그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지금 여실히 느끼는 대한이었다. 그야 저 무식한 곰방대의 폭격에도 이리 버틸 수 있지 않았나.

문제는 저 노인이 벌써 알아차린 모양이지만, 설마 더 쌔게 때리기야 하겠어?


어쨌든 대한이 툴툴거리며 노인을 따라 암자 속으로 쑥 들어갔다.


물론 대한이 처음부터 이리 고분고분하게 말을 들었던 것은 아니었다. 해야할 일이 잔뜩 있는데, 당연히 잡혀있고 싶지 않았던 대한이었으니. 어둑한 밤을 틈타 도주를 시도한 적이 있었다.


물론, 얼마 가지 못하고 잡혀와서 정말 뒤지도록 처맞았다. 그렇게 대한은 도망을 포기했다. 아프기도 했지만, 한 번만 더 도망쳤다가는 정말 대갈통을 부숴버리겠다는 노인의 진심이 와닿았던 탓이다.


암자 안으로 들어온 대한은 노인을 마주 보며 자리에 앉았다. 어느새 곰방대에 담뱃잎을 꾹꾹 눌러 채운 노인이 구수한 연기를 피워내고 있었다.


“이제 네놈에 대해 알아볼 만한 것은 다 알아봤다.”


연기를 뻐끔거리는 노인의 말에 대한이 지난 며칠을 떠올렸다. 끔찍하다는 말로는 부족한 고문(?)의 순간들. 타고난 자질을 알아본다고 했던가?


어쨌든 대한으로서는 거절할 방법이 없었다. 노인이 휘두르는 곰방대를 마주한다면 누구나 그럴 것이다. 지금처럼 연기를 피워내지 않는다면 그저 흉악한 병기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였으니까.


“흠, 나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긴가민가했다만, 본좌가 보기에는 네놈이 백호의 정기를 물려받은 것 같구나.”

“백호지체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뭐, 그건 저도 알고 있었습니다.”

“알고는 있었던 거냐? 그럼 미리 말을 하지 그랬느냐?. 에잉 쓸데없는 짓을 했구나.”


대한은 어이가 없었다.

아니 그보다 그럼 여태 얻어맞고, 죽을 만큼 달리고, 절벽을 기어오르게 시키고 하던 것들이 고작 백호지체를 알아보기 위해서라니.


그간의 고통이 다시 한번 머릿속을 스쳤다.

결국, 대한은 울컥 차오른 화를 참지 못했다.


“아니! 말하려고 했는데, 어르신께서 빌어먹을 곰방대부터 휘둘렀잖습니까! 입만 열어도 주먹부터 휘두르는 노망난 노인같으—, 끄악!”


그렇게나 얻어맞고도 할 말은 하는 남자 대한의 머리통이 캉—! 하고 울렸다.


“고놈의 입은 열었다 하면, 아무리 처맞아도 고쳐지질 않는구나.”


바닥을 뒹구는 대한을 바라보며 노인을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에는 노인도 꽤나 힘이 들어갔던 탓에 대한은 평소보다 서너 바퀴는 더 뒹굴고 겨우 일어날 수 있었다. 역시 깡패같은 힘 탓에 회복력은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다.


“하필이면 저주받은 백호지체라, 네놈도 인생이 참으로 기구했겠구나. 하지만 그래.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이니 네놈 복이겠구나. 아니, 우리의 복일지도 모르겠구나.”


대한은 알아듣지 못할 말을 중얼거리는 노인을 멍하게 바라봤다.

저 노망난 노인이 또 무슨 망발을 하려나. 대한의 눈매가 자연스레 가늘어졌지만, 그를 바라보는 노인은 여전히 알기 힘든 표정을 짓고있었다.


작가의말

오늘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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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025. 은빛 암기라더라. +1 24.07.26 320 11 13쪽
25 024. 목격자가 없으면 없던 일이니라. +3 24.07.25 420 17 14쪽
24 023. 홍수채 소탕작전 이니라. +3 24.07.24 447 18 13쪽
23 022. 애송이와 협객이더라. +2 24.07.23 533 17 13쪽
22 021. 진범은 따로 있다더라. +4 24.07.22 621 18 13쪽
21 020. 일권무적이라 하오. +2 24.07.21 670 23 14쪽
20 019. 동정제일도라 하더라. +2 24.07.20 734 20 14쪽
19 018. 새빨간 돛을 보았다. +2 24.07.19 809 23 13쪽
18 017. 무림오화 중 으뜸은 연화라더라. +2 24.07.18 892 27 13쪽
17 016. 몽중정사 이니라. +4 24.07.17 866 25 13쪽
16 015. 섭식마공의 도살귀이니라. +2 24.07.16 852 22 14쪽
15 014. 꼬리잡기 이니라. +2 24.07.15 895 26 13쪽
14 013. 범인은 이 안에 있느니라. +3 24.07.14 928 28 12쪽
13 012. 익양현에서 울려퍼진 곡소리. +2 24.07.13 1,018 26 12쪽
12 011. 돌맹이에 담긴 열기. +1 24.07.12 1,074 28 12쪽
11 010. 사거리 객잔에서. +1 24.07.11 1,181 30 13쪽
10 009. 녹림의 감찰수호대 이니라. +2 24.07.10 1,220 27 14쪽
9 008. 이만 하산하거라. +3 24.07.09 1,347 29 12쪽
8 007. 맛있어 보이는 아이로구나. +3 24.07.08 1,434 33 12쪽
7 006. 유월흡성신공 이니라. +4 24.07.07 1,532 32 12쪽
6 005. 사부로 모시거라. +1 24.07.06 1,504 31 12쪽
» 004. 예의는 만들어지는 것이다. +1 24.07.05 1,524 36 12쪽
4 003. 삼류 건달 왕정중이다. +1 24.07.04 1,670 32 12쪽
3 002. 산 속에는 기인이사가 산다. +2 24.07.03 1,874 37 12쪽
2 001. 그러니까 멸혼대검이니라. +1 24.07.02 2,443 45 12쪽
1 프롤로그. +1 24.07.01 2,619 56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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