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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의 문이 그대들의 앞에 도래하였노라.

하늘의 소리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로맨스

동악대제
작품등록일 :
2021.01.04 16:26
최근연재일 :
2021.01.28 22:00
연재수 :
10 회
조회수 :
142
추천수 :
7
글자수 :
28,721

작성
21.01.25 22:30
조회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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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
7쪽

8장

DUMMY

한참동안 고민하고 또 고민했지만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떠오르지 않았다. 내가 말을 건네자 뒤를 돌아 나를 바라보는 클로에의 얼굴을 보니 입이 더욱 떨어지지 않았다.

클로에는 내 손목을 낚아채 잡아당기며 허공에 주먹을 뻗었다.


"?!"


무슨 생각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결과적으로는 내가 클로에의 품 속에 꼭 들어가게 된 여러모로 망측한 구도가 되었다.


"....아니야."


클로에는 주먹을 거둬들이며 나를 품에 꼭 안은 채 들어올려 마을 밖으로 향했다. 나는 대체 뭔가 싶어 클로에에게 뭔지 묻고 싶었지만 나를 감싼 팔이 너무 단단해서 물을 수 없었다.


'....기분탓인가?'


클로에는 마치 새끼고양이를 품에 안듯이 바르바토스를 품에 안고서 저 멀리 떨어진 곳을 바라보았다.


*****


하얀 토끼는 그 자리에 주저앉으며 차갑게 식은 숨결을 내뱉었다.


"와하....'토끼굴'을 직감으로 눈치채...?"


당황한 듯이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숨을 몰아쉰 하얀 토끼가 할 수 있는 말은 그것 밖에 없었다. 당혹스러운 상황이라 냉철한 하얀 토끼도 순간 머릿속이 하얗게 지샜고, 감정 없는 마른 웃음을 연신 내뱉을 뿐이었다.

하얀 토끼는 오페라 글라스로 마을을 내려다보며 피 섞인 침을 뱉었다.


"오르토스님, 실패했습니다."

"보면 압니다."


오페라 글라스로 마을을 내려다보던 하얀 토끼는 오페라 글라스를 바닥에 팡개치며 엉덩이를 뒤로 빼 천천히 뒤로 물러섰다.


"눈까지 마주쳤습니다."

"그 오페라 글라스, 제 물건...."

"역시 미행은 들켰군요. 이대로 가면 경각심은 더 높아질텐데 말입니다."


하얀 토끼는 흐트러진 단안경을 고쳐썼다. 못 먹는 감 찔러보는 심정으로, 적의 의표를 찌르는 계획을 세웠지만 보기 좋게 실패했다.

원래대로라면 그 여자와 거리가 생기면 그 틈을 파고들어 토끼굴로 납치하려 했지만 지부에 있는 인간들 수준으로는 미행도, 둘을 떨어뜨리는 것도 불가능했고 그 여자는 토끼굴을 열기도 전에 눈치챘다.


"나베리우스님도 참 너무하시군요. 저런 괴물한테서 우리 소중한 왕의 종자를 빼앗아 오라니."


인간 여자가 어떤 마법을 사용하는지는 몰라도 실력만 보자면 마족 정예는 가볍게 웃도는 수준이다.

군단장 휘하 장군인 오르토스를 제압할 수준의 인간이 존재하는 것은 있을 수 있다. 그런 인간이 존재하지 않는 것은 또 아니니까. 하지만 문제는 저런 수준의 실력자가 어디 출신인지 알 수 없다는 거다.

오르토스 장군은 하얀 토끼의 회중시계를 그에게 던지며 말했다.


"최근, 인간의 땅에서 조직도, 출신도 알 수 없는 뛰어난 인간들이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하더군요."


레드 캡, 마리포사, 윈터, 켈레벡이라는 출신 모를 뛰어난 인간들이 소리 없이 사라졌다는 이야기었다. 가끔씩 마족의 땅에서도 들리는 이야기지만 최근 그런 인재들이 자주 보인다는 듯 싶었다.

실패를 모른다는 용병 레드 캡, 영역 경계에서 대량으로 발생한 마물들의 처치한 마리포사, 동부 귀족들 중 가장 약세였던 백작가를 단숨에 동부 귀족 파벌의 수장으로 만든 윈터, 대량 학살의 마녀 켈러벡. 하나같이 인간 한 명이 이루기 힘든 위업을 이룬 인물들이었다.


"오르토스 장군께선 그들 중 하나라 보십니까?"


하얀 토끼는 재미있다는 듯이 웃으며 물었다. 인간의 땅에는 그런 인간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재미있고, 또 최고의 정보상을 자부하는 주제에 강대한 인간들의 정체를 알아내지 못 했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웃겼다.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 한 것은 피차 마찬가지지만 남의 일이다 보니 웃을 수 있었다.

곧 전쟁이 일어날지 모를 상황에서 인간측 강자들의 신상 조차 캐지 못 하다니? 웃기지 않은가? 이 생각을 하면 웃음 밖에 나오지 않았다.

미친듯이 폭소가 나오는 것을 숨을 참아가며 막는 하얀 토끼의 모습에 오르토스 장군은 무엇이 그리도 웃기냐는 듯이 인상을 쓰며 말했다.


"아니요, 그 반대입니다."

"? 그럼 그 이야기는 갑자기 왜....? 음?"


하얀 토끼는 몸에 묻은 흙을 털어내던 손을 멈추고 그를 올려 보았다. 지금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것이 맞냐는 듯이, 확신을 원하는 눈빛이었다. 그 눈빛이 곧 미지에 대한 호기심과 즐거움에 겨운 눈빛으로 바뀌기 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


클로에는 늘 그랬다. 늘 강하고, 삶과 죽음에 열정적이었으며 아름다웠다.

높은 곳에서 그 누구의 말도 따르지 않고 자신의 의지로만 움직이는, 그야말로 세상과 운명에 대적하는 고집쟁이었다.

한 번 정한 것은 절대 그 뜻을 굽히지 않는다. 바르바토스가 자신의 철칙을 지키듯이 타협은 할지언정 결코 굽히지 않는다.

그렇기에 클로에는 바르바토스를 놓지 않았다.


"저...다리가 걸려서 걷기 힘들지 않아요....?"

"괜찮아."

"저는 괜찮지 않은...."

"내가 괜찮아."

"그..."

"나는 괜찮아."


마치 작은 금수를 품에 안고 가듯이 바르바토스를 품에 안은 클로에는 바르바토스에게는 보이지 않을 미소를 지으며 걸었다. 주변 사람들에게 보이면 허공을 품에 안고 걸어가는 사람처럼 보일 것 같아서 내가 사전에 결계를 넓혀서 다행이었다.


"무슨 소리 나지 않았어?"

"히끅!"


나는 나쁜 짓을 하다 딱 걸린 어린아이 처럼 몸을 사시나무처럼 떨었다. 정말 겨우살이의 가지처럼 쉽게 부러질 것 같은 가녀린 몸을 가진 내가 몸을 떤다고 나를 감싼 튼실한 팔과 철근같은 클로에의 몸이 흔들리는 일은 없었다.

클로에는 뱀 앞의 쥐 같이 기를 못 펴고 떠는 바르바토스의 모습이 가엽게 느껴지는 한편 알 수 없는 감정을 느껴졌다.

또 한편으로는 분노를 느꼈다.


'저 형씨들 아직도 지켜보고있네.'


이 결계는 환술이 아니라 인식 자체를 방해하는 마법이다. 모습을 정말 지우고 투명하게 만드는 술법이 아닌 탓에 어느정도 실력만 갖추고 있다면 꿰뚫는 것 정도는 간단한 일이었고 저 멀리서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마족들에게도 쉬운 일이었다.


'앞에서 죽이면 안되지, 그럼 분명 싫어할거야. 뒤에서. 뒤에서 회복할 수 조차 없이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다른 마족들이 볼 수 있게 주변에 뿌리는 거야. 그래, 레이가 눈치채지 못 하게.'


클로에는 저들을 찢어버리는 수백, 수천가지 방법을 궁리하면서 미소를 지었다. 세상에 이보다 더 행복해 보일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해맑고 즐거운 미소가 마치 태양처럼 세상을 밝히는 것 같았다.

가까이 하면 눈을 멀게하고 만물을 태우는 태양과 같이 웃었다.


작가의말

태양은 어떤 존재일까요.

불변하는 존재인 하늘을 밝히죠.

한데 어떨까요. 태양을 기점으로 하늘의 색이 바뀐다는 걸.

태양을 기점으로 하늘은 바뀝니다.

불변의 상징이 하늘이라면.

불변의 상징을 바꾸는 태양은 무엇이라 불려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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