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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의 문이 그대들의 앞에 도래하였노라.

하늘의 소리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로맨스

동악대제
작품등록일 :
2021.01.04 16:26
최근연재일 :
2021.01.28 22:00
연재수 :
10 회
조회수 :
137
추천수 :
7
글자수 :
28,721

작성
21.01.17 18:53
조회
11
추천
1
글자
8쪽

4장

DUMMY

정말 어떻게 되먹은 몸일까. 인간에게는 너무 독해 희석시킨 약이라 효력도 약할텐데, 그 약 조금 마셨다고 내상이 씻은듯 사라지다니? 마력을 다루는 인간의 회복력이 강하다는 것 정도는 알고있지만 이건 정말 경이로운 수준이었다.

어지간한 수인계 마족 보다도 강한 회복력이었다.

나는 클로에에게 주려고 뽑은 약을 품 안에 넣었다.


'회복력이 경이로울 수준이네....역시 인간은 무서워.'


이 정도면 내가 약을 주지 않았어도 금방 나아 뛰어다닐 수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었다. 내 입장에서는 좋은 일이지만.


"언제 도착해?"


내가 생각에 잠겨 있을 때 클로에는 내가 타고있는 말과 나란히 달리며 물었다.


"저도 초행이라 잘 모르지만 아마 그럴거에요."


지금 그것보다도 나는 다른게 신경쓰였다.

클로에는 주인 잃은 말을 타고 달리는 내 속도보다 빠르게, 몇 시간이나 앞에서 달렸는데 심지어 내 짐을 모두 등에 이고도 땀 한 방울 흘리지 않았다.

그야말로 경악스러운 체력이었다.

클로에는 지친 기색 하나 없이 다시 나와 주인 없는 말을 앞질러 선두에 섰다.


"힘들지는 않으세요?"


겉으로 보기엔 땀 한 방울 흘리지 않아 여유로워 보이기 까지 했지만 그래도 걱정되는 것이 사실이었다.

내 걱정이 무색하게 클로에는 내 짐을 한 손으로 들었다 내리며 자신이 지치지 않았다는 사실을 어필했다.

나는 힘 없이 웃더니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었다.

사실 내가 쉬고 싶었다.


"하하...하...하아...."


몇 시간동안 빠르게 달리는 말 위에 앉아 바람을 맞고, 흔들려서 속도 나쁘고 한데 정작 직접 달리고 있는 클로에를 보면 도저히 쉬자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모르긴 몰라도 직접 달리는 클로에가 말 타고 달리는 나 보다 힘들텐데 기운 빠지는 소리를 하면 어떻게 생각할까 걱정도 되었고, 미안한 마음도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정말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속이 뒤틀리고 뮌가 올라오는 것을 가슴께를 주먹으로 두드리는 등 오만 방법으로 막아 보았고 바람때문에 눈도 뜨기 힘들었지만 눈을 뜨며 하늘도 올려다 보았다.

하늘이 오늘따라 참 맑았다. 시체 태우는 냄새와 시커먼 연기로 뒤덮힌 하늘이 아닌 새하얀 구름이 있는 하늘은 오랜만이었다. 이런 날에는 또 그게 당겼다.


"웩...."


나는 헛구역질이 나오는 것을 참으며 저 멀리 희미하게 보이는 실루엣을 보았다. 빠르게 달리느라 눈에 바람이 들어가 보기 힘들었지만 저 멀리 마을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나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맑은 하늘을 떠올렸다. 여기서 토하면 억지로 끌고 온 말한테도 미안하고 다 와서 멈추면 클로에에게도 미안해진다.

반드시 참아야 된다는 마음에 이를 악물고 버틴 끝에 나는 인간의 마을 바로 앞까지 오는데 성공했다.


"여기 맞지?"


클로에는 말 위에 올라탄 내게 손을 뻗었다.

나는 뒤집힐 것 같은 속을 진정시키며 클로에의 손을 잡고 말에서 내렸다.

드디어 땅에 두 발을 붙였다는 안도감에 숨을 들이쉬는 순간


"으웩...!!"


클로에의 손에 토를 해버리고 말았다.

토가 내 손에 닿고 따뜻한 감각과 함께 내 입 안에 토사물 찌꺼기가 감돌았을 때 쯤, 바닥에 떨어진 내 토사물은 나를 데리고 함께 지옥으로 떨어졌다.


"!!"


나는 내 피 섞인 토를 멍하니 바라보며 정신을 놓았다. 쥐구멍이 있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들어가고 싶을 심정이었다. 내 인생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창피하고 죽을 것 같고 숨 막히고 답답한 기분이었다.

바닥에 떨어진 토사물에서 들꽃이 무수히 피어나는데 얼마 걸리지 않았다.


"....."


내가 내 얼굴을 볼 수 없지만 얼굴이 화끈거리는 것이 아마 벌겋게 달아오르지 않았을까?

나는 울면서 마구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


*****


"후....이건 이변이군요?"


새하얀 토끼 마족이 늑대 마족에게 물었다. 늑대 마족은 방금 부러진 팔을 혀로 핥으며 숨을 내뱉었다.


"선왕의 피를 가장 이어받은 종자가 인간의 땅에 기어들어 가다니....인간들이 알면 지금 같은 땅따먹기 게임이 아니라 전면전이 일어날겁니다."


늑대 마족은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었다. 부러진 팔은 바르바토스의 은총으로 이미 회복되었지만 아직도 그 감각이 느껴진다.

단순히 팔뼈가 부러지는 정도가 아니었다.

늑대 마족의 한숨에 다른 마족들 두려운 듯 어깨를 떨었다.

토끼 마족은 단안경을 고쳐 쓰며 늑대 마족에게 수건을 건네주었다.


"나베리우스님께서 이 일을 아신다면...."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만일 바르바토스가 회복이라도 한다면 다시는 잡을 수 없을뿐 뿐더러 만약 인간들에게 들키기라도 한다면...."


늑대 마족의 치가 분노로 떨렸다. 핏발 선 눈을 부라리며 미친 듯이 침을 흘렸다. 앞으로 벌어질 상황을 생각하면 이 정도 반응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는 듯이 토끼 마족은 상관을 진정시키지 않았고, 다른 마족들이 겁에 질려 떨고있었다.

푸른 옷의 토끼 마족은 웃으며 상사가 두려워하는 상황을 말했다.


"다시 전쟁 시대가 열리겠군요. 인간도, 마족도. 그럼 나베리우스님께는 뭐라고...."

"아아! 심란해!"


늑대 마족이 당장이라도 옆에 있는 마족의 목을 물어 뜯을 기세로 외치자 토끼 마족은 기분 나쁜 미소를 흘리며 말했다.


"일이 터졌을 때, 저희는 어디에 서야 할까요. 심란해 하시기 전에 일단 그것부터 정하시죠. 이게 작은 사건이 아니라는 건 오르토스님께서 가장 잘 알고 계실테니까요."


오르토스라 불린 늑대 마족은 침이 흥건한 입가를 토끼 마족이 건네준 손수건으로 닦으며 몸을 일으켰다.


"....어디서부터 보고를 올려야 할까요."


오르토스는 자신을 제압한 그 어린 소녀를 떠올렸다. 나이에 맞지 않게 강대한 마력을 가지고서 섬뜩한 살기를 지닌 그 소녀를.

얼마나 많은 피를 손에 묻혔는지 그 익살스러운 냄새가 아직도 머릿속에서 가시지 않을 정도로 끔찍한 인간이었다.

그 정도 인간이 바르바토스의 가치를 알고 있지 않은 이상 그냥 협력할 거라는 생각은 당연히 들지 않았다.

대체 그만한 실력자가 어디서 튀어나왔단 말인가?


"나베리우스님께 전하세요. 방해 세력이 있는 것 같다고."


방해 세력이 있지 않은 이상, 그 소녀 수준의 실력자가 갑자기 툭 튀어나올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번 사건은 분명 인간들 고위 간부 층과 연관되어 있으며 그들이 바르바토스에 대해 뭔가 냄새를 맡았을지도 모른다는 결론까지 생각이 닿았을 때 늑대 마족은 가슴이 철렁거렸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뭐. 올리겠습니다."

"대원들도 다 물리세요. 그 소녀를 상대로 지금 소대원들 수준으로는 오히려 방해가 됩니다."


옆에 서있던 일부 마족들이 기뻐하는 기색이 느껴졌다.


"돌아갈 때 같이 데려가도록 하겠습니다. 물론, 전 남겠지만요."


토끼 마족이 여우같이 눈웃음을 흘리자 늑대 마족은 바닥의 돌을 집어던지며 말했다.


"급합니다."

"저도 압니다. 그럼, 보고서는 양식에 맞게 내일까지 준비 해 주시길...."


토끼 마족과 오르토스의 휘하 마족들은 마치 처음부터 그 자리에 존재하지 않았다는 듯이 사라졌다.

오르토스는 토끼 마족이 남기고 간 백종이를 내려다보며 한숨을 쉬었다.


"오늘 따라 바람이 쓰네요....익살스러운 인간들 시체가 가득해서 그런지 익살스러운 독기도 가득하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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