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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의 문이 그대들의 앞에 도래하였노라.

하늘의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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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악대제
작품등록일 :
2021.01.04 16:26
최근연재일 :
2021.01.28 22:00
연재수 :
10 회
조회수 :
138
추천수 :
7
글자수 :
28,721

작성
21.01.19 23:20
조회
9
추천
1
글자
7쪽

5장

DUMMY

바르바토스라는 이름을 내려받는 이는 늘 특별한 존재었다. 만물을 치유하고 세상을 밝혀 전능의 영약이라 불렸고, 때로는 세상을 죽이는 독이 되기도 했다.

인간, 마족을 가리지 않고 바르바토스는 마치 형태를 가진 살아있는 기적과 같았고 살아있는 재앙과 같았다.

죽은 사람 조차 살린다고 이름이 높아 그를 둔 분쟁은 늘 잦았다. 죽음을 피하는 건 누구나 바라마지않는 일이었으니까. 실제로 죽은 사람은 커녕 벌래 한 마리 살릴 수 없는 전능하지 않은 전능의 영약은 그 자체로 늘 분쟁을 몰고 다니며 분쟁의 씨앗이 되었다.

적어도 죽은 자를 살리는 영역까지 손이 닿지는 못하지만 '불노' 정도라면 그 자체만으로 굉장히 유혹적인 것이니 누구나 갖고 싶어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리라.

그렇기에 그 위험성은, 존재 그 자체만으로 대륙에 피바람을 불게 한다.

사지가 잘려나가도 죽지 않는 괴물이 생각을 멈추고, 스스로 죽음을 택할 때 까지.


"그래서, 놓쳤다?"


하얀 토끼는 검은색 정장을 입은 검은색 늑대의 포크에 찍힌 스테이크가 마치 자신의 머리 같이 느껴졌다.


"예, 안타깝게도 전능의 영약 바르바토스는 국경을 넘은 것 같습니다."


당대 바르바토스 본인이 어떤 존재든 간에 사람들 그랬다. 미지의 존재는 늘 두려움과 함께 선망을 받는다.

뿐만 아니라 이번 세대의 바르바토스는 역대 바르바토들 중에서도 가장 기구한 존재었다. 단순히 분쟁의 씨앗일 뿐이라면 하얀 토끼의 주인은 웃고 넘겼을테지만 이번 바르바토스는 달랐다. 종족의 존망을 쥐고 있는 존재었다.

하얀 토끼는 그 사실을 잘 알고있었고, 제 주인으로부터 느껴지는 노기를 이해할 수 있었다.


"무능하군...."


무척 허스키하고 낮은 목소리에 토끼 마족은 잠시 어깨를 떨었지만 그래도 웃을 수 있었다. 무능하다는 평가를 내린다는 것은 적어도 자신들에게 일말의 관심을 준다는 뜻이었다.


"저희 오르토스 장군이 전하라 하셨습니다. 바르바토스에게 협조하는 조직이 있을지 모른다더군요."


*****


죽을 수도 없지만 난 이때 만큼은 정말 죽고 싶어졌다. 협력자 혹은 동업자라고 부를 수 있을 사람 앞에서 토를 하다니? 입 안 가득 차있는 쌉쌀한 맛 보다 내 인생이 더 쌉쌀해 나는 곧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표정을 지었다.

토를 한 것은 나이며 토를 맞은 것은 클로에인데 내가 이러는 것은 주객이 전도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 피 섞인 토에서 들꽃이 한 아름 피어오른 것 과 다르게 내 기분은 꽃이 피기는 커녕 꽃을 다 불태우는 것 같았다.

나는 내 토에서 핀 꽃을 꺾어 병에 넣으며 한숨을 쉬었다.


"하아....켁! 켁!"


내 한숨에 내 입 속에서 꽃잎이 흩날렸다.

이럴 때 마다 소름이 끼친다.

어떻게 내 몸은 항상 내 기분을 대변하지 못 할까.


"괜찮....으세요....?"


내가 처음 토를 했을 때 클로에가 지은 표정은 뭐라고 해야 할까? 수인계 마족들에게 습격 당했을 때도 짓지 않은 경악에 가득 찬 표정이었다.

아직도 그 형용하기 힘든, 사람을 마치 여름에 한 달 동안 밖에 내놓은 쓰레기 보는 듯 한 그 눈빛을 떠올리면 몸서리가 쳐진다.

나는 물가에서 씻고 왔는지 머리카락은 축축하게 젖었고 옷도 내 옷으로 갈아입었다.


"씻었으니까 괜찮아."


큰 옷을 입으면 키가 큰다는 말을 듣고 큰 옷을 가지고 있어서 다행이었다. 뒤늦게 알게 된 거지만 어차피 내가 키가 클 일은 절대 없을 거다.

나는 내 짐가방에서 수건을 꺼내 클로에에게 건네주었다.


"....인간 마을에 들어가면 당신에 대한 정보도 찾을 수 있을 거에요."


클로에 수준의 인간 마법사라면 정보가 충분히 알려지고도 남았을 것이다.

그리고 저 마을에는 마족들이 숨어들어 비 합법적인 정보상을 운영하고 있다. 내가 비록 그 아비 같지도 않은 마족이 죽어서 의탁할만한 세력 하나 없는 몸이라고는 해도 도망칠 때 가지고 나온 정보는 고스란히 가지고 있다.

때에 따라서는 마족들 진지를 박살 낼 수 있을 위험한 정보도 가지고 있다. 마족들이 인간 사회에 잠입하는데 얼마나 오랜 시간이 흘렀을까. 그 긴 세월을 투자한 만큼 마왕이 인간에게 살해 당해도 정보상은 멈추지 않았을 거다.

정보상은 마왕의 밑이 아닌 마족의 수뇌부가 심어 놓은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데 마족들...."

"쉿! 모습을 지워도 목소리까지 없애지는 못 해요."


국경 근처의 마을이기 때문인지 이 마을의 경비는 삼엄했다. 내 마법을 간파할 정도의 마력을 다루는 인간은 없겠지만 그래도 지금 상태로 불안했다.


"알았어."


클로에는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에는 클로에의 모습을 숨길 필요가 있나 싶었지만 자세히 생각해 보면 클로에의 적이 누군지도 모르는 상황에 불필요하게 모습을 드러낼 필요는 없었다.


"여기야?"

"네. 아마도 이 가게일 거에요."


딱 봐도 낡고 허름해 보이는 술집으로 보였다. 낡았지만 이 건물이 지나온 세월이 고스란히 느껴져 나름의 운치가 느껴지는 건물이었다.

이 건물의 주인장은 어떤 사람일까, 인간으로 분장하고 있는 마족일까 아니면 마족에게 협력하는 인간일까. 어느 쪽이든 클로에의 기억을 찾는 데 도움이 될 거다.


"...."


주점 내는 내가 생각했던 것 과는 많이 달랐다.

책으로만 들어 직접 보는 것은 처음이었는데, 내가 생각한 떠들썩한 분위기와는 다르게 조용하고 불에 달군 칼 같은 분위기었다.

낡은 의지가 삐걱거리는 소리가 귀에 닿을 정도로 조용한 가게에서 들리는 소리는 돈이 든 자루를 내려놓는 소리와 도박에서 돈을 잃은 사람의 읍박과 책상을 주먹으로 내리치는 소리었다.

내 생각보다 더 허스키한 분위기에 나는 잠시 긴장해 몸이 굳었다.

클로에는 나랑 반대로 이 분위기에 짓눌리지 않고 자연스럽게 주인장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문 앞에 서있던 나와 떨어진 클로에는 내 결계 밖으로 나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이제 어떻게 하지....'


나는 그제서야 떠올랐다. 둘 다 모습을 감추고 있으면 어떻게 주인장한테 암호를 말하고 지하의 정보상을 만날 수 있을까.

다른 사람들이 내 모습을 인식하지 못 하게 하는 것은 간단했다. 하지만 피부 색을 다르게 착각하게 만들거나 모습을 바꾸는 것은 내 능력 밖의 일이었다.

결국 클로에나 나 둘 중 한 명은 모습을 드러내야 했다. 하지만 클로에는 암호를 모른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내가 안절부절 못 하고 있을 때 클로에는 역시 내 모습이 보이는지 내게 눈짓으로 뭔가를 알렸다. 아마 따라오라고 하는 것 같았는데, 난 결계의 크기를 줄이며 클로에를 따라갔다.

주점 바닥이 삐걱거리는 소리 때문에 들킬까 싶어 잔뜩 긴장한 나는 클로에의 발걸음에 맞춰 클로에의 옆에 가서 속삭였다.


작가의말

오르토스는 머리 두 개 달린 개고 나베리우스는 머리 세 개 달린 개인 케르베로스가 진화 했다는 악마라나 뭐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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