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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의 문이 그대들의 앞에 도래하였노라.

하늘의 소리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로맨스

동악대제
작품등록일 :
2021.01.04 16:26
최근연재일 :
2021.01.28 22:00
연재수 :
10 회
조회수 :
145
추천수 :
7
글자수 :
28,721

작성
21.01.11 23:38
조회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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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7쪽

2장

DUMMY

앞으로 나아갈 수도 뒤로 물러설 수도 없는 상황이 되면 항상 손이 근질거린다. 이럴 때 그게 있다면 마음이 편할텐데.

나는 떨리는 손을 다른 손으로 잡으며 말했다.


"전 늦어도 내일까지 여기를 떠날 거에요."

"응."

"당신....이름을 기억 못하시니까 당신이라고 부를게요. 당신이 누구랑 싸웠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당신을 여기 두고 가면 위험할 수 있어요."


상대한 대상이 제국군인지, 마족군인지, 아니면 제 3자인지 모르는 상황이다. 제국군은 마족에 협력한 인간은 재판 없이 처형하기로 유명하고 마족군 역시 제국군과 별반 다를 바 없다.

실제 제국군은 어린 소년이 마족군과 관계없는 마족에게 협력한 소년의 마을 전체를 신전 세력과 협력해 고문하고 살해한 사건으로 악명 높았다.

마족의 영역에 있었다는 사실 그 자체만으로 그 자리에서 처형 당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저는 당신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하려고 해요. 저를 따라오신다면 당신을 인간의 마을까지 무사히 안내해 드릴게요."


여기까지만 해도 나한테는 상당한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다. 추적자도 있는 상황에서 그 위험천만한 인간의 마을까지 가야한다니?

인간들이 마족들을 아기 잡아먹는 괴물로 묘사하며 두려워하듯이 마족들에게도 인간은 아기 잡아먹는 괴물로 묘사되며 공포의 대상이다.

더군다나 마족을 한 번 잡으면 고문을 하거나 실험체로 쓴다는 제국군이나 신전이 주둔하고 있는 마을이라면 더더욱.


"따라가지 않으면?"

"강요할 생각은 없어요."


따라오지 않는다면 두고 간다는 말이었다. 나는 권유만 할 뿐이지, 강요를 할 생각은 없으며 나한테는 꼭 해야 할 이유도 없다.

내 말에 소녀는 방금 전 그 살기등등한 눈빛이 아닌 부드러운 눈빛으로 말했다.


"따라갈게."


소녀는 기억을 잃은 사람이 이렇게 밝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밝고 해맑은 미소를 지었다.


"밖에 있는 사람들은 손님이야?"


나는 소녀의 말에 반사적으로 내 오두막 정문과 뒷문을 바라보았다.

밖에 있는 사람들, 그것도 내가 쳐 놓은 결계를 뚫고 여기까지 올 수 있는 사람들이면 누군지 대강 예상이 갔다.

우연히 흘러 들어온 사람들이 아니라면 필시.


"꺅!!"


나는 나무 문을 부수고 쳐들어온 마족들을 보며 비명을 질렀다. 나무 문이 바닥에 처박히면서 나는 소리가 귀를 찔렀고 이어서 뒷문을 부숴지면서 다시 한 번 내 귀를 찢을 듯이 울렸다.

내 예상이 정확하게 들어맞았다.

날 쫓던 추적자들이 여기까지 찾아왔다.


"참 멀리 오셨군요. 설마 전쟁 지역에 기어들어올 생각을 하다니. 등장 밑이 어둡다는 말을 이럴 때 쓰는 말일까요?"

"....용건이 뭐에요?"

"전에 말씀드렸다 싶이 순순히 따라오신다면 우려하시는 사태는 발생하지 않을 겁니다. 바르바토스."


전체적인 공통점은 짐승의 형상을 띄고 있는 마족들, 과거 인간들에 의해 마족이라는 틀에 묶여 이름을 빼앗긴 수인족이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완전히 같지는 않았다. 동물쪽 비율이 적은 수인부터 시작해서 동물과 거의 흡사한 모습의 수인까지 다양한 형상을 띄고 있었다.

나는 입술을 물어 뜯으며 대장 격으로 보이는 늑대 마족을 노려보았다.


"그러신다고 정말 얌전히 따라갈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으시죠?"


내 말에 늑대 수인은 예상했다는 듯이 허연 이빨을 들어내며 웃었다.


"얌전히 따라와 주신다면 저희로써도 최고의 대우를 약속 드릴 수 있었습니다만....아쉬울 따름이군요."

"....."


나는 말 없이 마족을 노려보았다.

설마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무리해서라도 결계를 더 강하게 쳐둬야 했는데....지금 상태로는 이기긴 커녕 도망치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거래 내용을 좀 바꿔도 될까?"


소녀는 식은땀으로 젖은 내 등을 손으로 두드리며 말을 걸어왔다.


"네?"

"쫓기는 것 같은데, 내가 호위해 주는 대신 내 기억 찾는데 도움을 주는 거야."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내 뒤에서는 뭐라 형용할 수 없는 흉악한 소리가 내 작은 오두막을 한가득 채웠고 동시에 내 앞 늑대 마족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나는 눈 앞의 마족을 경계하느라 뒤를 돌아보지 못 했다. 하지만 소리 만큼은 분명히 들렸다. 고막을 찢는 듯 한 날카로운 비명 소리는 기절이라도 했는지 금방 사그라들었다.


"어때?"


나는 순간 내 눈을 의심했다.


"....?"


마치 죽음처럼 소리 천천히 걸어온 소녀는 주먹을 말아 쥐고서 늑대 마족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그렇게 빠르지도 않은 공격에 늑대 마족은 그 손목을 낚아채려 했다.

그러나 소녀는 오히려 늑대 마족의 손목을 낚아채 오직 악력만으로 그 두꺼운 팔을 부러뜨렸다. 그 굵은 팔이 저렇게 얇아질 수도 있다는 것을 나는 이 날 처음 알았다.


"큭!"


늑대 마족은 부러지지 않은 다른 주먹으로 소녀를 노렸으나 이번 공격마저 허무하게 막혔다.

소녀에게 잡힌 팔은 방금 전과 다르게 뽑혀 어깨가 완전히 탈골이 되었다. 팔이 부러지고 팔이 뽑히는 흉악한 소리에 나는 나도 모르게 뒷걸음질 치고 말았다.

나는 목이 아플 만큼 한참을 올려다 봐야 할 정도로 큰 체구의 마족을 저렇게 쉽게 처리하다니? 나보다 머리 하나 정도는 차이가 나는 수준이지만 그래도 저 늑대 마족보다는 한참 작았다. 그런데도 저렇게 쉽게 제압했다. 역시 근본 없는 소문이 없다는 말은 사실인 것일까.


"잘은 모르겠지만, 난 강해. 이런 녀석 처리하는 것 정도는 쉬워."


저들, 일단 추적에 특화된 능력을 지닌 이들이라지만 수인계 마족 군단의 군인인데 이런 녀석들이라니? 특히 저 늑대 수인은 나베리우스 휘하 장군이었다. 누가 들으면 오만하다고 욕을 했을거다. 나는 내 뒤에 쓰러진 마족들을 보면서 힘 없이 말했다.


"어째서 이런 조건을 내거신 거에요?"


저 정도 힘이 있다면 굳이 나한테 도움을 요청할 필요가 있어 보이지는 않았다. 굳이 나 같은 혹을 달고 다니는 것 보다는 혼자 다니는 것이 훨씬 더 편하고 안전할텐데, 왜 이런 조건을 내건 것일까.


"제가 왜 쫒기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으신가요?"


내 질문에 소녀는 아무 생각도 없어 보이는 얼굴로 말했다.


"약으로 치료해준 일에 대한 보답이야."

"....당신 정도의 인간 '마법사'를 다치게 할 정도면 상대도 만만치 않을텐데요? 적이 누군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제 적들까지 한번에 상대하게 되는 거에요."


그리고 나 역시 일행으로 묶여서 소녀의 적들의 목표가 될 수가 있다. 득이 있으면 실이 있는 것은 당연하며 지금 내 몸 상태로는 추적자들을 뿌리칠 수도 없고 의지할 세력도 없는 게 사실이며 매우 매력적인 제안인 것은 사실이다. 이게 덕분이 될지 때문이 될지는 모르는 일이며 내 목숨과 직결된 만큼 쉽게 선택하기 어려웠다.

잠깐의 고민과 걱정, 약간의 저울질을 끝낸 나는 고심 끝에 내가 내린 결론을 입 밖으로 꺼냈다.


"저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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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

  • 작성자
    Lv.8 웨일러
    작성일
    21.01.12 02:33
    No. 1

    다음편이 기대될 정도로 재밌게 읽었습니다 :D 앞으로 자주 찾아 볼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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