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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의 문이 그대들의 앞에 도래하였노라.

하늘의 소리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로맨스

동악대제
작품등록일 :
2021.01.04 16:26
최근연재일 :
2021.01.28 22:00
연재수 :
10 회
조회수 :
139
추천수 :
7
글자수 :
28,721

작성
21.01.07 20:25
조회
24
추천
1
글자
7쪽

1장

DUMMY

평화롭지 못한 난세에 맞는 전쟁터.

그곳에는 작은 오두막이 있다.

작은 오두막에 살면서 신비한 약으로 간혹 보이는 다친 사람들을 치료해주고 전쟁터를 누비며 죽은 사람들의 무덤을 만들어주는 새하얀 마족 소년이 있다.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고, 따뜻한 햇볕이 내리는 날과는 동떨어진 평소같은 날이다.

시체를 태운 연기가 하늘을 가리고 시체 타는 냄새와 함께 썩은 냄새가 코끝을 찌른다.

오늘도 무덤을 만들기 위해 마족 소년이 오두막의 작은 문을 열었을 때, 비명 소리가 산을 울리게 하였다.


"꺄악!!"


마족 소년은 경망스럽게 비명을 지르면서 뒷걸음질 쳤다. 문 앞에 피투성이가 되어서 쓰러진 소녀가 있었다.

소녀의 몸이 아직 따뜻하고 옅은 숨소리가 소년에게 소녀가 살아있다는 사실을 일러주었다. 마족 소년은 그 소녀를 자신의 작은 오두막으로 이끌었다.

소녀에 비해 한참 작고 가냘픈 체격이라 질질 끌고 가는 꼴이었지만 마족 소년은 그래도 열심히 옮겼다.


"휴우....힘들어...."


마족 소년은 선반에서 붉은색 액체가 들어있는 병을 꺼내 기절한 소녀의 입에 천천히 흘려넣었다.

몸을 감싸고 있는 망토는 피로 물들어 원래 붉은 망토었는지 하얀 망토지만 피로 물들어 붉게 변한 건지 알 수 없었다.

몸에서 흐른 피 같지는 않았다. 이렇게 피가 흥건하게 묻어있으면 진작 죽었어야 하는데 오히려 몸이 따뜻한 것을 보면 본인 피 같지 않다는 사실을 쉽게 유추해낼 수 있었다.

마족 소년은 바닥에 앉아 한숨을 쉬었다.


"슬슬 자리를 옮겨야할까...."


이곳에서의 전쟁은 끝이 난 시점이다. 아무리 꽁꽁 숨어있다고는 해도 들키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을 거다. 마족들의 성채는 이미 함락 당했고 이곳은 곧 구 마왕령을 탈환하는 거점이 될 거다.

전쟁이 막 끝나 어수선한 지금 분위기를 노린다면 간단히 도망칠 수 있을 거다.


"떠나려면 지금이 적기인데....이 사람을 놓고 갈 수도 없고 데려갈 수도 없고.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


마족 소년은 한숨을 쉬었다. 기절한 사람을 앞두고 질문이라니. 누가 보면 분명 비웃었으리라. 사람이랑 대화를 나눈 지 얼마나 된 것일까 궁금해졌다.

'나'는 혼잣말을 하면서 소녀에게 이불을 덮어주었다.


"아무리 봐도 남의 피를 묻힌 것 같은데....위험한 사람을 들인 건 아니겠지....?"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렇게 다른 사람 피를 묻히고 본인도 큰 부상을 입고 다니는 사람은 평범한 사람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꼬리가 달려있거나, 날개가 달려있거나, 피부색이 푸르슴한 빛을 띄거나 하는 외형적 특징을 보면 인간 같은데, 인간 군인들이 입는 복장과도 거리가 멀었다.

아마도 전쟁터에서 죽은 사람들 갑옷이나 무기를 벗겨서 파는 사람들이 아닐까 싶은데, 무기나 갑옷을 벗기는 도중 군인들의 습격이라도 받은 것일까? 아니면 제국측에서 드디어 소년, 소녀병까지 동원하게 된 것일까. 머릿속에 수 많은 추측들이 난무했지만 모두 확신할 수는 없었다.


"콜록! 콜록!"


나는 황급히 고개를 돌려 소녀를 바라보았다.

기침을 하며 몸을 일으키려는 소녀의 이마를 손으로 찍어 소녀가 일어나지 못 하게 조치했다.

약을 희석하다 보니 효력이 약해서 외상은 다 회복된 것 같지만 내상은 회복된 것 같지 않았다.


"정신이 좀 드세요?"


소녀는 한참이나 기침을 했다. 잠시 이 작은 오두막을 한 바퀴 돌 정도의 시간이 지났을 무렵이 지나자 소녀의 기침은 잦아들었고, 소녀는 차분한 눈빛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여기는."


소녀는 당황스러운 기색을 보였다. 놀라울 만 했다. 깨어나서 보니 갑자기 처음 보는 허름한 오두막이라니? 나 같았어도 당연히 놀라고 당황스러웠을 거다.

나는 나를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는 소녀에게 최대한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일단 마족이지만 인간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다르게 아기를 잡아먹거나 사람을 해치지 않아요. 그러니까 안심하세...."

"....."


나는 나를 바라보는 소녀의 날카로운 눈빛에 숨을 삼켰다. 당장이라도 사람을 찢어 죽일 듯 한 살기가 담겨있는 그 눈빛은 마치 맹수와 같았다.

상처는 다 나았지만 옷과 얼굴에 덕지덕지 묻어있는 피와 코끝을 찌르는 피비린내가 더해지니 그야말로 공포스럽기 그지없었다.


"....여기는 어디야....에요."


순간 눈빛에 감돌던 살기가 풀렸고 무겁기만 한 공기는 다시 가볍게 가라앉았다.

나는 웃으면서 말했다.


"존댓말이 어색하시면 하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음....그래."


소녀는 잠시 주저하는 듯 했지만 이내 어색한 존대를 거두고 익숙하고 입에 익은 말투를 사용했다. 입에 익은 말투다 보니 자연스럽고 듣기도 훨씬 편했다.


"피를 조금 흘리셨는데요. 상처는 다 붙었어요. 속까지 다 나으려면 시간이 걸리니까 아직 일어나시면 안돼요. 그리고 갈증이 나도 피를 얼마나 흘렸는지 모르니까 물은 드시지 마세요."


피를 많이 흘렸을 때 물을 마시면 안된다고 들었다. 피를 많이 흘렸을 때 물을 마시면 피에 물이 많이 섞이는 탓에 생명이 위험해진다고 한다.

내가 자세한 설명을 하기 위해 입을 열었을 때 소녀는 내가 말을 시작하기도 전에 말을 막았다.


"알아. 목도 별로 마르지 않고."

"그럼 다행이네요."


나는 누군가 또 찾아오기 전에 도망치기 위해 짐을 싸면서 말했다.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몰라. 기억 안나."


내 질문에 소녀는 당당하게 대답했다.

자신이 누군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그 말을 어쩜 저렇게 당당하고 명쾌하게 말할 수 있을까. 나는 내가 혹시 잘못 들은 것이 아닌가 싶어 다시 한 번 되물었다.


"이름이....?"

"모르겠어."

"여기 오기 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기억나지 않으세요?"

"어."


소녀를 보면서 마지막으로 물었다.


"정말 아무것도요?"

"아무것도."


여기서부터 나는 뭔가 일이 꼬여가는 것을 느꼈다. 피칠갑을 한 채 기절한 사람이 기억을 잃었다. 제국군과 무슨 관계인지 모르는 상황이다. 두고가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 일이 어렵게 되었다.

나는 단순히 무덤 만드는 사람일 뿐이지만 피부색이 푸르슴 해서 한 눈에 마족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인간들 사는 마을에 데리고 가면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다.

더군다나 나는 쫓기는 상황이다.


"...."

"?"


내가 소녀를 바라보자 소녀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두고갈까...데려갈까....'


이름도, 자기가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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