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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텐스의 리루비안 연재지

기름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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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텐스
작품등록일 :
2020.08.29 17:54
최근연재일 :
2024.02.29 20:38
연재수 :
121 회
조회수 :
3,530
추천수 :
18
글자수 :
697,994

작성
22.10.06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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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달콤한 유혹 - 16

재미있게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DUMMY

군인의 수색을 피해 도시로 돌아오는 것은 꽤나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이 분야의 전문가와 마족 둘이 포함된 일행은 수월하게 돌아올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말이야. 돌아오는데 반년, 회복하는데 1년 걸렸다고 했는데, 그럼 나랑 딱 만났을 때 아닌가?”


“맞아요. 아무도 절 못 볼 줄 알았는데 란펑님은 보시더라고요.


“너 내가 아니라 란펑한테 반했어야 하는거 아니냐? 너 나랑 안 좋게 시작했잖아.”


“이제 와서 질투하시는 거예요? 역시 귀여우시다니까요.”


“지랄은.”


말은 그렇게 하였으나 마리는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돌렸다. 린세는 작게 웃으며 집 문을 열었다.


“차라도 내올 테니 잠시 앉아계셔요. 마리 씨는 커피? 아니면 차?”


“술. 가능하면 차가운 맥주로.”


“음. 그건 없는데요. 청주라면 있어요.”


“그럼 그거라도.”


“네.”


린세가 차를 내오는 동안 다른 둘은 휴식을 취했다. 간단히 서로의 안부를 묻는 정도의 대화만이 오갔다.


“오래 기다리셨죠? 술을 데우느라 좀 걸렸어요.”


마리의 앞으로 김이 은은히 올라오는 술잔이 대령되었다. 마리는 눈살을 찌푸리며 술잔을 들여다 보았다.


“너희가 술을 데워먹는 건 아는데, 난 좀 차가웠으면 했거든?”


“그치만 차게 마시면 맛이 없어요.”


“음. 주는 사람 마음이지.”


마리는 접대의 관습을 충실히 따라 집주인의 호의를 받아들였다. 딱히 취향은 아니더라도 술을 마시는 것으로 뭔가 힘이 나는 것 같았다.


“아, 역시 술이야.”


“끝나면 한잔 해야겠네요.”


“그러게. 미역이네 가면 왕창 마실 수 있을 텐데.”


“머지 않았어요.”


둘이 오순도순 얘기를 나누고 있고 그걸 린세가 미소를 지은 채로 보고 있을 무렵에 누군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제가 보고 올게요. 누구신가요?”


벌써 자정이 훌쩍 넘은 늦은 시간이었다. 이런 시간에 오는 방문객이 평범할 리 없었다.


“아, 네, 저. 늦은 시간에 죄송합니다.”


문 앞엔 부스스한 차림의 만홍이 있었다. 예상치 못한 방문객의 등장에 린세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어머, 무슨 일이신가요?”


만홍은 불안한 눈빛으로 린세를 조용히 둘러보았다. 린세는 의아해 하면서도 천천히 기다려 주었다.


“어디 다치신 곳은 없으신 겁니까?”


린세는 늘상 그렇듯 만홍의 한마디에 혼란에 빠졌다. 만홍의 말은 깊은 고민을 해야 간신히 이해할 수 있었다.


“저 말인가요? 전 괜찮아요. 만홍 씨야 말로 무슨 일 있으신가요? 이런 한밤중에 오시고.”


만홍은 무언가 머뭇거리는 표정을 지었다. 린세는 이번에도 차분히 기다려 주었다. 그 기다림에 보답하듯 만홍이 쥐어짜내듯 말했다.


“총성이 나서. 낮에 그런 일도 있었고 하니까 혹시 영사님께서 관련이 있지 않을까 해서 와봤습니다. 하지만 괜찮으신 것 같아서 다행입니다.”


린세는 잠깐 만홍의 사고의 흐름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잠깐의 고민 후에 이것이 만홍 나름대로의 걱정이었음을 알자 린세는 기뻐할 수 있었다.


“걱정해 주신건가요? 고마워요!”


린세는 반가운 마음에 만홍을 와락 끌어안았다. 만홍은 순간 당황하여 린세를 밀어내려 하였으나 그러기 직전 간신히 참아내고 주먹만 쥐었다 폈다 했다.


“기쁘긴 한데, 멀진 않으셨나요? 그리고 밤거리는 위험한데.”


린세는 포옹을 풀고 만홍의 얼굴을 보며 말했다. 어둠 속에서도 알만큼 얼굴을 붉힌 만홍은 그 시선을 애써 피하며 말했다.


“괜찮습니다. 공무원은 잘 안 건드립니다.”


“그래도요.”


“걱정 감사합니다. 그럼 무사하신 것 같으니 저는 이만 돌아가도록 하겠습니다.”


만홍은 그대로 고개를 꾸벅 숙이고는 집으로 돌아가고자 하였다. 린세는 그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문득 이대로 만홍을 보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홍 씨.”


“네.”


린세의 부름에 만홍은 발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 자다 일어났음을 나타내는 부스스한 머리, 무언가 어색한 잠옷도 외출복도 아닌 옷차림, 아직 잠이 덜깨어 퀭한 얼굴까지. 이유는 알 수 없으나 너무나도 만홍다움이 느껴지는 모습에 린세는 자기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아니에요. 들어가서 푹 쉬세요. 있다 지각하지 말고 잘 나오시고요.”


“걱정 감사드립니다.”


만홍은 고개를 꾸벅 숙이곤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집으로 돌아갔다. 린세는 그 뒷모습을 웃으며 바라보다가 안으로 들어갔다.


“낮의 그 분인가요?”


리안의 물음에 린세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총성이 나길래 걱정돼서 와보셨대요.”


“이 밤에요? 흠.”


“마음 있는거네.”


배려해준 리안과는 다르게 마리는 직설적으로 들어왔다. 리안의 나무라는 시선에도 마리는 자기가 뭘 잘못했냐는 듯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다.


“만홍 씨가요? 설마요.”


그러나 린세는 별로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시간에 총성 났다고 일부러 보러 오는데 마음이 없는 거라고?”


그런 린세의 태도에 마리가 따지듯 물었다. 마리의 갑작스런 행동에 린세는 괜히 움츠러들었다.


“그치만 지금까지 그런 낌새는 전혀 없었고, 게다가 좀 독특하신 분이거든요.”


마리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음. 그렇다고 치자. 근데 만약 진짜로 마음이 있는 거라고 하면 어쩔 거야?”


마리의 물음에 린세는 꿀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린세의 입장에서 그것은 지금까지 단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일이었다.


‘그럴 수는 없어. 왜냐하면 만홍 씨는 마족을 싫어하······. 그런 얘기를······. 한적이 있던가?’


린세는 만홍을 몰랐다. 만홍이 어떤 사람이고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고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둘은 서로 얼굴만 많이 보아 친하기만 했지 실제로 대화를 나눠본 경험은 얼마 없었다.


“기쁘려나요? 누가 절 좋아해준다는 건 좋은 일이니까요.”


입에 발린 소리. 린세는 자기가 말하고도 부끄러워 얼굴을 붉혔다.


“진짜 불쌍하다 불쌍해. 마음 없어도 손이라도 한번 잡아주고 밥이나 한번 먹어줘.”


마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옆에서 본 리안이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남의 얘기엔 이렇게 열심히면서 왜 저랑은 그렇게 어렵게 가신 건가요?”


리안의 지적에 마리는 헛기침을 했다. 그러나 자신의 할말은 멈추지 않고 계속했다.


“아무튼 상대가 호감이 있는 것 같으니까 거절을 하든 승낙을 하든 생각을 해보든 뭔가 보여줘. 뭐가 됐든 좋아할 거야.”


“생각해 볼게요.”


“이야기는 대충 정리된 거죠? 슬슬 출발하죠. 한스가 그렇게 오래 기다려줄 것 같진 않거든요.”


“아, 네.”


셋은 지도에 표시되어 있던 지점으로 이동했다. 한밤중의 시간에도 사람들은 활기를 띠고 거리를 메우고 있었다. 도리어 낮보다도 더 활기가 있는 것 같았다.


셋은 그 흐름에서 살짝 벗어나 점차 도시의 외곽으로 나아갔다.


“그러고 보니 묻는 걸 잊고 있었는데, 너 원래 여기서 뭘 하려고 했던 거야?”


마리의 물음에 리안은 슬그머니 린세를 보았다. 약간의 고민 후 리안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원래는, 콜로딘에 탄트라 전복을 노리는 세력이 있다고 해서 동향을 살펴보는 중이었어요. 뭐 요양 하는 김에 그런 게 있나 돌아다녀 보는 정도였지만요.”


“그래서 노르센텀 구역에도 왔던 거구만.”


“그렇죠. 그러다 마리 씨랑 란펑님이랑 만나고 여기까지 오게 됐지만요.”


“인생 모르네.”


“······가끔 저보다 더 남자다우신 것 같아요.”


“하하. 애가 진짜 못하는 소리가 없네?”


즐겁게 떠드는 둘을 흐뭇한 표정으로 지켜보던 린세는 문득 인기척을 느끼고 둘을 멈춰세웠다.


“누가 있어요.”


“한스겠죠. 린세 씨는 나중에 따로 합류하죠.”


“네.”


깊은 어둠이 드리운 숲속 유일하게 달빛이 비추는 한곳에서 한스와 메넌, 실비아가 둘을 기다리고 있었다.


“늦어. 이러다 동 트겠어.”


“그쪽이 회복할 시간을 줘야 한다고 생각해서 말이야.”


3류 악당이나 할법한 대사였다. 한스를 도발하겠다는 마음이 너무 앞선 결과였다.


“좀 그럴듯한 변명은 없었나?”


“연인의 시간을 보내고 왔다.”


“뭐래!”


“아악!”


리안은 마리가 뻗은 주먹에 맞고 쓰러졌다. 불의의 습격에 리안은 바닥을 구르며 고통스러워했다.


“줄리안. 네가 그러면 실비아가 뭘 보고 배우겠어?”


“저는 아무것도 못 봤씁니다.”


“봐. 배려까지 해주고 있잖아.”


리안은 힘겹게 일어나서 마치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것처럼 자세를 바로잡았다.


“미안하게 됐네. 그래서, 여기선 뭘 하려고? 또 술래잡기?”


이번엔 메넌이 대답했다.


“아니.”


“그럼?”


“아무것도 안 해.”


리안은 작게 웃었다.


“그럼 뭐하러 모여 있는 거야?”


다시 한스가 대답했다.


“이야기좀 할까 해서. 정오엔 배를 타야 되니까 오래는 못하고.”


“거기 여자. 네 동료라면 뒤에 있으니까 찾아가.”


메넌은 그렇게 말하며 뒤를 가리켰다. 마리는 기가 차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


“너희를 무슨 수로 믿고?”


“그렇게 무방비하게 다가오는데 진작 머리를 날리지 않은 시점에서.”


만반의 상테에서도 깔끔하게 졌던 상대였다. 지금 상황에서 다시 싸운다고 한들 승리를 장담할 순 없었다.


“젠장.”


마리는 셋을 지나쳐 숲 속으로 사라졌다. 셋과 함께 남은 리안은 똑같이 빛의 공터로 가 자리를 잡았다.


“그래서 뭔데?”


“실비아.”


한스의 말에 실비아가 소총을 들었다.


“하, 씨. 여기까지 와서 이러기야?”


리안은 그대로 두 팔을 들어 항복의사를 보였다. 그러나 실비아는 총구르 치울 기미가 전혀 없었다.


“나도 가져가는 게 있어야지.”


“그게 내 목이면 수지타산이 맞겠네.”


“이해가 빨라서 좋아. 줄리안.”


“요하네스.”


리안은 실비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오로지 한스의 두 눈을 응시했다. 그 어두운 눈빛 아래에 무엇이 있는지는 누구도 알 수 없었다.


이윽고 한스의 손가락이 움직이고 숲 속에 총성이 울려퍼졌다.




항상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본격 월간연재 소설입니다.


올해는 많이 바쁘군요.


다음엔 더 좋은 글로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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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 달콤한 유혹 - 22 23.04.13 11 0 12쪽
116 달콤한 유혹 - 21 23.02.21 15 0 11쪽
115 달콤한 유혹 - 20 23.02.09 15 0 13쪽
114 달콤한 유혹 - 19 22.12.24 17 0 11쪽
113 달콤한 유혹 - 18 22.10.31 15 0 11쪽
112 달콤한 유혹 - 17 22.10.19 16 0 10쪽
» 달콤한 유혹 - 16 22.10.06 18 0 11쪽
110 달콤한 유혹 - 15 22.09.18 18 0 11쪽
109 달콤한 유혹 - 14 22.08.13 20 0 14쪽
108 달콤한 유혹 - 13 22.08.01 24 0 11쪽
107 달콤한 유혹 - 12 22.07.02 18 0 13쪽
106 달콤한 유혹 - 11 22.06.23 18 0 14쪽
105 달콤한 유혹 - 10 22.04.21 22 0 15쪽
104 달콤한 유혹 - 9 22.04.12 23 0 11쪽
103 달콤한 유혹 - 8 22.04.04 24 0 12쪽
102 달콤한 유혹 - 7 22.03.28 26 0 12쪽
101 달콤한 유혹 - 6 22.03.22 18 0 12쪽
100 달콤한 유혹 - 5 22.03.10 23 0 12쪽
99 달콤한 유혹 - 4 22.02.20 22 0 11쪽
98 달콤한 유혹 - 3 22.02.08 24 0 11쪽
97 달콤한 유혹 - 2 22.01.30 27 0 12쪽
96 달콤한 유혹 - 1 22.01.24 27 0 17쪽
95 작고 흰 괴물 22.01.16 23 0 12쪽
94 초에 불을 불이는 건 누구인가? - 8 22.01.09 16 0 10쪽
93 초에 불을 불이는 건 누구인가? - 7 22.01.03 16 0 18쪽
92 초에 불을 불이는 건 누구인가? - 6 21.12.28 1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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