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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텐스의 리루비안 연재지

기름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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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텐스
작품등록일 :
2020.08.29 17:54
최근연재일 :
2024.02.29 20:38
연재수 :
1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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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24
추천수 :
18
글자수 :
697,994

작성
22.02.20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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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달콤한 유혹 - 4

재미있게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DUMMY

장대비가 쏟아진다. 콜로딘에서 소나기가 내리는 건 늘 있는 일이지만, 태풍이 온 것도 아닌데 이렇게 몰아치는 건 그다지 흔치 않았다.


때아닌 폭우에 항구는 업무가 마비되었다. 각종 자재들이 강풍에 하늘을 날았고, 멀쩡한 흙바닥마저 쓸려 내려갈 빗줄기에 밖에 꺼내 놓았던 물품들은 어디 가만히 있질 못했다. 항구는 순식간에 풍비박산이 났다.


“이런. 너무 오랜만이라 힘조절을 잘못했네. 돈이라도 남겨야 하나.”


적당히 비 조금 내려서 시야만 가릴 생각이었던 란펑은 생각지도 못한 규모의 폭우에 혀를 내둘렀다.


“세르방트 놈들은 좀 당해도 싸. 어차피 여기서 착취한 거로 만든 것들일 텐데 뭐.”


“그러면 못써. 잊으면 안 되는 게, 우리 지금 범죄 저지르고 있는 거다? 우리가 나쁜 놈이야.”


“들킨다면 말이지. 그렇게 되기 전에 끝내자.”


넷은 폭우를 뚫고 항구 건물로 접근했다. 재해상황에 대부분의 경비들은 사태 수습에 투입되었고, 나머지 경비들은 란펑의 점으로 위치를 모두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그곳만 피해간다면 들키지 않고 이동할 수 있었다.


폭우로 극단적으로 시야가 짧아졌기 때문에 설령 장애물이 하나도 없는 평지를 걷는다고 해도 발각이 되지 않았다. 또한 폭우와 천둥으로 인한 소음으로 소음까지 사라지니 더더욱 감지하기 어려웠다.


도크 근처 철도가 지나가는 곳에 위치한 항구 건물은 삼엄한 경비가 지키고 있었다. 외벽에 기대서 잠시 상황을 살핀 란펑은 다른 셋에게 주의사항을 일러주었다.


“나만 따라오면 들킬 염려는 없겠지만, 그래도 조심해야 돼. 여기서 누구라도 들키면 그대로 끝이야. 변명도 못해. 여차할 땐 내가 해결해주긴 할거지만, 이전의 생활과는 작별이라고 생각해.”


린세가 거들었다.


“건물 안에선 혹여라도 능력을 쓰면 안 돼요. 요즘 어지간한 공공시설엔 마력 탐지기가 있어서 안에서 마법을 쓰면 바로 경보가 울리게 돼 있거든요.”


“요즘은 그런 것도 있구나. 조심해야겠네.”


일행은 창문을 열고 건물 안으로 잠입했다. 물기는 란펑이 꺼낸 수건으로 닦고, 창문은 일부러 열어두어 비가 흘러들어온 것처럼 했다.


처음 오는 것임에도 란펑은 자기집 드나드는 것처럼 능숙하게 이동했다.


“이렇게 많이 올 필요가 있었을까?”


“없지. 그래도 비 맞는 것보다는 낫잖아?”


“그렇게 데려왔다가 들키기라도 하면 코미디가 따로 없겠네.”


“코미디가 뭔데?”


“개그.”


“개그는 또 뭐고?”


“쉿. 들킬라.”


마리는 란펑을, 린세는 만홍을 데리고 계단 뒤로 숨었다. 아무도 없던 복도로 사람 두 명이 애기를 나누면서 지나갔다.


“다시 가자.”


리안은 어디 지하실이나 외딴곳이 아니라 상층부의 한가운데 갇혀 있었다. 도망치기 어렵게 하기 위한 의도라면 괜찮은 장소지만, 구태여 그럴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는 의문을 자아내는 장소였다.


“마침 경비가 없네. 빨리 처리하자.”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마리와 란펑을 따라가며 린세는 자기가 여기에 왜 있는지 혼란이 오기 시작했다.


자신이 저지른 일에 책임을 지고 그 수습을 하는 건 올바른 일이다. 하지만 그 방법이 범죄라면 과연 용서받을 수 있는 것인가? 그리고 그걸 거리낌 없이 저지르는 신수는 정체가 무엇이란 말인가?


그런 린세의 고민에도 상관없이 일은 진행되었다. 조심스럽게 좌우를 살핀 마리가 방문을 열고 들어갔다.


여기서 물러나도 어쩔 수 없는 노릇. 린세 역시 란펑의 뒤를 따라 들어갔다.


만홍까지 들어오고 문을 닫았다. 그리고 넷, 어쩌면 다섯이 마주하게 된 상황은 기묘하기 짝이 없었다.


그 어떤 구속도 없이 자유롭게 풀려나 있는 리안과 그걸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보고 있는 마리. 그리고 그 배경은 린세조차 괜찮다고 평가할 수 있을 아늑한 방이었다.


“난 또 무슨 고문이라도 받고 있으면 어떡하나 해서 서두른 건데, 아주 팔자 좋게 있었네?”


“오, 세상에. 지금 여길 침입한 거예요?”


“그래. 누구씨를 구하기 위해서 말이지.”


마리의 말에 리안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양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들키면 어쩌려고 그래요? 제가 선택한 길이니까 책임은 제가 져요. 마리 씨까지 위험에 빠트릴 순 없다고요.”


“왜 너 혼자 문제야? 나는? 함께한다며? 그럼 위험도 당연히 함께 하는 거 아냐?”


마리와 리안은 서로 언성을 높이며 마주 섰다.


“왜 항상 자기 몸걱정은 안해? 너가 뭐 잘못되면 내가 기뻐할 거 같아? 내가 그렇게까지 해달라고 했어?”


“안 했죠. 하지만 전 마리 씨가 무사했으면 좋겠어요. 아직 제가 어떤 처벌을 받게 될지, 또 상황이 어떻게 돌아갈지도 모르는데 너무 위험하잖아요.”


“그게 뭐 어때서? 세르방트 놈들이 같잖은 짓거리를 할 거라는 거야 뻔히 아는 건데 그 정도 각오하는 건 당연하잖아?”


“와주신 건 기뻐요. 하지만 전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아요. 절 탈출시키러 온 거잖아요? 그 다음엔 어쩌시려고요?”


“여기까지 와서 그런 걸 생각해야 돼? 잠깐은 감격의 포옹 같은 거 할 수도 있는 거잖아?”


“할 수 있죠. 할 수 있는데, 상황이 그렇지가 않잖아요. 일단은 나가요. 나가서 상황 진정되면 그때 해요. 알겠죠?”


“왜 그렇게 서두르는 거야? 뭐가 그렇게 급한데?”


둘이 그렇게 언성을 높이며 다투는 와중에 린세는 문득 발걸음 소리를 들었다. 뭔가 수가 많고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걸 알자 린세는 황급히 마리를 말렸다.


“바쁘신데 실례할게요. 누가 오고 있어요. 아마 이 방일 거예요.”


린세의 말에 마리는 짜증난 표정을 하긴 하였으나 마리 역시 누군가 오고 있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에 뭐라고 하기보단 숨을 장소부터 찾았다.


마리는 자연스럽게 전신거울의 뒤로 가 숨었다. 뿔이 걸리적거려 어디 숨기도 힘든 란펑은 침대 밑으로 들어갔다.


“만홍 씨, 이쪽으로.”


사람 한 명이 지내는 방에 숨을 만한 곳은 많지 않았다. 옷 몇 개 들어갈 정도의 크기의 옷장에 만홍과 린세 둘이 들어가야만 했다.


“불편하시더라도 조금만 참아주세요.”


옷장 안은 당연히 좁아서 둘이 몸을 딱 붙이고 있어야 했다. 비가 와서 약간 시원해지긴 했어도 여전히 뜨거운 공기가 숨막히게 몰려들었다.


“······네.”


이젠 인간인 만홍과 리안조차 들을 수 있을 정도로 발소리가 커졌다. 모두가 숨을 죽이고 기다리는 바로 그때, 침묵을 깨고 노크소리가 들리고 방문이 열렸다.


“줄리안. 재미있는 소식이 있는데?”


린세는 목소리를 듣자마자 전율했다. 방금 들려온 목소리는 절대 잊어버릴 수 없는 목소리였다.


“한스, 또 놀리러 왔냐?”


“들어나 봐. 네 여자친구가 너 빼내려고 기 쓰는 모양이던데?”


연방 수사관 한스. 중후한 목소리로 익살스럽게 얘기하는 그의 모습에서 린세는 알 수 없는 섬뜩함을 느꼈다.


“누가 찾아오기라도 했어?”


“탄트라쪽 영사. 뭐 오해가 있었던 거 같다고 찾아왔는데, 그걸 누가 말해줬을까? 부럽다 부러워.”


“우라질놈.”


리안은 작게 한숨을 쉬며 침대에 걸터앉았다. 한스는 작게 웃으며 창틀에 걸터앉아 밖을 바라보았다.


“그쪽은 잘 타일러서 돌려보냈어. 예정대로 갈 거야. 문제는 없지?”


“글쎄. 그대로 돌아갈까? 마족은 집착이 심한데.”


잠깐 대화가 끊겼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 번개가 쳤다. 천둥소리가 그치고 빗소리를 배경으로 한스가 나지막하게 말했다.


“그건 그것대로 기대되는 걸?”


린세는 확신했다. 한스는 연방 수사관 따위가 아니었다. 그리고 동시에 한스와 계획을 공유하는 리안 역시 일개 항만 공무원일 수가 없었다.


린세의 동요가 얇은 천을 넘어 만홍에게도 전달되었다.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도 힘든 상황에서 별다른 행동은 할 수 없었지만, 최소한 지금 상황이 썩 좋지만은 않다는 건 알 수 있었다.


“성격 나쁘네. 할 거 없으면 가서 보고서나 써. 하는 김에 저기 뒤에서 불쌍하게 기다리고 있는 실비아도 가르쳐주고. 매넌은 밖에 있나? 걔는 뭐, 굳이 안 가르쳐줘도 되겠네.”


리안은 여러 사람의 이름을 불렀으나, 그 중 누구도 대답하지 않았다. 리안은 작게 웃은 후에 침대에서 일어났다.


“한스. 날 의심하는 거야 알겠는데, 날 키운 건 당신이잖아? 믿어보라고.”


“애송이가. 남은 일이나 잘 처리해. 말했던 대로 곧 시작이니까.”


“그러죠. 본토에서 뵙죠.”


“네 친구들 잘 간수해.”


약간의 침묵 후 한스는 실비아를 데리고 방을 나섰다.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매넌까지 셋의 발소리가 완전히 멀어진 뒤에야 숨어있던 모두가 얼굴을 내밀었다.


“너. 정체가 뭐야?”


거울 뒤에서 나온 마리는 곧장 씁쓸한 표정의 리안을 쏘아붙였다. 리안은 작게 한숨을 쉬며 시선을 피했다.


“죄송해요. 언젠가 말하려고 했는데.”


“죄송한 건 됐어. 뭔지나 빨리 말해.”


그리 보고 싶지 않은 광경에 린세는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돌린 시선의 끝에 있는 만홍의 상태가 그리 좋지 않음을 발견하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만홍 씨?”


멍한 표정의 만홍은 손을 들어 괜찮음을 표현하려다가 그대로 쓰러졌다.


“만홍 씨!”


린세가 늦지 않게 잡아 만홍이 무방비로 쓰러지는 것은 막았다. 그러나 이미 만홍은 의식을 잃은 뒤였다.


“매혹에 걸리셨나봐요. 조심했어야 하는데.”


아무런 내성도 없는 일반인인 만홍이 마족과 밀접 접촉한 결과였다. 단순히 매혹 당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잠시 안정을 취하면 쉽게 회복할 수 있었다.


문제는 지금 있는 곳이 적진 한복판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이었고, 그렇게 있을 만한 시간을 확보하기가 어려웠다.


“시간이 없어. 어서 이동해야 돼.”


란펑이 창밖을 보며 그렇게 말했다. 잠깐 소나기를 불러온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폭풍은 머지 않아 그칠 예정이었다.


“잠깐만 기다려봐. 아직 얘기 안 끝났거든?”


마리가 그렇게 말하고 리안과의 신경전을 재개하려는 찰나, 항구 건물 전체에 경보가 울리기 시작했다.


“뭐죠?”


모두가 리안을 보았다. 리안은 신음소리를 흘리다 마지 못해 입을 열었다.


“마족이 침입했다는 경보입니다.”


항구 전체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항상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현실이 힘들군요.


좀 더 열심히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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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 달콤한 유혹 - 20 23.02.09 15 0 13쪽
114 달콤한 유혹 - 19 22.12.24 17 0 11쪽
113 달콤한 유혹 - 18 22.10.31 15 0 11쪽
112 달콤한 유혹 - 17 22.10.19 16 0 10쪽
111 달콤한 유혹 - 16 22.10.06 17 0 11쪽
110 달콤한 유혹 - 15 22.09.18 18 0 11쪽
109 달콤한 유혹 - 14 22.08.13 19 0 14쪽
108 달콤한 유혹 - 13 22.08.01 24 0 11쪽
107 달콤한 유혹 - 12 22.07.02 18 0 13쪽
106 달콤한 유혹 - 11 22.06.23 18 0 14쪽
105 달콤한 유혹 - 10 22.04.21 22 0 15쪽
104 달콤한 유혹 - 9 22.04.12 22 0 11쪽
103 달콤한 유혹 - 8 22.04.04 23 0 12쪽
102 달콤한 유혹 - 7 22.03.28 26 0 12쪽
101 달콤한 유혹 - 6 22.03.22 18 0 12쪽
100 달콤한 유혹 - 5 22.03.10 23 0 12쪽
» 달콤한 유혹 - 4 22.02.20 22 0 11쪽
98 달콤한 유혹 - 3 22.02.08 23 0 11쪽
97 달콤한 유혹 - 2 22.01.30 27 0 12쪽
96 달콤한 유혹 - 1 22.01.24 27 0 17쪽
95 작고 흰 괴물 22.01.16 23 0 12쪽
94 초에 불을 불이는 건 누구인가? - 8 22.01.09 16 0 10쪽
93 초에 불을 불이는 건 누구인가? - 7 22.01.03 16 0 18쪽
92 초에 불을 불이는 건 누구인가? - 6 21.12.28 1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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