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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텐스의 리루비안 연재지

기름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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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텐스
작품등록일 :
2020.08.29 17:54
최근연재일 :
2024.02.29 20:38
연재수 :
121 회
조회수 :
3,525
추천수 :
18
글자수 :
697,994

작성
22.04.12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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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달콤한 유혹 - 9

재미있게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DUMMY

“이상해.”


해변가의 카페에서의 즐거운 한때에 린세는 어울리지 않게 푸념을 늘어놓았다.


“요즘 직장 동료가 날 피하는 것 같아.”


맞은편의 사히라는 그런 린세의 기분을 아는지 모르는지 함박웃음을 지으며 벌써 몇 개 째인지 모를 케이크를 입안에 넣었다.


“내가 너무 귀찮게 굴었나? 기껏 속마음을 털어놓고 마음이 통했다고 생각했는데.”


린세는 침울한 표정으로 자기 몫의 케이크를 먹었다. 내심 린세의 것을 노리고 있던 사히라는 아쉬움을 삼켰다.


“뭘 그렇게 신경 쓰고 그래? 인연이라는 건 문득 찾아왔다 문득 떠나는 법이야.”


“그렇긴 한데. 그래도 여기 와서 처음 사귄 지인인걸.”


말은 그렇게 하였으나 린세는 엄청난 속도로 케이크를 먹어치웠다. 순식간에 접시엔 케이크가 있었다는 것만 암시하는 빵 부스러기와 크림 약간만이 남았다.


“그러면 너가 먼저 다가가봐. 산호를 보려면 내가 먼저 다가가야지 내가 산호까지 떠내려가길 기다리면 안 돼.”


“그게 맞긴 한데, 뭔가 무작정 다가가면 그대로 도망갈 것 같아서.”


만홍은 껄끄러운 상대가 있으면 자리를 피하지, 맞서거나 적당히 웃어넘기는 성격은 아니었다. 이따금 섬에서 볼 수 있는 원숭이보다도 경계심이 강했다.


“복잡하구나. 나라면 그냥 보내줬어.”


“여기 일하면서 계속 볼 사이니까. 어색한 채로 넘어가긴 싫잖아?”


“굳이 모두랑 친해져야 하나 싶기도 한데, 그게 린세의 장점이니까 나도 응원할게.”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네.”


둘은 각자 케이크를 한조각씩 더 주문해 먹었다. 테이블엔 접시만 쌓여갔다.


카페 주인이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자기가 받을 돈을 계산하고 있을 때에 그 돈을 낼 둘은 다시 한가롭게 바다를 바라보았다.


해안가를 따라 펼쳐진 모래사장에 사람들은 각자 자리를 펴고서 즐거운 한때를 즐기고 있었다. 아무런 근심 걱정 없는 모습에 보는 사람마저 저 사이로 뛰어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파도에 밀려오는 미역조차도 지금은 자연의 신비로움을 보여주는 듯했다.


‘미역?’


미역이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거대한 검은 물체는 파도에 휩쓸려 이리저리 떠다니다가 이내 해안가에 안착하여 이따금 파도가 밀려올 때만 약간씩 움직이게 되었다. 린세는 그걸 유심히 보다가 머지 않아 그게 무엇인지 눈치채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사람이야! 사히라, 계산 부탁해. 나중에 줄게!”


린세는 테라스를 뛰어넘어 착지한 뒤 빠르게 뛰어 해변가로 다가갔다. 다가갈수록 누구인지 명확해졌고, 린세는 확신하게 되었다.


“현무님! 괜찮으세요?”


린세는 정석대로 란펑의 몸을 뒤집은 다음 겨드랑이를 잡고 뒷걸음질 쳐 뭍으로 끌어올린 뒤 호흡이 있나 확인했다. 다행히 무사히 호흡하고 있다는 것을 안 린세는 마법으로 불을 피운 다음에 란펑의 몸을 말렸다.


“와아, 신수네. 누군지 알아?”


뒤늦게 사히라가 걸어왔다.


“응. 현무님이셔. 이런저런 일로 알게 됐어.”


린세가 설명해 주었지만 사히라는 조금도 관심 없다는 듯 란펑의 머리맡에 쭈그려 앉아 꼬리로 모래사장을 두드리며 란펑을 지긋이 바라보았다.


“어쩌다가 이렇게 되신 거지? 수영을 못하시진 않을 텐데.”


“뭔가 용왕님이랑 비슷한 느낌이 나네.”


“음? 바다를 관장하셔서 그런가?”


“근데 물에 빠져서 떠내려 오는 거야?”


“그거언······. 모르는 척해드리자.”


둘이 그렇게 노닥거리고 있으니 어느새 란펑이 눈을 떴다. 잠시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던 란펑은 황급히 몸을 일으켜 입에서 물을 뿜어냈다.


“우부부부부.”


“괜찮으세요?”


“좀 많이 나오는데?”


“사히라!”


저 몸에서 어떻게 저렇게 나오나 싶을 만큼 물을 뱉은 란펑은 입가의 물기를 닦으며 숨을 골랐다.


“반나절, 정도인가? 그렇게 최악은 아닐지도.”


“여기 손수건이요.”


“음? 아니야. 괜찮아.”


린세의 도움을 거절한 란펑은 일어나서 주위를 살폈다. 그리고 이젠 전매특허가 된 어디선가 꺼낸 수정구슬을 손에 들고 잠시 명상을 하였다.


“조금 이상한 사람인데?”


“사히라!”


“괜찮아. 자유분방한 게 바다 생물의 장점이니까. 그나저나 상황이 별로 좋진 않네.”


수정 구슬을 집어넣은 란펑은 한숨을 쉬며 옷 매무새를 고쳤다. 그 가녀린 모습에도 전혀 연약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고마워. 덕분에 늦지 않게 정신을 차린 것 같아. 지금부터 부지런히 움직이면 어떻게든 되겠지. 나중에 뭐라도 대접할게!”


정리를 마친 란펑은 성큼성큼 걸어 떠나갔다.


“뭐였던 걸까?”


“몰라. 신수는 이해하는 거 아니랬어.”


해변가 저편으로 사라지던 란펑은 신발이 어디로 떠내려간 탓에 맨발로 걷다가 뭔가를 밟곤 펄쩍 뛰어올랐고, 그 상태로 어디선가 날아온 공을 맞고 모래사장에 처박혔다.


잠시 모래사장에 머리를 박고 있던 란펑은 별안간 마구 팔을 휘두르며 모래사장을 두들겼다. 누가 봐도 화가 나서 화풀이를 하는 모습이었다.


“역시 따라가봐야겠어. 내가 같이 있어드려야 할 것 같아.”


“혼자 보내기엔 뭔가 불안하긴 하네.”


“내 생각에도 그런 것······. 아니? 나라도 도움이 되어 드려야지.”


“뭔가 재미있어 보이네. 나도 따라갈래.”


린세는 순간 사히라가 따라오는 걸 말릴까 고민해 보았지만 사람은 한 명이라도 더 많은 게 좋을 거라는 생각에 그냥 두기로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말린다고 따라오지 않을 사히라가 아니기도 했다.


“죄송합니다! 응? 마족인데 지금 공 맞은 거야?”


“공놀이를 할 땐 주위에 누가 있나 보고 하자?”


“뭐래. 마족이면 그 정도는 피해야지. 모래나 터세요. 덥지도 않나?”


반라의 남자가 공을 주워 가고 홀로 남은 란펑은 심호흡을 하며 감정을 다스렸다. 사내에게 추후 5대는 이어질 저주를 충분히 걸 수 있음에도 참은 란펑은 충분히 자애로운 신수였다.


“현무님!”


너무나도 오랜만에 듣는 호칭에 란펑은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가 린세임을 보곤 짧게 숨을 내쉬었다.


“나한테 무슨 볼 일이라도 있니?”


린세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부터 뭘 하실 건지 모르겠지만, 저도 도와드릴게요. 오늘은 휴일이라 한가하거든요.”


“나도!”


린세에 이어 사히라도 손을 번쩍 들며 말했다. 란펑은 둘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눈만 깜빡이다 이내 실소를 터트렸다.


“나도 참 한물 갔네. 이렇게나 믿음이 없어서야.”


“솔직히 지금 모습을 보고 믿으라고 하는 것도······. 읍읍!”


린세는 더는 지켜보지 않고 사히라의 입을 막았다. 사히라는 격렬히 저항하였으나 린세는 쉽게 놔주지 않았다.


“아하하. 얘 말은 그렇게 신경쓰지 마시고요. 저번 일과 관련된 거죠? 돕게 해주세요. 아니? 도울게요.”


“응응!”


몸부림 끝에 린세의 구속에서 풀려난 사히라는 린세에게 원망의 시선을 보내는 대신 란펑에게 자신도 동조하듯 빛나는 시선을 보냈다.


란펑은 미소를 지으며 둘을 번갈아가며 보았다. 해룡에 흡혈귀라는 기괴한 조합을 어떻게 써야 할지 좀처럼 상상이 가지 않았다.


‘샤오도 칭란도 예전엔 이렇게 맑은 눈빛이었는데.’


탄트라가 탄트라라고 불리기도 이전의 일이었다. 지금 와서 떠올려 봐야 아무런 의미도 없는 이야기였지만, 란펑은 간만에 떠오른 옛날 생각에 기분이 좋아졌다.


“좋아. 하지만 전에 해준 주의는 기억하지? 뭐가 잘못돼도 난 책임 못 져. 나도 이번엔 좀 진심을 낼 거라 그런 일은 없겠지만.”


란펑이 실력이 없는 건 아니고 보여준 게 없는 것도 아니지만 뭔가 믿음이 안 가는 인상이 있었다. 신수에 대한 예의를 최대한 지키려고 하는 린세조차 그런 생각이니 사히라는 더더욱 말할 것도 없었다.


둘은 말로 하진 않았으나 분위기가 둘의 생각을 말해주고 있었다. 란펑은 살짝 기분이 상해서 인상을 썼다.


“탄트라에 있을 땐 이런 일 없었는데. 나도 어디까지 추락한 건지.”


린세는 뒤늦게 란펑의 기분이 상했음을 깨닫고 사과하려 하였으나 란펑은 그보다 먼저 걸음을 재개했다.


“좋아. 정면돌파로 가볼까?”


란펑은 결심을 굳힌 듯 합장을 했다. 처음엔 아무런 일도 없었으나 이내 하늘 저편에서 먹구름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지금은 건기라서 시선을 끌겠지만, 이 정도는 해야 타격이 되겠지.”


먹구름은 머지않아 하늘 한구석을 가득 메웠다. 저번의 폭우와는 규모가 차원이 달랐다. 맨 바다에서 태풍이 생겨나 다가오고 있었다.


“와아, 신수는 역시 다르네.”


바다에서 지내며 수많은 태풍을 봐온 사히라가 보기에도 이례적인 규모였다.


“그나저나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분위기가 전혀 진지하지 않아서 그렇지 평범한 상황은 아닐 터였다. 아무리 못미더워도 신수 정도 되는 인물이 정신을 잃고 해안가에 떠내려올 정도였다. 란펑과 같이 있어야 하는 마리와 리안에게 무슨 일이 있음이 확실했다.


“별건 아니야. 그 뒤로 좀 숨어 다니다가 다른 섬으로 뜨기로 마음먹고 배를 수배해서 띄웠는데 상대의 사보타주에 배가 침몰했다? 그 정도야.”


별일이 아니라고 하기엔 굉장히 큰 일이었다.


“중립지역에서 대담하네요.”


콜로딘은 여러 국가가 국경을 맞대고 있는 곳이었다. 조금만 어긋나도 국제분쟁이 되기 십상인데 그런 곳에서 이렇게 과격한 행위를 하는 건 상당히 위험한 일이었다.


“그 한스라는 놈. 상당히 위험한 놈이야. 일단 둘의 생사는 확인했으니 남은 건 구출하는 건데, 문제는 상대가 어떤 준비를 하고 있을지 알 수 없다는 거지.”


란펑은 또 어느 틈에 수정 구슬을 꺼내서 들여다보고 있었다. 평소에 란펑은 전혀 마족 같은 움직임을 보이지 않지만, 저 수정 구슬을 다룰 때만큼은 같은 마족도 눈치채지 못할 만큼 용의주도했다. 굉장히 사소한 점이라도 그 사소한 점에서 린세는 란펑이 신수가 맞긴 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래서 해룡, 사히라라고 했던가? 사람을 등에 태우고 얼마나 헤엄칠 수 있어?”


“풍랑 속에서 말이지?”


“이해가 빠르네.”


“그럼 현무랑 린세 정도는 얼마든지. 린세가 좀 무겁긴 해도 괜찮아.”


린세는 얼굴을 붉히며 황급히 사히라의 입을 막으려 했지만, 사히라는 3번은 당해주지 않고 피했다.


“그거면 충분해. 바로 가볼까?”


인적이 드문 바닷가로 간 셋은 사히라가 먼저 바다에 들어가고 란펑은 그 뒤에 매달렸다. 린세는 스스로 바다로 들어갔다.


“린세도 뒤에 타도 돼.”


“아니야. 난 스스로 갈래.”


“그래? 힘들 걸? 힘들면 말해.”


“고마워.”


“유치한 신경전은 거기까지 하고 출발하자.”


셋은 바다를 향해 나아갔다. 파도는 점점 거칠어지고 하늘은 실시간으로 어두워지고 있었다. 이윽고 첫번째 천둥이 치며 태풍이 오고 있음을 알렸다.




항상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오늘도 조용히 한편 놓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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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 달콤한 유혹 - 26 24.02.29 5 0 12쪽
120 달콤한 유혹 - 25 23.12.31 7 0 23쪽
119 달콤한 유혹 - 24 23.08.27 8 0 12쪽
118 달콤한 유혹 - 23 23.06.16 10 0 10쪽
117 달콤한 유혹 - 22 23.04.13 11 0 12쪽
116 달콤한 유혹 - 21 23.02.21 15 0 11쪽
115 달콤한 유혹 - 20 23.02.09 15 0 13쪽
114 달콤한 유혹 - 19 22.12.24 17 0 11쪽
113 달콤한 유혹 - 18 22.10.31 15 0 11쪽
112 달콤한 유혹 - 17 22.10.19 16 0 10쪽
111 달콤한 유혹 - 16 22.10.06 17 0 11쪽
110 달콤한 유혹 - 15 22.09.18 18 0 11쪽
109 달콤한 유혹 - 14 22.08.13 19 0 14쪽
108 달콤한 유혹 - 13 22.08.01 24 0 11쪽
107 달콤한 유혹 - 12 22.07.02 18 0 13쪽
106 달콤한 유혹 - 11 22.06.23 18 0 14쪽
105 달콤한 유혹 - 10 22.04.21 22 0 15쪽
» 달콤한 유혹 - 9 22.04.12 23 0 11쪽
103 달콤한 유혹 - 8 22.04.04 23 0 12쪽
102 달콤한 유혹 - 7 22.03.28 26 0 12쪽
101 달콤한 유혹 - 6 22.03.22 18 0 12쪽
100 달콤한 유혹 - 5 22.03.10 23 0 12쪽
99 달콤한 유혹 - 4 22.02.20 22 0 11쪽
98 달콤한 유혹 - 3 22.02.08 23 0 11쪽
97 달콤한 유혹 - 2 22.01.30 27 0 12쪽
96 달콤한 유혹 - 1 22.01.24 27 0 17쪽
95 작고 흰 괴물 22.01.16 23 0 12쪽
94 초에 불을 불이는 건 누구인가? - 8 22.01.09 16 0 10쪽
93 초에 불을 불이는 건 누구인가? - 7 22.01.03 16 0 18쪽
92 초에 불을 불이는 건 누구인가? - 6 21.12.28 1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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