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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텐스의 리루비안 연재지

기름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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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텐스
작품등록일 :
2020.08.29 17:54
최근연재일 :
2024.02.29 20:38
연재수 :
121 회
조회수 :
3,447
추천수 :
18
글자수 :
697,994

작성
22.08.01 20:30
조회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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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달콤한 유혹 - 13

재미있게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DUMMY

리안과 린세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기다려 보았으나 셋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건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우리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을 하죠. 멈춰 있을 시간은 없어요.”


‘대단한 사람이야.’


리안은 흔들림이 없었다. 자신은 동료들에 비하면 자격이 없다고 하였으나, 린세가 보기엔 리안이야말로 용사에 어울리는 사람이었다. 그 결단력, 그리고 판단력은 평범한 사람이 가질 것이 아니었다.


“저는 일단 근무에 열중할게요. 사고 친게 있어서 요즘은 자중해야 하거든요. 제 집은 편하실대로 사용하셔도 돼요.”


“감사합니다. 뭔가 소식이 있으면 알려드릴게요.”


둘은 헤어져 각자 일에 들어갔다. 린세는 마음을 졸이며 휴일간 밀린 업무를 처리했다. 평소엔 시간 가는줄도 모르고 하던 일이지만, 지금은 무슨 짓을 해도 시간이 가질 않았다.


시계바늘이 움직이는 소리가 린세의 정신을 파먹어 자기가 무슨 서류에 서명을 하고 있는지도 모를 때에 간신히 업무시간이 끝났다.


“어떻게 됐나요?”


업무시간이 끝나기 무섭게 출근카드를 찍은 린세는 곧장 만홍에게로 달려갔다. 한참 잔업준비로 바쁘던 만홍은 갑작스런 린세의 등장에 당황했다.


“어떤 걸 말씀이십니까?”


“리! 아니, 어제 말씀 드린 거요.”


린세는 하마터면 리안의 이름을 외칠뻔했다. 만홍은 잠시 생각하다가 뒤늦게 어제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아, 네. 잘 처리했습니다.”


만홍은 그렇게 말하곤 다시 일에 집중했다. 빨리 끝내지 않으면 오늘도 밤이 돼서야 퇴근할 것 같았다.


“너무 딱딱하잖아요. 슬슬 친근하게 대해주셔도 되는데요.”


만홍은 복잡한 기분에 들고 있던 펜을 놓았다. 어떤 대답을 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았다. 거절하는 것도 승낙하는 것도 어느쪽도 내키지 않았다.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쪽이 편합니다.”


린세는 거리감을 재기 힘들었다. 어디까지가 진심이고 어디까지가 농담인지 알기 어려웠다.


“만약 제가 편하게 대하라고 명령을 내린다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하지만 아무리 만홍이라도 이 말이 장난이 아니라는 건 눈치채할 수 있었다. 린세는 진심으로 궁금해서 물어보고 있었다.


“그래도 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어렵네요. 저는 좀 더 친해지고 싶은데요.”


“네······. 저보다는 리안 씨가 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린세는 왜 별안간 리안의 이름이 나온 건지 이해하지 못했다. 만홍과 리안은 말 그대로 얼굴만 아는 수준의 사이였다. 이름도 간신히 아는 관계에서 어떻게 떠오를 수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리안 씨가 사교성이 좋긴 하죠. 하지만 리안 씨는 리안 씨고요. 만홍 씨는 만홍 씨잖아요?”


“······잘 모르겠습니다.”


대화가 이어질수록 이야기는 더더욱 미궁속으로 빠져들어갔다. 머리가 어지러워진 린세는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그럼 알면 되는 거죠. 처리해야 되는 서류는 이것들인가요? 도와드릴게요. 두 명이서 하면 금방 끝날 거에요.”


린세는 만홍의 책상에 놓인 파일철을 한움큼 집어 들었다. 만홍이 기겁해서 일어났으나 린세는 손을 들어 그런 만홍을 막았다.


“만홍 씨가 늦게 퇴근해서 몸 상태가 안 좋아지면 다음날 업무에도 지장이 가잖아요? 그걸 막기 위함입니다. 아아, 자기 일이니까 자기가 하겠다는 건 안 통해요. 제가 상사니까 부하의 일을 살피는 건 당연한 일이잖아요? 뭘 해도 소용 없으니까 포기해요.”


만홍은 무어라 항변을 하고 싶었지만, 그 여지는 린세에계 전부 원천봉쇄 당하고 말았다. 만홍은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었다.


“확인했습니다. 최대한 빨리 끝내도록 하겠습니다.”


“당연히 정확히 해야 하고요. 시작해 볼까요?”


모두 퇴근하고 둘만 남은 사무실에서 종이 넘기는 소리와 펜이 움직이는 소리만 울려퍼졌다. 이따금 순찰인원이 돌아다니는 소리를 제외한다면 한마디 대화 없는 고요의 순간이었다.


“제쪽은 다 끝났어요. 이건 날짜순으로 정렬해서 철 했고, 이쪽은 분류별로 분류 해놨고, 이쪽도 필사 다 끝나서 제출용이랑 보관용 준비 끝냈어요.”


린세라고 폼으로 영사를 단 건 아니었기 때문에 이런 정도의 업무라면 힘들이지 않고 할 수 있었다. 만홍 혼자 했으면 오늘 내로 끝낼 수 있을지 의문이었을 분량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감사합니다. 저는 아직 좀 남아서 마저 끝내고 퇴근하겠습니다. 조심해서 들어가십시오.”


만홍은 그렇게 말하고 다시 일에 집중했다. 그 모습을 본 린세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죠. 이럴 땐 다음에 뭐라도 한턱 내겠다고 하는 거예요.”


만홍은 당황한 표정으로 린세를 보았다. 린세는 당당하게 만홍을 보았다.


“제가 사드리는 게 취향에 맞으실 리가······.”


“가격보단 성의가 중요한 법이에요. 저는 단거면 뭐든지 좋으니까 막 그렇게 비싼 게 아니어도 괜찮아요.”


잠시 고민하던 만홍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면 만홍도 납득할 수 있는 제안이었다.


“빠른 시일 내로 준비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굳이 빨리 안하셔도 괜찮아요. 일 다 끝나고 여유로울 때도 괜찮으니까요.”


린세는 그렇게 말하고 짐을 챙겨 일어났다. 만홍은 고지식한 사람이라서 말한 그대로 할 확률이 높다. 그렇다고 한다면 최대한 빠른 시일 내로 무언가 날아올 터여다. 그게 무엇일지 린세는 매우 기대가 되었다.


“그럼 고생하세요. 사실 남은 것도 도와드리고 싶지만, 그거까지 도와드리면 정말 간이고 쓸개고 다 빼주실 것 같아서요.”


“죄송합니다.”


“또! 뭐 천천히 바꿔가면 되는 거죠. 같이 잔업도 한 사이잖아요? 이제와서 라는 느낌이지만요.”


“네.”


린세는 손을 흔들며 대사관을 나섰다. 어느새 하늘이 어두워지고 있었다.


‘리안 씨 기다리시려나?’


린세는 서둘러 집으로 돌아갔다. 혹여 소식을 놓치게 되는 건 피하고 싶었다.


“리안 씨! 뭔가 소식이 있었나요?”


응접실에 도착한 린세는 방을 가득 메운 종이에 두 눈을 크게 떴다. 수많은 종이무더기의 가운데 리안이 펜을 굴리며 뭔가 고민을 하고 있었다.


“아뇨. 하지만 곧 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리안은 그렇게 말하며 계속해서 집중했다. 린세는 괜히 방해하지 않도록 조용히 물러나 저녁준비를 했다. 린세가 저녁준비를 다 하고 나왔을 땐 리안도 어느정도 정리된 뒤였다.


“식사부터 하고 해요.”


“아, 감사합니다.”


리안은 전투적으로 밥을 먹었다. 오늘의 첫끼이기 때문에 식욕이 없어도 훅훅 들어갔다. 다 먹은 리안은 길게 한숨을 쉬고 깔금하게 정리된 종이 한 장을 들었다.


“제 예상대로라면 오늘 내로 한스가 움직임을 보일 겁니다. 그게 선전포고가 됐든 암살자가 됐든 말이죠. 제가 돌아갈 생각이 없다는 걸 안 이상 반드시 그럴 겁니다.”


린세는 마른침을 삼켰다. 시간이 얼마 없다는 걸 아니 긴장이 되는 것 같았다.


“뭔가 확신이 있으신 것 같네요.”


“한스가 저를 잘 아는 만큼 저도 한스를 잘 알고 있으니까요.”


린세는 분명 그것 뿐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작 그것만으로는 저렇게 강한 확신을 가질 수 없었다. 무언가 확신을 주는 요소가 리안에게 분명히 존재했다.


“그럼 저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간단히 설명드리겠습니다. 저는 머지 않아 한스에게서 올 연락을 받고 그쪽에서 고지한 장소에 나갑니다. 린세 씨는 나서지 않으셔도 돼요. 도리어 지금까지처럼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그리고 거기서 저는 회담에 나섭니다. 린세 씨는 그동안 숨어서 상황을 봐주세요. 판단은 맞기겠습니다. 어쩌면 란펑님이 신호를 주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리안은 거기까지 말하고 자신이 쓴 종이를 보았다. 무언가 빠트린 것이 없는지 한번 더 생각해 보았다. 한스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자였다. 최대한 많은 경우의 수를 고려해야만 했다.


“회담 내용은······. 대강 예상이 갑니다. 아마 저의 복귀와 마리 씨의 안전. 그걸 교환조건으로 하겠죠. 단지 그 뿐이라면 저는 응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하지만 그러지 않을 것 같으신 거겠네요.”


“네. 분명 그것으로 끝나지 않을 겁니다. 란펑님을 인질로 완전복종을 요구할 수도 있을 거고, 친구분을. 인질로 다른 사람들의 신원을 요구할 수도 있을 거고요.”


“······정말 괜찮으시겠어요?”


리안은 한숨을 쉬며 종이를 내려놓았다. 종이는 힘없이 탁자 위에 떨어졌다.


“솔직히 한스에게 달려있다고 봅니다. 제 의사는 별로 중요하지 않을 것 같다는 예상이 드네요.”


인질이 있는 한 사건의 주도권은 한스에게 있었다. 좋으나 싫으나 리안은 거기에 맞춰가는 수밖에 없었다.


“누군가 왔어요.”


올것이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리안도 린세도 숨을 죽이고 방문객의 도착을 기다렸다. 이윽고 머지 않아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실례합니다.”


만홍의 목소리였다. 린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기꺼이 문을 열어주었다.


“어머, 만홍 씨. 무슨 일이세요?”


만홍은 조용히 들고 있던 봉투를 내밀었다.


“이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퇴근하려고 보니 책상에 있었습니다. 혹시 영사님 것인가 해서 챙겨왔습니다.”


린세는 안 그래도 괜찮았다고 말해주고 넘어가려는 찰나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전에 본적이 없는 봉투였다. 새하얀 편지봉투엔 작게 L이라고만 적혀있었다.


“리안 씨.”


린세의 부름에 리안이 고개를 내밀었다. 만홍과 작게 목례를 나눈 리안은 린세가 내미는 봉투를 보곤 표정이 어두워졌다.


“올것이 왔군요.”



아직 열어보기도 전임에도 리안과 린세는 직감적으로 편지를 누가 보냈는지 알 것 같았다.


분위기가 뭔가 묘하긴 해도 자신의 임무를 완수한 만홍은 꾸벅 고개를 숙였다. 둘의 방해를 하면 안될 것 같았다.


“전 내일도 일이 있어서 이만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아, 네. 고생하셨어요. 만홍 씨.”


“고생하세요.”


만홍이 떠나고 잠시 주변을 살핀 린세는 곧장 문을 닫고 안으로 가 편지봉투를 뜯었다.


“읽어보세요.”


린세는 차마 읽을 수 없어 안에 들어있던 편지를 리안에게 넘겼다. 리안은 긴장된 손짓으로 편지를 열었다.


“해가 지면 숲으로. 이것만 적혀있군요.”


“숲이 한 두 군데가 아닌데 말이죠.”


“짐작 가는 곳이 있습니다. 여기서 동남쪽에 있는 숲일 겁니다.”


“’이유가 있나요?”


리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가장 인적이 드물거든요. 동시에 어디로 도망치기도 힘들고요. 결말을 보자는 거겠죠.”


린세는 고개를 끄덕였다.


“슬슬 준비해볼까요?”


“그러죠. 딱히 뭐 챙길 건 없지만요.”


둘은 약속장소로 가기 위한 준비를 했다. 올것이 왔다는 생각에 손이 무거웠다.




항상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현생이 너무 바쁘군요. 


정말 너무 더운데 다들 건강 조심하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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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 달콤한 유혹 - 21 23.02.21 14 0 11쪽
115 달콤한 유혹 - 20 23.02.09 15 0 13쪽
114 달콤한 유혹 - 19 22.12.24 17 0 11쪽
113 달콤한 유혹 - 18 22.10.31 15 0 11쪽
112 달콤한 유혹 - 17 22.10.19 16 0 10쪽
111 달콤한 유혹 - 16 22.10.06 17 0 11쪽
110 달콤한 유혹 - 15 22.09.18 18 0 11쪽
109 달콤한 유혹 - 14 22.08.13 18 0 14쪽
» 달콤한 유혹 - 13 22.08.01 24 0 11쪽
107 달콤한 유혹 - 12 22.07.02 18 0 13쪽
106 달콤한 유혹 - 11 22.06.23 18 0 14쪽
105 달콤한 유혹 - 10 22.04.21 22 0 15쪽
104 달콤한 유혹 - 9 22.04.12 22 0 11쪽
103 달콤한 유혹 - 8 22.04.04 23 0 12쪽
102 달콤한 유혹 - 7 22.03.28 26 0 12쪽
101 달콤한 유혹 - 6 22.03.22 18 0 12쪽
100 달콤한 유혹 - 5 22.03.10 22 0 12쪽
99 달콤한 유혹 - 4 22.02.20 21 0 11쪽
98 달콤한 유혹 - 3 22.02.08 23 0 11쪽
97 달콤한 유혹 - 2 22.01.30 26 0 12쪽
96 달콤한 유혹 - 1 22.01.24 26 0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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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초에 불을 불이는 건 누구인가? - 8 22.01.09 16 0 10쪽
93 초에 불을 불이는 건 누구인가? - 7 22.01.03 16 0 18쪽
92 초에 불을 불이는 건 누구인가? - 6 21.12.28 1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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