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선주 님의 서재입니다.

잉카의 전사

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일반소설

가뱅이
작품등록일 :
2021.04.27 15:49
최근연재일 :
2021.12.08 10:00
연재수 :
180 회
조회수 :
160,396
추천수 :
2,320
글자수 :
1,081,089

작성
21.06.30 07:00
조회
814
추천
12
글자
12쪽

1부-3 꿈을 이루다(2)

DUMMY

김준이 파나마에 도착한 시간은 늦은 저녁이었다. 맥그리버가 보내준 차에 올라 군 비행장을 벗어나 20분쯤 달리자, 오른쪽으로 검은 바다가 보이고 하얀 파도가 출렁이는 것이 보였다.


차는 길옆으로 조금 올라가더니 언덕에 지어진 아담한 별장으로 들어섰다. 별장의 입구에서 김준이 차에서 내리자 기다리던 맥그리버가 다가왔다.


“여어, 준! 어서 오게. 기다리고 있었네!”

“쉬시는데 방해가 된 것 같습니다.”


맥그리버는 그런 소리 하지 말라고 손을 저었다. 김준의 어깨를 감싸고 안으로 들어가는 맥그리버다. 실내는 밝은 색으로 마감이 되어선지 따뜻한 느낌을 주었다. 맥그리버가 김준을 식탁으로 안내했다.


“함께 식사하려고 나도 아직 식사 전 이라네. 식사부터 하세.”

“그렇지 않아도 배가 고팠습니다. 잘 먹겠습니다.”


두 사람은 인사말을 나누며 식사를 했다. 김준은 많은 음식을 맛있게 먹어 맥그리버를 기분 좋게 했다.


“맛있게 먹어주어 고맙네.”

“그런 말씀이 어디 있습니까? 맛있게 먹은 제가 감사드려야지요!”


“하하하, 그런가? 하여튼 기분이 좋구먼!”


식사를 끝내고 두 사람은 바닷가가 보이는 거실에 마주앉았다. 탁자에는 위스키 한 병과 잔이 두 개 놓여있었다.


“자, 한 잔하지.”


두 사람은 잔을 가볍게 부딪치고는 한 모금씩 마셨다.


“페루소식은 들었네. 아주 잘되었어. 페루국민들의 승리일세!”

“그렇습니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니야, 난 평생을 잊지 못할 것 같네. 내가 그 비겁한 작전의 한가운데에 있었다는 것을 수치스럽게 생각한다네.”


맥그리버는 그때의 일들이 생각나는지 얼굴이 약간 붉어졌다.


“대사님, 그때는 누구라도 어쩔 수 없었을 겁니다. 이제 그 일은 잊으시고 좋은 일만 생각하십시오.”


맥그리버가 얼굴을 펴고 말했다.


“그래야지. 언제까지 그 일에 얽매일 수는 없겠지? 하지만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네.”

“이제는 새로운 정부와 새로운 대통령이 일을 하는데 많이 도와주시면 됩니다. 지나간 일보다는 앞으로의 일이 더 중요하니까요.”


김준이 맥그리버를 다시 한 번 위로했다.


“그렇지, 내가 듣기로는 준이도 어떤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잘 되고 있는 것인가? 문제는 없고?”


정부재정은 바닥이 난지오래였다. 그래도 얼마간의 재정은 남아 있을 줄 알았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바닥이 나 있었다. 전 재무장관은, 모두 달아난 전 대통령에게 덮어씌우고 사표를 냈다.


임시위원회에서는 급히 약간의 국채를 발행해서 급한 곳의 지출을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새로운 정부는 빚 덩어리 나라를 물려받은 것이다.


김준의 걱정스런 말을 들은 맥그리버도 심각한 얼굴이 되었다.


“그것이 문제야. 독재자들은 다 끌어다 쓰고 나 몰라라 하거든? 큰일이구만.”


맥그리버가 시선을 돌리고 창밖을 보는 김준의 굳어있는 얼굴을 바라보았다. 한숨을 내쉬며 맥그리버가 입을 열었다.


“자네, 그 문제 때문에 급히 날아온 것인가?”

“아닙니다. 그저 한번 뵙고 싶기도 했고······”


“무슨 방법이 있지 않겠나? 함께 고민해보세.”


한두 푼도 아니고 단기외채가 50억 달러다. 원금은 고사하고 이자도 못 갚을 상태였다. 고민하고 안하고 할 필요도 없었다. 페루는 빚을 대물림해가며 살아가야 될 상황이다.


“준, 자네답지 않게 오늘은 왜 그렇게 비관적으로만 이야기하는가? 혹시, 동정심을 일으키려는 생각 아닌가?”

“하하하, 대사님도 어디 이 일이 동정심가지고 해결 될 일입니까? 그렇게만 된다면 제가 어디든 가서 무릎 끓고 빌겠습니다. 빚 좀 탕감해 달라고 말입니다.”


맥그리버가 입을 벌리고 놀라는 표정이 되었다.


“엉? 탕감이라고 했나? 하하하. 자네다운 생각이야. 이자의 유예조치나 금리를 낮추는 것이 아니라 원금의 탕감이란 말이지? 허허허······”


김준도 멋쩍은 표정으로 맥그리버를 따라 웃을 수밖에 없었다.


“대사님, 기왕에 도움을 받는 것인데, 똑같이 고맙다는 소리를 할 바에는 탕감 받아야하지 않겠습니까? 아니면 떼어 먹고 말지요!”

“뭐? 떼어먹는다고? 허허허. 점점 세게 나오는군.”


김준이 다시 말을 이었다.


“대사님, 떼어 먹고 말 것도 없습니다. 주고 싶어도 줄 수가 없는데 어쩔 수 없지 않습니까?”

“그럼, 땅이라도 팔아서 갚아야지!”


맥그리버의 말에 김준이 얼굴을 굳혔다. 갑자기 김준의 얼굴이 굳어지자 맥그리버도 말을 멈추고 김준을 보았다.


“대사님, 땅은 절대 안 됩니다. 생각하지도 마십시오!”

“아니, 준! 농담을 한 것인데 그렇게 정색을 하면 내가 곤란하지 않은가? 내가 무슨 실수라도 한 줄 알고 놀랐지 않았나!”


“아, 그러셨군요. 죄송합니다. 갑자기 땅 이야기가 나와서 저도 모르게 흥분한 모양입니다. 용서하십시오.”


김준이 고개를 숙여보였다.


“용서할 것이 뭐가 있나? 농담 중에 한 말인데.”


두 사람 사이에 잠깐의 침묵이 흐르고 맥그리버가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방법이 있을 것 같나?”

“누군가가 도와줄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빚의 대부분이 미국에게 갚아야할 돈입니다. 제가 아는 미국은 50억 달러에 어려운 이웃국가를 저버리는 나라는 아니라는 겁니다.”


김준이 술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시고 내려놓았다.


“이보게, 준!”

“말씀하십시오, 대사님!”


“신의도 좋고 어려운 이웃국가를 도와주는 것도 좋다 치세. 그만한 가치가 있느냐 하는 것이 미국에 인식되어야하네. 노력하는 뭔가가 온 국민을 통해서 발산되고, 정부는 초지일관 옳다는 곳, 한 방향으로 온 국민을 끌고 가는 모습이 보일 때 미국의 자본은 움직일 걸세.”


맥그리버가 숨을 고르며 김준을 응시했다.


“나에게 그것을, 아니 그 같은 계획을 보여줄 수 있겠나?”


맥그리버가 신중한 모습으로 김준에게 말했다.


“그 계획을 보여드리면 탕감해 주시는 겁니까?”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네.”


김준이 다시 시선을 돌렸다. 맥그리버는 투정부리는 큰아들을 보는 것 같아 웃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놈은 자신에게 확답을 듣기 전에는 이곳을 떠나지 않을 놈 같았다.


그렇지 않아도 정부에서는 페루의 외채에 대해서 논의를 했었다. 여러 가지 방법이 논의됐고, 이미 한두 가지는 결정을 해놓은 상태였다.


맥그리버가 입을 열었다.


“대화 도중에 시선을 돌리는 것은 예의가 아니야. 내가 해 보겠다지 않은가!”

“죄송합니다만, 저는 그 말 가지고는 잠을 이룰 수가 없습니다. 이해해 주십시오.”


가만히 김준을 바라보던 맥그리버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깐 실례하겠네.”


맥그리버가 방으로 들어가고 김준은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검은 바다 위를 하얀색 포말을 일으키며 파도치는 것이 보였다. 주변은 온통 캄캄해서 고립된 딴 세상 같았다.


긴 시간이 흐른 뒤 방문이 열리며 맥그리버가 나왔다. 맥그리버는 술병을 들어 김준의 잔에 술을 채우고 자신의 잔에도 가득 채웠다.


“자, 한 잔하세.”

“예.”


김준이 짧게 대답하고 큰 잔의 술을 단숨에 마셨다. 위스키의 독한 기운이 식도를 따라 흐르며 온몸을 달구었다. 얼굴을 찌푸린 김준을 보며 맥그리버가 입을 열었다.


“40억 달러까지는 내가 확답을 받았어. 나머지 10억 달러는 나에게 시간이 필요해. 저쪽에서는 밤중에 무슨 말을 하냐고 떠들었지만, 강하게 밀어붙였어. 페루의 새 대통령이 러시아, 베네수엘라와 상당히 가깝다는 확실한 정보가 있다고 말이야.”

“예? 아니, 그런 믿지도 않을 거짓말을 했단 말입니까?”


김준이 어이없는 표정으로 물었다.


“내말이 거짓인줄 알면 더 거절할 수 없게 되는 거야. 다 아는 거짓말을 하면서까지 필요하다면, 정말 필요 한 게 되는 것이지. 나머지 10억 달러는 내가 직접 돌아다녀야 할 것 같아. 재무부를 돌아다니며 구걸이라도 해서 만들어 볼 생각이야.”


김준이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허리를 깊이 숙여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대사님, 정말 감사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나에게 고마워할 것 없네. 자네의 진심이 나에게 와 닿았을 뿐이야. 자네는 외국인이면서 어쩌면 그렇게 페루를 위해, 고개 숙이고 몸을 던질 수 있나 궁금할 뿐이야. 새 대통령은 정말이지 큰 선물을 받게 됐군. 그것이 다 자네 덕인지 알기나 할지 모르겠어.”


“누가한들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나라에 좋은 일이면 그만이지요.”


맥그리버가 혀를 차며 김준을 보았다.


“사람하고는······. 자네는 단순해. 좋으면 한없이 좋고, 아니면 둘 중의 하나는 죽어줘야 되고! 하하하······. 농담일세!”


김준도 마음 놓고 웃었다. 정말 고마운 사람이다. 자신을 보고 어려운 일을 해준 것이다. 김준의 어깨가 더 무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나를 믿는 사람들에게 실망을 주면 안 된다.


“대사님, 열심히 하겠습니다.”

“자네가 무슨 장관이라도 할 건가? 무엇을 열심히 한다는 말이야?”


“하하하, 대사님도 농담이 심하십니다.”


맥그리버가 정색을 하고 이야기했다.


“그게 아니고, 자네는 그렇게 나라 일을 쫓아다니며 하는데 자네사업은 잘하고 있는 것이냐 말이야!”


김준은 자신의 사업에 대해서 비교적 소상하게 이야기를 했다. 건설부분에서 주로 토목과 정유플랜트공사, 송유관공사를 시작한 것을 말하고, 광산과 농장의 사업계획도 간단하게 설명을 했다.


맥그리버는 고개를 크게 끄떡여주며, 흐뭇한 표정이 되었다. 끝으로 경호사업을 시작할 것 이라고 하자, 맥그리버의 얼굴의 걱정스럽게 변했다.


“그 일은 사람의 생명이 걸린 일이야. 감당할 수 있겠어?”

“다 사람이 하는 일입니다. 누가 하느냐가 다를 뿐입니다.”


“허허, 그저 날건달인줄 알았는데 제법 알찬사업을 하고 있구먼. 잘해나가야 돼.”


맥그리버는 김준이 사업내용에 만족한 듯 흐뭇한 표정이 되었다.


“알겠습니다. 대사님! 그리고 회사에 연락해서 직원을 보내라고 하십시오. 송유관용 철관이 상당히 많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대사님소유의 공장에서 구입하고 싶습니다.”

“허허, 자네라고 값을 깎아주진 않을 걸세. 각오하게.”


“알겠습니다. 그리고 셰브론사의 회장님과 안면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맥그리버가 고개를 끄떡이며 김준을 보았다. 김준의 정보는 맥그리버가 셰브론의 에밀리 회장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폐쇄된 나이지리아유정에 경호업무를 하고 싶었고, 아니면 나이지리아유정의 매각의사를 알고 싶었다.


“그렇다면 자네는 경비를 맡을만한 준비는 되어있나?”


맥그리버가 물어왔다.


“예. 지금, 200명의 대원을 뽑아 고난도의 훈련을 시키고 있습니다. 한 달 후, 훈련이 일부 끝나면, 다른 나라 군대와도 비교할 수 있는, 강한 대원들이 될 것입니다. 한국의 특전사출신 교관들이 한국과 똑같은 과정으로 훈련을 시키고 있습니다.”

“으음, 준비는 철저하게하고 있군. 그리고 셰브론이 매각을 한다면 인수할 자금은 준비되었나? 금액이 상당할 텐데 말이야.”


맥그리버가 가능하겠냐는 듯이 물었다.


“제가 파악한 바로는 23억 달러가 투입되었다고 들었습니다. 그 금액을 다 요구하지는 않을 것 아닙니까?”

“그렇겠지, 자네 다시 봐야 되겠구먼. 자네 이야기를 들어보니 확신을 가지고 있어! 둘 중에 한 가지는 관철시키겠다는 것이지?”


“그렇습니다. 셰브론이나 우리나 믿지는 장사는 아닌 게 확실하니까요. 제 생각입니다만, 셰브론도 어느 쪽으로는 결정을 하는 것이 이익이 될 것 같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그 유정을 인수하고 싶습니다.”


맥그리버는 고개를 끄떡이며 턱을 고였다.

수십억 달러의 거래였다. 그런데 자신의 앞에 앉은 젊은이는 무슨 자동차를 사고 싶다는 듯이 담담하게 말하고 있었다. 자신이 사람을 잘못 보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놈은 크게 놀 놈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잉카의 전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93 1부-3 꿈을 이루다(5) +1 21.07.03 767 11 11쪽
92 1부-3 꿈을 이루다(4) +1 21.07.02 792 13 13쪽
91 1부-3 꿈을 이루다(3) +1 21.07.01 799 12 13쪽
» 1부-3 꿈을 이루다(2) +1 21.06.30 815 12 12쪽
89 1부-3 꿈을 이루다(1) +1 21.06.29 827 13 13쪽
88 1부-3 대권으로 향하는(4) +1 21.06.28 819 13 14쪽
87 1부-3 대권으로 향하는(3) +1 21.06.27 786 11 13쪽
86 1부-3 대권으로 향하는(2) +3 21.06.26 828 13 12쪽
85 1부-3 대권으로 향하는(1) +3 21.06.26 861 13 13쪽
84 1부-3 마피아 지배자(8) +1 21.06.25 827 11 12쪽
83 1부-3 마피아 지배자(7) +1 21.06.24 811 12 13쪽
82 1부-3 마피아 지배자(6) +1 21.06.23 816 13 12쪽
81 1부-3 마피아 지배자(5) +1 21.06.22 836 15 13쪽
80 1부-3 마피아 지배자(4) +1 21.06.21 807 15 13쪽
79 1부-3 마피아 지배자(3) +1 21.06.20 824 11 13쪽
78 1부-3 마피아 지배자(2) +1 21.06.19 831 14 11쪽
77 1부-3 마피아 지배자(1) 21.06.19 842 15 13쪽
76 1부-3 배신(2) +1 21.06.18 823 17 12쪽
75 1부-3 배신(1) +3 21.06.17 881 14 14쪽
74 1부-3 민중의 힘(4) +2 21.06.16 863 13 17쪽
73 1부-3 민중의 힘(3) +1 21.06.15 849 13 11쪽
72 1부-3 민중의 힘(2) +1 21.06.14 869 13 14쪽
71 1부-3 민중의 힘(1) +3 21.06.13 894 13 13쪽
70 1부-3 새로운 친구(4) +1 21.06.13 872 13 14쪽
69 1부-3 새로운 친구(3) +1 21.06.12 877 13 11쪽
68 1부-3 새로운 친구(2) +1 21.06.11 893 13 13쪽
67 1부-3 새로운 친구(1) +1 21.06.10 910 12 13쪽
66 1부-3 계엄령(3) +3 21.06.09 933 15 13쪽
65 1부-3 계엄령(2) +3 21.06.08 903 14 12쪽
64 1부-3 계엄령(1) +3 21.06.07 931 15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