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레므

SSS급 빌런이 연기를 잘함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레므
작품등록일 :
2023.10.26 13:42
최근연재일 :
2024.05.06 19:05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1,555
추천수 :
56
글자수 :
81,554

작성
24.05.06 19:05
조회
17
추천
2
글자
12쪽

욕탕에서 생긴 일 (2)

DUMMY






『 집사장(멀린) : 보스께서 욕탕에 입장하셨습니다. 』

『 보스바라기(파르만) : 알겠다. 바로 가지. 』


멀린에게서 연락을 받은 파르만은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렇지 않아도 오늘 보스의 일정을 꿰고 있던 그는 미리 옷을 갖춰 입고 대기를 하고 있었기에, 지하 1층에 도착하는 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오셨습니까, 파르만 지부장님.”

“아아, 그래.”


꾸벅 인사를 해오는 멀린의 어깨를 토닥거린 파르만은, 흡족한 눈으로 철통보안으로 된 욕탕 입구를 바라보았다.


“역시 훌륭하군.”


대마법사인 클루에 마틴이 걸어 놓은 보안마법 또한 훌륭했으나, 현재 그의 시선은 마법진에 향해 있지 않았다.

그보다는 그 주변에 설치되어 있는 각종 위험한 마법 함정들이 그의 눈길을 끄는 중이었다.


“파르만님이 고안하고 설치하신 마법 함정들은, 노예들로 실험해본 바 훌륭한 결과를 내었습니다.”


사업과 별개로 파르만 개인이 연구하고 발전시켜온 각종 마법 함정들은, 이곳 욕탕 입구에 전부 집약이 되어 있었다.

만약 누군가 보안을 해제하지 않고 힘으로 뚫으려고 한다면, 지부장급이라 해도 사지가 망가질 정도의 파괴력.


“노예들은 전부 사망했으며, 그 중 트롤 종족만이 몇 번의 재생을 시도했을 뿐 결과적으로는 상처가 치유되지 않아 죽었습니다.”

“좋아. 만족스럽군.”

“역시 파르만님이십니다.”


아르뮨에 가장 많은 시간 있는 이들 중 하나는 파르만이었고, 멀린과 더불어 아르뮨의 관리에 전심전력을 쏟는 바.


“늘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그를 향한 멀린의 말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이른바 동지애였다.

하지만 파르만은 자신을 칭찬하는 말에 그리 큰 감흥을 보이지는 않았다.


“감사는, 무슨. 보스께서 계시지 않는다면, 조직의 존재 이유가 없을 뿐이지.”

“그것 또한 지당한 말씀입니다.”

“역시 자네는 참 마음에 들어.”


그제야 파르만은 고개를 몇 번이고 주억거리다, 이내 멀린이 있는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보스께서 들어가신 지는 얼마나 됐지?”


그 말에 멀린은, 채티를 꺼내 시간을 확인했다.


“이제 약 15분이 되어갑니다.”

“그렇군.”


15분이면 탕에 들어가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청석을 깔아 두셨다는 것은, 보스께서도 다시 성장을 도모 하시겠다는 의미.”


파르만은 흐흐 웃으며 팔짱을 꼈다.


‘그렇지 않아도, 마틴에게 그런 말을 하셨다지.’


이제 조직 ‘MOON’은 새롭게 태어날 것이며, 지부장들이 염원했던 방향성으로 나아가겠다고 말이다.

파르만에게 있어 그 이야기는, 설령 지부장이 전원 교체되었다고 해도 기쁘기 그지 없는 말이었다.


‘그리고 분명 이 욕탕은, 그 증거가 될 곳···!’


언뜻 평범해 보이는 이곳에, 이렇게 엄청난 투자를 한 이유도 마찬가지다.

보스는 개인의 성장과 더불어, 지부장들에게도 ‘더 강해져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있을 싸움이 얼마나 치열하고 처절할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슬슬··· 시작하시는 모양이군.”


파르만은 욕탕 내부에서 느껴지는 마나의 기운을 감지하곤, 입 꼬리를 올려 웃었다.


“확실히···.”


파르만 보다 조금 늦게 이를 알아차린 멀린 또한, 심각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곧바로 뒤로 물러나 지하 1층으로 들어오는 입구를 닫았다.

사람 팔뚝만한 두께의 철문이, 굉음을 울리며 닫혔다.


“이 정도면, 보스께서 담금질을 하는 동안 소리는 새어 나가지 않겠군.”


파르만이 철문을 보며 고개를 끄덕이는 사이, 멀린은 추가로 방음 마법 등을 주변에 둘러쳤다.

보스가 본격적으로 고유 마법을 발동시킨 지금, 조금 있으면 그의 비명 소리가 들려올 것이다.


“부디, 인내하시기를.”


파르만은 경건한 표정과 자세로, 양손을 꼭 마주잡은 채 기다렸다.

하지만··· 그 이후로도 몇 분이 더 흐른 지금.


“···?”

“?”


욕탕 내부에서는 그 어떠한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분명 끔찍한 고통이 온 몸을 휘젓고 있을 텐데···.


“! 설마.”


파르만은 멀린 쪽으로 고개를 홱 돌렸다.


“열어라.”

“하지만···.”

“안다. 절대 건드리면 안된다는 것은. 하지만, 내 눈으로 괜찮은지는 확인을 해야겠다.”


파르만의 목소리는 초조했고, 그 이유 또한 타당했다.

그건 인간의 수준으로 참을 수 있는 고통이 아니었다.

아주 예전 ‘강해지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가, 몸소 겪게 되었던 기억은 정말이지 끔찍했으니까.

어찌나 심했으면 이 고유 마법을 참고 견뎌 강해진 메르하임 케일에 대한 경외심이 자연스레 생길 정도였다.


“미연의 사태를 방지하고자 함이니, 어서.”

“알겠습니다.”


파르만의 재촉에, 멀린 또한 동의하며 입구의 보안을 해제했다.

곧 철컹거리는 소리가 잇달아 들려오고, 이내 문이 안쪽으로 젖혀졌다.


타다닥!


파르만은 숨쉴 틈도 없이 곧바로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물론 신발장에서 신발을 벗는 것은 잊지 않았다.

그렇게 미끄러지듯 바닥을 이동한 파르만은, 욕탕 내부에 뿌옇게 피어 오른 연기를 보며 표정을 굳혔다.


“···너무 고요해.”


파르만은 곧바로 양말까지 벗어 던진 뒤, 욕탕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혹여 이번 일로 질타를 받게 되더라도, 그는 감내하리라 이미 마음을 먹은 뒤였다.

하지만 걱정으로 가득했던 그의 마음은, 탕 벽에 기대 앉은 케일을 보는 순간 연기처럼 흩어졌다.


“···허.”


보스는 가만히 눈을 감은 채, 미동조차 보이지 않고 있었다.

정제되지 않은 대기의 마나가 그의 살가죽을 연신 두드려대고 뼈를 뒤트는 과정에도, 단 한번에 신음조차 없이 말이다.

오로지 생명활동을 위한 작은 움직임만이, 그가 견뎌내고 있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울컥ㅡ.


파르만은 순간적으로 복받치는 감정에, 절로 입을 틀어막았다.

비명을 지르지 않은 것이 아니었다. 보스는 그것마저도 인내하고 있던 것이었다.

고통 섞인 숨이 새어 나올 때마다 파르만의 심장은 시큰거렸다.


‘아아···.’


뒤늦게 그의 뒤를 따라 들어온 멀린의 감상 또한 마찬가지.


“······.”

“······.”


두 사람은 서로를 보며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여기서 계속 인기척을 내는 것만으로도 보스에게는 방해가 될 터.


‘보스에게는, 내가 대표로 사과 드리겠다.’

‘아닙니다. 저도 함께하겠습니다.’

‘멀린···!’

‘파르만님.’


아르뮨을 위해 힘쓰는 두 남자의 우정은, 이 안에 피어오르는 수증기 만큼이나 뜨겁게 변해갔다.

그리고 동시에 케일을 향한 경외감 또한 그만큼 짙어졌다.

아주 조금이라도, 보스의 목표를 위해서 이 몸 전부를 불사르겠다고.




***




“······.”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모르겠다.

어느새 욕탕 내부에는 한치 앞도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의 하얀 수증기로 가득했고, 아무튼 여러모로 시야를 확보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그것보다 문제는 마법의 결과였다.


‘···도대체 무슨 마법이야.’


급작스레 발현이 된 고유마법 마나흡수. 무려 SS랭크라는 단위까지 붙은 만큼, 무슨 어마어마한 마법인가 했더니.


‘기억나는 게 거의 없네.’


갑자기 끔찍한 고통과 함께, 그대로 기절을 한 것이 원인이었다.

다만 깨어난 지금은 여기저기 온 몸이 욱신거리는 것이 전부. 오랜만에 헬스장에 가서 열심히 운동을 한 다음 날, 지금 몸 상태는 그 비유가 정확하게 어울렸다.

그걸 제외하면 뭔가 체내로 들어오는 기분이 들기는 했는데,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마나’일 터.


ㅡ 청석은 대기 중의 마나를 흡수하는 성질을 지녔으며···.


분명 멀린의 TMI에는 그런 이야기도 있었다.

그렇다면 청석으로 흡수된 대기 중의 마나가, 마나 흡수라는 고유마법을 통해서 내 몸으로 흡수가 되었다는 뜻인가?


‘···그 반동으로 그런 고통이 오는 거고?’


나는 물을 첨벙거리며 곧바로 탕에서 나와 탈의실로 향했다.

그리고 천천히 나신을 내려다보았다.


‘진짜로, 근육통 빼고는 멀쩡하네.’


손가락이 뒤틀리던 광경이 마치 꿈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분명 그 순간의 아픔은 진짜였지.’


오죽했으면 기절까지 했겠는가? 누군가 갈비뼈를 양 손에 붙잡고 뒤트는 것 같은 고통이었다.

그건 분명히 인간이라면 견딜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었다.

나는 입술 끝을 깨물었다.


‘···고유마법이라.’


고유 그리고 마법, 일단 이름은 그렇게 붙어 있으니 케일 혼자만 가지고 있는 마법이지 않을까?

이 세계에 대한 지식 부재로 인한 편협한 생각일수도 있지만, 일단은 그렇게 가정을 하고 추측을 해보기로 했다.


‘우선 멀린이 욕탕에 관해 설명한 내용들. 그것부터 시작해보자.’


나는 눈썹을 찡그리며 그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보스의 의중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했고, 청석 설치를 지시한 것도 케일이라고 했지.’


게다가 이곳에 들어오기 전 멀린이 보내오던 기대감이 서린 눈빛까지.


‘즉 멀린은, 내가 여기서 뭘 하려고 하는지 알고 있었다.’


충분히 도출할 수 있는 결론이었다.

그리고 동시에, 이 욕탕 건설을 명한 케일 또한 마찬가지.


‘···생각보다 더 제정신이 아니었네.’


분명 케일은 이 욕탕에서 마법을 발동시키려고 했고, 이를 통해서 대기 중의 마나를 체내로 흡수하려고 했다.


‘왜 욕탕에 저렇게 많은 보안 마법과 함정들이 설치되었나 했더니.’


어쩌다 강제로 대리 흡수를 진행하게 된 나는, 눈을 꾹 감았다가 떴다.

확실히, 몸 안을 돌아다니는 마나의 양은 분명 늘어 있다. 케일도 이 효과를 누리기 위해서 그랬을 터.


‘굳이 지하 1층, 게다가 욕탕이라는 설정값을 넣은 건···.’


청석이라는 것을 효율적으로 매개 삼기 위함이었을 것이고, 마나 흡수를 진행하는 동안 ‘방해받지 않아야’ 하는 조건이 있을 지도 모른다.

예전에 읽어보았던 무협지 같은 곳에서도 그렇지 않았던가. 기를 운용하는 도중에 몸을 건드리면 주화입마에 걸리거나 하는 일들 말이다.


‘···그럼 이건, 심법이라고 불러야 하나?’


나는 벗어 두었던 옷을 주섬주섬 챙겨 입은 뒤, 고개를 탕이 있는 쪽으로 꺾었다.


‘케일은··· 이 고통을 참아가며 마나를 모아 강해졌겠지.’


다른 방법이야 있었겠지만 굳이 이런 투자를 감행한 이유는, 이 고유 마법이 케일의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일 터.


‘나도 매일 여기에 와서··· 고유 마법을 사용한다면.’


어마어마한 마나 양을 바탕으로, 진짜 케일처럼 강해질 수 있는 걸까?


‘그건 아니겠지.’


나는 자조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신체는 같을지 모르나 안에 든 영혼은 다르다.

내게는 케일이 알고 있었을 검과 마법에 대한 수많은 지식이 없었고, 지금처럼 정신이 아득해지는 고통을 몇 번이고 겪어봐야 마나통만 늘어난 바보가 될 뿐.


‘···그리고 어쩌면, 내가 원래의 케일에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진짜 케일의 영혼이, 다시 이 몸을 차지하게 될지도 모르지.’


아직은 작은 의심 뿐이지만 이를 등한시할 수는 없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늘 악역인 내가, 이 작은 의심 때문에 뒤통수를 맞고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으니까.


‘다른 욕실은 없는지 물어봐야겠다.’


해서 나는 그렇게 결론을 지었다.

아주 나중에 모든 의심이 걷히고, 지식을 좀 쌓고 난 뒤에, 아주아주 먼 훗날에 다시 오기로.


덜컹ㅡ.


나는 후! 하고 숨을 뱉으며 욕탕의 외문을 잡고 열었다.

들어올 때와는 다르게 보안 마법을 해제하는 작업이 필요하지는 않은 것인지, 당기는 것만으로도 쉽게 얼렸다.


‘욕탕 탐방 다음은, 의뢰서 검토였던가?’


내가 그런 생각을 하며 욕탕을 완전히 빠져나오는 순간.


“?”


무릎을 꿇은 채 고개를 깊숙이 숙이고 있는 두 남자를 보며, 나는 제자리에 못이 박힌 듯 멈추었다.


‘······뭔데, 또.’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SSS급 빌런이 연기를 잘함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제목이 변경 되었습니다. 24.04.29 11 0 -
공지 후원금 감사드립니다! 24.04.24 59 0 -
» 욕탕에서 생긴 일 (2) 24.05.06 18 2 12쪽
14 욕탕에서 생긴 일 (1) 24.05.05 23 3 12쪽
13 Bad Dream 24.05.03 35 2 13쪽
12 그러니까 그게 뭔데 24.05.02 44 2 12쪽
11 감정 (2) 24.05.01 58 3 12쪽
10 감정 (1) 24.04.30 72 3 12쪽
9 아르뮨 (3) 24.04.29 81 2 12쪽
8 아르뮨 (2) 24.04.28 84 3 12쪽
7 아르뮨 (1) 24.04.27 94 3 12쪽
6 주연에게는 조연이 필요하다 24.04.26 102 4 11쪽
5 테스트 (2) 24.04.25 113 4 13쪽
4 테스트 (1) 24.04.24 133 4 13쪽
3 눈 떠보니 암흑가의 주인 (3) +1 24.04.23 185 4 12쪽
2 눈 떠보니 암흑가의 주인 (2) 24.04.22 239 7 12쪽
1 눈 떠보니 암흑가의 주인 (1) 24.04.22 274 10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