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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의눈물 님의 서재입니다.

악마의 마력으로 성녀가 됩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배고픈펭귄
작품등록일 :
2020.12.12 16:55
최근연재일 :
2021.03.13 20:00
연재수 :
9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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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239
글자수 :
462,818

작성
20.12.1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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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0화

DUMMY

나무가 삐걱이는 소리를 내며 열린 문 사이로 보인 광경은 그리 일반적인 교회의 풍경은 아니었다. 아니, 이건 오히려 이상한 광경에 가까웠다.


"...도시 분들은 제법 독특하게 입고 다니시네요?"

"오해...일거다. 아마도."

"누구신가요? 미안하지만 환대해 드리기에는 저희 쪽 형편이 그리 좋지 않군요. 죄송합니다."


교회 안쪽에서는 여기저기 상처를 입은 자들이 누워있었는데 그들은 모두 교단의 복장을 입고 특이하게도 안에 있는 사람들은 거의 다 남녀의 복장이 반전되어 있었다. 여자들은 헐렁한 사제 복장을 입고 있었고, 남자들은 수녀 복장을 입고 있었는데 우락부락한 근육질의 남자들은 사이즈가 맞지 않는 치마를 입고 있는 광경은 빈말로라도 보기 좋은 광경은 아니었다.


잠시 벙쪄 있던 세바스는 헛기침을 한번 하고는 말했다.


"교단의 이단심문관. 세바스 도미니크라 합니다. 악마가 나타났다는 소식을 듣고 중앙 교회에서 나왔습니다."

"아! 드디어 교단에서 지원이 도착했군요! 게다가 도미니크 가문의 세바스님이라면 그 소문의!"


세바스의 이름을 들은 유일하게 제대로 된 복장을 차려입은 사제의 표정이 눈에 띄게 밝아졌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아. 바로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그런데 옆에 계신 분은?"

"앗. 실례합니다. 안젤라라고 해요."


안젤라가 이번에도 고개를 숙여 보이고는 환자들 쪽으로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그런데 저분들께서는 괜찮으신 건가요?"


안젤라의 말에 사제의 표정이 다시 어두워지며 곤란하다는 듯이 말했다.


"당장 죽을 정도의 상처를 입은 사람은 없지만 붕대와 약 모두 부족한 형편이라 사실 조금 위험한 상황입니다. 저희 쪽에는 치유의 기적을 행할 수 있는 사제가 없어서..."

"그런가요. 그렇다면 잠깐 실례하겠습니다."


그 말을 들은 안젤라가 한 발짝 앞으로 나서며 눈을 감았다.


"이봐. 뭘 하려는...?"


세바스는 뭔가 말하려다가 안젤라의 머리칼이 빛나기 시작하는 것을 보고 놀라움에 입을 다물었고, 교회의 사제도 다음에 벌어진 광경에 입을 떡하니 벌렸다.


"상처가...?"

"이건 치유의 기적...인가?"

"이렇게 아름다운 황금빛은 본 적이 없는데."


안젤라의 몸에서 빠져나온 황금의 광채가 건물 내부를 가득 채우기 시작했고, 상처 입은 자들의 몸에 황금빛 기운이 닿자 그들의 상처가 놀라운 속도로 아물기 시작했다.


"너, 이 정도의 기적을 사용하면 죄업이 쌓인다고 하지 않았나?"

"그래도...눈앞에 상처 입은 자들을 치유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도 외면한다는 것 또한 죄라고 생각해요."

"흠."


세바스로서는 두 번째로 목격하는 안젤라의 신성력이었지만 단순한 물리력 외에도 최고급 수준의 치유를 행하는 것에 놀라움을 느꼈다.


"다, 당신께서는...누구십니까?"


방금 전에 이름을 들었건만, 사제는 목도하게 된 놀라운 광경에 떨리는 목소리로 안젤라에게 말했다.


"그냥 시골 소녀 안젤라에요."

"그런..."


상처가 치료되어 자리에서 몸을 일으킨 환자들과 그런 환자들의 수발을 들던 사제들과 수녀들이 모두 안젤라를 주시하고 있었고, 이만한 사람들의 시선을 처음 받아보는 안젤라는 어쩔 줄 몰라 하며 몸을 배배 꼬다가 세바스의 뒤로 숨어버렸다.


"도미니크 심문관님. 이분께서는 대체?"

"음...그게, 말이지."


세바스로써도 방금 전에 안젤라로부터 전말을 전해들은 참이었고, 사실인지 아닌지도 모를 애매한 이야기를 처음부터 다시 설명하기엔 지금 그의 머릿속이 너무 복잡했다. 그래서 그는 속으로 신께 용서를 구하고는 무리수를 뒀다.


"그, 뭐냐. 교단에서 극비리에 받은 임무에서 보호하게 된, 어...성녀님이시다."

"서, 성녀님!"

"네에!?"


사제와 안젤라 둘 모두 소스라치게 놀랐고, 세바스는 몸을 숙여 안젤라에게 귓속말로 말했다.


"여기서 사실대로 이야기했다가는 당장 교단에서 그 루시퍼라는 자를 척결하기 위해서 달려올 거다."


당장 세바스 자신은 안젤라의 존재 때문에 긴가민가한 상황이긴 했지만 말이다.


어쨌든 세바스의 말에 안젤라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말했다.


"그, 그건 좀 곤란하긴 하네요."

"그렇지? 나중 일은 다음에 생각하기로 하고 지금은 이걸로 가도록 하는 게 좋을 것 같군."

"네, 네에..."


누가 봐도 수상하기 짝이 없게 눈앞에서 귓속말을 나눈 둘이었지만 사제는 충격에 빠져 그런 것은 눈에 들어오지 않은 모양이었고, 어버버하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서, 성녀라니...허, 이것 참."

"이미 말했지만 이 사실은 극비입니다. 부디 외부에 발설되지 말았으면 좋겠군요."

"아, 알겠습니다."

"크흠. 어쨌든 사건의 전말을 듣고 싶습니다만."

"아! 이거 실례했습니다. 갑자기 성녀님을 뵐 줄은 꿈에도 몰랐기에 완전히 까먹고 있었군요."


사제는 호흡을 가다듬고는 드디어 이야기를 시작했다.


"후우...우선 제 소개부터 드려야겠군요. 제 이름은 카타리나 레인벨트. 본디 이 교회의 수녀였답니다."

"수...녀?"


어딜 보더라도 남자인 그를 지칭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표현이었다. 굳이 따지자만 말투가 약간 여성스럽긴 했지만.


"그런 눈으로 보시는 게 정상이겠죠. 하지만 바로 이게 이 마을에 찾아온 악마가 벌인 만행입니다."

"악마가 이런 짓을..."

"네. 어느 날 전조도 없이 그 악마는 갑자기 찾아왔답니다. 하늘에 떠다니는 거대한 눈알같이 생긴 괴물을 데리고 말이죠."

"괴물...이요?"

"당연히 저희는 싸울 줄 아는 사람을 모아 그 괴물을 처단하려 했습니다만, 그 괴물의 눈에서 나오는 빛을 맞은 사람들은 모조리 성별이 뒤바뀌어 버렸습니다."

"역시 그렇게 된 건가."


바로 그 때문에 마을에서 남자 옷을 입은 여자들이 종종 눈에 띄었던 것이었다. 한순간에 성별이 바뀌어버렸으니 적응하기가 쉽지가 않았을 것이었다.


"가능한 한 저항은 해보았습니다만, 악마 놈은 그 괴물만 데리고 온 것이 아니더군요. 성별이 바뀌어도 맞서는 사람들은 그 악마가 몰고 온 마물들에게 그만..."


모든 마물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마물은 더욱 상위에 해당하는 마인 악마에게 복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악마가 행하는 일에는 대개 피와 살점이 난무하기에 거기서 떨어지는 콩고물을 받아먹기 위해 동참한다는 가설도 있지만 인간의 입장에서 마물은 이해할 수 없는 존재일 뿐이었다.


"그 악마 놈은 어째선지 저항하지 않는 사람들이 해치지 않더군요. 그래서 저희 마을은 결국 그 악마 놈에게 모조리 성별이 반전되어 버렸습니다. 단 한 사람만 빼고 말이죠."

"한 사람? 그건 누구죠? 마을 전체가 당했다면서요?"

"아...네. 그녀는 남편과 함께 산꼭대기에 오두막을 지어놓고 함께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건 당일 화를 피할 수 있었죠. 불행하게도 그날 마을에 있었던 남편은 죽지는 않았지만 여자가 되어버렸지만요."

"아, 그렇군요."

"하지만 악마 놈은 어떻게 알았는지 그 여성분에게도 마수를 뻗치더군요. 마을 사람들을 모조리 성전환 시키고 어딘가로 사라진 악마는 그 다음날 밤에 다시 마수 무리와 눈알 괴물을 데리고 그 여성분이 살고 있는 산으로 향했지요."

"흠."

"그런데 놀랄 만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어떻게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여자로 변해버린 남편이 마물의 대군과 눈알 괴물을 막아낸 겁니다!"

"그게...가능한가? 눈알 괴물은 날아다니면서 빛을 쏜다고 했지 않나?"

"저희도 자세한 것은 잘 모릅니다. 하지만 여자의 남편은 공학도시 마키나에서 군인으로 복무한 경험이 있다는 소문을 들은 것도 같습니다."

"공학도시라, 그곳에서는 온갖 괴상한 기계들이 쏟아져 나온다는데, 거기서 뭔가를 가져오긴 했나보군."

"네. 잘은 모르지만 폭음과 함께 그 눈알 괴물에게로 뭔가 빛나는 것이 수십 수백발이 날아오자 그것에 맞은 괴물이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더군요. 워낙 먼 거리에서 본 거라 정확하지는 않지만요."

"그럼 마물들은? 어떻게 막아낸 거지?"

"네. 그게 다음 날 저희가 산에 들어가 보니 엄청난 수의 마물의 사체와 함께 망가진 함정들이 온 산에 가득하더군요. 저희도 산의 초입 부분까지밖에 가지 못했습니다만, 아마 산 꼭대기까지 그런 함정이 빼곡히 들어차있는 모양입니다.


"그런 것 같아요. 어쨌든 악마는 다음 날에도, 그 다음 날에도 산을 습격했지만, 번번이 막아내더군요. 하지만 오늘 아침에 이런 것이 화살에 묶여서 날아왔습니다."


카타리나는 그렇게 말하며 구깃구깃한 종이를 세바스에게 내밀었다.


-더 이상은 위험, 지원 요망.


그 말과 함께 산꼭대기에 있는 오두막 모양의 그림과 함께 구불구불한 선이 그어져 있었는데 아마도 함정을 피해 돌아오는 길인 듯 했다.


"흠. 확실히 위험한 상황이긴 한가보군."

"네, 함정도 한계가 있으니까요. 문제는 저만 이 쪽지를 본 게 아니라는 겁니다."

"그 말은..."


카타리나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소수의 극단적인 사람들이 말하기를 이 악마는 지금까지 방해를 해온 사람들은 모조리 죽였으니 이 부부를 돕다가 들키게 된다면 우리 마을에도 해코지를 하는 게 아니냐면서 무시하자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그, 그런..."

"아니 더더욱 극단적인 의견으로는 이 길을 따라서 이 부부를 잡아 악마에게 바치자는 의견도 나왔었어요. 다행히 그런 불상사는 벌어지지 않았지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현실입니다."

"그런 일이..."


안젤라는 안타깝다는 듯 한 목소리로 중얼거렸지만 세바스는 화가 난 목소리로 말했다.


"아무리 그래도 악마에게 협조하다니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이단이라고 간주해도 될 수준이로군요."

"그, 그렇긴 합니다만 상황이 상황이니까 이해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이해는 할 수 없지만, 보류는 해두도록 하죠."


안젤라의 경우가 특수한 것이지 뼛속까지 철저한 이단심문관인 세바스였지만 당장 악마가 코앞에서 날뛰는 상황에 이단을 잡겠답시고 마을을 들쑤셔 놓기엔 무리가 있었으므로 한숨을 내쉴 뿐이었다.


"그래도 아주 늦지는 않은 것 같아 다행입니다. 하루만 늦게 왔었어도 큰일이 날 뻔 했군요."

"네. 정말로 그렇지요. 부디 저 사특한 악의 종자들을 죄로부터 구원해주시길 바랍니다. 이단심문관님."

"말할 것도 없습니다. 저 사악한 존재들은 모조리 정화되어 사라질 것입니다."


얘기 끝의 결론은 일단 세바스가 쪽지에 그려져 있던 길을 따라서 올라가 보기로 한 것이었다. 문제는...


"저기, 심문관님."

"음? 왜 그러...십니까?"


지금까지는 반말을 사용해왔지만 안젤라를 성녀라고 소개한 마당에 교인들 앞에서 이놈 저놈 하기에는 눈치가 보이는지 이제와서 말을 높이는 세바스였다.


"저도, 함께 갈 수 있을까요?"

"뭣, 함께 말입니까?"


세바스는 깜짝 놀라며 되물었고, 안젤라는 비장한 표정으로 끄덕였다.


"네. 저도 제법 강하다...라고 생각되니까 말이죠. 그런 사정을 알게 되었는데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제법 위험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선 저에게 맡겨 주시고 마을에 계시죠."

"으음...그, 심문관님! 그 눈알 괴물은 하늘을 난다면서요? 심문관님은 하늘 날 수 있어요?"


안젤라가 머리를 굴리다가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는 표정으로 그녀로써는 드물게 삿대질을 하며 말했다.


"허공 밟기 기적 정도는 사용할 줄 압니다. 도주하는 악마 놈들을 잡아 죽이기 위해 익혀뒀죠. 그야 악마 놈들은 대개 날개가 달려 있으니까요."

"엣."


안젤라로써는 당연히 못할 거라고 생각해 날린 회심의 한마디였지만 별 거 아니라는 투로 말하는 세바스의 말에 의해 허무하게 격추되어 버렸다.


"어, 어쩌죠...?"

"그걸 저한테 물어보셔도...제 생각도 도미니크 심문관님과 같습니다만?"


카타리나에게 도움의 눈빛을 날려봤지만 카타리나 역시도 곤란하다는 표정으로 웃으며 말했다.


"에, 저기...그게."


안젤라는 열심히 머리를 굴려봤지만 좋은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고, 그저 끙끙거리기만 할 뿐이었다.


"그럼 전 이만..."


세바스가 그렇게 말하며 문 쪽으로 나가려 하는 순간, 갑자기 교회 문이 벌컥 열렸다.


"여기 있었구만."

"어? 악마ㄴ...아니아니, 루시퍼씨?"

"뭔 일 있냐? 갑자기 이름으로 부르고."


불경하게도 교회 문을 걷어차면서 등장한 것은 루시퍼였다.


작가의말

오늘도 식사 맛있게 하시고 즐거운 하루 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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