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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의눈물 님의 서재입니다.

악마의 마력으로 성녀가 됩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배고픈펭귄
작품등록일 :
2020.12.12 16:55
최근연재일 :
2021.03.13 20:00
연재수 :
9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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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62,818

작성
20.12.2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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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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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2쪽

11화

DUMMY

"암만 기다려도 오지를 않길래 이 몸께서 직접 찾아오셨다 이 말이야. 잘도 이몸을 고생시키는구만?"

"죄, 죄송해요."

"서, 성녀님? 이분은 또 누구신지...?"


갑작스러운 루시퍼의 등장에 당황한 카타리나가 식은땀을 흘리며 말했다.


느닷없는 성녀님이라는 말, 옆에 서있는 흉악한 도끼남, 왠지 몰라도 당황하고 있는 안젤라. 이 세 가지의 키워드를 종합하며 루시퍼의 두뇌에 고속으로 회전하며 이 상황에 걸맞는 최선의 답을 도출해냈다.


"이 녀석 오빱니다. 이 녀석이 걱정되어서 마을에서부터 따라왔죠."


입에 침 한 방울 안 바르고도 거짓말이 술술 나오는 루시퍼였고, 사정을 모르는 카타리나는 납득하며 넘어갔고, 사정을 대충밖에 모르는 세바스는 표정이 썩어 들어갔으며, 당사자인 안젤라는 여전히 당황하고 있을 뿐이었다.


-야. 말 안 맞춰? 이 몸이 고혈압으로 돌아가시는 꼴을 정녕 보고 싶냐?


또 안젤라의 머릿속으로만 들리는 목소리. 안젤라는 그 말에 퍼뜩 정신을 차리고는 횡설수설하기는 했지만 어떻게든 변명을 했다.


"마, 맞아요! 우리 남매 맞다구요. 그, 어머니...께서 걱정이 된다고 오빠보고 따라가라고."


태어나서 처음 해 보는 거짓말에 식은땀이 비처럼 쏟아졌고, 혈색까지 살짝 나빠진 게 건강상태가 염려될 수준이었다.


'거, 거짓말을 해버렸네요...'


혼자 풀이 죽어서 안젤라는 고개를 푹 숙여버렸고, 더 이상 안젤라에게 뭔가를 기대하기는 어렵겠다고 판단한 루시퍼는 일단 정보를 좀 더 수집하기로 했다.


"그런데 무슨 얘기 중이셨죠?"

"아. 도미니크 심문관님께서 악마 토벌에 성녀님께서 따라오시려는 걸 만류하시는 중이셨습니다."


여기서 루시퍼가 얻어낸 정보는 흉악한 도끼남의 이름과 직업, 그리고 악마 토벌이라는 키워드였다. 악마 토벌에 관해서는 확실하지는 않지만 마을의 이상한 광경과 희미하게 감지되는 묘한 마력, 마지막으로 이곳 사람들까지 복장이 이상한 것을 확인하고 결론을 내렸다.


'헤에, 이 정도로 복잡한 수작을 부릴 수 있는 악마는 흔치 않은데 말이지. 게다가 이 고약한 취미는 분명 그년인가.'


최소한의 정보로 거의 정답에 가까운 결론을 도출해낸 루시퍼는 혼자 납득하고는 사람 좋은 미소를 띠며 말했다.


"아~그러신가요? 하하, 우리 도미니크 심문관님께서 안젤라의 가족관계까지는 신경을 쓰지 못했나보군요?"

"가족 관계라니? 그게 무슨 소리지?"


그가 알기로 더 이상 안젤라의 가족은 존재하기 않기에 도미니크는 의문을 표했다.


"사실 그 오두막에 사신다는 여성분이 안젤라와 저의 누나가 되겠습니다. 안젤라가 아직 그건 얘기 안했나봐요?"

"아! 그, 그러셨군요. 이것 참 실례했습니다."


카타리나는 황송함에 고개를 숙였고, 안젤라는 당황하며 루시퍼를 올려다보았다.


"루, 루시퍼씨...?"

-솔직히 따라가고 싶잖아? 순순히 말 맞추라고. 아니다. 넌 입 다물고 있는 게 도와주는 거겠어.


이제는 반 협박조로 밀어붙이는 루시퍼, 하지만 실제로 따라가고 싶은 마음이 컸기에 안젤라는 순순히 입을 다물었다.


"루시퍼...씨? 우리 잠깐 얘기 좀 할까?"

"에이, 갑자기 어색하게 왜 그러시나요. 심문관님. 지금껏 같이 잘~다녔잖아요?"


눈가를 파르르 떨며 표정이 굳어 있는 세바스와는 달리 루시퍼는 시종일관 빙글거리며 여유 있는 태도를 보였다.


"...잔말 말고 따라오시지."

"어이쿠. 네이네이. 이러다 사람 잡겠어요?"


짜증이 거의 한계에 다다른 세바스의 말투가 험악해졌고, 루시퍼는 건들거리며 먼저 교회 밖으로 나가는 세바스를 따라 나섰다.


-넌 가만히 있어. 내가 알아서 해결하지.

"네에..."


루시퍼가 걱정되는 것인지 안젤라가 따라 나오려 했지만 루시퍼의 만류에 멈춰 섰다.


교회의 문이 닫히자마자 세바스가 마티아스에 손을 가져가며 입을 열었다.


"무슨 개수작이지? 악마놈."

"하하...역시 안젤라가 하나부터 열까지 다 불어버린 모양이로군. 그럼 내가 악마가 아니란 것도 잘 아실 텐데?"

"...교단에선 그런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다."

"헤에, 그렇단 말이지? 너희 인간 놈들은 언제나 그랬었지. 눈 가리고 아웅 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굴었어. 어리석기 짝이 없군."

"사특한 말로 내 마음을 어지럽히려 하지 마라."


세바스는 당장이라도 마티아스를 휘두를 기세였지만 루시퍼는 시종일관 느긋한 태도로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었다.


"당장이라고 한 판 벌이기라도 할 것 같은 기세네?"

"이단심문관이 악마를 정화하는데 이유가 필요한가?"

"뭐, 나도 네놈을 밟아버리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같지만, 그렇게 되면 귀찮게 구는 잔소리꾼이 한 명 있는지라 포기하도록 하지."

"네놈이 그렇게 나온다고 내 심판이 가벼워질 것이라 생각하나?"

"거참 융통성도 없으시네. 이걸 듣고도 계속 그런 말이 나오나 볼까?"


루시퍼는 여유로운 표정으로 자신이 가진 정보로 추측해낸 사실을 세바스에게 말하기 시작했고, 그 말을 들은 세바스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졌다.


-----


안젤라가 부담스러운 교인들의 눈빛에 말라죽기 직전이라고 느낄 즈음에 루시퍼와 세바스가 다시 교회 안으로 들어왔고, 안젤라는 드디어 해방이라는 생각에 과하게 루시퍼를 반겼다.


"오, 오셨군요! 루시퍼씨...아니, 오라버니? 에, 에에..."

"루시퍼면 된다."


루시퍼는 이제 자기 할 말은 끝났다는 듯이 팔짱을 끼고 눈을 감아버렸고, 결국 안젤라는 세바스에게 시선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세바스는 복잡한 표정으로 안젤라의 얼굴을 바라보더니 한숨을 내쉬고는 말했다.


"그런...사정이라면 함께 가셔도 좋습니다."

"에? 정말요?"

"네. 성녀님의 힘이 도움이 되는 것도 사실이니까 말입니다."


거짓말도 자꾸 하다 보니 익숙해져버린 세바스였고, 그런 사실에 세바스의 근심은 깊어져만 갔다.


"그, 그럼 바로 출발하시는 건가요?"

"그래야 할 것 같군요. 생각보다 시간이 너무 지체됐습니다."


이미 날은 어둑해진지 오래였으니 언제 다시 악마의 습격이 시작될지 몰랐으므로 이동하는 시간까지 생각한다면 서둘러서 움직여야 할 터였다.


"그럼 성녀님? 출발하시죠."


안젤라는 루시퍼를 슬쩍 쳐다봤지만, 루시퍼는 손을 살짝 흔들어 보일 뿐이었다.


-난 조금 있다가 알아서 잘 따라가도록 하지. 지금은 일반인이라는 설정이라.


안젤라도 살짝 고개를 끄덕이고는 부부가 살고 있다는 오두막을 향해 출발했다.


조금 뒤, 남편이 전해준 쪽지의 산길을 따라 걷던 안젤라는 주변에 아무것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는 세바스에게 질문했다.


"저기, 심문관님. 갑자기 왜 마음이 바뀌신 건가요?"

"...악마 놈에게 아무것도 듣지 못했나?"

"네에..."

"악마 놈의 말만 믿고 움직여야 한다는 분통이 터지는 일이지만, 그놈의 말을 들어보니 나 혼자만의 힘만으로는 해결이 어려운 일 같아서 말이다. 부끄럽게도 너의 힘을 빌려야겠다."


엄밀히 따지자면 안젤라의 힘도 악마의 힘이라고 말할 수 있었겠지만 일단은 어디로 보나 신성력인 안젤라의 힘이기에 세바스의 기준에서는 간신히 합격이라고 할 수 있겠다.


"여어, 안젤라."


완전히 어두워진 하늘 때문에 검은 옷에 검은 날개라 잘 보이지도 않는 상태의 루시퍼가 날아와 안젤라와 세바스의 앞에 날개를 접고 착지했다.


"루시퍼!"

"...그 사제 놈이 없으니 이제 씨 자는 붙여주면 고맙겠다."

"네, 네에...루시퍼씨.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건가요? 뭔가 알고 계신 게 있으신 건가요?"

"그래. 일단 너도 알고 있어야겠군."


루시퍼가 드디어 안젤라에게 설명을 시작했다.


"먼저 알아야 할 사실이 있다. 넌 이 수작을 부린 악마가 누구라고 생각하냐?"

"글쎄요...저는 악마님들에 대해선 잘 모르니까 말이죠."


또 무의식적으로 악마를 높여 부르는 안젤라의 말에 세바스의 눈가가 꿈틀했지만 여기서는 일단 넘어가기로 했다.


"내가 알기로 쓸데없이 마력을 이만큼이나 써가면서 이런 변태 짓을 하는 악마는 단 한 놈밖에 없다."

"그게, 누군가요?"

"아스모데우스. 마계 72군단의 군주 중 한 명이자 색욕의 대죄의 칭호를 받은 악마다."

"구, 군단? 대죄? 그게 뭐죠...?"

"흠. 군단 쪽은 신경 쓸 필요 없겠군. 72군단이 편차치가 너무 심해서 참고가 안 돼. 참고로 니가 저번에 가볍게 쓰러뜨린 발락 놈도 72군단의 군주다. 거의 말석이지만."

"앗. 그런가요?"

"그래도 방심하지 마라. 중요한 건 대죄 쪽이니까."

"네."

"일곱 개의 대죄라고 들어봤냐?"

"아뇨. 처음 듣는 거예요."

"그러냐. 저놈은 알고 있던데, 어쨌든 일곱 개의 대죄란 각각 오만, 탐욕, 질투, 분노, 색욕, 폭식, 나태로 죄의 근원이 되는 일곱 가지 요소를 뜻한다."

"죄의, 근원..."

"마계에선 혼의 근본이 그 일곱 가지 요소에 걸맞으며 동시에 강대한 힘을 가진 악마들에게 그 칭호를 하사했지. 뭐, 순수한 힘을 자리를 차지한 무식한 놈도 있긴 하다만 어쨌든 아스모데우스라는 놈은 위험한 놈이라는 얘기다."

"무섭네요."

"그래. 인정하긴 싫지만 지금의 이 몸은 아스모데우스를 단독으로 이길 자신은 없군. 안젤라 너는...글쎄. 상황에 따라 다르겠군."


아무렇지도 않게 말한 루시퍼였지만 세바스는 이 대목에서 제법 놀랐다. 그가 알기로 칠죄종이란 교단에서도 최우선 척결 대상이면서도 동시에 마주쳤을 때는 우선 도망치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돌아다닐 정도로 극도로 위험한 악마들이었기 때문에, 안젤라가 그런 악마들과 맞설 수 있을 정도의 힘을 갖고 있을 줄은 몰랐기 때문이었다.


"심문관님? 왜 그러시나요?"

"아, 아무 것도 아니다. 신경 쓰지 말도록."

"뭐, 단순히 강하기만 한 놈이기만 하면 이 마을에서 튀어버리는 걸로 해결이 가능하지. 지금까지 막아서는 놈들 외에는 한 명도 죽이지는 않았고 말이지."

"그, 그건 안 되잖아요?"

"안되기는 뭐가 안 돼? 막말로 너 이대로 아스모데우스가 도망가 버리기라도 하면 저놈들 다 고쳐줄 수 있냐?"

"그건..."


시도는 해보았지만 안젤라의 마력으로는 교인들의 성별을 원래대로 되돌리는 것은 불가능했었다.


"그러니까 직접 만나서 담판을 지어야지. 게다가 이대로 두면...마을 놈들은 한 사람도 빠짐없이 모두 죽을 거다."

"주, 죽어요? 어째서요? 다들 성별이 바뀌었을 뿐이잖아요?"

"악마라는 자가 이런 웃기지도 않는 광대 짓으로 직성이 풀릴 거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야. 그년의 변태성은 상상을 초월한다고. 아마 성별이 변한 사람 모두 지옥에 끌려가서..."


온갖 끔찍한 고문 도구들과 일 년 내내 발정상태인 지옥의 괴수들이 가득한 아스모데우스의 성에서 차마 말로는 표현하기도 싫을 정도의 끔찍한 짓은 다 당하고 죽어버릴 거라는 말은 안젤라에게는 수위가 너무 높았기에 루시퍼는 말을 멈췄다.


"왜, 왜 말하다가 말아요?"

"음. 아니 뭐, 지옥에 끌려가서 다 죽을 거라고. 그년은 그런 년이야."


악마 주제에 건전한 쪽으로 묘한 배려를 해주는 루시퍼였다.


"그년은 성별을 바꿔버리도 태어나서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하고 느끼지도 못하는 감각으로 고통을 주는 걸 즐기거든. 정확히 뭐라고는 말 안해줄거지만."

"왜, 왜요! 알아야 뭐라도 대처를 하죠! 말해주세요!"

"꼬꼬마는 몰라도 돼."


안젤라가 성을 내며 불만을 표시했지만 루시퍼는 단호하게 시선을 돌려버렸고, 세바스도 붉어진 얼굴로 연신 헛기침을 해댈 뿐이었다.


"우우...어쨌든 이해는 했어요. 무섭지만, 직접 만나서 담판을 지어야겠군요. 이대로 마을 사람들이 죽게 놔둘 수는 없으니."

"너라면 그렇게 말할 줄 알았지."


루시퍼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나야 인간 놈들이 어찌되는 알 바가 아니지만, 니가 힘을 많이 써줄수록 좋으니까 말이다. 게다가..."


루시퍼는 침을 꼴깍 삼키고는 말했다.


"난 아직 이 마을의 토종닭을 먹어본 적이 없거든. 이대로 다 죽어버리면 곤란하지."


작가의말

요즘은 치킨보다 찜닭이 몸에 더 잘 받더군요.

벌써 늙은 게 아닐까 걱정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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