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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의눈물 님의 서재입니다.

악마의 마력으로 성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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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픈펭귄
작품등록일 :
2020.12.12 16:55
최근연재일 :
2021.03.13 20:00
연재수 :
96 회
조회수 :
4,859
추천수 :
239
글자수 :
462,818

작성
20.12.15 20:00
조회
92
추천
3
글자
13쪽

6화

DUMMY

"어, 어어어?"


안젤라가 남자의 머리를 한번 쓰다듬자 둘을 감싸고 있던 황금의 구가 남자에게만 씌워져 남자가 둥실 떠올라 사람들 쪽으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네년, 무슨 수작을 부린 거냐. 느닷없이 신성력을 사용하다니. 신성력은 커녕 마력조차도 거의 느껴지지 않았었건만.


일어난 안젤라의 금발은 은은하게 빛을 발하고 있었고 안젤라의 몸에서도 금빛 기운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고 있었다.


"글쎄요. 저도 어떻게 된 건지 잘 모르겠군요."


루시퍼의 말대로라면 악마의 마력 특유의 시커먼 기운을 흩뿌려야지 정상이었건만, 어쩌선지 지금의 안젤라는 황금의 기운을 피워 올리고 있었다.


=점점 짜증이 나기 시작하는군. 그래도 달라지는 건 없다. 죽어라!


이번에는 화염구가 아닌 화염방사기 마냥 불을 뿜어대는 발락. 바위마저도 녹여버리는 그의 화염에 안젤라는 한줌의 재가 되었어야 정상이지만 그녀가 팔을 들어 올리자 황금의 벽이 생성되어 발락의 불을 막아냈다.


=잔재주를...!


화염은 통하지 않는다고 생각한 것인지 발락은 지금까지 느긋하게 움직였던 것과는 완전히 다르게 그 거체로 낼 수 있다고는 믿겨지지 않는 속도로 도약하며 안젤라를 내려찍었다. 하지만.


=크아아아악!


안젤라의 주변을 덮은 황금의 구에 의해 발락의 앞발은 막혔고 오히려 화상이라도 입은 듯이 치이익 소리를 내며 발락이 뒤로 물러났다.


=이정도로 고농도의 신성력이라니! 네년 대체 뭐하는 놈이냐!


"루시퍼씨도 항상 거짓말만 하는 것은 아니었군요."


최소한 발락 정도는 개구리로 보일 정도라는 말 하나는 사실인 듯 했다.


"자, 속죄의 시간이에요."


=크으으윽!


발락은 뒤로 물러나며 양쪽 입에서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기세의 시뻘건 불길을 토해냈고, 안젤라는 이번에는 반구형의 막을 생성해내 마치 바구니에 물을 담듯이 발락의 화염을 막아내었다.


=무슨 수작이냐!


발락의 화염을 모두 막아낸 반구형의 막이 수축되더니 발락의 화염을 감싸는 형태가 되었고, 하늘로 둥실 떠올랐다.


=서, 성화!? 네년 감히 이 몸의 화염으을!


놀랍게도 막 안에서 발락의 시뻘겋던 화염의 백금빛깔의 색으로 변했고, 하늘로 올라가던 구는 어느 순간 빛을 내뿜으며 터져나갔고 구 안에 담겨있던 화염이 사방으로 퍼져나가 밤하늘을 마치 대낮처럼 환하게 황금빛으로 물들였다.


사람들은 마치 신화의 한 장면 같은 이 기적을 그저 입을 헤 벌리고 쳐다볼 뿐이었고, 그건 루시퍼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미친? 어째서 이 몸의 마력이 신성력으로 변환된 거지?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그러나 루시퍼의 놀람은 발락의 그것에 비할 바는 아니었고, 발락은 온 하늘을 뒤덮은 신성력의 바다에 그저 주춤주춤 뒷걸음질을 칠뿐이었다.


"끝이에요."


안젤라의 한마디와 함께 마치 별하늘에서 유성우가 떨어지듯이 굵직굵직한 빛줄기들이 마치 비처럼 꼬리를 그리며 쏟아지기 시작했고, 엄청난 거체 때문에 피할 생각도 하지 못하던 발락은 급하게 화염을 뿜어내어 보호막 비슷한 것을 만들었다.


=크아아아악!


하지만 발락의 불벽은 안젤라의 것과는 다르게 보호의 기능을 전혀 수행하지 못하고 그저 관통될 뿐이었고 오히려 발락의 화염을 통과한 빛줄기는 성화를 띄어 발락의 몸을 불태우기 시작했다.


=이런 제기랄! 대체 어디서 이런 괴물이 튀어나온 거야!


온몸이 성화에 의해 화상투성이가 된 발락이 미친 듯이 날뛰며 사람들 쪽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우와아악! 이, 이쪽으로 온다!"

"살려줘!"

"그쪽은 안돼요."


안젤라가 팔을 뻗자 안젤라의 몸 주위에서 일렁이던 황금의 기운이 사슬의 형태가 되어 뻗어나가 발락의 몸에 휘감겼고, 발락은 사람들의 바로 앞에서 양쪽 목이 휘감겨 옴짝달싹도 못하는 처지가 되었다.


=크헥, 켁!


"이리 와요."


안젤라가 사슬을 잡아당기는 듯한 동작을 취하자 실제로 사슬이 당겨지며 발락의 거체가 붕 뜨며 안젤라 쪽으로 날아와 바로 앞에 처박혔다.


"당신에게는 미안하지만, 죽어주셔야겠습니다."


=크륵, 큭! 죽일 거면 빨리 죽여라! 인간!


사슬 또한 고농도의 신성력을 띠고 있었기에 묶인 부위가 타들어가며 발락은 매우 고통스러운 듯 했다.


"..."


완전히 제압되어 대량의 신성력을 퍼붓기만 해도 소멸될 발락이었지만 안젤라는 망설이는 듯 했다.


=크흐흐흐, 이래서 인간 놈들은 약해 빠졌다는 거다! 아무리 힘이 강해서 정신머리가 글러먹었어!


나름 머리를 굴린 것인지, 발락은 유일하게 움직일 수 있었던 신체부위인 꼬리를 이용해 주변에 굴러다니던 바위 파편을 안젤라에게로 날렸다.


"흠."


그러나 바윗덩어리는 어느새 나타난 루시퍼의 한손에 마치 솜뭉치라도 되듯이 그대로 멈춰버렸고 날아온 기세가 무색하게 바닥으로 그대로 묵직한 소음을 내며 떨어졌다.


"추하구나. 발락. 더 이상 악마의 이름을 더럽히지 말고 죽어라."


=네놈은 또 뭐...아니, 잠깐. 당신은 설마?


"그만, 거기까지."


루시퍼가 칼같이 발락의 말을 끊고 손을 대충 앞으로 그어 마력의 칼날을 날렸고, 그러자 발락의 양쪽 머리가 예리한 검에 잘린 듯이 깔끔하게 절단되어 바닥에 떨어졌다.


머리를 잃은 발락의 몸체는 힘없이 바닥으로 쓰러졌고, 이내 시커먼 기운을 피워 올리며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저건..."


그런데 시커먼 기운 사이에서 흰빛을 띠는 기운이 점점 올라오기 시작했고, 하나 둘씩 새어나오던 흰빛의 기운은 점점 늘어가 수백 개의 기운이 하늘로 올라갔다.


"설마, 저건."

"어. 그래. 제물로 바쳐진 인간들의 영혼이군."


루시퍼는 그렇게 말하며 안젤라의 곁에 슬쩍 서서 올라가는 영혼을 올라다보았고, 안젤라도 멍하니 서서 올라가는 영혼을 쳐다볼 뿐이었다.


"어머니의 영혼도, 저 중에 있을까요."

"가장 최근에 먹힌 영혼이니 말이다. 벌써 소화되거나 하지는 않았겠지. 영혼이 음식도 아니고 말이야."


안젤라에게는 유감스럽게도, 영혼 중의 하나가 안젤라의 주위를 빙빙 돈다거나 하는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고, 모든 영혼이 하늘 끝까지 올라가 보이지 않게 되자 발락의 신체도 완전히 소멸하기 직전이었다.


"어머니는, 드디어 천국에 올라가실 수 있으신 거겠죠?"

"그걸 내가 어떻게 아냐."


안젤라가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지만 그런 감상 따위에는 별 관심이 없는 루시퍼였지만, 안젤라가 째려보자 못마땅한 듯한 태도로 한마디 던졌다.


"그, 뭐시냐. 바닥으로 꺼지는 영혼은 없었잖냐. 지옥은 땅 밑에 있거든. 개념적인 공간이라 바닥을 파도 나오진 않는다만."

"그, 그런 건가요? 정말 다행이에요!"


이제야 다시 웃을 수 있게 된 안젤라가 간만에 활짝 핀 표정으로 미소를 지었다.


"그건 그렇고. 너, 왜 마무리를 짓지 않은 거지."

"하지만, 악마님도 회개할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요."


싸우는 내내 신경이 쓰이던 일이었다.


"회개? 웃기는구만, 너 악마에게 선이 무슨 의민지는 아냐?"

"잘 모르겠어요."

"그건 임마. 아가미를 단 생물에게 물 밖에서 호흡을 하라는 거나 마찬가지인 일이야. 애초에 날 때부터 못하는 일이라고. 바랄 걸 바라야지."

"그럼 망둥어는..."

"뭐?"

"아무것도 아니에요."

"선과 악의 경계에 걸쳐있는 건 인간종 뿐이다. 그걸 명심하라고."

"..."


그럼 루시퍼는 어떻게 된 것이냐고 물어보고 싶은 안젤라였지만, 루시퍼의 표정을 보고 관두기로 했다. 도저히 그런 말을 물어볼 만한 표정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알았아요."

"좋아. 알아들었으면 다음에 악마 놈들을 만났을 때는 굳이 내가 마무리를 지어줄 필요는 없겠지?"

"네. 명심할게요."

"좋아. 또 악마를 만날 일이 있겠냐 싶기는 하다만...뭐, 상관없겠지. 좀 피곤하군. 마력을 너무 많이 썼어."

"별로 한 것도 없어 보이시던데..."

"너 임마. 아까부터 나에 대한 태도가 좀 삐딱하다?"


본인이 한 짓은 생각도 안하고 안젤라를 갈구는 루시퍼였다.


"설마요."

"이 자식. 질리도록 하던 사과는 어따 팔아먹었어. 뭐, 상관없지. 유감스럽게도 이 몸은 지상으로 내려오면서 힘에 엄청난 제약을 받은 상태란 말이지..."


물어보지도 않은 걸 주저리주저리 떠들어대는 루시퍼.


"유감스럽게도 마계에 있을 때 발휘할 수 있는 힘의 1푼도 채 발휘하기 힘든 상태란 말씀이야. 아마 지금은 내 힘을 고스란히 빌려 쓰는 네놈 쪽이 나보다는 강할 거다."

"대단하네요. 그건."

"이 몸의 계약이 그만큼 대단한 거지. 네놈이 대단한 게 아니라고. 애초에 계약을 대충하느라 마력의 대부분을 날려먹었, 아니 참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지 지금."


루시퍼는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이 말했다.


"너, 그건 어떻게 된 거냐."

"뭐가요?"

"신성력 말이다! 네놈 몸에는 분명 아무것도 없는 걸 확인했는데 말이지...가호는커녕 마력도 한줌밖에 없고, 이 몸의 마력에 문제가 있을 리도 없는데...음, 설마?"


루시퍼가 뭔가가 생각났다는 듯이 말했다.


"너, 이후의 계획은 어떻게 되냐."

"딱히 생각해 둔 건 없는데 말이죠."

"그러냐. 그럼 우선 수도로 가보도록 하자."

"수도, 요?"


수도에 어렴풋한 동경을 가지고 있던 안젤라는 살짝 설레기 시작했다.


"그래. 알아볼 게 좀 있어서 말이야. 네놈의 그 특이한 현상에 대해서. 정말 매우, 엄청나게, 끔찍하게 가기 싫지만 수도의 중앙 교회에 가봐야겠다."

"악마님이 교회에...푸훗."


아이러니함 때문인지 안젤라가 드물게도 웃음을 흘렸고, 루시퍼는 썩어 들어가는 표정으로 씹어뱉듯이 말했다.


"아, 나도 가기 싫다고. 네놈 같은 일이 아~주 예전에 있었던 것 같긴 한데 내가 아는 게 없단 말이지. 거기라면 기록이 남아 있을 거다."

"네. 좋아요."


신을 믿지만 여태 교회라고는 한 번도 가 본적이 없는 안젤라였기에 중앙 교회에 대한 기대는 어마어마한 안젤라였다.


"방침이 정해졌으면 바로 준비해. 난 쉰다."


어디서 쉰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루시퍼는 뒤로 돌아 팔을 휘적거리며 어딘가로 가버렸고, 안젤라는 누적된 피로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참...피곤한 하루였네요."


어느새 은은한 빛이 나던 안젤라의 금발은 원래의 색으로 돌아와 있었고, 안젤라는 웅성거리는 소리에 뒤를 돌아봤다.


안젤라가 뒤를 돌아보자 수군거리던 사람들이 움찔하며 시선을 피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안젤라를 착취한 것은 촌장만이 아니었다. 안젤라의 딱한 사정을 가엾게 여긴 사람들도 없지는 않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녀의 사정을 이용해 그녀를 부려먹었었다. 그나마 선을 넘는 사람은 없었다는 것이 다행인 것일까.


그런 와중에 사람들은 안젤라가 눈앞에서 악마를 간단하게 해치워버리는 모습을 목도한 것이다. 그냥도 이런 무시무시한 힘을 가진 사람에게는 위축될 수가 있는데 하물며 뒤가 구린 사람들이야 말할 것도 없는 일.


그런 사람들의 모습에 안젤라가 한숨을 내쉬며는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촌장님. 거기 계시죠? 나와 주세요."


안젤라는 촌장을 콕 집어 지명했고, 은근슬쩍 인파 속에 묻혀있던 촌장은 사람들의 손에 의해 끄집어내져 안젤라의 앞에 내동댕이쳐지듯이 나오게 되었다.


"아, 안젤라."

"..."


촌장을 바라보는 안젤라의 표정은 복잡했다. 분노와 슬픔 사이에서 방황하는 감정은 쉽사리 한쪽으로 치우지지 않고 그저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을 뿐이었다.


"촌장님."

"으, 응? 왜 그러나...요?"

"왜 그랬냐는 말은, 이제 하지 않을게요."

"어, 어..."

"이제 와서 촌장님에게 해코지하는 것은, 어머니도 원하지 않으실 거에요."

"그, 그래. 분명 그럴 거야...요."

"하지만.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넘어갈 수는 없어요."

"으윽!"


여기서는 단호한 안젤라였다.


"사실 지금도 촌장님에게는, 화가 많이 났어요. 하지만...분노를 안고 살아가기에는 세상은 너무 고달프니까. 저를 위해서, 오롯이 저를 위해서 촌장님의 향한 분노는 거두도록 하겠어요."

"아, 알겠네."

"그저...지금까지 부당하게 돌아가신 분들과 어머니를 잊지 마시고 기억해주세요. 그리고, 진심으로 속죄해 주신다면 제 마음이...조금은 편해질 수 있을 것 같네요."

"알겠네. 내 맹세하지..."


용서, 그것은 마음먹기에 따라 가장 쉬운 일이 될 수도 있고 가장 어려운 것이 될 수도 있는 것이었다.


"받았던 돈은...그냥 돌려줄 순 없겠네요."

"어흑."


이 와중에도 돈 욕심을 끝내 버리지 못한 촌장이었다.


"그 돈은 파괴된 마을의 재건에 사용하도록 해 주세요."

"알았네..."


시무룩한 표정으로 대답하는 촌장.


"아, 그리고 몇 가지 부탁을 드려도 괜찮을까요."

"뭔가?"

"그게 말이죠."


안젤라는 잠깐 고민을 해보고는 필요한 것을 몇 가지 추려 촌장에게 말했다.


작가의말

펭귄은 오늘도 굶습니다. 여러분의 선작 추천 댓글이 있다면 배고픈펭귄은 살아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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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8화 20.12.17 76 3 12쪽
7 7화 20.12.16 80 3 15쪽
» 6화 20.12.15 93 3 13쪽
5 5화 20.12.14 96 3 12쪽
4 4화 20.12.13 117 3 13쪽
3 3화 20.12.12 136 3 16쪽
2 2화 20.12.12 158 3 11쪽
1 1화 20.12.12 278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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