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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의눈물 님의 서재입니다.

악마의 마력으로 성녀가 됩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배고픈펭귄
작품등록일 :
2020.12.12 16:55
최근연재일 :
2021.03.13 20:00
연재수 :
9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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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9
글자수 :
462,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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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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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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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6쪽

3화

DUMMY

루시퍼가 문을 닫고 돌아봤을 때에는 어느새 사악한 미소는 사라지고 대신에 거만함이 담긴 표정을 띠고 있었다.


"안젤라의 그, 손님분이신가...요?"


루시퍼의 촌장 내외는 안중에도 없는 태도에 살짝 열이 받긴 했지만 루시퍼의 신분이 확실치 않았기에 촌장은 조심스러운 태도를 유지했다.


"아, 그래. 내가 누군지 알겠나?"

'젠장. 모르니까 이러고 있지. 별 거 아닌 놈이기만 해봐라.'

"그, 잘 모르겠습니다."

"아하하하. 너 촌장 맞냐? 자기가 살고 있는 나라의 왕자님 얼굴도 못 알아보고."


여기서 자신이 타락 천사라고 밝힐 수는 없는 노릇이었지만 대뜸 루시퍼의 입에서 튀어나온 것은 어마어마한 거짓말이었다.


"와, 왕자님이요?"


루시퍼의 말에 촌장은 놀라긴 했지만 대뜸 부복할 정도로 사람이 순진해 빠지진 않았다.


"시, 실례지만 그...신분을 증명할 수단이라던가, 뭐시냐. 있으신가요?"

"하, 나 이거 골 때리는 새끼네. 야, 촌장. 내가 왜 내가 나라는 걸 증명해야 되냐? 한 나라의 왕자 얼굴도 다 기억 못하는 니 멍청한 머리 때문에 내가 왜?"


믿도 끝도 없이 오만한 태도로 야부리를 털어대는 루시퍼였다.


당연히 촌장은 그리 만만하지는 않았고, 조심스러우면서도 비굴하지는 않은 태도를 유지했다.


"카이너스 전하의 아드님이야 뭐, 워낙에 많으니까요. 아예 바깥 행사에는 얼굴조차 내밀지 않는 분들도 계시고."

"헤에, 그래서 지금 이 몸이 듣도 보도 못한 잡놈 왕자님이시다 이말인가?"

"어이쿠, 당치도 않습니다. 뭐, 본 적 없다는 거야 사실이지만 말이죠."

"짜증나는군. 대체 뭘 믿고 그렇게 건방을 떨어대는 거지?"


계속되는 블러핑에 오히려 촌장의 의심은 더욱 깊어져만 갔다. 왕자라면 뭐라도 자신을 증명할 수단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고 보니 아직 이름도 듣지 못했군요. 실례지만 성함이 어떻게 되시는지?"

"남의 이름을 묻기 전에는 네놈 이름부터 밝히는 게 예의 아니냐? 라고 말하고 싶은 참이지만, 이미 알고 왔으니 생략하지. 그래, 내 이름말이지."


여기서 잠깐 침묵, 촌장의 의심은 이제 거의 확신으로 변했다. 다음 루시퍼의 말이 이어지기 전까지는 말이다.


"내 이름은 카라미트 디 카이너스. 흑염의 폭군이라고 하면 알아 처먹으려나?"


루시퍼는 그렇게 말하며 오른손에서 검은 불꽃을 피워 올렸다.


"흐, 흑염! 주주주,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왕자 전하!"


검은 불꽃을 본 촌장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넘어지다시피 엎으려 절했고, 촌장 부인도 어린 딸의 뒤통수를 누르며 엎어졌다.


흑염의 폭군. 실제 이름은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 명성만큼은 카이너스 국왕 못지않았다. 열 살 무렵부터 전쟁터로 스스로 뛰어든 싸움광, 전투의 천재, 잔혹한 학살자 등 흉악한 별명을 다수 가지고 있는 그였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이 바로 흑염. 그의 트레이드마크나 마찬가지인 것이었다.


대륙에서도 극히 일부의 사람들만 타고 난다는 이능력. 그중에서도 희귀한 전투계 이능력인 흑염을 다루는 힘을 타고난 카라미트는 태어나면서부터 그 흑염으로 어머니를 태워죽였고, 그 때문에 왕에게 왕자임에도 내놓은 자식처럼 성장했고, 비뚤어진 성격으로 성장했다.


거의 항상 화가 나있는 그가 스트레스를 푸는 방식은 끝없는 전투였다. 그가 왕국 내에 머무르는 일은 거의 없었으며 사실상 용병단에 가까운 부대를 이끌고 왕국의 영토 확장을 위한 전쟁을 반복하는 것이 그의 일상이었다.


루시퍼가 카라미트를 사칭한 것도 다 이유가 있어서였는데 첫 번째로 그는 명성에 비해 얼굴이 잘 알려져 있지 않았으며, 두 번째로 우연찮게도 마침 그가 왕국에 돌아왔기 때문이었다. 마지막 이유로는 루시퍼가 그의 흑염을 비슷하게 흉내 낼 수 있었다는 것이었다.


물론 그의 흑염과는 원리 자체가 달랐고, 화염 마법과 마기를 섞어 겉모습만 흉내 낸, 아니 겉모습도 제법 달랐지만 카라미트의 흑염을 제대로 본 사람 중에 살아있는 사람이라고는 그의 부대 외에는 거의 없었기 때문에 대충 검은 불꽃을 피워내는 것만으로 사칭이 가능한 것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촌장은 왕년에 카라미트의 부대에서 활약했던 용맹한 과거를 가지진 못했고, 루시퍼가 피워낸 검은 불꽃을 보자마자 바닥에 납작 엎드린 상태였다.


"나 참 번거롭게, 진작 찌그러지면 얼마나 좋냐? 서로 귀찮은 일 없이 말이야."


피워낸 화염을 꺼뜨린 루시퍼가 사악한 미소를 띠며 엎드린 촌장의 머리를 잘근잘근 밟았다.


"으그윽...요, 용서를."

"그래 뭐, 나는 관대하니까. 몰라본 일은 용서해 주마."

"감사합니다! 왕자 전하!"

"근데 니가 맞아야 할 일이 그것만 있는 건 아니라서."

"그건, 무슨...?"

"넌 바쁘신 이 몸이 굳이 이 시골 촌구석까지 내려온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냐?"

"그게, 안젤라를 만나러 오신 것이 아닙니까?"

"맞아. 그럼 이 몸이 왜 안젤라를 만나러 왔을까?"

"그, 그건."


루시퍼가 쭈그려 앉아서 촌장의 몇 없는 머리숱을 잡아 올려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


"안젤라는 말이야. 이 몸의 숨겨진 딸이란 말씀이지."


이것도 물론 근거 없는 거짓말이었지만 눈앞의 사람이 흑염의 폭군이라는 사실에 사고가 완전히 마비된 촌장은 그 말에 온몸을 사시나무 떨듯 떨기 시작했다.


"따, 따님이시라고요? 아, 아, 안젤라가?"

"어, 맞아. 어디 갔나 했더니 이 마을에 있더라고."

"부, 부, 부, 부디 요요용서를..."


대체 구린 일이 얼마나 많은 건지 방금 전의 두 배는 더 격렬하게 떨어대는 안쓰러운 촌장이었다.


"너 말이야. 방금 죽을죄를 지었다면서? 니 입으로."

"사, 살려만 주십시오!"

"죽을죄를 지었으면 죽어야지? 안 그래?"

"히, 히이익!"


사악한 미소로 촌장을 사정없이 몰아붙이던 루시퍼는 이제 좀 만족했다는 표정을 지으며 무릎을 털며 일어났다.


"농담이야 임마. 쫄긴."

"감사합니다!"

"그래도 말이야. 혹시 이대로 어물쩡 넘어가려는 생각은 아니겠지?"

"안젤라에게는 정말 죄송한 짓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 스텔라 씨의 사건은 제 잘못이라기보다는, 저기 그..."

"스텔라? 아아, 그래 스텔라에 대해선 뭐, 굳이 신경 쓰지 않아."


뜬금없이 튀어나온 이름이지만 문맥상 안젤라의 모친임이 틀림없었다.


'약간 신경 쓰이긴 하는군. 그 녀석 어미의 죽음에도 이놈이 관여한 건가. 뭐, 내가 알 바 아니지만.'


루시퍼는 속으로만 생각하며 말을 이었다.


"그런데 말이야. 사과는 내가 아니라 본인한테 해야지?"

"그, 그럼 당장 외출 준비를..."

"아, 딱히 그럴 필요는 없어. 말뿐인 사과보다 쓰잘데기 없는건 찾기 힘들지. 걔한테 필요한 건 약~간의 성의라고나 할까?"

"성의, 말씀이시군요."


이 와중에도 물욕은 놓지 못한 건지 촌장의 얼굴이 살짝 어두워졌다.


"어쭈. 표정 안 펴? 그냥 몇 대 맞는 걸로 퉁칠까?"


은근슬쩍 손에서 다시 검은 불꽃을 피워 올리는 루시퍼


"죄, 죄송합니다!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촌장은 사색이 되어서 금고가 있는 곳으로 헐레벌떡 달려갔다.


-----


30분쯤 후, 루시퍼의 무언의 압박에 금고를 세 번쯤 다녀온 촌장이 영혼까지 다 털린 표정으로 짤랑거리는 소리가 나는 보따리를 공손히 내밀었다.


"진작 이럴 것이지. 그랬으면 서로 얼마나 편하고 좋아?"


사실 편한건 루시퍼뿐이었지만 말이다.


'더 털어보면 나올 법도 한 눈치지만 뭐, 귀찮으니까 여기까지 하지.'


나름 묵직한 보따리를 둘러멘 루시퍼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촌장네 집 문 밖을 나섰다.


"...갔지?"

"간 거 같네요."

"제기랄! 저게 어떻게 모은 돈인데! 왕자면 다야!?"


루시퍼가 사라진 방향으로 주먹감자를 먹이며 촌장은 분노를 마음껏 표출했다.


"야. 촌장."


그런데 뜬금없이 루시퍼가 다시 돌아와 불쑥 고개를 내밀었다.


"으허억! 무, 무슨 일입니까?"

"안젤라네 집이 어디냐? 집에 가라고는 했는데 어딘지 물어보지를 않아서."

"아, 넵. 지도를 대충 그려 드리겠습니다."


촌장이 그린 지도를 받은 루시퍼는 다시 떠났고 촌장은 언제 다시 루시퍼가 돌아올지 조마조마해하며 가슴을 졸였다.


-----


"지도가 맞다면 여기쯤일 텐데, 촌장 놈이 날 엿 먹이려고 한 건...아니겠지 아마."


그만큼 겁을 줘 놨으니 헛수작질은 부리지 못했을 것이다. 뒷감당 문제도 있었고.


루시퍼가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자 골목 사이에서 안젤라가 걸어 나왔다.


"아, 루시퍼님. 빨리 오셨군요."

"오. 안젤라. 넌 어찌 알고 나와 있냐?"

"이제 슬슬 오실 시간일 것 같아서 나왔어요. 저희 집이 좀 찾기 힘든 곳에 있거든요."


"그, 그러냐. 내가 딴 짓하다가 늦으면 어쩌려고 벌써 나왔냐?"

"글쎄요. 거기까진 생각하지 않았네요."


그냥 하염없이 기다렸을 거란 소리였다.


"그나저나 그 보따리는 뭔가요?"

"어. 촌장한테 받은 약간의 성의라고나 할까?"

"...부당하게 갈취하신 거로군요."


안젤라가 답지 않게 눈을 흘기며 말했다.


"갈취라니. 정당한 수단으로 양도받은 거라고. 뭐, 니 이름을 좀 팔긴 했지만. 그리고 내가 가질 거 아니고 너 주려고 가져온 거다? 아, 일단 안에 들어가서 얘기하자고. 나야 괜찮다만 넌 춥지도 않냐?"

"이 정도 추위는 익숙해서 괜찮아요. 아직 해도 떠있고."

"그러냐."


루시퍼는 그렇게 말하며 슬쩍 하늘을 바라봤는데 해가 떠 있기는 했다. 거의 다 져가는 상태이기는 했지만 말이다.


"어쨌든 안내해라."

"네. 따라오세요."


안젤라는 그렇게 말하며 걸어 나왔던 골목길 안쪽으로 다시 들어갔고 루시퍼가 그 뒤를 따랐다.


구불구불하게 나있는 복잡한 골목길을 잠시 걷자 집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한 폐가 수준의 작은 건물이 모습을 드러냈고 안젤라가 그 집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허...대충 예상은 했지만 더 심하군. 이런 집에 혼자 사는 거냐?"

"살아보면 생각보다 괜찮아요. 아침에는 햇볕도 잘 들어오고."


찬바람도 같이 들어오지만요. 라고 중얼거리는 소리를 루시퍼는 못 들은 체 했다.


"누추하지만, 어서 오세요."


밖에서 얘기하면 춥다는 이유로 집 안에 들어왔지만 집 안이라고 크게 다를 것은 없어 보였다.


"정말 누추하군 그래. 뭐, 그것도 오늘까지겠지만 말이야."


루시퍼는 그렇게 말하며 짊어지고 있던 묵직한 보따리를 바닥에 던지다시피 내려놓았고, 안젤라는 미심쩍어하는 눈빛으로 물었다.


"이거 돈, 맞죠? 어떻게 얻으신 건지 설명을 부탁드려도 될까요?"

"넌 어떻게 가난하다는 놈이 돈을 봐도 눈을 빛내지를 않냐. 재미없게."


지금까지 봐왔던 인간이라는 종자들은 모두 돈이라면 환장을 하는 모습만을 봐왔던 루시퍼는 그런 안젤라의 모습이 퍽 어색한 듯 뻘쭘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설명, 부탁드립니다."

"아아~알겠어. 너무 보채지 말라고."


루시퍼가 촌장에게도 돈을 갈취한, 본인 말로는 정당한 수단으로 양도받게 된 경위를 대충 설명했고, 말을 끝까지 들은 안젤라가 화난 표정으로 팔을 붕붕 휘두르며 외쳤다.


"가, 갈취 맞잖아요! 거짓말까지 해가면서요!"

"오, 화도 낼 줄 아는구나? 너."

"저도 사람이니까 화 정도는 내거든요? 루시퍼님 못됐어요."

"그야 나는 타락 천사니까 말이야. 못된 게 정상이거든."


말이야 바른 소리였다.


"이 돈이면 이런 폐가랑은 안녕일 텐데 넌 욕심도 안 생기냐?"

"물론 좀 더 따뜻한 집에서 살고 싶은 생각은 있죠. 하지만 부당한 수단으로 얻은 돈으로 그러는 건...죄잖아요."

"뭐 그렇긴 하지. 거참. 너 정도의 죄업이면 이 정도의 죄는 아주 사소한 정도인데 말이야."

"아무리 사소하다 하더라도 죄는 죄라고 생각해요. 가능하면 죄는 짓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나이도 어린놈이 아주 꼰대가 다 됐군. 어디 사는 천사 놈들에게 세뇌라도 당한 거냐? 뭐, 그놈들이 그딴 짓을 할 리가 없지만 서도."

"꼬, 꼰대..."


그런 말을 들은 게 꽤나 충격이었는지 안젤라는 시무룩해져서는 구석에 쪼그려 앉았다.


"어쨌든, 받아왔으니 어쩔 수 없지 않냐? 게다가 니가 직접 뺏은, 이 아니라 받아온 것도 아니잖아."

"그걸 알고도 받아서 쓰는 게 나쁘다는 거예요. 안되겠어요. 돌려드리고 와야겠어요."

"하아, 정말 어지간하구나. 네놈도. 그렇게 나온다면 나도 다 생각이 있지."

"뭐, 뭐죠?"

"넌 몰라도 돼. 돌려주러 간다며? 같이 가자고."

"그, 그러죠."


뭔가 찜찜한 기분이었지만 고분고분한 태도에 굳이 트집을 잡기도 뭐했기에 안젤라는 루시퍼와 함께 촌장의 집으로 향했다.


"그런데 말이야. 너 천국에 가고 싶다는 이유가 어미를 다시 만나고 싶어서라고 했었지?"

"그렇죠. 갑자기 그건 왜 물으시는 건가요?"

"뭐, 그냥 갑자기 궁금해서. 보통은 죽으면 땡인데 다시 만나고 싶다고 한 걸로 봐서는 되게 친했나봐?"

"음...그렇죠. 서로밖에 기댈 사람이 없었으니까요. 제법 친했다고 말할 수 있겠어요."

"헤에."

"이맘때쯤이면 서로 꼭 붙어서 잠을 청하곤 했죠. 사람의 체온은 생각보다 온기가 있답니다."

"그러냐. 난 인간이 아니라서 잘 모르겠구만."

"루시퍼님은 지옥에 사신다던데 지옥은 춥지는 않겠지요."

"지옥에 사는 게 아니라 마계다. 뭐, 그리고 한빙지옥이라는 것도 있어서 말이지. 절대영도에 가까운 곳에서 세포 하나하나까지 얼어붙는 걸 영겁의 세월동안 반복해야 하는데 그걸 지켜보고 있자면 장관이 따로 없지. 절규마저도 얼어붙는 그 광경이란."

"딱히 보고 싶은 광경은 아닌데요..."

"직접 보지도 않고 정해버리는건 좋지 않다고?"

"에, 그런가요?"

"그걸 또 믿고 있냐. 너는."


루시퍼는 피식 웃고는 다시 질문했다.


"네 어미 말이다. 어떻게 죽게 된 건지는 알고 있냐?"

"아, 그것 말인데요. 사실 어떻게 된 건지 잘 몰라요."


루시퍼가 눈빛을 빛냈지만 안젤라는 안 좋은 기억이 떠오른 탓인지 시선을 바닥에 향하고 있어서 보지 못했다.


"헤에, 그거 흥미롭군. 아는 대로라도 말해줄 수 있을까?"

"별로 떠올리고 싶은 기억은 아니지만 말이죠."


안젤라가 별로 말하고 싶지는 않다는 의사를 살짝 내비쳤지만 루시퍼가 배려 따위를 해줄 리가 없었고 안젤라는 한숨을 폭 내쉬며 말을 이었다.


"제가 아는 거라고 해봤자 별 거 없어요. 여느 날처럼 밖에 일하러 나갔었는데 그날은 어머니께서 몸이 좀 편찮으신 것 같아서 어머니께서는 집에서 쉬고 계셨죠. 그런데 돌아와보니 어머니는 안계시고 찾으러 다녔더니 촌장님이 어머니는 전염병에 걸려 돌아가셨으니 시체를 태웠다고 하시더군요."

"흠. 넌 그 말을 믿었냐?"

"...믿을 수밖에 없었어요. 지금도 나이가 많지는 않지만, 그때는 어리다고 할 수도 있었으니까요."


안젤라가 이 세상을 제대로 접한 순간은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의 시간보다 돌아가신 후에 더 많이 일어났다.


"그날은 정말...세상이 무너지는 줄 알았어요. 눈앞이 깜깜했죠. 한동안은 어떻게 살아야 하냐는 생각도 못하고 그저 멍하니 있을 뿐이었어요. 누군가를 잃는다는 경험은...정말이지 다신 하기 싫어요."

"그러냐."

"그러다가 어머니, 엄마가 해준 말이 떠올랐죠.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지더라도 굳세게 살아가거라, 이 세상을 살아가는 것은 고통스럽지만 그 고통스러움은 모두 천국을 향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말이죠."

"네놈의 그 천국타령은 어미에게 물려받은 것이었나."

"어머니께서도 편하게 살아오신 것은 아니니까요. 오히려 저보다 오래 사신만큼 더 괴로우셨을 거라 생각해요. 천국은 유일한 위안이었을 테죠."

"나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사상이다만, 존중은 해주마."

"이제 다른 얘기를 하죠. 또 어머니께서는..."


안젤라는 어머니의 죽음 당시의 상황을 다시 떠올리는 것이 괴로운 건지 억지로라도 어머니와 함께 했던 즐거운 추억들을 얘기했고, 루시퍼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모를 표정으로 가끔 대꾸나 해주며 묵묵히 들을 뿐이었다.


작가의말

이정도가 적절하려나요.

오늘은 여기까지. 재미있게 봐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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