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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의눈물 님의 서재입니다.

악마의 마력으로 성녀가 됩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배고픈펭귄
작품등록일 :
2020.12.12 16:55
최근연재일 :
2021.03.13 20:00
연재수 :
9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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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81
추천수 :
239
글자수 :
462,818

작성
20.12.1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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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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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3쪽

9화

DUMMY

한편 안젤라가 전해준 채소볶음을 한조각도 남김없이 먹은 세바스는 잠시간 몸을 추스르고는 지체 없이 맬리스 마을로 향했다.


그를 구해준 천사를 찾기에는 단서도 너무 적었고, 당장에 중요한 것은 맬리스 마을을 습격했다는 악마를 퇴치하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우선은 마을에 위치한 교단으로 가봐야겠군."


이래봬도 이름 없는 신의 교단은 카이너스 왕국의 국교로 지정되어 있을 정도의 위세를 자랑하고 있었으므로 무려 안젤라의 고향 마을 정도의 촌구석에도 작은 교회가 자리하고 있을 정도로 전 국토에 넓게 퍼져있었다.


헌금을 준비하지 못하는 형편인 안젤라는 한 번도 교회에 가보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일반적인 교회라면 헌금이 없어도 정기 예배 정도는 참여할 수 있는 게 정상이지만 담당 교인이 속세에 지나치게 찌든 탓인지 헌금을 내지 않으면 예배에 참석시켜 주지 않은 것이었다.


"소식이 끊어졌다는 자들도 교회 쪽은 한번은 들렀을 테니 뭐라도 정보가 있겠지."


멀리서 마을을 봤을 때부터 눈치 챈 것이긴 했지만, 악마의 습격이라는 거창한 사건이 있었던 것 치고는 마을은 지나치리만큼 평화로웠다.


세바스는 그 평화로움에 오히려 소름이 끼치는 것을 느꼈다.


"무려 교주님에게 직접 전달된 정보다. 정보에 착오가 있을 리는 없는데."


세바스는 의아해하면서도 일단은 움직이며 생각하기로 하고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그는 시장을 가로질러 교회로 향하기 시작했다.


-----


"조금 비싼 것 같네요."

"에이, 비싸다니? 이 싱싱한 때깔을 보라고. 이만한 품질의 파프리카는 어딜 가서도 못 구해. 이정도 가격이면 오히려 싸게 치는 거지."


투박한 말투의 여자 상인이 붉은 파프리카를 들고 열변을 토했다.


"그런가요?'

"아암, 그렇다마다."


안젤라는 흥정을 하고, 합리적이라고 생각되는 가격에 물건을 사는 등 그녀 나름대로의 방식대로 쇼핑을 즐기고 있었다.


지금까지의 삶에서는 예산이 너무 적었기 때문에 항상 가장 좋지 않은 품질의 재료들밖에 사지 못했지만, 지금의 예산은 무려 동화 백 닢의 가치를 지닌 은화 한 닢.


그렇기에 그녀의 자린고비 정신도 약간은 느슨해지게 된 것이다.


"악마님도 싸구려 재료는 싫다고 하셨죠. 좋아요. 그걸로 주세요."

"이야. 매번 감사!"


매번은커녕 오늘 처음 보는 사이였지만 상인은 늘상 하는 인사말처럼 내뱉었다.


"어디, 다음엔 뭘 사야 할까요?"


그녀의 머릿속에 지금까지 구매한 식재료와 그녀가 알고 있는 요리 레시피들이 뭉게뭉게 떠오르며 착착 조합되기 시작했다.


"지금 가진 재료들로도 충분할 것 같군요. 그런데 돈이 좀 남는데 말이죠."


머릿속에 남는 돈으로 간식이나 사먹으라던 루시퍼의 모습과 토종닭이 맛있다는 말에 기뻐하던 루시퍼의 모습이 동시에 떠올랐다.


"이 돈으로 닭고기를 살 수 있을까요?"


고민은 길지 않았고, 안젤라는 정육점 쪽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응?"


정육점으로 가던 그녀의 눈에 엄청나게 눈에 띄는 것이 보였다.


그것은 바로 풀 플레이트 메일의 거대 도끼를 짊어진 사내. 안젤라가 해독시켜준 바로 그 남자였다.


다행히도 제대로 기력을 회복한 것인지 멀쩡한 모습으로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굳이 나서서 말을 걸 정도의 관계는 아니었으므로 안젤라는 자리를 옮기려 했지만 오히려 세바스 쪽에서 안젤라 쪽으로 시선을 돌리고는 성큼성큼 걸어오기 시작했다.


"에, 에에엣."


혹시나 다른 아는 사람을 발견한 것이 아닌가 해서 주변을 두리번거려봤지만 유감스럽게도 세바스는 정확히 안젤라의 앞에서 멈춰 섰고, 키 차이가 제법 나는 둘이었기에 자연스럽게 안젤라가 세바스를 올라다보는 구도가 형성되었다.


"저, 저기..."

"어디의 뭐하는 놈인지는 모르겠으나 감히 교단의 이단 심문관 앞에서 사특한 악마의 마력을 내뿜고 있다니 배짱도 좋군."

"앗."


세바스가 말하고 있는 것은 필시 루시퍼가 말했던 마력의 잔향이라는 것일 것이다.


'아, 악마님은 분명히 감지하기 힘들다고 하셨을 텐데요?'


일반적인 경우라면 그렇겠지만 상대는 이단의 존재를 색출하고 심판하는 것에 특화된 존재인 이단 심문관.


다른 것이라면 몰라도 악마의 기운을 탐지하는 데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그들이었다.


"저기, 조금 오해가 있으신 것 같은데요."

"그런 것은 없다. 사특한 존재여. 이 자리에서 소멸하거라."


안젤라가 당황하며 뭐라고 변명을 해보려 했지만 세바스는 문답무용으로 등에 메고 있던 도끼를 안젤라가 미처 반응하지도 못할 정도의 속도로 내려찍었다.


"...?"

"뭐, 뭣?"


안젤라는 동그랗게 뜬 눈으로 반응조차 하지 못했고, 안젤라의 미간에 내리꽂힌 거대한 도끼날은 안젤라를 반으로 갈라버렸어야 했건만 어째선지 그 예리한 날은 안젤라의 미간에 닿은 채 멈춰있었다.


"무슨 수작을!"


세바스는 숙련된 이단 심문관답게 당황한 채 얼어버리는 우는 범하지 않고 묵직한 풀 플레이트 갑옷의 무게가 느껴지지 않는 듯이 민첩한 몸놀림으로 펄쩍 뛰어 뒤로 물러났다.


"저기..."

"홀리 바인드!"


뒤로 물러나면서부터 이미 고속으로 영창을 하고 있던 세바스는 바로 신성 주문을 발동했고, 노란빛의 고리가 생성되어 안젤라를 속박했다.


"꺄앗!"

"무슨 수작을 부렸는지는 몰라도 이것으로 끝이다!"


안젤라를 꼼짝도 못하게 만든 뒤, 이번에는 회전력까지 이용해 한 바퀴 빙글 돌려 안젤라의 무방비한 목에 참격을 날리는 세바스.


살벌하는 바람 가르는 소리를 내며 무시무시한 속도로 안젤라의 목에 틀어박힌 도끼날은 그 기세가 무색하게도 이번에도 허무하게 멈춰 섰다.


"대체 무슨! 어째서 마티아스가 듣질 않지!? 설마? 아니 그럴 리가..."


신성 무구 세인트 마티아스. 악을 심판하는 것에 최적화된 무구인 마티아스의 가장 특별한 기능은 바로 상대방이 지닌 죄업의 무거움에 비례해 위력이 강해진다는 것이었다.


즉, 죄가 작은 자에게는 가벼운 타격이, 죄가 큰 자에게는 태산의 무거움과도 같은 묵직한 타격이 들어가게 되는 것인데, 그러니 죄업이 가장 적은 인간인 안젤라에게는 솜털로 내리치는 것만큼의 타격밖에는 들어가지 않는 것이었다.


최근에 사용한 루시퍼의 마력 때문에 죄업이 약간 쌓이기는 했지만 마티아스에 타격을 입을 정도로 죄업이 크지는 않은 듯 했다.


마티아스라는 무구는 악에게 있어서 가히 절대적인 위력을 가지지만 사용자에게도 동일한 효과를 미치기에 일반적인 삶을 살아온 교인이라면 마티아스를 제대로 들어올리지조차 못하였기에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 극히 적었고, 경력이 그리 길지 않은 세바스였지만 마티아스를 비교적 수월하게 다룰 수 있었기에 신성 무구를 하사받을 수 있었던 것이었다.


"이 나조차도 가끔 죄의 무게에 짓눌릴 때가 있거늘 이만큼 사악한 마력을 풍기는 자가 설마..."

"우...사람 말을 좀."


신성력에 속박되어 낑낑거리던 안젤라의 머리카락이 빛나기 시작했다.


"머, 머리가? 빛난다고? 당신 설마...!"

"들으세요!"


안젤라는 일단 속박을 풀어내기 위해 무작정 사방으로 신성력을 발출했고, 노란빛의 고리를 마치 실체를 지니기라도 한 것처럼 유리가 박살나는 소리와 함께 산산조각나 사방으로 흩어지다가 그 파편들이 안젤라가 내뿜은 황금빛 기운에 흡수되어 사라졌다.


"시, 신성력? 이 정도의 신성력은 교주님이나...아니, 그 이상, 이라고?"

"이제 좀 진정이 되시나요?"


아무리 세바스라도 이정도로 상정 외인 상황에서 즉각적으로 대처하기란 힘들었고, 그래서 생긴 약간의 틈을 찔러 안젤라가 말을 걸었다.


"싸울 생각은 없어요. 제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음..."


지금도 안젤라의 주변에 일렁이는 신성력이 세바스를 주저하게 만들었지만 이 와중에도 사악한 마력이 아까보다 더 강하게 느껴졌으므로 세바스는 그답지 않게 이도저도 못하고 머뭇거릴 뿐이었다.


"가까이 오지 말고. 거기서 얘기하도록."

"어휴, 우선 자리를 옮겨요. 여긴 사람이 너무 많네요."


그 말대로 둘은 시장 한복판에서 대뜸 난투극을 시작했기에 천만다행으로 다친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만 제법 많은 사람들이 모여 웅성거리고 있었다.


"그러지. 얼마 안 되는 거리에 교회가 있다. 네놈의 악의 주구가 아니라면 얌전히 따라오도록 하시지."

"앗, 교, 교회요? 교회는 처음 가 보는데...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젤라는 당황하여 허둥거리기 시작했고, 당연히 안젤라는 그런 의미로 한 말이 아니었지만 세바스에게는 그녀에게 뭔가 뒤가 구린 게 있다는 의미로 들릴 수밖에 없었고, 엄청나게 수상한 것을 보는 눈으로 안젤라를 노려보았다.


"아, 알겠어요. 후~하. 마음의 준비를 좀 하고, 좋아. 가도록 하죠."


이렇게 멀찍이 떨어진 채로 둘의 불편한 동행이 시작되었다.


잠시 후, 별 탈 없이 둘은 교회에 도착할 수 있었고 안젤라는 경건함이 느껴지는 교회 건물 앞에 서서 눈을 반짝였다.


"우와...이게 도시의 교회군요? 저희 마을의 교회와는 꽤 다르군요."


안젤라의 고향 마을 교회는 워낙 시골에 위치한지라 본단에서 지원이 오는 일이 드물었고, 그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담당 교인이 관리를 거의 하지 않았기에 동네 다방 수준으로 전락한지 오래였다.


그 때문인지 원래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담당 교인이 돈에 집착하게 되어 헌금을 내지 않으면 예배에 참석시키지 않는 것만 봐도 그 수준을 알 만 했다.


"흥. 신께서는 성전의 크기에 신경을 쓰지 않으신다. 부족한 것이 있다는 우리가 신께 향하는 마음의 크기겠지."


세바스는 나름 비꼬려고 해본 말이겠지만 어머니를 제외한 다른 사람에게 종교적인 이야기를 처음 들어본 안젤라는 오히려 신이 난 듯 했다.


"중요한 건 마음의 크기...그렇군요! 부족한 저를 일깨워 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안젤라는 꾸벅 고개를 숙였고, 세바스는 말없이 고개를 홱 돌렸지만 마음속에서 안젤라에 대한 경계가 살짝 풀리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안젤라가 신성력을 내뿜는 순간부터 슬금슬금 올라오는 의문점도 있었고.


"혹시 너...아니, 이건 다음에 얘기하지."


안젤라는 고개를 갸웃했고, 세바스는 무기하고 말을 이었다.


"네가 내뿜는 그 사악한 마력에 대해 변명할 거리가 있나?"

"그게 사정이 좀 복잡한데 말이죠."


-----


안젤라는 제법 긴 시간을 들여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빠짐없이 세바스에게 전했고, 그 와중에 해가 져버려 완전히 어두워졌다.


"이렇게 된 거에요."

"역시, 천사님은 너였나."

"네? 천사님이요?"

"신경 쓸 필요 없다. 그건 그렇고 이야기를 들어보니 처음부터 끝까지 그 루시퍼라는 놈이 문제지 않나?"


신경 쓰이는 점이 너무나도 많았지만 가장 중요한 점은 그것이었다. 그 루시퍼라는 존재.


"앗. 그런가요?"

"그리고 타락 천사라니...그런 존재가 정말 존재한다는 말인가."


교단 본부에 가서 전했다가는 신성 모독이라고 몰매를 얻어맞을 수도 있는 말이었다.


단순히 루시퍼가 거짓말을 했을 가능성이 가장 높아보였지만 직접 보기 전까지는 쉬이 판단할 수 없는 문제였기에 세바스는 우선 판단을 보류하기로 했다.


"그래서, 우리 교단의 중앙 교회에 방문할 생각이라고 했었나? 그 루시퍼라는 자가?"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보니 안젤라는 그저 루시퍼의 꾐에 넘어갔을 뿐이고, 악마의 꾐에 넘어가는 것은 그 자체로 이미 중죄에 해당했지만 지금까지 보인 안젤라의 행보가 그런 생각이 들지 못하게 하고 있었다.


어쨌든 지금까지 보아온 안젤라의 심성은 선해보였고, 안젤라가 발한 신성력과 마티아스가 그 가설을 강하게 입증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안젤라를 대하는 세바스의 태도는 방금 전보다 훨씬 부드러워진 상태였다. 악마의 말이기에 쉽게 신용할 수 없었지만 죄가 가장 적은 인간이라니 세상에서 가장 믿음직한 인간이 아니던가?


"네. 악마님이 뭔가 알아볼 게 있다고 하셔서요."

"내 앞에서 악마를 높여 부르지 말았으면 좋겠군. 게다가 타락 천사라고 말하지 않았나?"

"앗. 기분이 나쁘셨다면 죄송해요."


안젤라가 고개를 꾸벅 숙이고 잠깐 고민하고는 말을 이었다.


"그럼, 루시퍼 씨라고 부르도록 하죠."


타락 천사니 뭐니 하는 것은 안젤라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듯 했다.


"그런 사악한 존재를 중앙 교회에 들이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아아. 혼란스럽군."


기묘하기 짝이 없는 안젤라와 루시퍼의 동행에 점점 머리가 아파져오는 세바스는 관자놀이를 누르며 고민에 잠겼고, 그러다 생각보다 쌀쌀한 날씨에 코가 빨개진 채로 팔을 쓸어 올리고 있는 안젤라를 눈치 챘다.


"우선 교회 안으로 들어가도록 하지."

"앗. 괜찮은가요?"

"내 신분이라면 아마 괜찮을 거다."


교단 내에서 세바스 정도의 이단 심문관이라면 제법 높은 위치에 있었기에 교회에서 문전 박대를 당할 일은 없을 터였다. 사실 어느 교회를 가더라도 문전 박대를 당할 일은 그리 흔치 않겠지만 말이다.


"그럼 실례할게요."


안젤라는 또 고개를 꾸벅 숙여보였고, 세바스는 교회의 문을 천천히 열어젖혔다.


작가의말

배가 고프군요.

요리는 제법 번거로운 작업입니다.

돈만 많다면 외식을 자주 하고 싶네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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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8화 20.12.17 77 3 12쪽
7 7화 20.12.16 80 3 15쪽
6 6화 20.12.15 93 3 13쪽
5 5화 20.12.14 96 3 12쪽
4 4화 20.12.13 117 3 13쪽
3 3화 20.12.12 136 3 16쪽
2 2화 20.12.12 159 3 11쪽
1 1화 20.12.12 280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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