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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의눈물 님의 서재입니다.

악마의 마력으로 성녀가 됩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배고픈펭귄
작품등록일 :
2020.12.12 16:55
최근연재일 :
2021.03.13 20:00
연재수 :
9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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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34
추천수 :
239
글자수 :
462,818

작성
20.12.13 20:00
조회
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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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3쪽

4화

DUMMY

"도착했군요."

"그런 모양이군. 응? 이건 또 뭐야?"


걷는 사이 해는 완전히 져버렸고 안젤라와 루시퍼가 도착한 촌장네 집 문은 당연하지만 닫혀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는 어두워서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뭔가 흰 알갱이 같은 것들이 뿌려져 있었다.


"뭐야 이거, 소금?"

"왜 소금을 뿌려놓은 걸까요. 아까워요."


안젤라야 염분이라면 생존에 필요한 최소치 정도만 섭취하고 있는 형편이라 바닥에 뿌려진 소금을 아깝다는 눈으로 보고 있었고 루시퍼의 관자놀이에는 살짝 실핏줄이 돋았다.


"하, 이 촌장 놈은 어디서 쓸모없는 잡상식을 들어온 것 같군. 유감이지만 효과는 빵점이구만."


뭔가 짐작가는게 있는 듯 한 루시퍼는 성큼성큼 걸어가 문고리를 붙잡았고 그대로 열려는 찰나에 안젤라를 돌아봤다.


"아, 네놈은 얘기는 들리는 거리에서 숨어 있던지 해라."

"네? 왜요?"

"촌장 놈은 날 왕자로 알고 있으니까 말이야. 태도가 좀 비굴해지거든. 근데 네놈 앞에서 비굴하게 굴기엔 그놈의 자존심이 좀 가엾잖아?"


당연히 루시퍼가 촌장의 알량한 자존심을 세워주려고 한건 아니었지만 말은 그럴싸했기에 안젤라는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알겠어요. 제대로 돌려주는지 귀를 쫑긋 세우고 들을 거예요."

"크큭. 그래. 자~알 듣고 있으라고."


루시퍼는 사악한 미소를 띠며 촌장네 집 문을 열어젖혔다.


"이 시간에 뭐야? 또 웬 놈...흐어억! 와, 왕자 전하! 어, 어인 일로 다시 저희 집에?"


마침 문 근처에서 서성거리고 있던 촌장이 짜증을 내려던 찰나에 루시퍼의 얼굴을 보고 급하게 고개를 숙였다.


"아니 뭐, 니가 마련한 약간의 성의 말인데. 안젤라가 필요 없다더라."

"오, 오오옷! 정말이십니까? 따님께서 아주 고결한 성품을 가지고 계십니다."


안젤라의 호칭이 이년에서 순식간에 따님으로 격상되는 순간이었다.


"나야 이해는 안 되지만 걔가 싫다는데 어쩌겠냐."

"그, 그렇군요."


촌장은 잃었던 돈을 되찾게 된 것이 어지간히도 기뻤는지 입가를 씰룩거리며 루시퍼가 짊어진 보따리를 자꾸 힐끔거렸다.


"그래서 돌려주러 일부러 행차하시긴 했는데 말이야."

"했는데...?"

"아니 뭐 그냥 신경 쓰이는 게 있어서 말이야."

"무, 무슨 일이신지...?"

"스텔라 말이다 스텔라. 어떻게 죽었는지 알아야겠어."


루시퍼의 말에 집 밖에 숨어있던 안젤라도 놀라고 촌장도 놀랐다.


"루시퍼님? 이게 무..."

-야. 조용히 하고 있어. 너도 솔직히 그 일 신경 쓰이지 않냐?


어떻게 한 건지 루시퍼의 목소리가 안젤라의 머릿속에 바로 들려왔고 안젤라는 루시퍼의 말에 행동을 멈췄다. 루시퍼의 말이 정확히 핵심을 찔렀기 때문이었다.


안젤라가 조용해진 것을 확인한 루시퍼가 씩 웃으며 말했다.


"나 말이야. 안젤라를 찾으러 온다고 이 동네에 대해 이것저것 많이 알아봤거든? 헛소리로 넘어갈 생각일랑 하지도 않는 게 좋을 거야. 거짓말이 조금이라도 섞였다 싶으면 돈 못받는건 물론이고..."


루시퍼가 읊조리며 조용히 흑염을 피워 올렸다.


"뒤에 말은 안 해도 알겠지?"

"여, 여부가...있겠습니까."


루시퍼의 말에 촌장의 낯빛이 흙빛으로 변했지만 여기서 말하기 싫다고 뻗대지는 않았다.


촌장은 물론 돈 욕심이 크기도 했지만 낮에 눈치를 보아하니 눈앞의 왕자는 제 딸에게만 관심 있지 아내에게는 일말의 관심도 없어보였지 않은가? 이제 와서 무슨 변덕을 부리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이, 일단 안으로 드시죠."

"싫어."


루시퍼야 뒤에서 듣고 있는 안젤라를 위해 한 말이지만 그 사실을 알 리 없는 촌장은 너무나도 칼같은 거절에 1초 정도 멍하니 루시퍼를 바라보다가 퍼뜩 정신을 차리고는 말했다.


"그, 얘기가 좀 길어질 수도 있는데요?"

"짧게 끝내. 요점만 골라서 말이야."

"아, 알겠습니다."


촌장은 잠시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가라앉히고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아시고 계실지 모르겠지만...저희 마을엔 좀 특이한 전통이 하나 있습니다."

"전통?"

"네, 넵. 그 뭐시냐. 이 마을 뒷산 깊숙한 곳에 말입니다. 몇몇 사람만 알고 있는 길로 가다보면 동굴이 하나 있습니다."


뜬금없이 나온 동굴 이야기에 루시퍼가 미간을 찌푸렸지만 안젤라는 자신이 알고 있는 이야기가 나오자 꽤나 놀랐다.


"그 동굴에 보시면, 제단이 하나 있는데 말이죠."


안젤라가 한 달에 한번 청소한다던 그 제단이었다.


'마을마다 있는 게 아니었나?'

"그래서? 그 제단이 어쨌는데?"

"사실 그 제단이 말입니다. 몇 백 년 전에 강림했던 악신을 봉인한 제단입니다."

"허, 악신?"


루시퍼는 어이없음에 탄식을 흘렸고 안젤라는 소스라치게 놀라서 입을 막았다. 자신이 열심히 청소했던 그 제단이 무려 악신을 봉인한 제단이었다니.


"음, 뭐, 계속 지껄여봐."

"넵. 어쨌든 누가 봉인한 건지는 몰라도 제대로 봉인한 건 아닌 모양입니다. 그 안에 갇혔다는 악신이 언제라도 날뛸 수 있다는 걸 보면 말입니다."

"그건 좀 흥미롭군."

"별로 놀라지 않으시는군요? 무려 악신입니다 악신! 아무리 왕자님이시라도..."

"아. 그건 됐고, 얘기나 계속해. 난 바쁘다고."

"네, 넵...어쨌든 그 악신은 언제라도 봉인을 깨고 나올 수 있는데 날뛰는 대신에 저희가 약속한 것이 있습니다."

"뭔데 그게."

"그건...음."


촌장이 루시퍼의 눈치를 슬쩍 살피고는 말을 이었다.


"매년 스무 살 이상의 여자 한 명을 산 제물로 바치는 것입니다."


여기까지 들은 안젤라가 다리에 힘이 풀려 풀썩 주저앉았지만 루시퍼는 여기서 대화를 끝낼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계속해."

"그, 그래서...저기, 원래는 제비를 뽑아서 선정되는 제물입니다만. 그, 뭐시냐. 이번에 뽑힌 제물이 이 마을에서 제법 큰 상단을 운영하는 제임스 씨의 딸이라서 말이죠."

"헤에."

"그...자신의 딸은 죽어도 못 내준다고. 딸은 밖으로 빼돌리고 돈은 달라는 대로 줄 테니 어떻게든 해 달라고 이 친구가 글쎄..."


촌장은 침을 꿀꺽 삼키고는 말했다.


"그, 그래서 어디에도 연고가 없던 스텔라 씨를 그, 납치...해서 말입니다."

"해서?"


이쯤 되면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도 당연히 알 법도 하지만 루시퍼는 잔혹하게도 몰아붙이다시피 질문했다.


"악신에게 스텔라 씨를, 제, 제물로 바쳤습니다..."

"마지막으로 남긴 말 같은건 없었나?"

"어...그게 말이죠."


촌장은 땀을 삐질 삐질 흘리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소, 소란이 일면 안 되니까 몰래 숨어들어가서 뒤통수를 한방...쳐서 말이죠. 그게, 말은 섞지도 못했습니다."

"그렇단 말이지."


루시퍼는 씨익 웃으며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그렇단다 안젤라. 어떻게 생각하냐?"

"아, 안젤라!?"


촌장이 기겁하며 펄쩍 뛰었고, 안젤라가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벽을 짚으며 문으로 힘들게 걸어 들어왔다.


"...촌장님."

"어, 어쩔 수가...없었다. 안젤라.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었어!"


실상은 촌장의 물욕 때문에 일어난 일이건만, 촌장은 추하게 변명을 늘어놓기 시작했고, 루시퍼는 그런 촌장에게는 일말의 관심도 주지 않고 묵묵히 눈물만을 흘리는 안젤라에게 물었다.


"야. 안젤라. 넌 이런 놈한테도 돈을 돌려주고 싶냐?"

"...그런 것 때문에, 이런 짓을 하신 건가요."

"이런 짓이라니. 난 니가 그렇게 알고 싶어 했던 진실을 알려준 것뿐이라고? 오히려 감사를 들어야 할 일이라고 보는데 말이야. 돈은 뭐, 덤이고."


루시퍼는 얼굴에 철판을 깐 듯 뻔뻔하게 주절거렸다.


"...저는."


안젤라가 말을 꺼내려는 순간, 천지가 진동하는 듯한 굉음이 진동과 함께 들려왔다.


"뭐, 뭐야! 지진!?"

"음, 이 마력은?"


루시퍼는 뭔가 짐작 가는 것이 있는 듯한 뉘앙스로 전혀 당황하지 않고 태연하게 문 밖으로 걸어 나갔고 촌장도 진동 때문인지 무릎을 꿇고 쓰러진 안젤라의 눈치를 보고는 슬그머니 밖으로 빠져나왔다.


그리고 안젤라는 아무도 없는 복도에서 가슴을 부여잡고 눈물을 흘릴 뿐이었다. 그저 하염없이.


-----


굉음의 진원지는 마을 뒷산이었다. 산사태라도 난 것인지 어두운 밤하늘에서도 보일 정도로 흙먼지가 자욱하게 피어올랐고, 소란에 놀란 마을 사람들이 하나하나 집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뭐, 뭔 일이야?"

"나도 몰라. 갑자기 산사태라도 난 건가?"

"저녁에 이게 뭔 난리래."


제대로 사정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보였고, 서로 웅성거리기 바쁜 눈치였다.


그때, 구르릉거리는 소리와 함께 무언가가 흙먼지 사이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저, 저거!"

"뭐야 저거!"

"괴물이다!"


모습을 드러낸 것은 붉은 비늘을 가지고, 날카로운 역발톱이 빼곡히 나 있었으며 머리가 둘 달린 날개달린 파충류의 모습을 한 것이었다. 머리가 둘 달렸다는 것만 빼면 용과도 닮아있는 모습이었다.


=크에에에에에!!!


완전히 모습을 드러낸 그것은 온 사방을 진동시키는 포효를 뿜어냈고, 물리력마저 행사하는 그 포효가 주변에 자욱하던 흙먼지를 사방으로 흩어버렸고 그것이 튀어나온 출구의 모습을 드러냈다.


아니나 다를까, 제단으로 통하는 동굴의 입구가 완전히 무너져있는 것으로 보아 괴물은 봉인되었다는 악신과 어떻게든 연관이 있어 보였다.


그리고 그 사실을 눈치 챈 촌장의 낯빛은 흙빛이 되었고, 루시퍼가 빈정거리며 말했다.


"야. 무려 내 마누라를 제물로 바쳤다며? 저건 뭔데?"

"그, 그게 어찌된 연유인지 저도 잘..."


=육백육십육 년 만이로군...바깥 공기를 마시는 건.


촌장이 횡설수설 변명을 시작하려는 찰나에 굵직한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 말을 하잖아?"


=드디어 육백육십육 명의 영혼을 완전히 흡수해 힘을 온전히 되찾았다.


이번에 들려온 것은 가녀린 여성의 목소리, 보아하니 양쪽 머리에서 번갈아서 말을 하는 듯 했다.


누구 하나 물어본 사람도 없는데 괴물은 멋대로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아니! 오히려 전성기 이상의 힘을 되찾은 느낌이다!

=크하하하! 네놈들에게는 감사해야만 하겠구나! 네놈들 덕분에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도 이만큼이나 되는 힘을 손에 넣었다!


아마도 몇 백년간 제물을 바쳐온 일을 말하는 것일 테고, 촌장의 낯빛은 이제 몸 상태가 걱정될 정도로 나빠졌다.


"이, 이게 대체 어떻게 된..."

"넌 머리가 나쁜 거냐 아니면 눈치가 없는 거냐? 저렇게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고 있구만."


루시퍼는 이 사건은 자신과 하등 관계가 없다는 듯한 태도로 귀를 후비며 말했다.


=크후후후! 배가 고프구나. 좋다! 네놈들이 피와 고기로 이 몸, 대악마 발락님의 부활을 축하하는 연회를 벌이도록 하마!


"역시 악마였구만, 악신은 개뿔이. 발락이라면 어디서 듣기는 해 본 것 같은 이름인데."


루시퍼야 시종일관 침착하다 못해 지루해하는 것 같은 태도를 유지했지만 촌장을 포함한 마을 사람들은 유감스럽게도 그리 침착할 수는 없었다. 그야 지금부터 도축당하는 가축들의 심정을 강제로 이해하게 될 상황이었으니 이 상황에서 침착하라는 것이 무리겠지만 말이다.


온 마을이 떠나가라 큰 소리를 떠들어댄 발락의 노력이 무색하지 않게 마을 전체가 대 패닉을 일으키며 사람들은 조금이라도 발락과 먼 곳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거치적거리는 사람은 밀치고 어른이고 아이고 할 것 없이 서로 자기 몸만을 챙기며 도망가는 것이 아비규환이 따로 없는 광경이었다.


그 끔찍한 광경에 촌장은 잠시 멍하니 서 있다가 퍼뜩 정신을 차리고는 루시퍼 앞에 무릎 꿇고 고개를 처박았다.


"카, 카라미트 왕자 전하! 부, 부디 저 괴물을 토벌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왕국의 신민을 구원해 주시옵소서!"

"...너 돌았냐? 내 마누라를 저놈 한 끼 식사거리로 줘놓고는 이제는 저놈을 죽여 달라?"

"그, 그건...!"

"최소한 난 아무것도 할 생각 없어. 오히려 동향 사람을 만난 기분이라 살짝 반갑기까지 하거든. 니 생각은 어떠냐? 안젤라."


루시퍼의 말에 촌장은 뒤를 돌아봤고, 그 곳에는 눈이 퉁퉁 부은 안젤라가 두 주먹을 꼭 쥐고 서 있었다.


작가의말

본 소설은 종교 관련 소설이 아님을 밝힙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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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6화 20.12.15 92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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