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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새
작품등록일 :
2021.11.01 16:40
최근연재일 :
2024.05.17 09:00
연재수 :
196 회
조회수 :
30,704
추천수 :
267
글자수 :
1,078,777

작성
21.11.2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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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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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능력자들의 Z지대(5)

DUMMY

경매를 좋아하는 로아였지만 경매를 주최하는 영월까지 좋아하지는 않았다. 여러모로 걸리는 부분이 많은 집단이었다.


황혼에 비해 비교적 나은 수준일 뿐이지 악질이라는 점에서 크게 다를 것이 없었다.


“으악! 미안해. 내가. 내가 금방 갚을 게.”


높은 건물 사이의 깊은 골목길에서 한 남자가 두 명의 남자에게 걷어차이고 있다.


화려한 열대 꽃문양이 들어간 셔츠에 갖가지 금장식과 파리가 앉아도 미끄러질 것 같은 잘 닦인 검은색 구두를 신고 사람을 걷어차고 있는 모습이 영락없는 양아치다.


영월의 Z지대 거점 주변의 한 폐건물.

로아는 건물의 옥상에 서서 무표정을 일관하며 자신의 발밑에서 일어나는 일을 말없이 바라봤다.


경매로 많은 돈을 벌어드리는 영월이었지만 정작 주 거점은 폐공장을 개조한 허름한 곳이었다.


‘아마도 대부분의 자금을 다른 곳으로 빼돌리고 있는 거겠지.’


생긴 모습은 양아치처럼 생겼지만 이 또한 위장이었다. 단순히 폭력과 무식함만을 내세우면서 많은 돈을 벌어드려 외부로 빼돌리고 있었다.


경매장의 주최가 영월이라는 것도 몇 명의 관계자들만 아는 사실이었다. 예를 들어 치하이 할아범같은...


그리고 대부분의 Z지대 주민들은 영월을 그저 폭력적이며 제어가 되지 않는 집단정도로 여기고 있다.


“쟤들은 돈을 어디로 빼돌려서... 어디다 쓰는 걸까?”


지금으로부터 1년 전, 관리소장이 로아를 불러다가 영월에 대해 조사를 명령했다.

당시에 무엇 때문에 그런지 물었지만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체... 최소한 뭘 조사해야 하는지 정도는 알려줘야 할 것 아니야.”


물론 수상한 점이 워낙 많았던 탓에 지루하지는 않았지만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얻었는지는 판단하기 어려웠다.


소장에게 조사한 내용을 전달해도.


- 수고했어. 앞으로도 수고해줘.


라는 답뿐이었다.


“내가 뭐... 정보상도 아니고. 이게 뭐하는 거람. 정보상도 이렇게 정보를 캐지는 않을 거야.”


혼자서 구시렁대는 사이 볼일이 끝난 화려한 차림새의 남자 둘이 골목길을 나갔다. 발밑의 아주 깊은 곳에서 흐느낌을 참는 소리가 들려왔다.


‘영월... 겉으로는 사채업으로 부를 늘리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기를 칠지 언정 납치를 할 것 같지는 않은데...’


애초에 영월의 경매장에 나오는 능력자들을 보면 그렇게 대단한 능력은 없었다.


비싼 능력을 제압할 힘이 없는 건지, 대단한 능력자를 찾아낼 능력이 없는 건지.


로아는 후자라고 생각했다. 영월만큼 커진 조직이 어느 수준이상의 능력자도 상대하지 못 할 거라곤 생각하지 않으니까.


‘지혁 씨는 황혼에 있겠지. 그래서 로운을 보내기는 했는데. 별 일 없어야 할 텐데.’


로아가 보는 지혁과 로운의 관계는 주인과 강아지의 모습과 비슷했다. 당연히 로운이 강아지 쪽이었다.


항상 지혁의 얘기만 하며 지혁이 시키는 일이면 웬만해서는 잔말을 하면서도 들어주었다.


반면에 지혁은 로운을 신뢰하는 것 같으면서도 쉽게 마음을 주지 않았다. 그게 로아가 보는 두 사람의 관계였다. 물론 그녀가 판단할 수 없는 일이겠지만...


“이번 일로 서로 돈독한 관계가 됐으면 좋겠는데~”


주머니에서 꺼낸 검은색 두건으로 입과 코를 가리고 골목길 아래로 뛰어 내려갔다.


“힘내요.”


밑에 도착한 로아가 흐느껴 울고 있는 남자의 앞에 우유 사탕을 하나 두고는 영월의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


한편 로운은 거구의 남자들로 쌓은 산 위에 서서 주변을 둘러봤다.


“설마 숲으로 갔나?”


숲을 바라보며 혼잣말을 하는 로운을 향해 리더로 보였던 남자가 소리쳤다. 남자의 하반신과 손은 바닥과 함께 얼어붙어 있었다.


“숲으로 갈 생각이냐! 가지 않는 게 좋을걸. 다 너를 위한 충고다!”


다급해 보이는 남자와 달리 로운이 의아한 표정으로 돌아봤다.


“나를 위한 충고요? 나를 언제 봤다고 나를 위해서 충고까지 해줘요?”

“네가 아무리 강하다 한들 그곳에 괴물을 상대할 순 없다. 괜히 목숨을 낭비하는 일을 하진 마라.”


로운은 차분한 눈빛으로 남자를 내려다 봤다. 오늘 처음 본. 아무리 봐도 악역인 이 사람이 자신을 위해 충고를 한다? 말도 안 된다. 그러면 둘 중하나다.


‘내가 보거나 가져서는 안 될 무언가거나. 외분이 들어갔다가는 황혼의 주인이 화를 낼 무언가가 있거나.’


사실 로운에게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물건이 있으면 뭐 어쩌겠는가.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지혁을 안전하게 데리고 무사히 한국으로 돌아가는 일이다.


“그래요? 그럼 꼭 가봐야겠네요.”


자신의 직감이 지혁이 또 무모한 짓을 했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뒤로는 황혼의 건물이 있고 앞으로는 숲이 있다. 그렇다면 절대 숲으로 들어갔을 사람이니까.


“얼음이 녹기까지 좀 걸릴 건데. 그 전에는 나와 보도록 할게요. 여기 보스한테는 아무 말도 안 할 테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사람으로 쌓아 만든 산에서 내려온 로운은 숲을 향해 뛰었다. 뒤에서 중국어로 된 욕설이 들려왔지만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만약 거구들이 지혁이 나온 문으로 똑같이 나왔다면 이쪽 방향으로 갔을 것이다.


+++


예상과 달리 보이는 것은 끝없는 어둠뿐. 지혁이 지나갔다고 하더라도 너무 어두워서 분간조차 어려웠다.


그나마 조금 시야가 보였던 바깥부분과 달리 하늘까지 울창한 나무로 가려진 숲의 안쪽은 상당히 어두웠다.


‘이런 곳에 혼자 오다니... 설마 이렇게 어두운 와중에도 더 움직였던 건 아니겠지? 아니... 여기로 왔다는 내 판단이 틀렸다면? 지혁씨가 무사할 가능성은?’


한참을 숲으로 들어가던 로운이 멈춰 서서 생각에 잠겼다. 지혁이 보고 남들이 보지 않았으면 하는 멍한 눈빛으로 허공을 바라봤다.


‘일단 황혼의 건물에서 도망쳤단 건 확실한데... 아. 지혁 씨 여기 있다고 누나한테 연락해야지.’


일단은 영월에 없다는 것은 확실했다. 바리스타라는 능력이 흔한 것도 아니고...


“풉.”


로운은 애써 자신에게 계속 버퍼라고 얘기하는 지혁이 떠올라서 웃음이 났다.


“뭐... 버퍼는 버퍼니까.”


얼마 전 캐롤라인 만나러 갔을 때 먼저 일어나 방에서 나온 로운에게 캐롤라인이 슬며시 얘기했었다.


- 지혁이 로운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데?


거짓말. 지혁이 자신에게 거짓말을 할 일이 뭐던가.


- 무슨 거짓말이요?

-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자기 능력을 속였다는 것 같은데.

- 능력이요?

- 뭐라 그러든?

- 저주... 능력자라고...

- 푸하하하


캐롤라인이 한참을 깔깔거리며 웃었다. 자신들이 자고 있던 방의 문이 열려있던 탓에 지혁이 깰까봐 캐롤라인을 데리고 거실로 나갔다.


- 저주 능력자는 아니지만 비슷한 힘을 낼 수 있다고 하셔.


캐롤라인은 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아니 자신에게 능력을 준 신과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정확히는 자신에게 내려온 신이 능력까지 준 케이스였다.


- 저주 능력이 아니면 뭔데요?

- 알고 있을 것 같은데. 커피.


캐롤라인이 식은 커피가 담긴 커피잔을 건배하듯이 들며 말했다.


- 버퍼에는 여러 형태가 있지. 저 아이는 커피의 형태로 힘을 내는 것 같아.


또다시 몸을 빌려준 것인지 사뭇 다른 분위기가 흘렀다.


- 그렇군요. 얼추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 저 아이는 너에게 그 긴 시간동안 거짓을 말하고 있는데 아직도 너는 그를 믿느냐.

- 그것 말고는 거짓이라고 느낀 적은 거의 없어요. 사기면 모를까...

- 푸하하. 다 알고 있던 거야. 로운?

- 아뇨 뭐... 나중에 알게 됐죠. 하지만 그 뜻이 저와 같으니... 보시면 알겠지만 나쁜 사람도 아니고 상황이 상황이었으니까요.


로운도 자신의 마음이 어떤지 한 마디로 설명할 수 없었다. 그렇지만 지혁을 미워할 수 없었다.


-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그래그래. 나중에 다 풀리겠지만... 지금 말해두는 게 좋을 것 같았어.


다시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온 그녀가 다 식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는 맛이 없는지 인상을 찌푸렸다.


- 역시 커피는 완전 시원하거나 완전 뜨거워야 해.


그 말이 끝나자 방문이 열리고 부스스한 모습의 지혁이 방에서 나왔다.


‘나중에 다 얘기해 주겠지.’


그렇게 믿기로 했다. 말해주지 않는다고 해도 상관없었다. 초면이었으니까. 그때의 거짓말이 너무 오래되어서 아직도 고백할 수 없는 걸 테니까.


자신을 만나고, 자신을 알아간 이후에는 숨길지언정 거짓말을 한 적은 없다고 확신할 수 있었다.


로운이 핸드폰을 꺼내 로아의 번호를 눌렀다. 그때 핸드폰 불빛에 비쳐 무언가가 로운의 시야에 들어왔다.


‘이거... 부러진지 얼마 안 된 건데?’


자신이 왔던 방향에서 왼쪽으로 40도 쯤에 위치한 수풀의 잔가지들이 부러져있었다. 그리고 그 방향의 끝에는 다른 곳과 다른 어둠이 있었다.


‘저기만 확인해보고 연락하자.’


핸드폰을 집어넣은 로운이 옅은 어둠이 깔린 방향으로 뛰어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밝은 빛과 함께 잘 정돈된 잔디의 공터가 나타났다.


공터의 중앙에는 작은 크기의 탑이 하나 있었다. 잠실의 탑보다 훨씬 얇고 낮았다. 아니... 끝이 검은색 마법진과 연결되어 있어 낮아 보였다.


검은색. 신의 색이다.


검은색으로 표시되는 아이템과 검은색으로 만들어진 마법진은 신이 직접 만든 것들을 의미했다.


이 또한 인간들이 모은 데이터를 기준으로 만든 결론이었지만 현재까지 나온 것들 중에서 가장 신뢰받고 있는 주장이었다.


로운은 검은색으로 표시된 아이템도, 마법진도 본 적이 없어서 도시괴담 정도로 여기고 있었는데 직접 보니 다른 것들과 다른 위압감이 느껴졌다.


인간의 마나로는 도달할 수 없는 농축된 힘의 근원.


“이런 게 있다는 건 들어본 적도 없어...”


이변 이후 생긴 탑들은 하늘을 향해 솟아 있었다. 그러나 이처럼 마법진과 연결된 탑은 없었다.


‘설마... 여기로 들어간 건 아니겠지?’


순간 불길한 감이 로운의 목을 타고 올라왔다.


지금까지 지혁의 수많은 무모한 짓들을 봐왔지만 이런 곳에 들어갈 정도로 무모한 사람은 아니었다.


그것도 전투 능력도 없는 사람이 함부로 들어가기에는 8살짜리 아이에게 물어봐도 위험해 보이는 탑이다.


하지만 로운의 감이 말하고 있었다. 지혁이 탑에 들어갔을 것이라고.


‘제발. 아니어라.’


문 앞에 선 로운이 침을 삼키며 간절히 기도하면 문을 열기 위해 손을 서늘한 기운이 감도는 문 위에 얹었다.


꽤 무거운 문인지 쉽게 열리지 않았다. 양손으로 있는 힘껏 밀어야 그제야 조금씩 움직였다.


바닥을 긁는 소리와 함께 서서히 열리는 문틈 사이로 어둠이 흘러나왔다.


완전히 문이 열린 탑 안쪽에서 한 인영이 보였다.


밖에서 흘러들어온 빛이 탑의 내부를 비추자 로운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익숙한 뒷모습이었다. 자신이 열심히 찾아다니던 남자의 것이었다.


“지혁 씨. 무사하셨군요. 한참 찾았습니다.”


로운의 목소리에 지혁이 뻣뻣하게 뒤를 돌았다. 뒤를 돌아본 지혁의 얼굴에는 놀라움과 분노가 섞인 기묘한 표정이 깃들어 있었다.


로운의 얼굴을 확인한 그의 표정에서 감정이 녹더니 반가운 기색이 그 위를 덮었다.


“로운 씨. 이것 좀 보세요.”


지혁은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당장 할 수 있는 말은 그것뿐이었다.


지혁의 곁으로 다가온 로운도 비석 위로 보이는 화면을 바라봤다.


+++


지금까지 우리가 탑을 오르지 못했던 이유가 이건가.


눈앞에 나타난 안내창은 처음에는 중국어로 표시되더니 이후 글자가 변하고 한국어로 나타났다.


“위치 대한민국... 서울시 송파구...잠실동... 5층.”


가장 크게 적혀 있는 글자 아래로 몇 개의 버튼이 나타났다.


자세히 보기, 경로 변경, 돌아가기, 초기화.


자세히 보기를 선택하자 몇 개의 인물 사진이 나타났다.


가장 첫 번째에 있는 사람은 지혁도 아는 인물이었다.


“조호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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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5) 21.12.07 128 1 11쪽
36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4) 21.12.06 143 0 13쪽
35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3) 21.12.05 150 0 13쪽
34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2) 21.12.04 178 0 15쪽
33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1) 21.12.03 199 0 14쪽
32 출국 21.12.02 213 1 12쪽
31 허물고 세우고 21.12.01 222 0 16쪽
30 능력자들의 Z지대(7) 21.11.30 252 0 13쪽
29 능력자들의 Z지대(6) 21.11.29 249 1 12쪽
» 능력자들의 Z지대(5) 21.11.28 262 1 12쪽
27 능력자들의 Z지대(4) 21.11.27 270 1 13쪽
26 능력자들의 Z지대(3) 21.11.26 287 0 13쪽
25 능력자들의 Z지대(2) 21.11.25 313 3 14쪽
24 능력자들의 Z지대(1) 21.11.24 344 3 14쪽
23 행방 21.11.23 353 4 12쪽
22 도움닫기 21.11.22 368 4 12쪽
21 캐롤라인 세일리 21.11.21 416 3 13쪽
20 [마나가 부족합니다.] 21.11.20 454 6 15쪽
19 돌아보면 때론 큰 곡선이기도 하다. 21.11.19 481 8 12쪽
18 앞만 보며 걸어갔던 길이 21.11.18 518 8 14쪽
17 정식 바리스타 21.11.17 531 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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