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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새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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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새
작품등록일 :
2021.11.01 16:40
최근연재일 :
2024.05.17 09:00
연재수 :
196 회
조회수 :
30,699
추천수 :
267
글자수 :
1,078,777

작성
21.11.19 09:00
조회
480
추천
8
글자
12쪽

돌아보면 때론 큰 곡선이기도 하다.

DUMMY

“저. 혹시 제천 씨는 어떤 사람인가요?”


로운의 질문에 나래와 석의 눈이 마주쳤다. 잔잔한 석의 눈빛과 달리 나래의 눈빛에서는 곤란한 기색이 가득했다.


“아. 곤란하시면 대답해주시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그냥 궁금했던 거거든요. 그럼 저는 먼저가보겠습니다.”

“아. 아니... 그건. 일단 잠시 시간 괜찮으신가요?”


나래가 자신의 옆자리에서 의자를 꺼내며 말했다.


“어떤 점이 궁금하신가요?”

“어... 그냥 어떤 사람인지? 지혁 씨가 별로 안 좋아하시는 것 같아서요.”

“그럴 만 하죠. 처음 만날 때부터 사이가 안 좋았어요.”


나래는 처음 자신들과 지혁이 만났던 이야기와 회의에서 있었던 일, 지혁이 제천에게 했던 이야기 등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음... 확실히...”


자신이 지혁의 입장이었어도 여러 의미에서 싫어했을 것 같다.


‘그런데...이 사람들은 그 사람의 지인 아닌가? 이렇게 객관적이게 설명해줄 수 있는 건가?’


로운은 상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천천히 두 사람을 살폈다.


오늘 잠깐 봤던 두 사람에게서 쎄한 느낌은 받지 못했다.


“그러지 말라고 얘기를 해봐도 통하지 않아요.”

“고생이 많으시네요.”


로운의 머릿속에서 하나의 의문이 스쳐지나갔다.


‘그런데 이 사람들은 왜 저렇게 한숨을 쉬면서 까지 그 사람과 함께 지내는 걸까?’


그런 로운의 표정을 눈치 챈 것인지 나래가 쓰게 웃었다.


“저와 석이 오빠는... 사석에서는 오빠라고 불러요. 이변 초기에 같은 팀이었어요. 세 명이서요.”


옆에서 석의 고개가 추억에 잠긴 듯 천천히 위아래로 움직였다.


“세명이요?”

“네. 제천 씨의 형도 능력자였거든요. 저희는 마법진을 위주로 활동하며 빠져나가지 못한 사람들을 도우는 일을 했어요.”

“좋은 일을 하셨군요.”


로운이 느낀 두 사람의 첫인상은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괜찮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


극도로 말이 없기는 했지만 성실함과 예의가 몸에 베여 있었다.


그래서 더더욱 제천과 함께 하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예찬 오빠가... 음. 사라진 이후 몇 개월 뒤에 제천 씨가 우리를 찾아왔어요. 예찬 오빠가 자신의 팀에 대해서 이야기를 많이 한 모양이었어요.


형이 사라지고 상심이 클 것 같아서 처음에 이것저것 챙겨줬던 게 문제였던 것 같아요.”


나래는 깊은 한숨을 뱉더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석이 입을 열었다.


“제천은 처음부터 훈련하는 걸 싫어했지만 예찬을 찾으려는 모습만큼은 진심이었다. 하지만 금방 게으른 능력자의 삶에 만족했다.”


두 사람은 그 이후의 이야기를 하지 않았지만 로운은 어떤 모습일지 알 것 같았다.


그런 능력자는 많았다. 국가가 너무 많은 복지를 능력자를 위해 쏟아 부은 탓에 오히려 능력자의 수준은 퇴보했다.


‘모든 건 그 사람이...’


로운이 심각한 표정으로 생각에 빠지자 눈치를 보던 나래가 입을 열었다.


“그래도 그렇게 나쁜 애는 아니에요. 예의바른 것을 지는 것이라고 여기는 것뿐... 지는 걸 싫어하거든요.”


‘그게 예의 없는 거 아닌가.’


차마 머릿속에 떠오른 말을 입 밖으로 내뱉을 순 없었다.


“저희는 제천 씨를 두고 갈 수 없어요. 그러니... 앞으로 파티에도 계속 같이 나올 거예요. 저희가... 잘 가르쳐 보겠습니다.”


차마 고개를 들 수 없던 나래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세 사람 사이에는 로운도 다른 사람도 알 수 없는 사정이 있는 듯 했다.


“그렇군요.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푹 쉬시고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네. 로운 씨도 푹 쉬세요.”


카페를 나온 로운은 마음이 무거웠다. 오늘 하루 보고 들은 제천에 대한 인상이 너무 좋지 않았다.


그런데 앞으로도 함께해야 했다. 만약에 제천을 두고 가기 위해서는 저 사람들도 두고 가야 한다.


무엇보다.


‘채 석씨는 탑 오르기에 적극적인데 제천 씨를 두고 가야 한다고 하면 과연 어떻게 할까.’


세 사람을 두고 가는 것도 전력에 큰 차이를 보일 것 같았지만 그렇다고 제천을 혼자 두는 것도 마음에 걸렸다.


돌이켜 보면 무의식중에 그런 결심을 했을 지도 모르겠다.


‘만약 도움을 청하면 한 번만 도와주자.’


그렇게 생각하기는 했지만 바로 그날 찾아올 줄은 몰랐다.


일행을 데려다주고 성남 거처에서 나오고 있는 자신을 급하게 따라 나오는 사람이 있었다.


“제천 씨?”

“저. 저! 저 꼬맹이도 네가 가르쳐 준 거지?”

“그렇습니다만?”


말투가 거슬렸지만 이야기는 끝까지 들어보기로 했다.


“나도. 나도 가르쳐주면 안 될까?”

“...”

“나... 나도 알아. 내가 오늘 도움이 하나도 안 됐다는 거! 그리고 그걸로 네가 많이 화가 났다는 거...”

“...”

“근데... 근데 네가 싸우는 걸 보고... 다른 사람들이 싸우는 걸 보니까 나도 뭔가 하고 싶어졌어. 멋있어 보였어.”


로운은 사람이 한 번에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람을 바꿔 쓸 수 있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누군가 이렇게 이야기를 한다면 쉽게 거절할 수가 없다.


“중간에 그만두면 그걸로 끝입니다.”

“물론이지!”

“내일 오전 11시까지 이곳으로 오십시오.”


품에서 메모장 하나를 꺼내서 자신이 자주 가는 훈련장의 주소를 적어서 제천에게 건넸다.


“응... 고마워. 정말 열심히 할게.”

“그럼 쉬십시오. 오늘 수고 많으셨습니다.”


무시하는 게 좋았을 지도 모른다. 그가 열심히 하는 다른 파티원들과 비슷한 실력이 되기 위해서는 정말 죽고 싶을 만큼 열심히 그리고 성실하게 해야 했다.


혹은 타고난 재능으로 올라오든가.


둘 중 하나라도 되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파티에서 낙오될지도 몰랐다.


무엇보다. 지혁이 이 사실을 알았을 때 어떤 반응을 보일지 로운으로서는 예상도 되지 않았다.


그렇게 생각했거늘. 막상 상황을 마주하고 보니 지혁이 쓰러져서 눈을 뜨지 않는다.


전해들은 바로는 이번이 처음도 아니었다. 지혁의 몸에 무슨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


“아저씨 완전 허약해...”


훈련 중에 어떤 실수를 해도, 혼이 나도 기운을 잃지 않던 미혜조차 시무룩해져서 바닥만 바라보고 있었다.


“일단 두 분은 먼저 들어가 보세요. 제가 일어나면 연락드리겠습니다.”

“아니요. 저는 여기 있을래요! 아저씨 일어나는 건 보고 갈 거예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신을 혐오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보던 아이가 이제는 간절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이런 변화 또한 지혁이 만들어낸 것이었다. 처음 그가 자신에게 계약서를 내밀었을 때가 떠올랐다.


“내일도 훈련해야지. 훈련 늘려달라고 했잖아.”

“그건 그렇지만...”


미혜는 재능이 있었다. 타고난 신체 능력하며 무언가를 이루고자 하는 의지가 확실했다.


하나를 가르쳐주면 스펀지처럼 빨아들이는 모습에 가르치는 재미도 있었다.


“더 강해져서 지켜주고 싶다며. 지금은 그렇게 위급한 건 아니니까 진짜 위험한 순간을 위해서 내일을 준비해야지.”

“알겠어요.”

“제천 씨도 내일 늦지 않게 오십시오. 오늘하고 같은 시간, 같은 장소로 오시면 됩니다.”

“응. 가자 꼬맹이.”

“야! 그렇게 부르지 마. 내가 왜 꼬맹이야!”


미혜는 제천에게 이끌려 훈련소를 떠나면서 까지 지혁이 잠들어 있는 휴게실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갔나?”


두 사람을 담은 엘리베이터의 문이 닫히자 뒤쪽에서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혁씨? 깨어 계셨습니까?”

“아. 네. 별로 마주치고 싶지 않아서... 꼬맹이도 잔소리 할 거고.”


무리하지 말라고 혼난 지 무려 하루도 되지 않으니까. 이 사실을 알 리가 없는 로운은 제천 때문이라고만 생각했다.


“잠시 얘기 좀 할 수 있을까요?”


지혁이 문을 열며 들어오라고 손짓했다. 올 것이 왔다고 생각한 로운이 침을 삼켰다.


+++


눈을 떠보니 낯선 천장이었다라는 말을 소설에서 본 적이 있지만 내가 그런 일을 겪을 거라고는 상상도 해본 적이 없었다.


나는 정말 평범한 삶을 살고 있는 한 대학생이었을 뿐이니까.


다행이라고 할지. 낯선 천장과 반대로 익숙한 목소리가 문 너머에서 들려왔다.


뭐? 훈련을 늘려달라고 했다고? 이미 충분히 빠른 성장을 보이고 있는데 너무 무리하는 게 아닐까?


몇 마디 더 나누는가 싶더니 꼬맹이와 못난이가 거처로 돌아가려는 것 같았다.


완전히 조용해지고 로운의 깊은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


“갔나?”


조용히 문을 열고 살피며 묻자 화들짝 놀라며 뒤를 돌아보는 로운.


왜 이렇게 놀라. 내가 뭐 귀신이라도 되냐?


마침 아무도 없기도 하고 오늘 하루 궁금했던 것들을 묻기 위해 로운을 안으로 들였다.


“그게. 제가 무슨 생각이 있어서 그런 건 아니고요!”


뭔가 묻기도 전에 로운은 지난 밤부터 오늘까지 있었던 일들을 아주 꼼꼼하고 세세하게 설명했다.


“그러셨군요. 고생하셨습니다.”

“네? 그게... 단 가요?”


로운은 잘못한 어린애마냥 내 눈치를 살폈다.


“로운 컴퍼니의 대표는 로운 씹니다. 어떤 능력자를 데려와도 제가 뭐라고 할 수는 없으니까요.”

“하지만 지혁 씨가 제천 씨를 싫어하시는 걸 알고 있습니다.”

“뭐... 그렇게 비밀스러운 일은 아닙니다만. 제 개인적인 감정으로 다른 일까지 망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뭔데. 왜 그렇게 부담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는 건데.


“감동했습니다! 역시 미혜가 믿고 따르는 이유가 있군요!”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하지만 딴지는 걸지 않기로 했다. 잘못을 용서 받은 것 같은 어린애처럼 기뻐하는 모습을 굳이 말리고 싶진 않았다.


“그래서 어떤가요?”


가장 묻고 싶었던 것을 물었다.


“네? 뭐가요?”

“제천 씨의 능력이 어떤지 물어본 겁니다. 발전 가능성에 대해서요.”

“음. 확실히 아직은 모르겠습니다. 미혜와 같이 훈련을 하는 것 자체가 부담이 클 테니까요.”


확실히 전투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 비행형 몬스터를 상대하기는 어렵다.


“무엇보다 몬스터를 보고 겁을 먹습니다.”


너무나 당연한 소리다. 이제 일상이 되어 자연스러워졌다고 하지만 몬스터를 마주했을 때 인간이 느끼는 두려움은 사라지지 않는다.


“거의 백지 상태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봐야합니다.


기본 스탯을 올리고, 몬스터를 보고 두려워하는 감정을 자신을 움직이는 힘으로 바꿀 줄 알아야 합니다.


그 뒤에 능력과 관련된 훈련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다른 파티원들과 비슷한 수준이 되려면 얼마나 걸릴 것 같습니까?”

“음... 글쎄요. 미혜를 포함해서 다른 분들도 요즘 능력자답지 않게 상당히 열심히 하니까요. 어지간한 노력으로는 평생 못 따라 잡을 겁니다.”

“그렇군요.”

“그래도 해보려고 하니까 한 번만 믿어봐 주십시오. 저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로운 씨가 그렇게 까지 말씀하시니 알겠습니다. 그런데... 괜찮으시겠습니까?”

“네?”

“미혜 하나로도 로운 씨의 훈련 시간을 많이 잡아먹지 않나요?”

“아... 그건 괜찮습니다. 저 이래봬도 훈련은 게을리 하지 않고 있거든요. 미혜를 가르치는 것이 제게도 많은 도움이 됩니다.”


정말 성실한 사람이다. 그만큼 열심히 해야 하는 이유가 그에게 있다는 거겠지.


“저 이전부터 궁금했던 것이 있습니다.”

“뭔가요?”

“로운 씨는 어째서 그렇게 까지 탑에 오르려고 하는 겁니까?”

“예? 그냥 이 세계를 끝내기 위해서죠?”

“단순히 그것 때문입니까?”


로운은 뭔가 더 많은 것을 원하고 있다.


“... 물론이죠.”


영문을 모르겠다며 싱긋 웃어 보인 그지만 말하지 않은 뭔가가 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알겠습니다. 나중이라도 말하고 싶은 곳이 필요하다면 말씀해주십시오.”

“무슨 소린지 모르겠지만 알겠습니다. 그만 가볼까요? 거처까지 데려다 드리겠습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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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1) 21.12.03 199 0 14쪽
32 출국 21.12.02 213 1 12쪽
31 허물고 세우고 21.12.01 222 0 16쪽
30 능력자들의 Z지대(7) 21.11.30 252 0 13쪽
29 능력자들의 Z지대(6) 21.11.29 249 1 12쪽
28 능력자들의 Z지대(5) 21.11.28 261 1 12쪽
27 능력자들의 Z지대(4) 21.11.27 270 1 13쪽
26 능력자들의 Z지대(3) 21.11.26 287 0 13쪽
25 능력자들의 Z지대(2) 21.11.25 313 3 14쪽
24 능력자들의 Z지대(1) 21.11.24 344 3 14쪽
23 행방 21.11.23 353 4 12쪽
22 도움닫기 21.11.22 368 4 12쪽
21 캐롤라인 세일리 21.11.21 416 3 13쪽
20 [마나가 부족합니다.] 21.11.20 454 6 15쪽
» 돌아보면 때론 큰 곡선이기도 하다. 21.11.19 481 8 12쪽
18 앞만 보며 걸어갔던 길이 21.11.18 518 8 14쪽
17 정식 바리스타 21.11.17 531 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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