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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사자 소녀는 나에게 구원의 길을 열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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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꿈
작품등록일 :
2020.05.15 23:11
최근연재일 :
2020.06.20 18:06
연재수 :
46 회
조회수 :
1,110
추천수 :
48
글자수 :
171,176

작성
20.05.17 14:21
조회
39
추천
6
글자
10쪽

2 # 불길한 기분은 날 감싸고

하루하루는 힘없이 흘러가지만.




DUMMY

정규 수업시간이 지나, 나는 하교를 준비하고 있다. 가방에 교복 와이셔츠와 바지를 넣고 지퍼로 잠갔다. 방과후나 비보충 자율학습을 하는 시간이 있지만, 아르바이트 시간을 맞추기 위해서 공부를 잠시 빼야 했다. 하지만 나에겐 공부도 안 맞아서 다른 진로를 생각하고 있는 중이었다. 부모님한테 그렇게 말했더니 한숨을 쉬며 '그렇게 해라' 라며 허락을 받았다.


"어디 가세요?"


저승사자가 내 위에서 그렇게 묻는다.


"아르바이트."


"공부는요?"


너한테서 공부 소리를 듣긴 싫은데. 마음 속으로 그렇게 말하고선 나는 짤막하게 '오늘은 안 해' 라고 답했다. 저승사자는 내 왼쪽 어깨에 걸터앉는다. 무게는 느껴지지 않지만 한복 너머로 저승사자 소녀의 피부가 느껴진다.


"왜 앉냐."


"어차피 다른 사람 눈에는 안 띄어요."


그러면서 내 머리에 어깨까지 올린다. 어쭈, 어디 사장님 납셨습니다. 나는 저승사자 소녀의 옆구리를 왼쪽 손으로 만지려고 했지만 저승사자 소녀의 몸을 통과한다.


"...뭐야, 이거."


"어머~ 제 몸을 그렇게 만지고 싶었어요? 꺄아~ 변태."


"어떻게 되갚아줄까, 생각한 것에서 시작했을 뿐인데."


"하지만 안타깝네요. 저승사자는 자기가 허락하지 않는 이상, 관련있는 사람이 절 만지는 건 불가능해요~ 얘기나 제가 인간 쪽을 만지는 것은 가능하지만요."


'이렇게~' 라며 내 볼을 자기 검지손가락으로 찌른다. 차가운 손가락 끝이 닿아 잠시나마 시원해진다. 그 다음은 내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돌돌 말고, 푼다. 내 머리카락을 공짜로 곱슬머리로 만들어주고 있다.


장난칠 대로 치던가, 라는 마음으로 애써 무시한 채 교실을 나섰다. '히힛' 이라는 이상한 웃음소리를 내며 내 얼굴을 이용해 마구 장난을 치고 있다. 이걸 쳐낼수도 없고, 간지럼을 피울 수도 없고. 결국은 인내심이다.


학교 정문으로 나와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한 음식점으로 갔다. 나는 거기서 주로 서빙을 하고 주문할 음식을 받는다. 처음에는 쉽지 않았지만, 며칠정도 하다 보니 익숙해졌다.


자동차가 매연을 내뿜으며 도로를 달린다. 자동차의 엔진 소리가 한순간에 스쳐지나간다. 언제나 똑같으면서도 다른 엔진소리들은 매번 다른 매연을 내뿜으며 사람의 옆을 지나간다.


"콜록! 콜록! 아, 정말 인간들의 기계들은 지독해요!"


매연 냄새가 독하다고 느꼈는지 내 왼쪽 어깨에 걸터앉았던 몸뚱아리가 내 옆으로 내려온다. 이내 나한테 팔짱을 낀 채 매달리듯이 걷는다. 걸터앉았을 땐 무게가 느껴지지 않았는데... 막상 이렇게 되니 조금 무겁다고 느껴진다.


혹시 방금 전에 저승사자 소녀가 말한 것대로 허락한 게 아닐까? 호기심 반, 의문심 반으로 저승사자 소녀의 너울같은 모자에 손을 올려봤다. 한지같은 촉감이 손바닥을 감싼다. 어깨에 주먹을 올리고 검지손가락으로 저승사자 소녀의 볼을 쿡, 하고 찔렀다. 진짜 찔러진다?


"...뭔가요."


"...아니, 너가 매달리길래 허락한가 싶어서. 호기심 반, 의문심 반으로."


"변태습성이 있네요, 그것도 아..."


거기까지! 나는 황급히 저승사자 소녀의 입을 손으로 막았다. 버둥버둥거리는 저승사자 소녀. 그 발언, 위험해. 탭을 급하게 치는 저승사자 소녀의 요청에 나는 천천히 막았던 손을 떼었다.


"사람 죽이려고 해요?!"


"넌 사람을 사회적으로 죽이려고 하냐?"


"흥이네요!"


애초에 넌 사람이 아니잖아. 라는 말을 했다가는 커다란 낫을 들고 내 목을 베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 가까스로 목구멍 너머로 삼켰다. 빨리 아르바이트나 하러 가야지.




* * * * * * * * *




빨리, 라는 혼잣말로 중얼거렸을 뿐인데 정말로 빨리 도착했다. 음식점 담당자 분이 와서는 '오, 빨리 왔구나!' 라며 내 등을 토닥거린다. 아직 내 시간대가 되지 않아 조금만 쉬라고 하시길래 탈의실로 가 의자에 앉았다. 끼익끼익, 귀에 거슬리는 소리가 울린다.


음식점 알바용 옷으로 갈아입어야 하는데... 내 뒤에서 뒷짐을 진 채 승자의 미소를 짓고 있는 저승사자 소녀가 보인다. 묘하게 건방지다.


"야."


"왜요? 키킥."


이번에는 이상한 웃음소리를 낸다.


"돌아서거나 눈 감아."


"왜요~ 이래봬도 제가 더 어른인데."


"외모는 꼬맹이거든? 빨리 둘 중 하나를 해."


저승사자 소녀가 쿡쿡 웃는다.


"설~마... 저에게 갈아입는 모습이 부끄러워서 그런 건가요~? 당신도 참~ 마음은 꼬마네요~"


...오호라, 그렇게 나온다?


"그럼 갈아입는다."


나는 교복 와이셔츠 단추에 손을 갖다대고 하나하나씩 푼다. 안에 입고 있던 흰색 반팔 옷이 드러난다.


"뭐예요, 안에 하나 입고 있네요."


다음으로 벨트를 풀어 바지를 벗는다. 안에 입고 있던 팬티가... 드러나기 전에 저승사자 소녀가 얼굴을 붉히며 황급히 고개를 돌린다. 어디서 까불고 있어. ...하지만 묘하게 죄책감이 몰려온다. 상대는 사람이 아니다. 저승사자다. 암.


알바옷으로 입고 나서 본격적으로 일을 하기 시작했다. 접시를 옮기고, 주문을 받고, 음식을 옮긴다. 내 어깨에 다시 걸터앉은 저승사자 소녀가 날 힐끔힐끔 쳐다보는 시선도 느껴진다.


"...방금 일에 대한 사죄를 요청합니다, 인간."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기각한다, 저승사자 소녀."


"죽을래요?"


스릉, 소리가 들린다. 진짜로 커다란 낫이냐?! 라고 생각했지만 식용나이프였다. 황급히 나는 그걸 뺏어 [ 사용 후 ] 라고 써져있는 플라스틱 통에 넣는다.


"위험하게 뭐하는 거야."


"왜요, 다칠까봐요?"


"아니, 너도 위험하고 나도 위험하잖아."


그제서야 자기 잘못을 깨닫고서는 조심스레 고개를 숙인다.


"호의를 몰라봐 죄송합니다, 인간."


...뭔가 마지막 말은 상반되는 것 같은데. 신경 쓰지 말고 내가 해야하는 일을 하자. 일단 가득 찬 [ 사용 후 ] 가 써져있는 플라스틱 통을 주방으로 가져간다. '수고했다! 다음것도 부탁한다!' 라며 내 등을 떠미는 주방장 아저씨의 말이 꽤나 힘을 복돋게 만들어준다.


식당으로 돌아와 주문을 받고, 주방장으로 달려가 주문받은 음식을 말하고 옮긴다. 그것을 수차례 반복하면 어느새 시간은 저녁이 되어있다.


"학생! 오늘 일과 끝났어! 탈의실에서 옷 갈아입고 휴게실로 와!"


"네에~!"


마지막 음식까지 전해주고 나는 탈의실로 몸을 돌렸다. 교복으로 갈아입고 음식점 담당자 아저씨가 말씀하신 대로 휴게실로 향했다. 저승사자 소녀는 내 머리위에서 팔꿈치를 올린 채 상황을 보고 있다. 휴게실로 들어서자 담당자 아저씨가 먼저 와있었다.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 담당자 아저씨 앞에 서 있었다.


"오늘이 월급날이지?"


"아... 네."


오늘이었군.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래도 담당자 아저씨가 챙겨주시는 덕분에 월급을 계속 받는다.


"학생은 다른 직원들보다 열정이 넘치는 것 같아."


"아니에요. 그냥 지금 임하고 있는 일에 열심히 하는 성격이라서... 그런 거예요."


아저씨가 내 등을 토닥인다.


"괜찮아! 그래서 말인데 보너스를 조금 더 넣어줬어. 학생이니까 맛있는 것도 사먹고, 열심히 공부하고 그래야지. 안 그려?"


"...감사합니다."


"열심히 한 자에겐 그 결과가 돌아가는 법이야. 자, 이제 집에 가도 좋다."


다시 한 번 더 고개를 숙여 인사를 전하고 식당에서 나왔다. 핸드폰을 켜니 입금 알림이 하나 와 있었다. 140만... 원? 엄청 많이 넣어주셨네. 하루에 5~6시간 일하는 게 다인데. 진짜 고용주를 잘 만났다는 생각이 든다. 내 위에서 구경하던 저승사자 소녀가 입을 연다.


"인간 세계의 시스템은 이렇군요."


"이건 그냥 고용주와 노동자의 시스템일 뿐인데."


"그래도 돈 많이 버신 것 같던데."


내 말투가 옮았다. 내가 또 하나 있는 기분이다.


"확실히... 보너스 수당이라지만 정말 과하게 주신단 말이야."


"그래서 지금 집에 가시는 건가요?"


"왜, 집까지 따라오려고?"


"당연하죠, 그래도 제가 당신의 담당이라고요."


저승사자지만요, 라는 말을 덧붙이며 내 머리에 걸터앉는다. 기분은 나쁘지만 무게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공기 더미가 눌려있는 느낌이랄까.


3층짜리 빌라에 도착했다. 거기에다가 3층이고, 엘리베이터도 없어서 계단으로 올라가야 한다. 피곤하지만 그래도 집에 도착하면 씻고 누워 일과를 끝낼 수 있다. 그런 생각을 하니 무거운 발걸음도 한 번에 가벼워진다.


하지만 3층에 있는 내 집에 다가갈수록 비린내가 진동한다. 뭘까? 누가 생선을 사온걸까. 그렇지만 이렇게까지 냄새가 날 수 있나? 여러 의문이 들 무렵 3층에 있는 내 집앞에 가까이가자 비린내가 더더욱 심하게 난다. 근원지가 내 집? 여동생도 있을텐데.


- 불길하다.


문을 열기 전, 나는 저승사자 소녀에게 물었다.


"너도 뭐 이상한 냄새나?"


"확실히 비린내가 나긴 하네요."


불길한 마음을 가까스로 진정시킨다. 도어락의 비밀번호를 누르고 문손잡이를 돌린다. 덜컥, 이라는 무거운 느낌을 주는 손잡이를 천천히 돌리고 문을 연다.




하루하루에 의미가 담겨 달이 넘어가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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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사자 소녀는 나에게 구원의 길을 열어준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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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46 # 구원 (完) 20.06.20 33 1 16쪽
45 45 # 마지막 기회 20.06.20 13 0 7쪽
44 44 # 당신에게는 닿나요? 20.06.20 15 0 14쪽
43 43 # 일상 20.06.20 14 0 9쪽
42 42 # 받아들인 사실 20.06.20 13 0 7쪽
41 41 # 현실 20.06.20 12 0 9쪽
40 40 # 필연 20.06.20 12 0 8쪽
39 39 # 숨기고 있는 것 - 2 20.06.20 20 0 8쪽
38 38 # 숨기고 있는 것 20.06.20 12 0 7쪽
37 37 # 언젠간 20.06.20 12 0 7쪽
36 36 # 작은 모래알갱이 20.06.20 16 0 7쪽
35 35 # 후회 20.06.20 18 0 7쪽
34 34 # 예고 20.06.19 23 0 8쪽
33 33 # 환기 +1 20.06.19 15 1 8쪽
32 32 # 빈자리 20.06.19 26 0 7쪽
31 31 # 제자리로 +1 20.06.19 23 1 9쪽
30 30 # 정보 20.06.17 50 0 9쪽
29 29 # 원하지 않던 제자리 20.06.16 20 0 9쪽
28 28 # 죄와 벌 20.06.16 16 0 8쪽
27 27 # 진실 20.06.16 20 0 9쪽
26 26 # 재회 20.06.16 17 0 7쪽
25 25 # 휴식 20.06.15 15 0 7쪽
24 24 # 진심 20.06.14 13 0 7쪽
23 23 # 방황 20.06.14 34 0 7쪽
22 22 # 도주 20.06.13 16 0 8쪽
21 21 # 현실 20.06.13 33 0 8쪽
20 20 # 연심 20.06.12 32 0 8쪽
19 19 # 뒤쫓는 추적 20.06.12 61 0 8쪽
18 18 # 반사되는 분위기 20.06.12 31 0 7쪽
17 17 # 추적 20.06.12 16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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