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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사자 소녀는 나에게 구원의 길을 열어준다.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로맨스

어린꿈
작품등록일 :
2020.05.15 23:11
최근연재일 :
2020.06.20 18:06
연재수 :
46 회
조회수 :
1,099
추천수 :
48
글자수 :
171,176

작성
20.06.2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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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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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7쪽

42 # 받아들인 사실

하루하루는 힘없이 흘러가지만.




DUMMY

승아의 오빠가 하는 말이나 다름없는 차가운 말을, 해버렸다. 선을 그어버리듯이 내뱉은 말은 승아에게 결정타가 되어버렸다. 결국은 고개를 숙이고 시선을 마주치지 않는다. 좋아하는 감정은 사실이지만... 시선을 억지로 마주치게 하지는 않았다. 조용히 감싸안아주었다.


"...정말, 최악이시네요."


내 품안에서 그녀는 그렇게 말했다. 그 말을 듣고 아파야 정상일텐데. 전혀 아프지 않았다.


"이걸 차버리네요."


"우린 너무 다르니까."


승아를 봐오면서 저승사자도 사람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했다. 마음, 감정이 너무나도 진실로 가득 찼기 때문에, 나는 승아의 마음을 받아들이고 보답하려고 했다. 하지만 상황이 다르다. 내가 언제 죽는지 알게 된 이상. 승아의 오빠가 계속해서 찾아와 사채업자마냥 압박을 넣는 이상 나는 그녀의 마음을 잡아주지 못 한다. 어쩌면 그게 승아에게 마음의 아픔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그래서 나는 웃으면서 말했다. 더 이상 상처받지 말라고.


"그러니까 내가 죽었을 때, 네가 내 영혼을 거둬갔으면 좋겠어."


내 한 가지의 바람을. 승아한테나, 나한테나 서로 다시 좋아할 수 있게 될 수 있는 바람을 말했다. 멀지 않은 죽음을 기다리는 내가 승아에게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지를 선택한 것이다.


"...당연한 거 아니에요?"


승아는 망설임없이 말했다.


"저는 당신의 저승사자라고요."


영혼을 저승까지 인도하는 사자.


"승권 씨를 좋아하는 마음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할 거예요. 으헤헤..."


...약간 이상한 기운이 느껴진다. 승아가 헛기침을 해 정신을 차린다.


"어쨌든 영혼을 거둔다거나 그런 것에 걱정하지 마세요. 영혼을 거두는 것은 이승의 인간을 맡은 담당자의 당연한 권리이니까요. 누군가가 간섭할 권리도 없어요."


"그래, 그래."


"또 말 끊네요. 인간 주제에!"


"할 말 다 한 거 아니었냐? 아아악!"


옆구리를 꼬집혔다. 안은 채로 꼬집혀서 그런 지 함부로 빠져나오지 못 한다. 앤 뭔데 근력 힘이 왜 이렇게 세?! 나도 반격에 나선다. 승아의 볼을 꼬집었다.


"우야아아악!?"


"놔!"


"시어요!"


아아아아아! 끈질기다.


"참 바보같네."


나는 아픈 것을 참고 그 말을 내뱉었다. 덤으로 승아의 볼을 누르고 주물주물거리는 것도. 말랑말랑하고 부드럽다.


"뭐하시는 거예요...?"


"그냥. 아기같아서."


"기분 나쁘거든요?"


귀엽기만 하구만.


...내가 무슨 생각을.


"들어가자. 피곤해."


"저만 당한 것 같아서 기분이 엄청 나쁜데요?"


"너도 내 옆구리 꼬집었잖아."


"그걸로 셈친 거예요?"


"당연한 거 아니냐?"


"어린애에요?!"


"그럴지도 모르지?"


승아를 만난 이후로, 나이를 거꾸로 먹는 것 같다.


"어린애 이승권 씨라고 부를 게요."


"그럼 난 어린애 저승아, 라고 부른다."


체구도 딱인데.


"그건 좀..."


"아니, 딱 어울려. 너 체구도 그 정도잖아."


"체구... 하아..."


승아의 키는 내 가슴에서 명치 정도다. 20cm ~ 30cm 차이가 마치 오빠와 여동생같지만, 연인으로 따지자면 나이차가 조금 있는 연인 정도랄까. 실제론 승아의 나이가 더 많겠지만 말이다.


아무렴 뭐 어때. 나이가 많든, 어리든... 너무 어리면 법적으로 문제있고, 나이가 많으면... 주변 시선이 조금 따갑지 않을까.


"빨리 들어가요. 저도 자고 싶거든요."


"예이예이. 들어갑시다."


얼른 들어가서 자고 싶다.








* * * * * * * * * * * * * * *









영훈이네 집으로 들어가 이불을 깔아 그 위에 누웠다. 영훈이가 야식 권유를 했지만 입맛이 별로 없어 거절하고 다시 생각에 빠져들었다. 내가 곧 죽는다. 이름도 모르는 타인에 의해서. 물론 고의성이 아닌 단순한 사고지만. 그래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언젠가는 겪어야 하는 거지만...


하지만 현실을 도피하는 생각은 그만두었다. 미련도 없고. 내 가족은 이제 곁에 없으니까. 우울한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무거운 노크 소리가 방 안에 울린다.


"자요?"


"아니, 아직 안 자."


승아는 내 말을 듣고선 문을 조심스럽게 열고서 들어온다. 그러고는 침대에 눕는다.


"영훈이는?"


"그 분이라면 너네둘이 알아서 침대랑 바닥 골라서 자, 라고 하던데요?"


...의리있는 놈이다. 그렇다면.


"내가 침대에서 잘래."


"...매너없네요."


"장난이다."


농담을 모르구만. 승아가 침대 위로 벌러덩 눕는다. 치마가 약간 흩날리며 승아의 속... 안 보였다. 승아의 속옷이 검은색이라는 건 모른다.


"...봤죠?'


"...네 잘못이지."


다시 한 번 말하겠다. 나는 못 봤다.


"무슨 색 봤어요?"


"검... 아니, 못 봤다고."


"변태..."


...젠장.


승아는 볼을 붉히면서 눕혔던 몸을 일으켰다. 또 무슨 짓을 할려고.


"있잖아요. 할래요?'


"목적어 생략하지 말고 말해라."


"음... 조금 그렇고 그런 짓?"


이게 미쳤나.


"수위는 지키자."


"왜 그래요? 쫄리시나요?"


정말로 미쳤나.


"노란 딱지 온다."


"그게 뭐예요?"


"warning."


되도 않는 영어 발음으로 말했다.


"...뭔지 모르겠어요."


"당연히 알 리가 없지. 이쪽 세계의 지식인데."


물론 쓸모없는 지식이니 무시하는 것이 정서적 견해에 좋다.


"그... 워... 워닝? 그게 이승세계에서는 무슨 뜻이에요?"


"경고. 위험. 정도의 뜻이려나. 어쨌든."


나는 침대 위로 슬금슬금 올라갔다. 승아가 마른 침을 삼키며 긴장할 때, 나는 승아의 양쪽 어깨를 붙잡고 말했다.


"네가 바닥에서 자라."


"...하아..."


승아는 한숨을 내쉬고 검은 연기를... 아아악!!! 나는 침대에서 굴러떨어지듯이 내려왔다.


"미안해! 농담이야! 농담이라고!"


"...됐으니까 잠이나 자요."


승아는 토라진 듯이 침대에 누워 이불을 뒤집어썼다. 내 시선을 마주치기 싫은 건지 머리 위로 완전 올렸다. 그렇게 혼나고도 장난기가 돌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는 말했다.


"아, 내가 알고 있는 미신이 하나 있는데."


"또 뭐예요."


아직 안 자네.


"잘 때 머리까지 덮으면 저승사자가 잡아간다?"


"제가 저승사자인 건 아시죠?"


모를리가 있냐.


"어쩌면 네 오빠가 와서 잡아갈 지도 모르... 악!"


"시끄러워요!"


승아가 베개를 집어 나한테 강속구로 던졌다. 분명히 베개 안에는 쿠션이 있을 텐데 이상하리만큼 아프다.




하루하루에 의미가 담겨 달이 넘어가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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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46 # 구원 (完) 20.06.20 33 1 16쪽
45 45 # 마지막 기회 20.06.20 13 0 7쪽
44 44 # 당신에게는 닿나요? 20.06.20 14 0 14쪽
43 43 # 일상 20.06.20 14 0 9쪽
» 42 # 받아들인 사실 20.06.20 13 0 7쪽
41 41 # 현실 20.06.20 12 0 9쪽
40 40 # 필연 20.06.20 12 0 8쪽
39 39 # 숨기고 있는 것 - 2 20.06.20 20 0 8쪽
38 38 # 숨기고 있는 것 20.06.20 12 0 7쪽
37 37 # 언젠간 20.06.20 11 0 7쪽
36 36 # 작은 모래알갱이 20.06.20 16 0 7쪽
35 35 # 후회 20.06.20 18 0 7쪽
34 34 # 예고 20.06.19 19 0 8쪽
33 33 # 환기 +1 20.06.19 15 1 8쪽
32 32 # 빈자리 20.06.19 26 0 7쪽
31 31 # 제자리로 +1 20.06.19 23 1 9쪽
30 30 # 정보 20.06.17 50 0 9쪽
29 29 # 원하지 않던 제자리 20.06.16 20 0 9쪽
28 28 # 죄와 벌 20.06.16 16 0 8쪽
27 27 # 진실 20.06.16 19 0 9쪽
26 26 # 재회 20.06.16 16 0 7쪽
25 25 # 휴식 20.06.15 15 0 7쪽
24 24 # 진심 20.06.14 13 0 7쪽
23 23 # 방황 20.06.14 34 0 7쪽
22 22 # 도주 20.06.13 15 0 8쪽
21 21 # 현실 20.06.13 33 0 8쪽
20 20 # 연심 20.06.12 32 0 8쪽
19 19 # 뒤쫓는 추적 20.06.12 61 0 8쪽
18 18 # 반사되는 분위기 20.06.12 30 0 7쪽
17 17 # 추적 20.06.12 16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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