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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사자 소녀는 나에게 구원의 길을 열어준다.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로맨스

어린꿈
작품등록일 :
2020.05.15 23:11
최근연재일 :
2020.06.20 18:06
연재수 :
46 회
조회수 :
1,104
추천수 :
48
글자수 :
171,176

작성
20.06.20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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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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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7쪽

37 # 언젠간

하루하루는 힘없이 흘러가지만.




DUMMY

당황하는 부모님을 뒤로 하고 나는 다짜고짜 영훈이네 집으로 달렸다. 더 이상 그런 개같은 집에 있기 싫어 뛰쳐나왔다. 결국은 일주일 뒤에 다시 돌아갔지만. 그 뒤로 학교 생활도 평범. 그 누구한테도 눈에 띄기 싫어 조용히, 입을 다문 것처럼 지내왔다. 그리고 승아를 만났다. 조용히 살다가 언젠간 죽으려는 나에게 자그마한 희망을 주는, 이상한 저승사자를 만났다.


만약 이게 환상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생각도 해본다. 저승사자 소녀 승아, 라는 아이는 사실 존재하지도 않고 가족은 조금 힘들지만 윤혜가 살아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꿈 속에서의 나는 눈을 깜빡였다. 풍경이 순식간에 바뀌어 대학생이 된 나랑 고등학생이 된 윤혜의 모습이 보인다. 나랑 윤혜는 똑같은 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용돈 겸 생활비를 번다.


- 하지만 그 풍경은 연기가 되어버린다.


[ 꿈 깨. ]


그저 평범한 삶은 원했다. 마음 속에서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 이제 잊어. ]


연기가 공기 속으로 사그라든다. 공기 속으로 녹아든 연기는 먼지가 되어 쓸모없다는 듯이 바람에 실려나간다. 아픔도, 미련도, 후회도, 실려나가지 않은 채로.






* * * * * * * * * * * * *






눈을 떠보니 어느새 익숙한 풍경에 주변을 둘러봤다. 벌써 집 동네로 돌아온 거구나. 하품을 길게 내뱉었다. 창문에 비친 내 눈가에서 얇은 눈물자국이 보여 소매로 닦아냈다. 그 꿈... 잊자.


"잘 잤냐?"


하품을 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내 모습을 보며 피식, 하고 웃는 전 형사의 아저씨의 얼굴이 백미러를 통해 보인다.


"거의 다 왔으니까 잠 좀 깨."


"네..."


흐트러진 자세를 바로잡아 세운다. 신호가 걸린 자동차는 급정거를 해 몸이 앞으로 쏠려 넘어질 뻔 했다. 위... 위험했다. 주변을 둘러본다. 산이나 나무, 그리고 가드레일만 보이던 고속도로는 온데 간데 없었다. 신호가 바뀌자 자동차는 다시 달리기 시작한다.


"영훈이네 집 앞까지 데려다줄까? 피곤해 보이는데."


"아, 네. 죄송하지만 그렇게 해주세요."


"죄송하긴 뭐가 죄송하냐."


전 형사 아저씨의 말을 듣고 나는 창문에 머리를 기댄다. 아직 마음 속에 남아있는 윤혜에 대한 그리움과 죄책감을 창문 밖으로 흘려보내고 싶다. 신호에 걸려 멈춘 창 밖의 경치는 변하지 않는다. 승아는 집에 돌아와있을까. 잡생각과 죄책감이 섞이니 마음도 더욱 복잡해지는 것 같았다.


"여기서 내려주면 되니?'


전 형사 아저씨가 말씀하셨다. 나는 정신을 차리고 네, 라고 답한 후 자동차 문을 열어 차에서 내렸다. 창문을 내려 손을 흔드는 전 형사 아저씨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한 후 영훈이네 집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무기력한 발걸음이 다시금 과거를 생각하게 만들었다. 승아가 보고 싶다.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방황하던 나를 이끌어준 저승사자를 만나고 싶다.


"...뭘 그렇게 보고 싶어해요?"


"으아아악!"


갑자기 뒤에서 그런 목소리가 들렸다. 넌 사람 마음도 읽을 줄 아냐?


"갑자기 나타나지 마. 깜짝 놀라잖아."


"저희가 처음 만났을 때도 갑자기 나타났는데 왜 그래요. 한 두번도 아니고."


"알겠어, 알겠어. 빨리 영훈이네 집으로 가자."


나는 등을 돌릴려고 할 때, 승아가 조심스레 물어왔다.


"...울었어요?"


나는 흠칫 놀랐다. 딱히 안 숨겨도 되는데.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하지만 승아는 내 옆으로 와서 내 눈가를 바라보았다.


"왜... 왜 그래? 사람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 봐?"


"눈물 자국 있거든요. 발뺌할 수 없는 증거가 여기 눈가에 있는데 뻔한 거짓말이 통할 것 같아요?"


승아의 새하얗고 자그마한 검지손가락이 내 눈가를 가리킨다.


"어디 다녀오신 거예요?"


승아는 손을 내려 날 추궁하기 시작했다. 아니, 애는 왜 무섭게 추궁하냐. 숨길 것도 없기에 나는 사실대로 말했다.


"파주."


"거기가 어딘데요?"


"경기도."


"거긴 또 어딘데요?"


...생각해보니 애는 저승사자지 인간이 아니다. 그 말은 인간의 상식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소리다. 조금 쉽게 말해야 할 것 같다.


"인간들의 안식처."


"만남의 광장에 갔어요?"


...분명히 인간 세상에 대한 상식이 없어서 그런 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묘지 갔다 왔어, 인마."


"여자애한테 인마가 뭐예요!?"


"아, 시끄러워. 피곤하니까 어서 들어가자고."


"사람 말 무시하지 마세요!"


"저승사자겠지. 사람이 아니라!"


또다시 투닥거림이 나왔다.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지만, 승아는 화만 냈다. 시끌벅적한 상황이 되어버려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받기도 했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승아의 머리카락을 이리저리 헝클어버렸다.


"으아아악! 여자애 머리카락을!!!"


"내가 나중에 빗질해줄게. 고양이 빗듯이."


"전 고양이가 아니거든요!?"


"아니, 내가 고양이를 어떻게 돌봐줄 줄 알고."


"동물 학대로 고소할 거예요!"


무시하자.


"그렇다고 무시할 거예요?"


"개소리 좀 하지 마라. 아아아아! 옆구리 꼬집지 마!"


"싫어요!"


승아를 떨어뜨리려 했지만 어떻게든 버텨내면서 내 옆구리를 계속 꼬집는다. 피 고이겠다! 결국 귀갓길은 시끌벅적해지고 말았다.







* * * * * * * * * * * * * *







"그만 놔!!!"


"싫어요! 이 동물 학대범아!"


영훈이네 집에 들어와서도 그만둘 줄 모르는 승아의 꼬집기에 나는 소파에 엎어지고 말았다. 이렇게 하면 이젠 그만두겠지, 라고 생각했는데 그 좁은 사이로 들어와 계속해서 꼬집는다.


"으아아악! 너 진짜 거머리야!?"


"살이 너무 꼬집기 좋은 살인데요?"


"진짜 아프다고!!!"


"...생쇼를 해라."




저승사자가 이래도 되는 것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자식. 좋아한다는 거 사실 거짓말 아니야? 하지만 그 때의 승아의 눈이나 마음, 행동들이 전부 진실이었기에 거짓말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문제는...


"야, 인마! 저승사자 소녀 씨!!!"


꼬집는 손이 엄청 세서 나도 승아의 뺨을 꼬집었다. 물론 양쪽 뺨을. 쓸데없이 말랑말랑하고 부드럽다.


"으야아아... 안 와요!?"


뺨을 꼬집혀서 발음이 새는 모습이 귀엽다.


"너 먼저 놔라!"


그제서야 풀었다. 나도 승아의 양쪽 뺨을 놓아주고 내 옆구리를 확인한다. 새빨갛게 오른 옆구리. 세지는 않았지만, 계속 꼬집혀서 그런지 살살 아파왔다.




하루하루에 의미가 담겨 달이 넘어가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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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사자 소녀는 나에게 구원의 길을 열어준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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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46 # 구원 (完) 20.06.20 33 1 16쪽
45 45 # 마지막 기회 20.06.20 13 0 7쪽
44 44 # 당신에게는 닿나요? 20.06.20 15 0 14쪽
43 43 # 일상 20.06.20 14 0 9쪽
42 42 # 받아들인 사실 20.06.20 13 0 7쪽
41 41 # 현실 20.06.20 12 0 9쪽
40 40 # 필연 20.06.20 12 0 8쪽
39 39 # 숨기고 있는 것 - 2 20.06.20 20 0 8쪽
38 38 # 숨기고 있는 것 20.06.20 12 0 7쪽
» 37 # 언젠간 20.06.20 12 0 7쪽
36 36 # 작은 모래알갱이 20.06.20 16 0 7쪽
35 35 # 후회 20.06.20 18 0 7쪽
34 34 # 예고 20.06.19 19 0 8쪽
33 33 # 환기 +1 20.06.19 15 1 8쪽
32 32 # 빈자리 20.06.19 26 0 7쪽
31 31 # 제자리로 +1 20.06.19 23 1 9쪽
30 30 # 정보 20.06.17 50 0 9쪽
29 29 # 원하지 않던 제자리 20.06.16 20 0 9쪽
28 28 # 죄와 벌 20.06.16 16 0 8쪽
27 27 # 진실 20.06.16 20 0 9쪽
26 26 # 재회 20.06.16 17 0 7쪽
25 25 # 휴식 20.06.15 15 0 7쪽
24 24 # 진심 20.06.14 13 0 7쪽
23 23 # 방황 20.06.14 34 0 7쪽
22 22 # 도주 20.06.13 16 0 8쪽
21 21 # 현실 20.06.13 33 0 8쪽
20 20 # 연심 20.06.12 32 0 8쪽
19 19 # 뒤쫓는 추적 20.06.12 61 0 8쪽
18 18 # 반사되는 분위기 20.06.12 30 0 7쪽
17 17 # 추적 20.06.12 16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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