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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사자 소녀는 나에게 구원의 길을 열어준다.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로맨스

어린꿈
작품등록일 :
2020.05.15 23:11
최근연재일 :
2020.06.20 18:06
연재수 :
46 회
조회수 :
1,100
추천수 :
48
글자수 :
171,176

작성
20.06.16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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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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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26 # 재회

하루하루는 힘없이 흘러가지만.




DUMMY

결국은 뜬 눈으로 시간을 보낸다. 스마트폰을 보기도 애매하다. 스마트폰을 봤다간 저승사자 소녀를 깨울 것 같아 조심스러워진다. 한숨만 조심스레 내쉬며 시간이 지나가길 마음 속으로 빈다. 다음 계획을 생각해볼까.


먼저 첫 번째. 경찰도 새벽까지 추적할 생각은 안 할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쉬어야 하는 때가 있다. 아무리 경찰이어도 사람이기에 새벽에는 움직이지 못 할 것이다.


두 번째로, 아침이 밝으면 어떻게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디로 움직일까.


...생각이 막힌다. 이제 도망칠 곳도 없다. 잡히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생각이 들었다. 암울해지구먼. 또 한숨을 내쉰다. 생각을 많이 안 했지만, 머릿속에 맴도는 답답함이 이내 몸 전체를 감싸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시원하다고 생각했던 바람은 점점 싸늘해지기 시작한다. 답답함을 해소해주기는 커녕 오히려 안 좋은 생각만 들게 만들었다. 몸을 조금 뒤척여 자세를 고친다. 저승사자 소녀가 잠에서 깨어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잘도 잘 자고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는 나에게 물어본다. 이젠, 정답이 있을까. 문득 그런 생각을 하니 마음이 아파온다. 방황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한숨을 쉬고 천장을 바라본다. 내 한숨에 저승사자 소녀의 머리카락이 살며시 흩날린다.


멍 때렸더니 시간 가는줄도 몰랐다. 열어놓은 문에서 서서히 햇빛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빛에 반응했는지 저승사자 소녀의 몸이 움찔거린다. 잠에서 깼나? 살짝 뒤척거리더니... 이내 가만히 있는다.


애를 깨울까, 말까, 고민했지만 슬슬 움직일 시간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저승사자 소녀의 어깨를 툭툭 쳐서 깨운다.


"야."


"흠냐아..."


대답이 잠꼬대다. 하는 수 없이 옆구리를 손가락으로 찔렀다.


"으꺄아아악!"


"내 몸에서 일단 내려와라. 내가 무슨 이불이냐?"


"죄송합니다, 인간의 몸이 이렇게 푹신푹신 할 줄은 몰랐어요. 저도 모르게 그만."


"됐고 화장실 가서 세수나 하고 와. 움직일 거니까."


"...스스로 힘든 길을 선택한 게 후회스럽지 않아요?"


나는 씁쓸하게 웃었다.


"괜한 참견은. 원래 길에는 여러가지가 있는 거라고."


"아, 그러세요... 그나저나 화장실은 어디에 있어요?"


"나가서 오른쪽."


"빨리 다녀올게요."


옷을 정리하고 문밖으로 나간다. 나도 씻으러 가야지. 한동안 삐딱하게 접힌 등을 곧바로 세우자 뼈소리가 시원하게 울려퍼진다. 자, 다시 생각을 해보자.


- ...스스로 힘든 길을 선택한 게 후회스럽지 않아요?


고개를 젓는다. 내가 알고 싶은 건 그것이 아니다.


- 희생이란 건, 행복하지 않아. 그 누구한테나. 가까운 친구, 설령 가장 소중한 가족이라고 해도 말이야.


영훈이가 했던 말이 머릿속에서 재생된다. 희생은 슬픈 법이라고. 착한 의미도 있지만 동시에 슬픈 의미도 있다고, 그런 뜻으로 들렸다.


"...인간아..."


영훈이의 말이, 저승사자 소녀의 말이 점점 현실적으로 와닿는다. 자신감을 점점 잃어가고,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것이 잘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인간아!!!"


"어, 왜!!!"


저승사자 소녀의 목소리가 강당을 가득 채운다. 왜 이렇게 목청이 높아?


"여기 수건 없어요? 세수하고 나서 닦을 게 없는데..."


"휴지로 대충 물기 닦아."


"무책임한 인간은 나가 죽어요!"


"이번만 참아라. 응?"


내가 말대답을 하지 않고 정중히 부탁하자 저 문너머로 "알겠어요." 라고 들려온다. 답답한 내 마음을 안 것인지 이번에는 조용히 넘어가는 것 같다. 나도 씻기 위해 화장실로 간다.


물을 튼다. 손으로 물을 모아 얼굴에 적신다. 시원한 물방울이 한 방울 한 방울 옷 안으로 스며들어가 차가운 느낌을 만들어낸다. 휴지로 대충 물기를 닦은 다음 소매로 남은 물기를 닦아낸다.


"왜 이렇게 늦어요?"


"네가 빨리 씻은 거야."


저승사자 소녀가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휴지로 제대로 닦아내지 못 한 흔적이 보인다.


"여자애가 그렇게 대충 닦으면 어떡하냐?"


나는 소매로 저승사자 소녀의 이마와 볼에 남아있는 물기를 닦아냈다.


"돼... 됐거든요!"


"튕기기는."


"뭐라고요!?"


묘하게 볼에 홍조가 돈 것 같은데 아마도 화를 내서 그런 거겠지. 암. 그렇고 말고. 저승사자 소녀는 한숨을 쉬며 성을 가라앉히고 말을 이었다.


"그래서 어떻게 할 거예요?"


"일단 경비 아저씨가 오기 전에 나가자."


"알겠어요."


나는 저승사자 소녀를 데리고 학교 운동장으로 데려나갔다. 밖은 비가 오고 있었다. 어젯밤부터 비가 내린 탓에 운동장은 물웅덩이 투성이었다. 다시는 비가 젖기 싫어 우산을 같이 쓰자는 저승사자 소녀의 말을 듣고서 손에 우산 손잡이를 쥐었다. 내 팔을 꽉 붙잡고 걷는 저승사자 소녀. 무겁지는 않지만 너무 달라붙은 탓에 걸음이 불편하다.


"잠깐만요."


"왜 그래?"


내 팔을 잡아세우는 저승사자 소녀는 학교 정문을 똑바로 바라봤다. 나도 저승사자 소녀의 시선을 따라가 학교 정문을 바라본다.


그곳에는 어젯밤에 봤던 남자 형사 두 명과 여자 형사 한 명이 서있었다.






* * * * * * * * * * * * *






전 형사는 습관처럼 자연스레 눈을 떴다. 책상에 있던 디지털 시계가 4:37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몸을 일으켜 물을 끓이고, 플라스틱 컵에 인스턴트 커피를 넣는다. 끓인 물을 붓고 수저로 5번 정도 젓는다. 커피를 마시자 카페인과 온기가 몸 안으로 들어오면서 졸린 눈을 깨운다.


휴게실 밖으로 나가보니 박 형사가 나와있었다. 예상 외다.


전 형사는 박 형사 옆에 서서 묻는다.


"언제 일어났어?"


"4시 쯤인가, 그 때 깼어."


"일찍 일어났네. 늦게 일어날 것 같으면 깨우려고 했지."


"충격요법을 사용하면서?"


"그렇게 해줄까?"


박 형사는 고개를 젓는다.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아니야, 라고 말을 덧붙인다.


"한 형사만 깨면 바로 출발할 거야?"


"어. 걔들은 아마도 아침 일찍 움직이려고 할 거야. 타이밍에 맞춰 어제 내가 추리한 학교에 가자고."


"정말 확실해? 만약 2시간 기다려도 안 나오면 꽝이잖아."


"확실해."


"근거는?"


"직감이야."


박 형사는 언짢은 표정을 짓는다.


"왜 그런 표정을 짓냐."


"왜 그런 근거를 내놓냐?"


"글쎄. 어린애 마음은 읽기 쉽다, 라는 걸까."


뒤에서 인기척이 들린다. 한 형사가 하품을 하며 휴게실에서 나온다.


"으하아암... 제가 제일 늦게 일어났네요..."


"아니야, 우리도 방금 일어났어."


전 형사는 무뚝뚝하게 캔커피를 건넨다. 캔을 따고 한 모금, 한 모금 마시는 한 형사에게 전 형사는 물었다.


"체포하지 말고, 퇴로만 차단할 수 있지?"


"물론입니다."


이제 가자.




하루하루에 의미가 담겨 달이 넘어가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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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46 # 구원 (完) 20.06.20 33 1 16쪽
45 45 # 마지막 기회 20.06.20 13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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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41 # 현실 20.06.20 12 0 9쪽
40 40 # 필연 20.06.20 12 0 8쪽
39 39 # 숨기고 있는 것 - 2 20.06.20 20 0 8쪽
38 38 # 숨기고 있는 것 20.06.20 12 0 7쪽
37 37 # 언젠간 20.06.20 11 0 7쪽
36 36 # 작은 모래알갱이 20.06.20 16 0 7쪽
35 35 # 후회 20.06.20 18 0 7쪽
34 34 # 예고 20.06.19 19 0 8쪽
33 33 # 환기 +1 20.06.19 15 1 8쪽
32 32 # 빈자리 20.06.19 26 0 7쪽
31 31 # 제자리로 +1 20.06.19 23 1 9쪽
30 30 # 정보 20.06.17 50 0 9쪽
29 29 # 원하지 않던 제자리 20.06.16 20 0 9쪽
28 28 # 죄와 벌 20.06.16 16 0 8쪽
27 27 # 진실 20.06.16 19 0 9쪽
» 26 # 재회 20.06.16 17 0 7쪽
25 25 # 휴식 20.06.15 15 0 7쪽
24 24 # 진심 20.06.14 13 0 7쪽
23 23 # 방황 20.06.14 34 0 7쪽
22 22 # 도주 20.06.13 15 0 8쪽
21 21 # 현실 20.06.13 33 0 8쪽
20 20 # 연심 20.06.12 32 0 8쪽
19 19 # 뒤쫓는 추적 20.06.12 61 0 8쪽
18 18 # 반사되는 분위기 20.06.12 30 0 7쪽
17 17 # 추적 20.06.12 16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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