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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리스펜릴 님의 서재입니다.

용사에게 패한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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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리스펜릴
작품등록일 :
2021.07.07 22:15
최근연재일 :
2021.12.15 22:50
연재수 :
18 회
조회수 :
1,773
추천수 :
67
글자수 :
91,372

작성
21.07.31 13:38
조회
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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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2쪽

010-귀향(1)

DUMMY

010-귀향(1)


고향은 언제나 반가운 법이다.

어머니가 계시던 고향은 더욱 그렇고,

환생자라도 그건 다르지 않다.


이전 생의 어느 전생물에서는 부모나 가족이 거리감이

든다고 했지만, 적어도 메이단은 달랐다.

하녀에 불과한 어머니는 평생 그를 사랑하고 아꼈고

때문에 그도 진정 어머니로 그녀를 사랑했다.


그리고 그건 어머니의 묘소에서도 마찬가지다.

망할 성주 일가와 가신들은 메이단이 장군으로 복귀할 때

까지도 그의 어머니를 성주의 가족 묘가 아니라

성 밖 하층민 묘소에 안치 했었다.


말이 안치지 그냥 시신을 가져와 구덩이에 모아

집단 매장한 것이니 메이단으로서는 열불이 안날수없었다.


그때 얼마나 피가 꺼꾸로 쏟던지 하마트면

칼부림 할 뻔 하지 않았던가?



성주의 부인 중 한명으로 인정받지 못하더라도

적어도 최소한 성주의 자녀를 살린 가신으로

평가한다면 시신을 그렇게 내다 버리듯 처리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고 이미 관짝도 없이 묻힌 시신을 다시 파서

성안 가족 묘에 안장한다는 건 말도 안되는 일이고

어머니 시신에 대한 모독이라 생각한 메이단은


어머니의 시신이 안치된 자리 주변을 전부 석묘로 덮어

꾸몄다. 성벽에서 보면 돌로 된 집이 하나 있는 것처럼

보여 이정표가 되기도 하지만 메이단은 결코 만족스럽지

않았다.


그리고 성에 들어 가기전에 어머님의 묘소를 성묘함으로

자신의 도착을 알리기 시작했다.


암각화로 조각된 어머니의 얼굴을 만지며

그는 짙은 그리움을 느꼈다.


젊었을때 성주가 탐내던 미모가

어땠는지 알 수 없지만 장성한 메이단, 그가 보기에

어머니는 그저 푸근하고 순박한 시골 아낙에 불과했다.


어쩌다 고인이 된 전대 아르슈비츠 성주와 같은 자와

엮여서 고닮픈 인생을 사셨던 걸까?



"형님 이디아는 좋은 유모였습니다."


"말 함부로 하지 마라 내 어머니다!"


그리고 고향은 언제나 아프기도 했다.


그는 늘 이 그리움과 고통을 함께하며 고향을 그렸다.


전장의 고통과 함께 잠들며 혹은 깨어 있을 때도

눈만 감으면 선한 고향의 모습에 작은 벽돌 하나도 잊지 않고

떠올렸고 언젠가 돌아갈 곳으로 맘먹었지만,

막상 돌아오면 항상 아프고 또 항상 상처 받기도 했었다.


지금도 그는 어머니의 묘소가 성 안에 안치되지 못하고

성밖에 외로이 버려져 있는 것에 상처를 입고 있는데


아론이 눈치가 없었던 것이다.

순간 화가 치밀었지만 아론에게 화풀이 해봐야

뭐가 나아지겠는가?


그저 메이단은 어머니에게 전생 방식으로 큰절을

올리고 성묘를 마무리 짓고 말을 타 성 안으로 입성했다.


"메이단 영주님!"


"영주님 환영합니다!"


"잘 돌아 오셨어요!"


성문이 열리고 들어서자 많은 주민들이

길가에 서서 환영하고 있었다. 손을 흔들거나 손수건을

흔들며 꽃을 뿌려주고 성대한 환영회를 해주고 있는 것이다.


수천명이나 모여서 이런 행사를 벌여주다니 감격스러웠지만,

한편으로 그는 여전히 마음속의 앙금을 털어내지 못했다.


하지만 예전에도 수많은 개선식을 경험했기에 그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마치 승리자인것처럼...


그렇게 메이단을 선두로

아론, 에리히, 그레이스, 아론의 부하들,

마지막으로 거지왕까지 일행은 두번이나 대로를 돌면서

주민들의 환영에 화답했고, 겨우 성주가 사는 본성에

들어설 수 있었다.


그리고 역시나 메이단을 맞이 해 준건

수많은 방계 식구들과 본성에서 일하는 하인들과 병사들로

그들을 맞이한 순간 메이단은 긴장할 수 밖에 없었다.


연단이 마련되어 있었고, 올라가서 뭔가 한마디 해야 하는 걸

요구하는데 그는 사전 준비가 되어있지도 않고,

무엇보다 용사에게 패배한 주제에 대체 무슨 소리를 해야

하는 걸까?


허나 올라서야 한다는 걸 알기에 그는 연단에 올랐고

많은 이들과 시선을 맞추고 입을 열었다.


"메이단 폰 아르슈비츠, 돌아왔습니다!"


환호를 기대 했건만 싸한 침묵만이 감돌았다.

메이단은 좌중을 우측에서 좌측으로 쭈욱 흩어보며

다시 말했다.


"우리는 마왕을 물리쳤습니다. 하지만 마왕군은 지금도

여전히 존립하고 있고, 전황은 여전히 어렵습니다.

인류는 90퍼센트 이상의 영토를 잃었고, 또 그만큼

인구와 인재를 잃었으며 재화의 손실은

차마 말로 표현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결코 패배 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다시 일어설 겁니다. 이곳 아르슈비츠가

새로운 인류의 핵심이 될 것이며 번영의 초석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반드시 승리합니다!"


그제서야 환호가 터져 나왔다.

더 길게 할수도 있었으나 메이단은 이쯤에서 멈추기로 하고

손을 높이 들어 환호에 화답했다.


이런 형식과 행사에서도 책무를 다해야 하는 게

재상의 업무 중 하나 이다 보니 익숙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불편했다.


항상 스스로 믿지 않는 거짓말들로 남을 설득하니

어떻게 혐오감이 일지 않겠는가? 그는 자신의 표정을 감추기 위해

얼른 돌아서며 단상을 내려왔고 환호에 이어 박수 갈채가

쏟아졌다.


입맛이 쓰라리다.

이것은 거짓의 맛 이리라.


"훌륭하십니다. 형님 단숨에 좌중들을 사로잡는 군요!

라인 왕도로 진군은 언제입니까? 바로 지휘관들을 소집할까요?"


응? 얘는 또 왜 이러냐?


"일단 집무실로 가자 피곤하구나."


"넷! 저쪽입니다."


***


메이단이 영지에 도착해서 간단한 업무를 시작 할때쯤

치리아 공작은 첫 내전을 목격했다.


싸움을 시작한 양국은 원래 마왕전 이전에도

국경을 맞대던 앙숙관계였고, 양측 모두 이번 영토수복 전에

나서며 1순위로 자국의 복권을 요구했던 터라, 그 갈등의

골도 매우 깊었으며 동시에 임시수도 내에서도 입지가 매우

강했다.


좋게 말하면 피신을 잘한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멸망전

기존왕국의 재산들을 잘 해외은닉한 셈이다.


서로 라이벌 관계면서도 묘하게 양자가 같다는 점에서

치리아 공도 평소 이 둘을 매우 싫어하는 편이였으니


마왕이 버티고 있을 때는 미우나 고우나 인류연합군으로서

한솥밥을 먹는 심정으로 양측의 갈등을 조율해주며

힘든 평화와 협조를 얻어내는 쪽이 였으나


용사가 등장하면서 이 균형이 무너져버렸다.


둘다 빠른 진격을 위해 용사에게 뇌물을 바치기 시작하더니

그 정도가 심각해져 자국의 금은 보화는 물론

미녀와 귀족, 왕족까지 아낌없이

바치며 차후 회복될 자국의 영토의 일부까지도 조건에 거는등

인간이 상상할수있는 다양한 뇌물이 등장해

치리아 공작의 식견을 높여주는 것이 였는데


결국 마침내 양측의 갈등이 한계에 달하고

기사간의 결투가 이어지는 선에서 말리려 했을 때는 이미 늦어

기사결투는 그대로 양측 수십수백 수천의 전면전으로 번지는데

반나절이 걸리지 않았고


지금도 도심에서 양측이 서로의 병력을 발견하면 학살극을 벌이는

지경이 되고 만 것이다.


더더욱 심각한 건 치리아 공작을 제외하고 아무도 이들을 말릴

생각이 없다는 것이고 이 틈에 또다른 적대세력을 숙청 하는 기회로

활용하고 말겠다는 야욕을 보이는 세력들이 등장해

임시수도의 골목은 피로 물들고 있었다.


"어떻게든 말려야 하는데 방법을 모르겠어!"


치리아 공이 한탄하자 그의 부관이 항복하듯 말했다.


"용사에게 부탁해봅시다. 저희가 가진 무력과 수단으로는

이 파국을 수습할 방안이 없습니다."


"자네 그 말 진심인가?"


부관은 대답없이 그저 눈으로 치리아 공작을 바라봤다.

어리고 젊은 부관이나 그와 함께한 시간이 결코 적지 않고

또 수족으로서 능력도 최상급인 인재다.


짧은 시간에 치리아 공작은 그와 눈을 마주치며

많은 생각이 펼쳐지고 마침내 냉정하게 그의 말이 맞다는 걸 인정했다.


"가지!"


"네! 바로 방문소식을 전하겠습니다."


"잠깐! 딸도 불러 같이 용사를 만나지!"


부관은 잠시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라는 표정을 보였지만

이내 납득하고는 고개를 끄덕이고 달려 나갔다.


그리하여 찾아간 용사의 침소는 그야말로 꼴불견 이였다.

사방에 벌거벗은 여체들과 역시 벌거벗은 용사가 뒹굴고

있고 술과 미약과 마약이 합쳐진 오묘한 향기에 구토가

쏟아지는걸 억지로 참고 치리아 공작은 용사와 대면했다.


거의 혼수상태인 용사를 깨우는데 한시간 가량이 소모

되면서 주변을 뒹구는 헐벗은 여성들이 시녀나 일반인뿐

아니라 유력 귀족가는 물론 타국의 왕족까지 끼여 있다는 데

내심 큰 충격을 받았다.


"요크와 랭카스터가 살육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연령차이는 크지만 상대는 용사이고 존중할수록 다루기 쉬워진다는

걸 터득한 치리아 공작은 매번 뒤틀리는 심사를 달래며 정중히

그를 대했다.


"그래서? 말려야 하나? 아 그러고 보니 요크의 영애와 랭카스터의

영애가 저기 같이 뒹굴고 있군! 핫! 얼마나 보기 좋은가?

양가의 화해가 용사를 통해 이뤄진 것이지!

둘다 내 아이를 가지면 서로 혈연이 되니 더욱 좋지!"


치리아 공은 속으로 좋겠냐 좋겠냐고? 라며 역정을 냈지만

겉은 온화한 미소를 띄우며


"마왕을 쓰러뜨리신 위대한 용사께서 우매한 저희를 위해

한번만 힘을 써주시면 안되겠습니까?"


"아 귀찮게! 영감! 내 영감에게 신세 진게 많으니까

이번만 들어 주는 거야! 담은 국물도 없어!!"


그렇게 벌떡 일어서며 알몸에 무언가 딸랑거리며

나서는데 문이 열리며 치리아공의 딸 치리아 영애가 들어왔다.


"어머!? 나가시는 길인가요?"


"오호 이거 이거 꽤 예쁜데?"


"제 딸년입니다. 어떠합니까? 제 사위가 되어 주신다면

모든 걸 드리겠습니다."


때로는 말을 못 알아듣는 멍청이에겐 직설법이 가장 잘 먹히지 라며

치리아 공은 속으로 웃었으나 용사는 그리 만만한 작자가 아니였다.


"어허 그럼 안되지 영감! 욕심이 너무 많구만!

난 그저 여성의 틈에 내 육으로 씨만 뿌리면 만족하는 점잖은 사람이야.

서로 복잡하게 지내지 말자고! 오늘 밤에 와 예쁜이!

하하하하!"


용사가 나가고 아버지와 딸은 뜨거운 눈빛을 교환했다.

한참을 노려보던 메이오가 마침내 입을 열자 치리아 공작도

분을 참지 못했다.


이 시대의 귀족 간의 감정 다툼은 대개 칼로 시작해 칼로 끝나는데

이 부녀 또한 소지한 도검을 뽑고 바로 칼부림이 났고,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던 퇴폐적 무리들은 도주하면서

네빌 전역에 이 소식을 널리 알리게 되었다.


***


"말씀 들으셨어요? 장미의 대결!"


치리아 공작가의 상징이 장미라서 이 결투에

장미의 대결이라는 명칭이 붙었다. 현장에서

본 자의 증언에 따르면 무승부로 끝났고

미세한 차이로 딸 쪽이 밀리는 감이 있었다고 한다.


권모술수의 대가로 알려져 있는 치리아 공작이지만

시대가 시대니 만큼 검술 실력도 무력도 발군이라


공인된 소드마스터만 못해도 검의 달인이라 불리는 수준인 것이다.


"두분의 실력이 정말 대단하다고 하더군요. 치리아 가의 미래는

밝군요. "


공주는 미소를 지었다.

개들이 내분을 벌이면 자신에게 편하다.


"요크와 랭카스터는 불쌍하군요. 누가 그런 결과를 생각하겠어요?"


"그러게 메이, 설마 용사가 벌거벗고 뛰어나가 양대 왕가의 수장과

기사들을 도륙할줄은 몰랐지."


이 두 가문은 지금은 가문이지만 실상 원래 국가였던 세력이다.

라인 왕국이 자국 출신의 메이단 재상을 등에 업고 자국 영토를

지켜냈기에 피신 온 타국이 주도권을 잃고 가문으로 취급 받았으나

오늘 용사는 두 나라를 완전히 망국으로 무너뜨린 셈인데


정말 실오라기 하나 안 걸치고 검 하나만 들고 일궈낸 업적이라

장미의 대결보다 훨씬 회자되고 있다. 특히 비귀족층들에게는

아무래도 피난와서 힘든 시점에도 여전히 특권을 휘두르는 귀족들에게

불만이 많았는데 용사의 행위가 충분하 대리만족으로 다가왔으리라


더군다나 가감없이 노골적인 묘사와 증언에 따르면

용사는 성기로도 혈투중인 양세력의 불한당들을 때리고 죽이기까지

했단다. 한자루의 검과 팔과 다리 머리까지 쓰다보니

손발이 부족했다나?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그게 어떻게 가능한지

신기한 당대의 용사였다.


어쨌거나 네빌의 시민들에게는

벌거숭이 모습으로 검과 성기로 적을 도륙하는 용사의 이미지가

확고하게 박히고 만 모양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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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011-귀향(2) 21.08.07 74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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