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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리스펜릴 님의 서재입니다.

용사에게 패한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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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리스펜릴
작품등록일 :
2021.07.07 22:15
최근연재일 :
2021.12.15 22:50
연재수 :
18 회
조회수 :
1,756
추천수 :
67
글자수 :
91,372

작성
21.07.13 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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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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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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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04-상급포션(1)

DUMMY

004-상급포션(1)



에리히는 마을 성문을 나서자 마자 소에서

말로 마차의 동력을 바꾸고 아예 소를 버리고 마차를

급히 몰았다.


아무리 간이 크고 대범하다 하더라도 방금 전

전투를 치르고서 느릿느릿 부근을 머물기는 싫었을 것이다.


갑자기 마차가 출발하자 거리를 약간 두고 따라오던

용병은 당혹한듯 따라 뛰었고, 에리히는 의심스런

이 여자를 아예 떼어놓으려는 듯 속도를 더 내었지만,

가속도가 더 붙기 전에 빠르게 따라붙은 용병은

금새 마차위로 뛰어 올라와 메이단의 옆에 조심스럽게

자리잡아 그를 바라봤다.


그 행동하나하나가 무척 정중하기에 메이단은

대체 이 용병을 언제 봤던가? 라고 기억을 뒤져봤지만

마땅히 떠오르는건 없었다.


"하! 햐!"


용병이 올라탄걸 알았는지 에르히는 더욱 화난듯

마차를 급히 몰았다.


"윽!"


마차가 워낙 흔들려 부상자인 메이단은 고통에

차마 비명을 지르진 않았지만 새어나오는 신음을 막기는

힘들었다. 그러자 용병은 메이단이 안정되게 잡아주며

에리히에게 말했다.


"너무 빨리 가지마! 조금만 가면 강이 나와! 거기서 멈춰."


"미친년! 뭔데 나 한데 명령이야!"


"메이단님을 치료하고 싶다면 내 말 들어!"


에리히는 분한 듯 마차를 몰았지만, 확실히 속도는 줄였다.

덕분에 한결 편해진 메이단에게 용병이 말을 걸어왔다.


"메이단 각하 다시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88연대 스나이퍼 그레이스입니다."


스나이퍼! 내가 도입했던 병과 중 하나였지

라인 왕국은 귀족사병개념운용이고 귀족 지휘관하에 기사와 일반 사병

으로 군대식 계급 체계가 미흡했다.


병사 운용을 위해 십인장, 백인장 개념을 도입하고

전투병과를 설립하고 전투병과 공병개념을 적용하기까지는

성공했었다. 이게 좀 우습게도 십인장이 내가 도입한

10명의 분대원 개념이 아니라 100명이하 까지 지휘가 허용된다는

식으로 확대 해석되어서 문제긴 했지만, 어쨌건 그전에

엉망으로 운용되던 군편제가 어느정도 정립되기 시작했다.


그중에서 특별히 신경썼던게 활을 기반으로한 스나이퍼 개념이였는데

로파야 대륙과 라인왕국측은 이를 숲의 엘프궁수로 해석했고, 나는

말 그대로 거리별로 원거리 저격이 가능한 궁사개념으로

활용했다.


실제로는 영국의 장궁병처럼 대량으로 화망을 구성하고 싶었지만

우선 궁병수가 너무 부족하고 훈련도도 부족해서 활을 다뤄본 이들을

중점으로 뽑아 훈련시키고 운용한것이다.


근데 이게 꽤 잘 먹힌게

마족도 그다지 지휘개념이 근현대적이지 않아 귀족과 사병개념으로

운용되어 지휘관이 비교적 잘 노출되고 화려한 무장을 한 편이라,

지휘관을 우선적으로 노리는 스나이퍼 병과의 등장은 이들에게

꽤 큰 타격이 되었다.


그러자 마족 지휘관이 일반적인 화살로는 한방에

사망하지 않게 중장갑화 되고 이를 꿰뚫을수있는

마법 화살이 보급되어 다시 마족 지휘관을 저격하고

이에 맞춰 마법 화살을 방해하는 마법도구 까지 장비 되는

등등의 말그대로 창과 방패의 모순 대결이 시작되었고,

가장 중요한 건 그 덕분에 과거처럼 마족 지휘관들이

현장 지휘에 열을 올리지 못해 그렇잖아도 명령체계와

지휘가 엉망인 마족군세는 쉽게 인간연합군의 망치모루

전법에 밥이 되곤 했다.


"고생이 많았겠군. 그래 이렇게 와줘서 고맙네"


그런데 이를 뒤집으면 스나이퍼들은 그만큼 내가 살전

이전 지구처럼 마족에게 잡힐 경우 화풀이 대상이 되었다는

것도 똑같았다. 마족군세의 기본은 몬스터 즉 괴물들이다.

이들이 스나이퍼를 잡는다면 어떻게 행동할까?


식인은 기본이요. 잡아 먹히기 전에 마족이 등장해 체포된다면

심각한 고문과 학대가 당연하게 뒤따랐다.

그리고 이 과정을 최대한 인간연합에 보여주길 원했는데

얼마나 참혹했던지 처음 이것이 알려졌을때 대다수

스나이퍼 병들이 탈영하고, 스나이퍼 지원자가 아예

없어지기도 했었다.


마왕군에게 보복하기를 맹세한 자원병들만 뽑았는데도

이 상황이였으니 스나이퍼병의 유용함을 깨달은

연합군 지휘부는 어떻게든 스나이퍼들을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수단을 강구했고, 그 결과는 더 끔찍했다.


"이것을 전하기 위해서죠."


여성이 달리는 짐마차에서 조심스레 꺼낸 것은 그를

놀라게 만들었다.



***



메이단 폰 아르슈비츠는 환생자다.

그런데 그가 스스로 이것을 인지하고 이 세계에 적응하는데

의외로 많은 시간이 걸렸지만, 그래도 늘 적응하기 힘들고

예상치 못했던 것이 인권 문제였다.


지구에서도 카스트 제도가 있는 나라들은 다르겠지만,

메이단은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면 과거 조선시대의

계급제도가 현실에 반영된 농담은 좀 알지만

아주 노골적이고 차별적으로 받아본것도 없고 겪어 본 적도

없었다. 그런데 이곳 라인왕국은 다른 것이다.


왕족은 귀족에게 귀족은 평민에게 라는 단순한 구조로

차별이 존재했고 자신보다 낮은 계층의 인간은 사람취급

하지 않는다. 라는 관념을 지식적으로 알고있었으나

현장에서 체감할때 충격은 엄청난 경험으로 다가왔다.


당시 귀족들은 탈영한 스나이퍼를 경고로서

스나이퍼들을 모아놓고 마족보다 더 잔인하게 처형하였고,

PTSD(외상후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스나이퍼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였다.


결국 메이단이 공들여 만들어낸 스나이퍼 병과는

전원이 약쟁이로 중독되고 말았고 뒤늦게 이를 안

메이단이 이들을 찾아 구조 했을때는 이미 모든 게

늦은 상황 이였다.


그리고 관련된 귀족 지휘관들을 처벌하고

파면시키고 지휘권을 놓게 하는 과정에서 또 한번 전체 귀족들과

마찰을 벌였고, 이미 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넜다고 판단한

메이단의 강경대응으로 내친김에 군과 보급계통 전반의

귀족계를 숙청해 자신의 지지자들로 대체했었다.


"상급포션!"


그리고 이렇게 마약에 중독되어 인생을 망친 스나이퍼들의

유일한 희망이 상급포션 이였다.


어떻게든 이들을 치료하고 싶었던 메이단은 당시

신전과 접촉해서 상급포션을 확보하고 싶었으나

신전과 귀족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라 거절받았고

구입하려해도 정상가의 10배 이상을 부르며

구하지 못하게 수작을 부렸다.


성녀나 성자 상급신관이 치료가 아니고서 최고의

치료수단은 포션 그것도 상급포션이 유일했던 것이다.


하급포션은 중급포션을 희석한것이고 대개 중급포션은

트롤의 피나 여러 약초나 재료 혹은 몬스터의 부산물로

만들어지는 것으로 마법사의 포션이라고도 흔히 불린다.

물론 신전에서도 파는 것인데 성수나 신적인 능력이

대개는 포함되지 않는다.(그래도 가격은 비싸다)


상급포션은 이와 다르게

신전의 신전을 위한 신전만이 가능한 포션이다.

더 간단히 말해 상급신관이 정성들여 만든다고 보면 된다.


그래서 중급 포션이 육체적 부상만 회복시키는 것에

반해, 상급 포션은 거의 모든 치료가 가능하고 정신적인

치료까지 가능하다.


당시에 약물중독자가 된 스나이퍼들을 치료할수있는

유일한 수단이였던 셈이다.

하지만 결국 실패했고 메이단은 할수없이

이들을 후방으로 돌리며 제대시키는 것만이 최선의 선택이였다.


어떻게든 후하게 대해려고 노력했지만,

나중에 보고서로 접한 그들의 말로는 매우 비참 했었다.


"용병이라고 했나? 그레이스?"


"그렇습니다 각하!"


"그럼 혹 이걸 구하기 위해 지금까지 번 돈을 다 쓴 거 아닌가?"


그레이스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안돼! 이건 자네 생명이야! 이건 받을 수 없어!"


귀족들만 구입 할수있는 상급포션, 그것도 메이단이

난리 친 덕에 가격이 기존에 비해 수십배 폭증해버린

그것을 구하기 위해 용병 일로 얼마나 많은 사선을

걸었을까?


"좋아 미친년아 이제 강이야 저기 다리가 보이는군

여기서 멈춘다."


그새 강가에 도착한 모양이다. 그리 넓지 않은

폭이 10미터도 안되는 강에 낡은 나무 다리가

위태하게 서있었다. 다리폭도 무척 좁아

메이단 일행의 수레 한대가 겨우 지날 수준.


"그 포션 어떻게 써? 하급 포션 하고 똑같나?"


"에리히! 안돼!"


그레이스의 말을 들었는지 에리히는 마차를

세우곤 곧 다가와 그레이스에게 말을 걸었다.


"똑같아, 먹이고 외상엔 바른다."


"손은? 잘린 팔도 복구할 수 있나?"


"가능해 잘린 부위에 조금씩 매일 바르면

새 손이 돋아나"


그레이스의 답에 에리히는 물었다.


"진짜? 되나? 그 병이 너무 작은데?"


"하루 한방울씩만 조심스럽게 바르면 된다."


"그래? 좋아 우선 좀 도와줘 주인님의 고정시켜야돼"


메이단은 그제서야 이 둘을 멈추려 했지만,

그는 지금 사지가 멀쩡하지 않은 부상자라 둘이

붕대를 벗기며 상처를 여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에리히, 그만둬!"


"가만히 계세요 주인님!"


에리히는 솜씨 좋게 메이단에게 재갈을 물렸다.

그리고 그레이스가 부러진 뼈를 만져보곤 조심스레 상처에

상급포션을 한두방울 뿌리자!


소리 소문 없이 기적의 치료가 이뤄지기 시작했다.

로파야 대륙을 주관하는 여신이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포션이라

그런지 효과는 대단했다. 멍과 피 자국이 사라지고

뒤틀어진 근육이 제자리를 찾아가며

부서진 뼈가 이어지면서 회복되는데


금새 두다리가 완치되었고 나머지 왼팔도 치료되던 때

재갈에 물린 메이단은 뭔가를 봤다.


"으응! 읍!!"


에르히와 그레이스에게 말하려고 할때


"팍!"


첫번째 화살이 수레의 부근에 맞았다.

셋이 동시에 박힌 화살을 바라보고 화살이 날아온

방향을 보니 말을 탄 일군의 무리가 저 멀리서 먼지바람을

일으키며 달려오고 있지 않은가?


"쳇! 인기 좋은 주인님이네요. 미친년 저것들은 뭐야?"


그레이스는 좋은 눈으로 그들을 바로 파악하며 말했다.


"귀족의 친위대와 사냥개들! 다리를 건너! 빨리!"


거리 200보 이상 금새 도달할 것이다.

그레이스는 허리춤에서 기름병과 부싯돌을 꺼냈다.


자신들이 탄 수레가 다리 위를 지나자 기름병을 부어

다리위에 기름을 뿌리고 다리 위를 지나칠때쯤 부싯돌을

부딫쳐 솜씨 좋게 불을 붙이자 건조한 목조다리는

거짓말처럼 순식간에 화염에 휩싸였다.


그러는 중에도 계속 화살이 날아들었으나

라인 왕국의 어느 기사나 종자도 달리는 말 위에서

그것도 200보가 넘는 거리에서 사람을 맞출 정도의

실력은 없다는 걸 그녀는 너무 잘 알았다.


"하녀! 계속가!"


"알았어 미친년아!"


그레이스는 자신의 허리 춤에서 가죽밸트와 함께 장신구처럼

묶여있던 장비를 꺼냈다. 그리고 익숙한 듯 뒷주머니에서

시위를 꺼내 메기자 훌륭한 각궁이 완성되었고,

이내 등에 맨 거대한 검 집의 옆부분을 제쳐내자

그 안에 몇 발의 화살이 숨겨져 있었다.


화살을 모두 꺼내 하나를 입에 물고 나머지는 다발로 쥐고

한발을 활에 걸어 메이는 묘기를 보이자 이 모든 걸

지켜본 유일한 이, 즉 메이단이 감탄했다.


그리고 그레이스는 200보 앞의 적을 맞추는

유일한 궁수 즉 자신의 실력을 귀족 친위대에게 보였다.


첫 발이 불타는 강을 너머

바람을 가르며 비행하다 말 등위의 누군가를 정확히 꿰뚫었고,

그 충격에 기수는 낙마하며 말과 함께 비명을 질렀다.


이어 날아온 화살이 넘어진 기수를 돌아보며 다가가는 누군가를

다시 맞추자 공포는 이내 확신이 되었다.


"스나이퍼다! 메이단놈 숨겨둔 수가 있었구나!

스나이퍼를 미리 대기 시켜 놓다니! 모두 멈춰라!

200보 안에 들어가서는 안된다!!"



그레이스는 두 명을 떨구고 화살을 메기며

세번째를 준비하다 활시위를 내렸다.

준비된 화살은 겨우 다섯발 뿐 그중에 두발을 날렸다.

이제 셋만 남았다.


자신들을 보며 분통을 터트리는 추격자를 바라보며

그렇게 '마족 사냥꾼' 그레이스는 안도의 한숨을

몰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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