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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리스펜릴 님의 서재입니다.

용사에게 패한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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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리스펜릴
작품등록일 :
2021.07.07 22:15
최근연재일 :
2021.12.15 22:50
연재수 :
18 회
조회수 :
1,750
추천수 :
67
글자수 :
91,372

작성
21.07.08 01:18
조회
146
추천
6
글자
11쪽

001-아 옛날이여!(1)

DUMMY

001-아 옛날이여!






공주는 뛰었다!


"마마! 그렇게 뛰어가시면 아니 되옵니다!"


누군가 그녀에게 그렇게 소리쳤지만, 공주는 풍성한

비단 치맛단을 양손에 질끈 쥔 채 멈추길 거부하고

첨탑 계단을 뛰고 또 뛰었다.


그리하야 마침내 열린 저 먼 성문 게이트로

소가 끄는 초라한 우마차 위에 누워 온몸을 붕대로

감아 미라 꼴인 한 남자를 시야에 둘 수 있었다.


항상 기분 나쁠 정도로 굳건하고 항상 기분 나쁠 정도 잔소리만

해대던 남자였다. 늘 눈앳가시로 여기며 불편해 하고

불평해 대던 남자였다.


대저 머리속에 무슨 정신이 들었는지 몇번 이고 까서 보고 싶던

그런 남자였다. 일국의 공주를 무슨 여염집 말괄량이 쯤으로

취급하고 품위없고 교양없고 원수같은 존재였는데


이렇게 후련하게 박살내서 쫒아냈는데

왜 이다지도 가슴이 답답할까? 왜 이렇게 눈물이 날까?


메이단은 그런 남자였다.

심지어 용사가 등장하기 이전에 왕가에서 꾸준히 부마로 삼겠다고

제의했는데도 죽어도 하기 싫다고 거절하던 자 아니던가?


"헉헉! 공주님 대체 왜 그리도 급히 뛰어가십니까?"


공주는 자신을 따라온 시녀에게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말했다.


"메리 나 못생겼어?"


"네! 그럴리가요! 천부당만부당 한 말씀입니다!

세상에 어느 공주님이 우리 엘리 공주님처럼 아름다울수있단 말입니까?"


평생을 함께 자라온 시녀는 엘리 공주에게 미소 지을만한

기쁜 칭찬을 해줬지만, 공주는 여전히 속상했다.


"근데 메이단 경은 왜 그랬지?"


"네? 아!"


그제서야 시녀는 지금 공주가 무엇을 보고 있는지 깨달았다.

오늘까지는 패배를 몰랐던 불굴의 기사 메이단 폰 아르슈비츠!

그의 명성을 대륙 내에서 몰랐을 이가 있을까?


불과 몇 개월 만에 나타난 저 불한당 같은 용사가 마왕의 심장에

칼을 꼽기 이전까지 왕국에서 '용사' 라고 말한다면

누구나 메이단 폰 아르슈비츠를 가리켰다.


능력과 행동 및 인품과 아랫사람을 다루는 자세까지 무엇 하나

흠잡을 데 없는 그는 어제까지만 해도 모든 레이디의 가슴을

불태우는 뜨거운 기사였고, 공주는 물론 공작가 후작가 할것 없이

모든 가문의 여식들이 손만 한번 잡아보길 고대하는 수퍼스타였지만

오늘은 저 성문을 도망치듯 빠져나가는 초라한 존재가 되고 만 것이다.


솔직히 메리도 침실에 그의 초상화를 작은 액자로 숨겨두고

남몰래 흠모하고 있지 않았던가?


그러니 한편으로 메리는 공주의 저 찢어지는 마음을 알 것 같기도 했다.


"공주님 힘드신 것은 알겠지만 이제 과거의 남자는 잊고 새로운 용사를

맞이 하셔야 합니다. 차라리 잘된 것 아닙니까? 어차피 메이단은

매번 공주님과 왕가의 혼약을 거절해왔잖아요! 그러니

미워하고 잊어버려야죠!"


"내가?"


그제서야 공주는 시녀를 돌아보았는데 그 시선에 시녀는

흠짓 놀라고 말았다. 공주는 피눈물을 흘리고 있던 거였다.

입가에는 억지 미소를 지으며 말이다.


"내가 왜? 난 메이단 경이 미워! 사랑하지 않아! 결코 그를 사랑하지 않아!"


미친년 처럼 소리지르는 공주를 보며 시녀는 어쩔줄 몰라

얼굴을 감싸쥐며 주저앉아 울고 말았다.




***






하늘은 여전히 푸르렀고

메이단은 자신의 허해진 오른팔을 바라보며 우울함을 감추지 못했다.


치료사는 대충 붕대를 매고 치료를 마쳤고 마치 더러운것을 본다 는듯

계산을 마치고 서둘러 그를 쫓아냈다.

자신을 보호하던 자들과 가족처럼 함께하던 이들도 모두 그를 외면했고

그는 오직 한 명의 메이드만 대동한 채 성문을 벗어날 수 있었다.


성문 지기들이 뒤에서 욕설을 내뱉는 걸 들으며 말이다.

이제 그의 나이 25살. 결코 서럽지 않다고 말할 수 없는 상황 이였고,

아무도 없다면 아마 우마차에 누워 펑펑 울었을 것이다.


"주인님 급히 나오느라 부족한 게 많습니다. 불편하시더라도

꼭 참으셔야 합니다."


그렇게 말하는 검은 머리의 메이드를 보며 메이단은

역시나 인상을 구겼다.


'이 하녀 이름이 뭐였지? 도무지 기억이 안나네.'


여전히 고통을 주는 잘린 팔의 통증을 잊기 위해

메이단은 잠시라도 딴생각을 하려고 노력했으나

다시 파도같은 아픔이 오자 왈칵 눈물이 나려했다.


이제부터 아픈 몸을 이끌고 고향으로 먼 길을 가야 하는데

도저히 자신이 없었다. 아마 안될 꺼야 가다 죽을 꺼야 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는데다가, 가는 길이 평탄하지도 않고 치안도 엉망이고

도적말고도 마왕전쟁으로 인해 황폐화된 국토에 몬스터들도

날뛰고 있지 않은가?


게다가 이토록 망가진 몸으로 자신을 따르겠다고 나선 단 한명의

하녀마저 지켜줄 엄두도 안났다.


"떠나라. 난 너를 지켜줄 수 없다."


힘겹게 한마디 하자 하녀는 멍청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

피식 웃었다.


"그 몸으로 개 한마리도 지킬 수 없다는 거 저도 잘 압니다.

주인님, 제가 지켜드려야죠. "


"하하핫! 이름이 뭐지?"


"저요? 에리히, 네 에리히 호이스예요 히힛!"


대단히 지역색이 풍부한 이름이였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촌스런 이름이라는

거다. 이생에서 25년, 이 동네 감각을 익히 그는 하녀의 이름이

한국식으로 순자말자 라는 걸 알고는 같이 피식 웃고 말았다.


"칼질은 좀 할 줄 아나? 그런게 아니면 밤이 되기전

빨리 나를 떠나는 게 좋을꺼다."


"네 왜요?"


"어새씬이 올꺼야"




***




메이단의 말대로 그날 저녁 암살자들이 들이 닥쳤다.

그리고 메아단은 에리히가 단순히 하녀가 아니라는 걸 알고 말았다.


"윽!"


마지막 암살자에 부엌칼을 꼽고 히죽 웃는 에리히를 보고

메이단은 왠지 모를 공포를 느꼈다.


"놀라셨어요? 에구 먹이도 없는 데 개가 꼬이네요.

하나 둘 셋! 개가 세마리나 되는데 먹을까요?"


"머..먹자고?"


"왜요? 마왕이 설쳐서 인육으로 먹고 사는게 비밀도 아닌데?

막말로 이놈들은 주인님을 죽이려고 온 거잖아요"


메이단은 무슨말부터 해야할지 잠시 생각했다.

식인에 대한 거부감과 윤리성을 따져야 할까? 아니

어떻게 그런 칼솜씨를 가졌느냐 부터 왜 자신을 따라오느냐 등등

수많은 의문속에서 막상 말하려니 꺼낼 말이 부실해졌다.


"정적들이 급히 보낸 자들이라

아마 외팔이 병신이면 세명 이라도 충분하겠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임무에 실패했다 는걸 알면

더 많이 더 강한 자를 보낼거다. 근데 너 어떻게

그렇게 칼을 잘쓰냐?"


"아 이거요? 요즘 같은 세상에 기본 아닌가요?

제가 이제 14살이거든요. 15살이 되면 하녀 때려치고

병사로 자원하려고 열심히 했죠. 근데 진짜 안먹을꺼예요?"


"먹는건 좀 그렇고 피냄새 때문에 몬스터들이 꼬일꺼다.

어서 자리를 옮기자, 빨리 안전한 노숙터를 마련해야

될꺼야"


"에~ 그렇구나! 이 녀석들 물건 좀 털고 가죠."


에리히는 그렇게 녀석들의 유류품에서 돈과 약간의 말린

식량을 가져왔다. 나머지는 말과 장비들로 한마리는 소와 교대하기

위해 끌고 오고 나머지는 풀어줬다고 한다. 말 안장과 몇가지 장비는

팔기위해 우마차에 실고 해가 완전히 질때까지 조금 더 이동했다.

그렇게 어느 바위틈에 누워 마차로 입구를 막고 불을 피워

자신을 눕히며 에리히가 궁금한듯 말했다.


"저 메이단 기사님 늘 궁금했는데요 물어봐도 되나요?"


"말해라"


"왜 여자를 그렇게 대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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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


빰을 맞고 나가떨어진 여자는 분하다는 눈빛으로

구타자를 노려봤다.


"이년이 뭐라고? 다시 한번 말해봐라!"


"진정하십시요 용사님!"


맞고 나가떨어진 여자를 또 때리려는 남자를 막아서며

선임으로 보이는 여성이 흥분한 용사를 달래려 했지만,

이내 역효과를 보였다.


"이 여편네는 뭐야! 이것들이 단체로 너희들이

메이단의 창녀들이라도 되는거냐!! 엉!"


이 참을 수 없는 모욕에 그 자리의 모든 여성들의 시선이

동시다발적으로 용사를 향해 경멸의 감정을 보였다.

하지만 감히 마왕의 슬레이어 용사에게 항의하거나 말을 붙이진

못했다.


"메이단님만 계셨어도..."


누군가 작게 그런 말을 흘렸으나 초인적인 청각을

가진 용사는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이 더러운 것들이 마왕전쟁동안 남자들이

징집되어 할수없이 문서업무를 맡겼더니!

감히 니들이 뭐라고 이 용사에게 대들어? 어!


어디 다들 한번 마왕처럼 이 칼로 꽂아줄까?

이 딴 것 들에게 일을 맡긴 메이단이 미친놈이고

내가 그 미친놈을 베어버렸다! 그러니 너희들은

내 말 들어!"


왕궁에 마련된 재상 사무실은 메이단이 항상 총력을

다해 일하던 곳으로 용사의 말처럼 거의 대부분의

건장한 남성이 마왕전쟁에 징집되자 터부시 되던 금기를 어기고

여성들을 동원해서 일을 시키던 곳으로


정적들에겐 '메이단의 하렘'으로 불리는 곳이기도 하지만,

허나 엄밀히 사실을 말하자면 마왕전쟁을 관장하는 대륙연맹을

총괄하면 전략적으로 왕국이외에 주변국들과의 정보와

전술을 일임하던 곳이기도 했었고, 어떻게 보자면

마왕전쟁의 전략적 승리의 주역들은

이 끔찍한 사무실에서 과로와 격무에 시달리던 바로 이들인 셈이다.


그리고 마왕전쟁이 끝난 후에도 일상으로 복귀하지 못하고

회복과 번영을 목표로 외적으로는 대륙정세를 살피고

내적으로는 정책을 조율하고 만들어가는

실질적 행정처 역활을 하고 있는데,


여기에 용사라는 작자가 난입하여

바쁘게 일하던 몇몇 여직원들 성추행하며 이 사달을

낸 것.


그의 행태는 이전 메이단을 내쫓았으니 이제 자신이

'메이단의 하렘'을 새롭게 차지한 주인으로서

메이단의 적들이 그를 욕하기위해 비유적으로 표현한 걸 실질적으로

'용사의 하렘'으로 만들겠다는 것인데


개인의 명예와 영달을 포기하며 오직 대륙의, 인류의

생존과 숭고한 사명을 위해 인생도 포기한 여직원들에겐

다시 없는 치욕적 순간이기도 했다.


"..포기합니다."


"뭣? 뭐라고 크게 말해!"


"이시간부로 재상부 직원을 포기하고 사직하겠습니다!

저희는 하렘의 창부가 아닙니다!

나! 메이오 폰 치리아는 공작가의 명예를

모욕한 죄로 그대 용사를 고발하겠소!"


말리던 여성 선임이 자신의 제복의 소매를 찢으며 일어서자

뺨을 맞았던 여성을 비롯해 사무업무에 바쁘던 여성들이 모조리

일어나 자신의 가문을 밝히며 소리쳤다.


"..후작가의 명예를 모욕한 죄로 용사를 고발하겠습니다!"


"..백작가의 명예를 모욕한 죄로 용사를 고발하겠습니다!"


"..자작가의 명예를 모욕한 죄로 용사를 고발하겠습니다!"


"..남작가의 명예를 모욕한 죄로 용사를 고발하겠습니다!"


갑작스런 행동에 당황한 용사는 멍청한 표정으로 어쩔 줄 몰라했고

때마침 용사를 대동하고 저녁 무도회장에 가려던 공주와 시녀 일행은

이 장면을 목도하고 자신도 모르게 말했다.


"메리, 어쩜 우린 비참한 과거를 그리워하겠구나"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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