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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리스펜릴 님의 서재입니다.

용사에게 패한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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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리스펜릴
작품등록일 :
2021.07.07 22:15
최근연재일 :
2021.12.15 22:50
연재수 :
18 회
조회수 :
1,772
추천수 :
67
글자수 :
91,372

작성
21.07.09 12:14
조회
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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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13쪽

003-아 옛날이여!(3)

DUMMY

003-아 옛날이여!(3)



"10쿠퍼 내슈."


아무리 조잡한 마을의 관문이라 지만

성문지기가 과연 병사역활이나 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들정도로 늙고 병신인 상이병이였다.


지금의 메이단처럼 외팔이라 통과세를 받을때도

창을 옆구리에 끼고 받았는데 반대쪽은 아예 어깨까지

팔이 없었다. 게다가 걸음걸이 마저 절뚝거리는 게 영

절름발이로 뛰지도 못할 거 같았다.


그래서인지 우마차에 기대어 자신을 바라보는

메이단에게 과도한 동료의식을 보여서 검문은 비교적

손쉽게 넘어가긴 했다만, 메이단은 저런 병사에게

문지기를 맡긴다는 점에서 이 마을의 치안이 영 불안했다.


"왜 그래요?"


그런 자신의 표정을 봐서 일까 에리히가 궁금한듯 물었다.


"응, 뭐랄까 문지기들이 대부분 상이군인 출신이다 싶어서

과연 병사로서 제 몫을 할 수 있을까 싶어서"


"하! 다른 사람도 아니고 주인님이 그런 말을 한다니

재미있네요?"


에리히의 반응에 메이단은 왜? 라는 기분으로 궁금하다는

시선을 던지자 기다렸다는 듯 에리히는 답해줬다.


"저렇게 다치게 만든 명령을 누가 내렸죠? 바로 영웅이자

왕국의 사령관인 주인님이 아니신가요? 글램 성벽대전만해도

살아남은 병사보다 죽은 사람이 많았어요.

그때 '절대 물러서지 마라! 죽는게 곧 사는거다!' 라고 누가

말했죠?"


에리히의 지적에 메이단은 멋적은 듯 머리를 긁으려 했다가

익숙하게 쓰던 오른 팔이 없어 왼팔로 긁었다.


"지금 왕국은 물론 이 로파야 대륙에 성인 중에 팔다리 병신 아닌 사람

찾는게 더 어려울 정도예요. 적어도 자기가 한 행동은 기억해줬으면

좋겠네요. 저 사람들도 먹고살려니 저 몸으로 삽질하겠어요?

농사나 짓겠어요? 그러니 문지기라도 해야죠."


그랬던가 싶은 과거의 기억이다. 중이병도 아닌데

이상하게 전장에 나서서 지휘하면 흥분해서 되먹지도 않은

막말을 하고 어딘가 들어본 위인들의 명언을 인용하기도

했었는데 지나고 보니 완전히 '내 손에 흑염룡이!'수준이라

메이단은 얼굴이 벌게졌다.


"흠흠! 그래 그건 됐고, 잡화점으로 가자."


"네? 여관으로 안가고요?"


"그건 안돼 빨리 이 마을을 벗어나야 돼. 어제 그 애송이들이 실패했다는 거

알면 더 뛰어난 이들을 보낼꺼야."


"흠 누가 와도 상관없는데. 뭐 그러죠."


다행히도 에리히는 메이단의 말에 고집을 부리진 않았다.

바로 잡화점에 가서 전리품을 팔고,

건조식량과 여행자들의 필수품 몇 가지를 사서

우마차에 실었고, 이과정에서 문득 메이단은 에리히가 생각외로 돈을 많이

가지고 있다는 것에 궁금증이 들었다.


"근데 에리히 그 돈 어디서 난거냐? 하녀주급으로는

감당 안될텐데?"


"주인님 금고요"


"뭐? 그거 국가운용예산인데? 공금횡령이잖아!

그건 범죄야!"


당황한 메이단이 재밌다는 듯 에리히는 웃으며 말했다.


"뭐 어때요? 주인님이 쓰러지자 마자 용사 놈이 다 털어가던데

이건 그나마 금고 바닥에 흘리고 간 거 주워 모은 거예요. 그녀석

완전 도둑놈 이더라니까요. 주인님의 집무실에서 돈 될만한 건

다쓸어갔어요. 못 가져가는 건 부셔버리던데요?

마왕도 참 어쩌다 그런 놈팽이에게 한 칼 먹었을까 참

웃기네요. 그쵸?"


"허허, 그러게 말이다."


"솔직히 퇴직금으로 몇 푼 챙기고 튈까 하다가

갑자기 주인님이 어디 있는지 보고 가야 겠다 싶어

찾아갔는데 치료소 앞 길바닥에 쓰레기처럼 버려져

있을줄을 몰랐어요. 우와! 보름전에 용사 개선식하고

환영회 할때 주인님은 마치 신화 속 영웅처럼 멋졌는데

거기서는 비맞은 개처럼 추레한 몰골 이였죠."


"으응, 그랬냐?"


인성은 몰라도 검술의 파괴력만큼은 진짜 용사였다.

메이단은 그 앞에 맞설때 보여준 용사의 위력에 새삼

두려움을 느꼈다. 그랜드 마스터가 그정도 될까?

아니다 로파야 대륙에 그랜드 마스터가 둘이나 있었고

그들과 만나 본 적도 있었던 메이단이다.


자신이 개미라면 그랜드 마스터들은 개미지옥이나

개미핥기정도나 될까? 용사는 곰이나 호랑이 급정도?

강해도 너무 강하다. 전장에서 겪어본 마왕도 물론

강했지만, 용사는 그보다 더 강했다.

전설이나 신화속 하늘의 사자나 신의 강림이

그런 수준이 아닐까?


"메이단 폰 아르슈미츠 경?"


"챙!"


얼굴을 알아보기 힘든 두건을 쓴 키 큰 여성이

우마차옆으로 다가와서 말을 걸때 에리히가

메이드복 치맛단 안에서 부억칼 두개를 뽑아

전광석화같은 빠르기로 휘둘렀다.


그것을 당연히 합을 맞춘 것처럼 허리의 단검을 뽑아 쳐내고

거리를 벌리는 여성용병.


"누구냐!"


에리히가 매섭게 으르렁 거리며 묻자 여성용병은 두건을 벗으며

차분하게 답했다.


"도우러 왔다. 치리아 공작과 원로원 귀족들이 귀공의 목에

현상금을 걸었다. 생사불문 머리만 가져온다면 십만골드라는군"


흡사 나무가 말하는듯한 메마른 음성에 메이단은 오싹함을

느꼈는데 이는 에리히마저 같았던 모양이다.


"그래서? 널 왜 믿어야 하지?"


여성용병은 대답 대신 훈장을 던졌다.

에리히는 이에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으나 메이단은 그 훈장을

알아봤다.


"88연대? 그대는 88연대 생존자인가?"


"반갑습니다. 각하 지금부터 제가 모시죠."


"헛소리! 동료인척 와서 목을 따버릴수도 있는데 믿을 수 없어"


"실력으로 증명하지"


"헤에! 날 쓰러뜨리겠다고?"


날선 이 둘의 대치에 메이단은 당황했고 어찌할바를

몰랐다. 적어도 한가지 이 마을안에서 사고를 터트려선

안되는 일념에 둘을 말렸다.


"그만 그만 일단 여길 벗어나서 차분히 얘기하자!

둘다 멈춰! 에리히 칼 집어넣고!"


그렇게 기묘한 대치를 하며 에리히는 우마차에서 내려

소고삐를 잡아 앞에서 끌었고 메이단은 마차에 누워서

상당한 거리를 벌리고 속도에 맞춰 조용히

따라오는 용병를 바라보며 들어올때와는 다른 마을 출구로

다가 가자, 갑자기 문지기와 십여명의 병사들이

주변을 막고 포위하기 시작하며 외쳤다.


"대역죄인 메이단은 순순히 투항하라!"


"아! 이건 예상 못했네"


그래 이건 메이단도 생각 못 했다.


"그런데 당신들이 우리를 체포할 수 있는 거 맞아?"


에리히가 그렇게 말한게 과언은 아니였다.

우선 병사 머릿수가 딱 열한명이고 이중에 사지가 멀쩡한 사람은

두명뿐이며 한명은 이제 막 십대가 소년병이고 나머지

한명은 애꾸눈에 병사들의 대장격인 십인장이였다.

이외엔 팔다리 하나씩 없어 창을 지팡이 삼아 서있는 병사가

6명, 나머지는 다들 외팔이였거나 아예 봉사도 한명 있었다.

자토이치냐? 여기까지 데려온게 더 신기한 상황


"군인은 명령에 따른다! 메이단경 본인이 그걸 모르진 않겠죠?"


에리히의 말에 자극 받았는지 중후한 50대의 십인장이

메이단에게 말했다. 그가 하는 말은 메이단 자신이 십년전쯤

마왕군세에 도주하는 군대를 진정 시키며 한 말이다.


"그래 그때 귀족지휘관들은 모조리 도망가고

평민 병사들만 남아 도주냐 응전이냐를 놓고 난리치던때군.

그자리에 있었나?"


"패튼 십인장입니다. 조무래기들을 규합해

방어전을 치루던 열다섯살의 당신을 뵈었죠."


"옛날 얘기군"


"옛날 얘기죠"


군인은 명령에 따른다라 그래 그런 말을 한 적이 있긴 했다.

수많은 제국과 왕국이 순식간에 마왕에게 무너지고 대륙이

어둠에 떨어지던 날 희망은 사라지고 죽음만이 넘치고

절망이 날개를 펄럭이며 하늘을 누비고 재앙을 쏟아내던

시절, 불과 얼마 전에 마왕이 쓰러졌지만, 그때만큼

힘들고 고통스러웠던 시기는 없었다.


막 전선에 도착해서 본 것은 끝없는 각국과 인류 연합군의

패잔병 무리들, 시체들, 불타는 마을들과 성벽들, 비참하게

울고있는 피난민들 검은 연기로 먹구름처럼 시커먼

마왕군세의 하늘과 땅으로 불나방처럼 무의미하게 소모되는

연합군들......


지금도 눈만 감으면 선하다. 끔찍한...


"좋은 시절이였습니다."


응? 뭐라고 좋은 시절이라고? 메이단은 잠시 과거를 회상하던 걸

멈추고 대치한 패튼 이라는 십인장을 보았다.


"마왕군을 무찌르면 누구나 용사가 되는, 찬양받을 수

있는 시절 이였죠. 술과 여자 돈과 명예 무엇 하나 부족함이

없었고, 무슨 짓을 하든 상관없는 제 인생 다시 없는

황금기였죠!"


그게 그렇게 해석되나? 메이단은 잠시 멍해지고 말았다.


"지금은 이렇게 자그마한 마을에서 상이 병사들을 이끄는

초라한 십인장에 불과하지만! 메이단 경께서 과거에

제게 기회를 주신 것처럼 다시 한번 제게 영광의 기회를

주시는 군요! 옛 정을 생각해서 목을 따진 않겠으니

부디 얌전히 체포되어 주십시요. 옛 부하에게

십만골드를 선물해주신다 여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어라? 그게 그렇게 말이 될 수도 있구나'


메이단은 에리히가 말한 언어의 마술사가 자신이 아니라

저 십인장 에게 더 어울릴 것 같다고 생각했다.


"얘들아 체포해라! 오늘 한번 술과 고기로 잔치 벌여보자!"


메이단이 뭐라 말하기도 전에 '문답무용' 이라는 기세로

패튼 십인장이 먼저 공격 명령을 내렸다.


"이히힛! 미치게 좋네! 전우의 옛 정?

봣냐 이 미친 년아! 우릴 돕겠다고? 이게 현실이야!"


에리히는 예의 치맛단 속 어딘가 에서 또 부엌칼을 뽑아 달려나갔다

이쪽은 '선수필승' 인가 보다. 그녀의 말을 들으며 여자용병은

표정을 구기며 이번엔 등에 맨 양손검을 뽑아 들고 에리히의 반대쪽

으로 달려갔다. 즉 병사들을 양쪽에서 공략하겠다는 심사겠지


그럼 나는?

아무것도 못한다. 오른팔이 없고 두 다리는 부러져있고

왼팔은 부목을 대고 있어 조금 움직일 수 는 있지만 전투를 할 정도는

아니다. 딱히 지금 저 병사 중 멀쩡한 소년병 하나가 달려와

목에 칼을 들이대면 끝인데.....


싸우는 양측은 전혀 그럴 생각이 없이

자신들의 싸움에 집중하고만 있네, 메이단은 이런 상황이 황당하기도

했다. 지난 10년간 어떤 전투에서든 자신이 함께한 싸움에서 주역이

아니였던 적이 없는데 이번만큼은 철저하게 외부자로 양측의

싸움을 바라 보고만 있게 되었다.


에리히는 손이 하나 없는 외팔이 쪽으로 달려들었고

여자용병은 다리가 하나씩 없는 쪽으로 달려들었다.


외팔이 쪽들은 외팔이라지만 자신의 약점을 잘 아는듯 한손 만으로도

창을 정말 잘 휘둘렀다. 무엇보다 혼자가 아니라 여러명이 연계로

둘셋이서 공격과 방어를 해대자 꽤 괜찮은 전투력이 나왔고

잠시 이들의 방어에 에리히도 단검 만으로 당혹한 듯 보였고,


반대편에서도 외다리 병사들은 서로 등을 맞대며 지지대

삼아 창을 찌르거나 휘두르는데 협동공격이 역시 장난 아니였다.

각자 나름대로 자신의 약점을 보완하면서 장점을 끌어내기 위해

고심한 흔적이 보였다.


허나 용병측은 역시 경험이 풍부하달까?

서로 등을 맞대고 협력하는데 장검이 번번히 창에 막히자

약간 거리를 벌려 바로 단검을 뽑아 던져

한명의 가슴을 맞추자 빈틈이 드러났고, 이를 놓치지 않고

뛰어들어가 연달아 두명의 목과 가슴을 베어버렸다.


이에 외팔이들의 공격에 당황했던 에리히도 이를 따라해

즉시 단검을 던졌고 역시나 외팔이 중 하나를 맞추고

빈틈을 비집고 들어가 다시 한 명의 허리와 등을 베고 찔렀다.

그리고 창을 하나 뺐더니 아예 창을 던져 다른 한명을 창으로

꿰뚫었다. 그런 식으로 싸움을 순식간에 끝나고

소년병과 십인장만 남게 되자


십인장은 무기를 버리고 바닥에 무릎 끓었다.


"사..살려주십시요! 자비를 베풀어 주시길!"


"어떡할까요? 주인님? 살려요 말아요?"


에리히가 그렇게 물어오자 메이단은 그냥 살려줄까

고민했으나 여자용병이 다가와서는 주저 없이 아까 던졌던

단검을 회수해 십인장의 목에 찔러넣었다.


"컥!!!"


"너! 갑자기 무슨 짓을?"


"왜? 어차피 죽일꺼잖아? 살려둬선 안돼"


메이단은 이 대화에 기가 막혔다.

하나는 소시오패스고 하나는 사이코패스인가? 싶었다.


"왜 살려둬선 안된다는 거야? 들어볼 정보가 많았다고!"


"뻔한 정보야, 내가 다 알고 그리고 무엇보다 '아 옛날이여!'라고

외치는 놈들 중 좋은 놈은 하나도 없었어."


갑자기 두통약이 그리워졌다.

대체 그건 무슨 기준이냐? 라고 외치고 싶었으나

차마 입밖에 꺼내기 힘들었으니 그냥 빨리 이 마을을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런 메이단의 생각과 달리 알뜰한 에리히와 용병은

십인장과 병사들의 시신을 대로변에 뒤져서 돈과 잡동사니를

우마차에 실고 마을을 떠났다.


그때까지 마을 사람들은 두려움에 떨며 창가나 문가 에서

이들이 하는 행동을 모두 지켜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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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011-귀향(2) 21.08.07 74 4 12쪽
11 010-귀향(1) 21.07.31 76 5 12쪽
10 009-거지왕(3) 21.07.28 77 6 12쪽
9 008-거지왕(2) 21.07.22 80 4 12쪽
8 007-거지왕(1) 21.07.20 84 4 12쪽
7 006-상급포션(3) 21.07.15 97 5 12쪽
6 005-상급포션(2) +1 21.07.15 107 5 11쪽
5 004-상급포션(1) 21.07.13 115 4 12쪽
» 003-아 옛날이여!(3) 21.07.09 114 6 13쪽
3 002-아 옛날이여!(2) 21.07.08 140 5 9쪽
2 001-아 옛날이여!(1) 21.07.08 148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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