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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파맨션 님의 서재입니다.

수면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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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파맨션
작품등록일 :
2020.10.12 23:01
최근연재일 :
2020.12.30 23:30
연재수 :
81 회
조회수 :
2,560
추천수 :
5
글자수 :
433,747

작성
20.12.24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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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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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朋友有信(3)

DUMMY

“정말 괜찮은 거야 이거?”


“보장해. 내 사전에 실패는 없어.”




***



딱-

딱-

딱-



지하실을 연상시키는 어둡고 추운 공간 전체에 울려 퍼지는 각목 소리. 빛 한줄기 들지 않는 이곳은 아무런 시선도 받지 않고 누군가를 처리하기에 안성맞춤인 공간이다.



“유감이야. 김혜성 박사.”



박재우는 어두운 천을 뒤집어쓴 두 사람을 보며 말한다. 그들은 손목이 묶인 채 의자에 앉아 있다.



“당신이 우리 뜻을 자알- 따라와 주기는 했는데. 생각해보니 가끔 버릇이 좀 없더라고~”


“···”


“그 옆에 아들도 쪼까 불안하기도 하고.”


“미친놈···”



낮게 읊조리는 김혜성의 욕설을 듣고는 같잖다는 듯 비웃는 박재우.



“이봐. 나랑 같이 일하려면 그런 약한 마음으로는 안 된다구. 처음 그쪽한테 프로젝트를 제안했을 때도 내가 묻지 않았나? 우리는 피도 눈물도 감정도 존재하지 않는 그런 인간이 필요하다고. 그게 아니라면 거절하라고. 당신은 당신이 그런 사람이라고 했어. 하지만 6개월간 내가 관찰해 온 당신은 그럴 깜량이 못 됐지.”


“···”


“그래서 영~ 불안해서 말이지. 나는 원래 귀찮아질 가능성을 보고 사람을 정리하는 스타일이라. 김 박사가 이해 하라구~”


“···”


“왜 말이 없어? 재미없게. 마지막으로 살.려.주.세.요. 해봐. 그럼 혹시 알아? 아버지의 잘못된 선택에 죄 없이 벌을 받게 된 아들 놈이라도 살려줄지. 하하하하하.”


“살려주세요.”


“옳지~ 한 번 더!”


“살려주세요··· 라고 할 줄 알았냐? 풉.”


“뭐?!”



박재우의 표정이 굳어진다. 자신이 아는 김혜성의 목소리가 아니다. 분명 김혜성의 목소리는 아닌데 아는 목소리다.



‘시발 뭐야. 어디서 들었지? 누구야 도대체!’



한 걸음.

한 걸음.



차마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힘겹게 이끌고 검은 봉지 앞으로 다가간다. 떨리는 손으로 김혜성의 머리를 감싸고 있는 봉투를 들어 올리는 박재우.



팟-



“이, 이게 뭐야···!!!!!”



박재우가 소스라치게 놀라며 그대로 주저앉는다.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함께 있던 두 명의 부하직원 역시 공포에 떨며 자신의 눈을 열심히 비벼보지만 그들의 눈앞에서 벌어진 광경은 현실이었다.



그가 사라졌다.


머리에 씌워진 검은 봉지 안에 분명 사람이 있었는데 봉지를 들어 올리는 순간 사라졌다. 마치 원래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슥삭-

슥삭-



“이, 이사님. 저기 보십시오!!!”



부하직원의 다급한 목소리에 그의 시선을 따라가 본다.



“···!!!!!”



김혜성을 묶어 놓았던 밧줄이 아무도 없는 채로 움직인다. 그리고 아무도 잡고 있지 않은 날카로운 칼이 마치 누군가가 움직이고 있는 것처럼 앞뒤로 계속해서 움직인다.



슥삭-

슥삭-



박재우는 무슨 말이라도 해보려 하지만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원래 너무 어이없고 황당하고 공포스러운 나머지 ‘악!’소리도 안 나는 법.



“귀신이야··· 귀신··· 허··· 허··· 허어힝···”



풀석-


박재우의 왼쪽에 서 있는 부하직원 한 명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귀신이라는 단어를 반복하며 그대로 쓰러진다.



탁-


마침내 견고하게 묶여 있던 밧줄이 잘렸다.

스르륵- 밧줄이 풀어져 아래로 떨어지고.

서서히 그의 모습이 드러난다.


발끝부터 다리, 몸통, 팔, 그리고 얼굴까지. 보일 듯 말 듯 아주 천천히 드러나는 그의 모습에 재우의 공포감과 두려움은 배가 된다.



반짝-



“너, 너, 너!!!!!”



마침내 얼굴을 드러낸 사람은 김혜성이 아닌 강일우, 해국이다. 그의 오른손 중지에는 자신의 역할에 자부심을 가진 듯 영롱하게 반짝이는 반지가 끼워져 있다.



“니가 왜 여기 있어··· 시발 죽은 새끼가 왜 여기 있냐고!!!!! 왜 자꾸 나타나냐고!!!!!”



공포와 황당함이 섞인 얼굴로 소리치던 박재우의 시선은 서서히 해국의 왼쪽으로 간다. 처음 왔을 때부터 말 한마디 없던 것이 어쩐지 조금 이상했다. 그때 눈치챘어야 했다.



“너 이 새끼 설마···”



“풉.”



검은 봉지 안에서 터져 나오는 비웃음.



방금 전보다 조금 더 상기된 얼굴로 진실을 마주할 준비를 한다.



그의 촉이 정확했다면.



스윽-



“하 시발···”



그의 촉은 역시 정확했다. 원래라면 김기자의 얼굴이 있어야 할 검은 봉지 안에는 익숙하지만 반갑지 않은 다른 얼굴이 웃는 얼굴로 자신을 마주하고 있다.



“기대했던 얼굴이 아니라 유감이겠어?”


“강현재 너 이 새끼···”



허탈한 표정의 박재우를 바라보며 현재와 해국, 두 사람은 서로를 보며 웃는다.




*** 이틀 전



“김기자!”



인적 드문 카페 한구석에서 조우하는 두 사람.

강현재와 김기자다.



“연락 줘서 고마워.”


“뭘··· 진짜 널 배신하려고 했었는데.”


“결국은 돌아왔잖아.”


“그래도··· 면목이 없다.”


“지금 자책하고 있을 시간이 없어. 이틀 후 오후 6시. 너랑 너희 아버지는 인천공항 입구에서 납치될 거야. 그리고 곧 살해될 거고.”


“살해···?! 도대체 왜··· 하라는 대로 다 하겠다고 했는데.”


“원래 자신의 앞길에 조금이라도 방해가 되는 인물들은 애초에 제거하는 사람이야.”


“근데 넌 박재우가 우릴 가만두지 않을 거라는 걸 어떻게 알았어?”


“···당장은 못 말해. 믿을 만한 소식통으로부터 전해 들은 거니까 일단은 믿어줘.”



기자는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널 믿어. 그래서 니가 생각한 방법이 뭐야?”


“너랑 김혜성 박사님 대신 나랑··· 다른 한 명이 인천공항에 대신 나갈 거야.”


“뭐?!?!?!”


“그동안 너랑 너희 아버지는 내가 문자를 준 호텔에 숨어 있어. 이것도 믿을 만한 사람들··· 한데 추천받은 곳이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


“하지만 그 이후에는 어떻게 하게! 그리고 나랑 아버지가 아닌 걸 그 사람들이 눈치채기라도 한다면!”


“박재우가 입고 올 옷을 지정했다며. 우리 체격도 비슷하니까 그 옷 입고 모자 눌러쓰고 마스크 끼고 가면 분명 들키지 않을 거야. 억지로 마스크를 벗기려 했다가 우리가 소란을 피울 수도 있으니.”


“하지만···”


“걱정할 거 없어. 믿을 만한 사람이랑 같이 갈 거니까.”


“믿을 만한 사람 누구?”


“흠. 그건 비밀.”


“아, 알겠어.”


“단, 니가 해줘야 할 게 하나 있어.”


“뭔데?”



가방에서 주섬주섬 무언가를 꺼내는 강현재.



‘이게 참 요긴하게 잘 쓰인다니까.’



주머니에서 꺼낸 작은 물건을 기자에게 건넨다.



“이건···”


“위치추적기야. 내 몸에 이걸 달고 공항에 나갈 거야. 너는 어플로 보고 있다가 내 위치가 인천공항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즉시 경찰에 신고해줘. 친구가 납치된 것 같다고. 아 물론 니 폰 말고 다른 폰으로.”


“무슨 근거로 전화했냐고 하면?”


“5시 55분에 나한테 전화를 걸면 난 말 없이 전화기만 켜 놓을게. 통화 기록만 남기는 거야. 너는 경찰에 나와 통화 중에 비명 소리가 들렸다. 이 얘기를 하면 돼.”


“이해했다. 그 정도라면 실수 없이 할 수 있어.”


“그래. 그리고서.”


“네 위치가 어느 한 지점에서 멈추면, 경찰한테 말하면 되는 거지? 너랑 통화가 끊기지 않아서 범인들이 하는 말을 들었다고.”


“역시 김기자. 말이 잘 통해.”


“기본이지. 현재야 나도 나름 언론고시 보고 취업 한 거다.”


“안다 인마. 아무튼 무슨 일이 생겨도 통화 끊기지 않도록 주의할게.”


“이어폰은 꼭 껴라. 그게 더 자연스러우니까.”


“오 김기자 좋은 생각~!”


“근데 현재야.”


“···이렇게까지 해서 날 구해주려는 이유가 뭐냐. 나는 널 그렇게 배신하려고 했는데.”


“친구니까.”


“고맙다. 믿어줘서.”



둘 사이의 테이블 위에는 현재와 천재가 기자에게 빼앗겼던 자료들이 놓여있다.



짝-



두 사람은 하이파이브를 치며 부디 일이 잘 풀리기를 다시 한번 기도한다.




***



“미친놈··· 죽어서까지 날 괴롭혀!!!”


“그만하라고 하지 않았나. 어쩌다 이렇게까지 된 거야 박재우.”


“참··· 인연이라는 게 되게 웃겨? 평생을 함께하고 싶었던 인연은 의지와 상관없이 순식간에 잘려나가고, 다신 보고 싶지 않던 인연은 피하려고 아무리 애를 써도 결국 다시 만나게 되고.”



박재우는 어둡고 축축한 그 방의 천장을 바라보며 아주 크게 한숨을 쉰다.



“비록 당신이 나를 죽이려고 했지만···”



어느새 해국에게 칼을 넘겨받아 손목에 묶인 밧줄을 잘라낸 현재가 재우를 노려보며 말한다.



“그래서 당장 내 손으로 당신을 죽여버리고 싶지만.”



해국을 바라보는 강현재.



“아버지 친구니까 아버지한테 맡길게요. 이건 제가 드리는 마지막 배려입니다.”


“뭐? 이 새끼가!!!”



퍼억-



강현재는 박재우의 오른쪽에 서 있던 부하직원에게 주먹을 날린다. 갑작스럽게 날아든 주먹에 미처 피하지 못하고 바닥으로 쓰러진다.



“씨발···”



입가에 피를 닦으며 강현재를 노려보는 부하직원.




퍽-

퍽-

퍼억-



싸움이 시작되었다.



“현재야 다치지 말거라!”


“걱정 마세요 아버지.”



아버지를 바라보며 누구보다 사악한 미소를 짓는 강현재.



‘유전의 힘’이라고 들어 봤는가?

해국이 그 젊은 나이에 태권도, 유도, 검도, 특공무술까지 수많은 단을 보유할 수 있었던 이유. 노력에 비해 실력이 좋다며 결국 박재우의 시기와 질투를 샀던 그 이유.


재능.

재능이다.


아버지의 그 재능을 강현재는 그대로 물려받았다.



퍽-

퍽-

퍼억-



부하직원은 단 한 대도 때리지 못하고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맞고만 있다.



“거 살살 해라 아들아.”


“시발. 사람을 잘못 뽑았어.”



박재우는 진작에 공포에 질려 쓰러진 부하직원과 자신을 처절하고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는 나머지 한 명의 부하직원을 번갈아 바라보며 다시 한번 한숨을 쉰다.



“재우. 나는 너랑 싸우고 싶지 않네.”


“싸우고 싶지 않았으면 이렇게 나타나지 말았어야지. 너 죽여버린 사람이 뭐가 좋다고 자꾸 내 앞에 나타나. 시발 진짜!!!!!”


“뭐? 지금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나를 죽인 건 네가 아니야.”


“무슨 소리야. 내가 죽였잖아!!! 내가 그때 한강에서 술 취한 채로 너를 밀어 버려서···”


“···만취해서 기억을 잃었나 보군. 그날은 내가 발을 헛디뎌서 떨어진 거였다고. 순전히 사고였어.”


“뭐···?”


“죽은 사람은 말이 없으니··· 그 일 때문에 재우 자네가 이렇게 된 거라면 내가 미안하네.”



그날이 내 두 번째 비극의 시작이었다.

일우가 죽고, 이상철 회장은 박재우가 죽인 것을 알고 있다며 협박을 해왔다. 그 협박이 없었다면 이상철 회장의 신임을 얻었던 강일우를 평생 시기 질투하며 살아가기야 했겠지만, 그에게 가장 소중했던 가족을 잃는 슬픔은 겪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진짜··· 인생··· 좆같네.”



박재우의 눈에서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나온다.



“웬만하면 술은 끊게. 친구.”



그 순간 박재우가 갑자기 해국 앞에 떨어져 있는 칼을 집어 올린다.



“근데 어쩌지?”



진정한 원망과 분노가 뒤섞인 세상에서 가장 불행해 보이는 표정. 그 슬픈 표정으로 해국을 향해 외친다.



“내 불행의 시작은 40년 전 네 욕심에 눈이 멀어 네가 나를 죽여버리려고 했을 때부터였는데. 10하 0151. 똑똑히 기억해. 억울해서 안 되겠다. 널 진짜로 내 손으로 죽여버려야겠어.”



칼을 든 손을 높이 들어 올린다.



“죽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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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朋友有信(3) 20.12.24 15 0 12쪽
74 朋友有信(2) 20.12.23 35 0 12쪽
73 朋友有信(1) 20.12.22 35 0 12쪽
72 김기자(2) 20.12.21 15 0 12쪽
71 김기자(1) 20.12.20 37 0 12쪽
70 현실로 돌아왔다 20.12.19 20 0 13쪽
69 전야제(前夜祭) 20.12.18 14 0 12쪽
68 해국(2) 20.12.17 12 0 12쪽
67 해국(1) 20.12.16 21 0 13쪽
66 박재우(5) 20.12.15 12 0 12쪽
65 박재우(4) 20.12.14 13 0 13쪽
64 박재우(3) 20.12.13 16 1 12쪽
63 박재우(2) 20.12.12 15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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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55번 피험자 이세진(2) 20.12.07 12 0 11쪽
57 55번 피험자 이세진(1) 20.12.06 44 0 12쪽
56 54번 피험자 박혜원(6) 20.12.05 21 0 11쪽
55 54번 피험자 박혜원(5) 20.12.04 17 0 12쪽
54 54번 피험자 박혜원(4) 20.12.03 14 0 12쪽
53 54번 피험자 박혜원(3) 20.12.02 13 0 11쪽
52 54번 피험자 박혜원(2) 20.12.01 21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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