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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파맨션 님의 서재입니다.

수면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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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파맨션
작품등록일 :
2020.10.12 23:01
최근연재일 :
2020.12.30 23:30
연재수 :
8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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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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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수 :
433,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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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23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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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朋友有信(2)

DUMMY

째앵-


“으음···”


“강현재 일어났으면 밥 먹어~”


“응~”



세연과의 행복한 신혼 생활.

이거 꿈은 아니겠지?



볼을 꼬집어본다.



“응?”



다시 꼬집어본다.



“왜 안 아프지? 설마.”



찰싹-



“아얏!”


“야 이놈아 미친놈처럼 왜 볼을 꼬집고 있어? 얼른 나와서 밥 먹어!”


“힘겹게 눈을 떠보니 익숙한 얼굴. 엄마.”


“엄마가 왜 여기에···”


“왜 여기 있긴. 당분간 여기서 같이 지내기로 했잖니.”



그렇다. 내가 뭘 하며 싸돌아다니는지 모르겠다며 당분간 서울에 올라와서 지내기로 한 강현재의 어머니.



그런데.



“지금 시간이 몇 신데 아직도 쳐 자고 있니 동생아~ 크게 될 사람들은 하루에 6시간 이상은 절대 안 잔다고!”



왜 누나까지 굳이 이 집에.



“하하. 하하하.”



식탁에 앉았다. 크지는 않지만 세 식구가 둘러앉아 밥을 먹기에는 충분한 크기.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투룸 오피스텔에 세 명이 함께 사는 게 말이 돼?! 밥 먹고 이제 나가세요!”


“어머 어머. 얘 좀 봐. 못 하는 소리가 없네!”


“엄마. 그냥 막냉이의 귀여운 투정이라고 생각하고 무시해요.”


“뭐 무시?! 말 다 했어?!”


“그럼 어쩌겠니! 니 소식 듣고 급하게 캐나다에서 오느라 집도 못 구했는데.”


“캐나다로 돌아가면 되잖아.”


“말 안 했어? 우리 한국으로 들어왔어.”


“언제까지 있는데?”


“쭈욱-“


“남편이 박사과정 마치고 한국 기업에 스카우트 됐어. 그래서 들어왔지 뭐니!”


“허···”


“이제 좀 아가 계획도 가져볼까 해. 오호호홍.”


“그런 TMI는 안 말해도 된다구!”



오랜만에 만났지만 여전히 티격태격 사이좋은 남매다.



“그나저나 현재 너는 만나는 사람 있니?”



30대가 지나면 오랜만에 만난 부모님들이 끊임없이 던지는 질문 중 하나. 사실 부모님뿐 아니라 친척 친지 친구들 선후배까지 한마음 한뜻으로 질문을 던진다.


그냥 우리나라 사람들 특성인가보다.



“만나는 사람···”


“연희인가 연꽃인가 걔는 어떻게 됐어?”



연희.


꽤 오래 만났으니 누나가 이름을 알 법도 하다.



‘그러고 보니 그 세계에 있으면서 연희 생각이 한 번도 안 났네.’



‘사랑’이라는 감정은 시간이 지나면 사랑했던 시간에 야속하게도 잊혀 지기 마련이다. 만약 오랜 시간 잊히지 않는다면 그건 짝사랑이었거나 그냥 미련이거나, 둘 중 하나다. 자신의 마음에 진심을 담았다면 분명 그 기억은 한 장의 종이에 담겨 접히고 접혀 마음 저 깊숙한 곳에 간직된다. 물론 이따금씩 꺼내 볼 수는 있겠지만 그것도 잠시일 뿐 인간은 ‘망각’이라는 도구를 이용해 자신을 고통으로부터 보호한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죽을 만큼 이별을 하고도 또다시 새로운 사랑을 만나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 이 순간 떠오르는 얼굴은



까만 생머리에 하얀 얼굴,

눈은 또렷하고 코는 작고 오똑하며,

핑크빛 입술을 가진



“이세연씨.”



어김없이 그녀가 떠오른다.




“이세연? 그 처자는 누구?”


“아, 엄마. 생각해보니까 얘 그때 병원에서 일어났을 때도 갑자기 미친놈처럼 ‘아버지!’ 외치더니 그다음에 ‘이세연씨!’ 외치지 않았어?”


“어머. 얘. 맞네 맞어~ 도대체 세연이가 누구니? 어디서 뭐 하는 애야?”


“뭘 뭐 하는 애야. 그냥 나랑 같이 일하던···”



‘뭐라고 해야 하지.’



“삼일패션 직원이니?”


“아니···”


“그럼 뭔데! 너 설마 겸업하는 거 아니지? 얘. 대기업에서 그러다 너 짤린다!”


“아오 몰라. 내가 알아서 해! 이제 나가 나가요.”


“어머 얘 봐라!”



하며 엄마와 누나는 그대로 거실 쇼파에 눌러앉아 버린다.



“어휴 참···”



이 집에 이사 와서는 쭉 나 혼자 살다 보니 그게 익숙해져서 딱히 외롭다고 생각했던 적은 별로 없었는데 그래도 오랜만에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이렇게 정다운(?) 대화를 나누니 기분이 딱히 나쁘진 않다. 오랜만에 느껴 보는 꽉 찬 느낌. 좋다.



따르릉-



[나천재]



“여보세요?”


“야 인마 너 뭐 하고 있냐.”


“나 그냥 집에서 엄마랑 누나랑 아침 먹고···”


“너 그럴 줄 알았다! 지금 니가 그럴 때야?! 사흘 동안 연락이 없어서 뭐 라도 하고 있나 잠시 기대했던 내가 바보지!”


“요즘 갑자기 피곤이 몰려오더라고. 그래서 하루에 12시간씩은 잠만 잤지 뭐야!”


“뭐 12시간? 아이고~ 불면증은 다 돌아가셨나 보다? 너 내 자료 찾아와. 찾아와 당장!!!”


“휴. 알겠어. 알겠다구. 안 그래도 오늘은 집 밖에 좀 나가보려 했어.”


“어디 가는데? 뭐 방법이 떠올랐어?”


“엄마랑 누나랑 맛있는 거 먹으러.”


“뭐? 이 자식이 진짜 머리가 어떻게 됐나!!!”


“데헷. 내가 전화할게.”


“야 끊지 마!!!”



뚝-



“니가 쏘는 거임?”



통화 내용을 듣고 있던 누나가 말한다.



“응. 오랜만에 엄마랑 누나한테 효도 좀 해보게.”


“오 강현재~ 철이 아주 철석같이 들었 고만!”




***



서울역 인근 한정식집.



김혜성. 나의 아버지와 이렇게 단둘이 식사를 해 보는 것이 정말 오랜만이다.



“기자야. 짐은 빠짐없이 챙겨 왔니?”


“예. 아버지. 여섯 시까지 가면 되는 거죠?”


“그래.”


“어머니한테는 말씀하셨나요?”


“아직 말 안 했다. 괜히 먼저 움직였다가 우리가 빚을 갚기 전에 사채업자한테 들키면 골치 아파져. 가서 빚 먼저 갚고 천천히 말하는 것이 낫겠구나. 네 엄마도 이해해 줄 거야.”


“예···”


“···”


“···”



말없이 눈앞에 있는 음식들만 바라보는 두 사람.



“어서 먹자구나.”


“예.”


“···”


“근데 정말 이렇게 해도 되는 걸까요? 아직도 마음에 걸려요···”


“아비를 믿어라. 그래도 믿을 만한 사람처럼 보였으니.”



‘딱히 믿을 만한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혼자 무슨 생각을 하느냐.”


“아무것도 아니에요.”


“오늘이 어쩌면 한국에서의 마지막 식사가 될 수도 있겠구나.”


“···그럴 수도 있겠네요.”




*** 잠실 롯데월드몰 바이킹 스워프



“야 대박~ 서울에는 이런 곳이 있노! 랍스타가 뷔페로 제공된다고~?!”


“거 사투리도 잘 모르면서 이상하게 쓰지 마.”


“뭐 어때~ 꼭 갓 서울 상경한 순박한하고 순수한 여자 같지 않아?”


“그렇다고 하기에는 누나 나이가···”


“뭐라구? 이 자식이?!?!”


“얘들아. 그만들 싸우고 어서 먹자~”



항상 우리의 싸움을 말리는 건 엄마다.



‘이런 잔소리도 오랜만에 들으니까 좋네.’



살이 통통하게 찬 버터갈릭 랍스터를 한 입 베어 물면.



“하앙~”



소리가 절로 나온다. ‘



“누나 너무 많이 먹고 있는 거 아니야?!”



누나 앞에 차곡차곡 쌓여 있는 10개의 접시들. 여자의 위장은 한계가 없다는 속담이 진실인가 싶다.



“야 한 끼에 12만원짜리 식사가 어디 흔하니? 이럴 때 많이 먹어 둬야지~ 곧 애기도 생길 거고.”


“생기지도 않은 애기 들먹거리지 마!”


“풉. 어? 저기 그 사람 아니야?”


“누구?”



누나의 손끝이 가리키는 곳을 보니.



“헉···!”



익숙한 얼굴이 있다.



“설마···”



이세진이다.

세연과 똑같이 생겼지만 갈색 웨이브진 머리에 눈이 좀 더 얇고 양옆으로 길다.



“왜 놀래? 아는 사람이야?”


“아니 뭐···”


“하긴 우리나라에서 저 사람 모르면 간첩이지.”


“왜?”


“왜라니. 얼마 전에 뉴스에 나왔잖아! 삼일전자 쌍둥이 부회장이 사실은 이상철 회장 친딸들이라고!”


“그런 뉴스가 나왔어?!?!?!”


“너 깨어나기 한 삼일 전에 나왔어. 이상철 회장이 자식이 있다고 밝힌 적이 없으니까 사람들은 어디 친척 정도라고 예상했었는데 정말 친딸이었다고 하니까 난리 난 거지. 얼굴도 예쁜 데다 재력이며 능력이며 뭐 하나 빠진 것이 없다고. 인생 참 부러워~”



‘내가 잠들어 있는 사이에 그런 일이 있었다니··· 이세연씨도 알려나.’



세진을 보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던 찰나 세진과 눈이 마주친다.



“헉···!”



시선을 피해 본다.



‘못 봤겠지···?’



하며 고개를 드는 순간 또 마주쳐 버렸다.



“젠장. 기분 나쁘게···”



세진은 현재에게 잠깐 밖으로 나와보라는 손짓을 한다.



“왜 안 먹고 있어? 설마 너 저 여자한테 반한 건 아니지? 꿈 깨. 우리 같은 서민이 건들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나 잠깐 나갔다 올게.”


“어디가!”




***



“···”


“잘 지냈어? 강현재씨?”



양심도 없다. 이 여자는.



“어. 덕분에.”


“안 본 사이에 얼굴이 많이 상했다.”


“이세진씨가 상관할 바 아니야. 왜 불렀어?”


“휴··· 그때 그 사고는 좀 미안. 고의는 아니었어. 우리 쪽 사람이 과민 반응을 하는 바람에···”


“위선 떨지 마. 이제 당신의 시답지 않은 말들에는 안 속아. 속을 이유도 없고.”


“흠~ 진짠데.”


“할 말 없으면 간다.”



지금 상대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다. 무기를 지니지 않은 상태로 전장에 나가면 피해를 보는 쪽은 언제나 약한 쪽이니까.


뒤돌아서 들어가려는 현재의 옷깃을 붙잡는 세진.



“여기 자주 오나?”


“한 끼에 12만 원짜리 식당을 자주 오는 서민이 어딨어? 아. 물론 재벌 집 따님인 이세진씨라면 다르겠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거짓말이었어 당신은. 작가라는 것도 거짓말이었고.”


“그건 완전 거짓말은 아니야. 진짜 내 이름을 낸 소설책 있어.”


“어련하시겠어요.”


“나중에 기회 되면 읽어보던가~”


“그럴 일 없어.”


“그리고 재벌가라고 맨날 한 끼에 12만 원짜리 식사를 하는 건 아니라구. 뭐~ 마지막 데이트치고 12만 원짜리 식사는 매우 소박하기는 하지만?”


“마지막 데이트?”



‘저 안에 뒤돌아 앉아 있던 남자가 정태수 개자식이었군.’



“아, 저기 혹시나 해서 말인데. 나랑 오늘 여기 같이 온 남자 니가 아는 사람일 거야.”


“정태수잖아.”


“헉, 그걸 어떻게!!!”


“사람을 너무 바보로 아네. 니들 사랑에 털끝만큼도 관여할 생각 없으니까 너나 정태수나 내 앞에 보이지만 마. 진짜 사람 칠 수도 있으니까.”


“그러지 말고 태수씨랑 좀 놀아줘~ 우리 정태수씨 친구도 얼마 없단 말이야.”


“뭐 이렇게 당당해? 남자친구 친구랑 바람 핀 게 자랑이야? 뭐 이제 남자친구였다고 하기도 역겹지만.”


“원래 사람이 모든 걸 내려놓으면 당당해져.”



세진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쭉 훑는다. 대충 3,000만원 정도 견적이 나온다.



‘내려놓긴 무슨···’



“기분 나쁘게 훑어보지 마.”


“그럼 개소리를 하지 말던가.”


“아무튼 우리 정태수씨 잘 부탁해.”


“지랄···”




***



세진과의 별 내용 없는 대화를 하고 자리에 돌아와 앉으니 입맛이 없다.



‘에잇. 오늘 12만 원 날렸네···’



“어디가?”


“천천히 먹고 와요. 나 잠깐 갈 데가 있어서.”


“뭐? 돈 아깝게 음식 귀한 줄을 모르고! 음~ 맛있어.”




*** 인천 공항입구



6시 00분 00초.

인천공항에 검정색 익숙한 점퍼를 입은 두 사람이 나타난다.



“예. 박 이사님. 김혜성, 김기자 두 사람 도착한 것 같습니다.”


“데려와.”


“예.”



서서히 가까워지는 어둠의 그림자.



“흡···!!!”


“헙···!!!”



그림자는 수건으로 두 사람의 입을 틀어막는다.

두 사람은 그대로 쓰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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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김기자(1) 20.12.20 37 0 12쪽
70 현실로 돌아왔다 20.12.19 20 0 13쪽
69 전야제(前夜祭) 20.12.18 14 0 12쪽
68 해국(2) 20.12.17 12 0 12쪽
67 해국(1) 20.12.16 20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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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박재우(4) 20.12.14 13 0 13쪽
64 박재우(3) 20.12.13 16 1 12쪽
63 박재우(2) 20.12.12 15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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