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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파맨션 님의 서재입니다.

수면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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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파맨션
작품등록일 :
2020.10.12 23:01
최근연재일 :
2020.12.30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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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3,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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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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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번 피험자 이세진(5)

DUMMY

“하암...”



현재와 세연, 해국 세 사람은 간만에 저택에서 저녁 식사를 한다.



“시설이 이렇게나 좋으면 뭐 해요. 야근하느라 바빠서 즐길 시간도 없는데.”



현재는 문득 처음 이곳에 왔던 날을 떠올려본다. 밖에 나가면 1인분에 10만 원은 훌쩍 넘을 것 같은 다양한 고급 요리들, 영화관, 명품관, 마사지샵에 이르는 모든 것이 갖춰진 저택. 심지어 서비스까지 좋아서 궁전에 온 것만 같았다.


비록 그 시설들 몇 번 이용하지 못하고 그 이후로는 주구장창 일만 했지만.



“그래서 아쉬운가요 강현재군?”


“당연...”



하다고 말하려는 찰나 그게 정말 당연한가에 대한 의문이 강현재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물론 아쉬움이 없지는 않다. 내가 수십억이 생기지 않는 이상 현실에서는 감히 누리지 못할 것들이니까.


하지만 그간의 시간들이 재미없고 지루하거나 고통스러웠는지를 생각해보면 그건 또 아니었다. 나의 이득과는 상관없이 진심으로 피험자들이 개선되기를 바랐으며, 그 모습을 바라보는 것이 좋았다. 피험자들이 깨달음을 느낄 때쯤이면 스스로 뿌듯함을 느꼈다.


이 세계에서의 삶은 나름대로 괜찮았다.


행복했다. 나름.



“하지만 나쁘지 않았어요.”



부끄러운 마음에 행복이라는 표현을 입에 담지 못했지만 해국은 현재가 하는 말의 뜻을 알아차렸다는 듯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다.



“그나저나 나도 이세진한테 하고 싶은 말이 많았는데 어제 이세연씨가 그런 이상한 분위기를 만들어버려서 한 마디도 못 했잖아~!”


“뭐? 헤어졌으면 끝이지 이미 끝난 마당에 무슨 말을 더하려고? 설마 찌질하게 왜 나를 갖고 놀았니~ 하고 따지기라도 하려 했던 거야? 어머 진짜 별로다~”


“그게 아니잖아!!! 이세연씨가 내 입장이었어 봐 얼마나 화나는데. 이세연씨는 내 기분을 몰라.”


“내 기분을 몰라가 유행어냐? 이세진이나 강현재 저놈이나 왜 이렇게 다들 유치 뽕짝이야?”


“뭐? 유치 뽕짝? 아무리 그래도 이세진이랑 나를 동급 취급하는 건 아니지!!!”


“그마아아아안!!!”



티격태격하는 현재와 세연에게 해국이 소리친다.



“이게 매번 뭐 하시는 겁니까? 이제 애들도 아닌데 작작 좀 싸우세요. 유치하게 굴지 말고!!!”



양 손을 허리에 얹고 훈계하는 해국. 그 모습이 마치 어린 조카들에게 싸우지 말라고 타이르는 삼촌의 모습과 흡사하다.



“근데 있잖아. 혹시 나만 이 장면 데자뷰같아?”


“아니. 이상하게 나도 이 장면 어디선가 본 적 있는 것 같은데...”



갸우뚱하는 두 사람 앞에서 해국은 혀를 차며 말한다.



“매일 싸우시니 익숙할 수밖에요.”



이내 고개를 끄덕이는 세연과 현재다.



“악수.”



손을 내미는 세연. 그리고 고개를 끄덕이며 그 손을 맞잡는 현재.



“근데 이 장면도 참 이상하단 말이지... 진짜 데자뷰 아니야?”


“우리가 맨날 싸워서라잖아. 이제 그만 싸우자 이세연씨.”


“뭐, 그러지 뭐.”



그 시각 TV에서는 또 다른 뉴스 기사가 흘러나온다.



[어젯밤 서울시 청계천에서 한 시신이 발견되었습니다. 신원 확인 결과 피해자는 중안일보 사회부 기자로 중안일보측에 따르면 두 달 전 돌연 휴직계를 내고 자취를 감추었다고 합니다. 현재 사망 원인은 조사 중으로...]




***



또각또각 또각.



벌컥-



“이게 누구신가. 이세진 부회장 아니신가~?”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당신 살고 싶으면 당장 여길 떠나.”


“반말까지 하면서 갑자기 무슨 일이야?”



갑작스럽게 김혜성의 연구실을 찾아온 세진. 어딘지 조급해 보이는 그녀의 행동에 김혜성과 나천재는 무언가 일이 잘못되었음을 감지한다.



“거기 옆에 김혜성 박사 조수인가?”


“예. 나천재라고 합니다.”


“그쪽도 목숨 부지하고 싶으면 당분간 숨어지내든지 외국으로 뜨던지 알아서 처신 잘하세요.”


“이세진 부회장!!! 갑자기 찾아와서 이러는 이유가 뭐야?”


“박재우가 한방만 기자를 죽였어.”




*** 어젯밤



자정까지 회사에 남아있던 세진은 우연히 박재우 실장의 사무실 불이 켜진 것을 목격한다.



“엄한 사람들한테 휘둘리지 말고...”



어젯밤 꿈에 세연이 나타나 했던 소리가 머릿속에 자꾸 맴돌아 하루 종일 머릿속에 복잡해졌다. 안 그래도 요즘 박재우 실장에게 자신이 너무 휘둘리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던 참이었다.


때마침 불이 켜진 사무실을 보며 오랜만에 진지하게 이야기 좀 해야겠다고 생각하며 박재우의 방에 들어간다.



끼익-



문이 열렸지만 통화 중이던 박재우는 누군가 자신의 방에 들어왔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자 선명하게 들려오는 박재우의 목소리.



“한방만 그 새끼는 잘 처리했겠지? 문제없도록 해. 이세진 부회장도 알아서는 안 돼.”




***



“자신의 앞길에 방해가 되는 인물들은 일단 죽이고 보는 사람이야. 이철도 박재우 손에 죽었어.”


“이철은 당신이 죽인 거 아니었나?”


“나 아니야. 난 이미 그가 죽고 우연히 알게 된 거라고. 내가 아는 걸 박재우는 몰라. 아무튼 지금 당신이 최종 컨펌을 안 내주고 있는 상황에서는 당신을 죽인다고 해도 이상할 게 없어. 운이 나쁘면 컨펌을 낸다고 해도 증거 인멸을 위해서 당신을 없앨 수도 있고.”


“...듣던 중 썩 반갑지는 않은 소식 이구만.”


“그러니까... 도와줘. 제발.”




***



베란다에 나가 창밖을 바라보는 현재. 창밖에는 아무런 자연도 도시도 보이지 않는다. 다만 수많은 별과 달이 반짝반짝 빛난다.



‘이것도 꾸며진 허상이겠지.’



“헤이!!!”



왼쪽을 돌아보는 강현재.



“이세연씨?”



각자의 베란다에 나와 있던 현재와 세연은 눈을 마주친다. 세연은 곧 자기가 그쪽으로 가겠다는 사인을 날린 후 베란다 난간을 통해서 현재의 베란다로 넘어온다.



“야 떨어지면 어떡해!!!”


“괜찮아. 어차피 허상 세계라 안 떨어져. 근데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고 있었어?”


“그냥 뭐. 이런저런 생각.”



두 사람은 하늘을 바라본다. 정확히 말하자면 저 하늘 어디엔가 보일지도 모르는 현실 세계를 바라보는 듯하다.



“하긴. 온 지 두 달 가까이 되었으니 이제 현실이 그리울 만하지.”


“아니. 절대 그리운 건 아닌데 그냥 뭐랄까...”


“돌아가고 싶어?”


“...”


“그래. 돌아가고 싶을 만도 하지.”


“꼭 그런 뜻은 아니야. 난 이곳에 있는 시간이 행복해.”


“재벌처럼 놀고먹으니까 그런 거겠지~”


“솔직히 양심도 없다. 일을 그렇게 시키면서...”


“크큭. 미안 미안. 그럼 왜 행복한 건데?”


“이세연씨가 있어서.”


“뭐?”


“이세연씨가 내 옆에 있어서 지금 너무 행복해.”


“...뭐야 진짜.”



현재를 흘겨보는 세연. 세연의 심장 박동이 점점 빨라진다. 이무영만을 향해 뛰던 심장이 이제 강현재에게만 뛰는 심장이 되었다. 자신의 그런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서도 그냥 이대로 시간이 멈춰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근데.”



세연의 마음이 요동치는 순간 현재는



“여기는 현실이 아니잖아. 물론 이세연씨는 현실에서도 존재하지만 이곳의 이세연씨와는 분명 다른 위치에 서 있을 거고. 어쩌면 우리가 다시 볼 수 없을지도 모르지.”


“아니야. 그렇지 않을지도...”


“그냥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까 이곳에서 이렇게 행복하고 안일하게 있는 시간들이 무서워졌어. 어쨌든 언젠가는 현실로 돌아가야 하고 그 삶이 진짜 삶이니까.”


“강현재씨가 무슨 생각하는지 잘 알겠어. 나도 좀 더 빨리 돌아갈 방법을 찾아볼게.”



세연을 보며 귀엽다는 표정으로 세연의 머리를 쓰다듬는 현재.



‘뭐야. 로맨스로 갈 거면 끝까지 로맨스로 가던가. 사람 심장 떨리게 해놓고 치고 빠지기야 뭐야...’



세연이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현재는 별들만을 바라본다.


그때 노크 소리가 들린다.



똑똑-



“해국입니다.”


“아저씨.”


“앗 두 분이 같이 계셨군요.”


“네 어쩌다 보니... 근데 무슨 일 있으세요?”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니고 제가 다른 업무로 OO병원에 가야 할 일이 생겼는데 같이 갈까 여쭤보러 왔습니다.”


“...제 몸이 누워 있는 병원이군요.”


“예. 현재군도 이곳에 온 지 좀 되었으니 보고 싶으실 것 같기도 하고 해서.”



생각해보니 이곳에 오고 난 후 너무 많은 일들이 있었다. 그래서 정작 내 자신에게는 신경을 쓰지 못했다. 여지껏 별다른 고통을 못 느꼈으니 문제가 있겠느냐마는 그래도 이제 한 번쯤은 보러 가줘야 싶기도 하다.



“같이 갈게요. 아저씨.”


“그럼 나도 데려가!”




***



“이게 뭐라고 떨리네요. 수술 중인 제 모습을 보고 놀라 도망친 뒤로 저를 이렇게 마주하는 건 처음이에요.”



이 문을 열면 강현재의 현실이 있을 것이다. 약 50일 만에 마주하는 현실.


내가 두려운 것은 누워 있는 나의 몸일까, 아니면 몸을 통해 볼 수 있는 현실에 대한 불안감일까.



“이해합니다. 하지만 나와 세연아가씨가 함께 하니 괜찮을 겁니다. 제 손을 내어드릴까요?”



무언가에 이끌리듯 해국의 손을 잡아버렸다. 성인이 된 이후로 비즈니스 관계로 만난 사람들과 악수할 때를 제외하고는 남자와 손을 맞잡은 것은 처음이다. 남자끼리 손을 잡는다는 것이 껄끄럽고 기분이 이상하기도 하지만 웬일인지 거부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아저씨의 손이 참 따뜻하다.



“그럼 들어가겠습니다.”



벌컥-



문을 열었다. 세연의 병실만큼 호화롭지는 않지만 이곳 역시 아현병원의 병실이니만큼 어느 정도 구색은 갖춰져 있다.



“잠깐... 저 사람 누구야.”


“...”



강현재의 침대 앞에 누군가 서 있다. 어둠 속이라 잘 보이지는 않지만 저 옆모습 실루엣과 체격이 익숙하다.



“박재우...!!!”


“박재우 이사...?!”



박재우를 알아보고는 소스라치게 놀라는 세연.



“박재우가 왜 여깄어...”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 드는 박재우.


아주 뾰족한 투명한 액체가 차 있는 주사기다.


그 주사기는 천천히 박재우의 오른손과 함께 현재의 목덜미로 향한다.



“안돼!!!!!!!”



그 순간 반지를 낀 채로 달려나가는 해국.


순식간에 박재우의 목을 조른다.



“컥, 커헉... 뭐, 뭐야... 너...강, 강일ㅇ...!!!!”



마치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놀라는 박재우.

그는 분명 두려움에 떨고 있다.

그리고 그 앞에는 가쁜 숨을 내쉬며 그런 재우를 당장이라도 죽여버릴 것만 같은 표정으로 똑바로 쳐다보는 해국과 그런 해국을 보며 한숨을 쉬는 세연이 있다.



“뭐야... 저 사람한테 해국 아저씨가 보이는 거야?!”


“아저씨 결국... 징계위원회 열리겠네.”



당황스러워하는 현재와 달리 세연은 일이 이렇게 될 줄 알았다는 듯 낮게 읊조린다.




“오랜만이다. 박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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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朋友有信(1) 20.12.22 35 0 12쪽
72 김기자(2) 20.12.21 15 0 12쪽
71 김기자(1) 20.12.20 37 0 12쪽
70 현실로 돌아왔다 20.12.19 20 0 13쪽
69 전야제(前夜祭) 20.12.18 14 0 12쪽
68 해국(2) 20.12.17 12 0 12쪽
67 해국(1) 20.12.16 20 0 13쪽
66 박재우(5) 20.12.15 12 0 12쪽
65 박재우(4) 20.12.14 13 0 13쪽
64 박재우(3) 20.12.13 16 1 12쪽
63 박재우(2) 20.12.12 15 0 12쪽
62 박재우(1) 20.12.11 28 0 11쪽
» 55번 피험자 이세진(5) 20.12.10 16 0 11쪽
60 55번 피험자 이세진(4) 20.12.09 13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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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55번 피험자 이세진(2) 20.12.07 12 0 11쪽
57 55번 피험자 이세진(1) 20.12.06 44 0 12쪽
56 54번 피험자 박혜원(6) 20.12.05 21 0 11쪽
55 54번 피험자 박혜원(5) 20.12.04 17 0 12쪽
54 54번 피험자 박혜원(4) 20.12.03 14 0 12쪽
53 54번 피험자 박혜원(3) 20.12.02 13 0 11쪽
52 54번 피험자 박혜원(2) 20.12.01 21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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