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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파맨션 님의 서재입니다.

수면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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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파맨션
작품등록일 :
2020.10.12 23:01
최근연재일 :
2020.12.30 23:30
연재수 :
8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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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33,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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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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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54번 피험자 박혜원(5)

DUMMY

“실시간 검색 1, 2, 3위가 모두 박혜원이야!!!”


“이상하다. 분명 이은호가 경찰서 가는 것까지 확인하고 왔는데.”


“잠깐. 이거 설마...”



“안녕하세요 여러분~ 배우 박혜원입니다. 오늘부터 저도 유튜브를 시작하기로 했어요. 저의 콘텐츠는~”



“박혜원의 마음공부. 박혜원씨가 유튜브 채널을 만들었어.”


“설마 스스로 여기서 과거 사진을 공개하는 거야...?”



“제가 어제 SNS에 살짝 미리 보기를 드렸는데요... 바로바로 박혜원의 마음공부입니다. 와아!!!!!”



[댓글 1: 언니. 성형했다는 말이 사실이에요?!]

[댓글 2: 자연이라 하지 않았나?]

[댓글 3: 어릴 때 80킬로까지 나가봤다는 게 사실이야?!]

[댓글 4: 누나는 뭘 해도 이뻐.]

[댓글 5: 빨리 보여주세요.]



한 시대를 뜨겁게 달구는 현재 진행형의 배우인 만큼 그녀의 유튜브 채널에는 벌써 접속자가 5만 명이 넘었다. 세 사람 역시 숨죽인 채 채널을 화면을 응시한다.



“다행히 반응이 핫하네요. 여러분 저는 오늘부로 제가 여태까지 쓰고 있던 가면을 벗어보려고 합니다. 이유는 제가 행복해지려구요.”



[댓글 1: 언니의 행복을 빌어요. 항상 행복할 거예요!!!]

[댓글 2: 그래서 성형했어 안 했어.]



“제가 이 채널을 시작한 이유는... 근데 여러분 제 과거 사진이 궁금하시죠?”



[댓글 1: 네!!!]

[댓글 2: 빨리 보여주세요 심장 떨리니까.]

[댓글 3: 나 니 소속사 사장이다. 지금 뭐하니?]

[댓글 4: 대박ㅋㅋㅋㅋ 소속사 사장 나타남.]



“그럼 사진부터 공개하겠습니다!”



혜원의 말이 끝나자마자 채널의 화면에는 혜원의 어린 시절 사진들이 공개된다. 지난밤 혜원의 휴대폰 비밀 폴더에 있던 사진들이다.



[댓글 1: ...]

[댓글 2: 거짓말]

[댓글 3: 저게 말이 되나? 다시 태어난 수준 아님?]

[댓글 4: 아 솔직히 개 더럽다.]

[댓글 5: 와... 진짜 대박...]

[댓글 6: 소속사 사장이다. 너 진짜 미쳤니?]

[댓글 7: 주작 아니야?;;;]



“많이 놀라셨죠. 여러분...? 욕해도 좋아요. 이게 제 모습이니까요. 뚱뚱하고 못생겼지만 분명 그 시절의 소중한 추억들이 담겨 있던 내 어린 시절.”



[댓글 1: 갑자기 이러는 이유가 뭐임...?]

[댓글 2: 팬카페 인원 50% 삭감 각]



수많은 악플에도 혜원은 온화한 미소로 답한다. 지금 혜원의 모습은 그 어떤 지난날보다도 당당하고 빛난다.



“여러분 저는 사랑받고 싶었어요. 근데 사실 누군가에게 사랑받는 게 되게 어려운 일이잖아요. 사람 맘이 다 내 맘 같지는 않으니까...?”



[댓글 1: 맞아요. 공감해요. 서로 마음 맞는 일이 쉽지 않죠.]

[댓글 2: 공감은 가는데 사진은 좀...]

[댓글 3: 너무 심하게 말하지 말아요. 혜원 언니도 사람인데.]



“그래서 저에게는 언제나 예쁘고 날씬하고 착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어요. 내가 사람들에게 사랑받지 못하는 이유가 외적인 모습들 때문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아주 어렸을 때부터.”



[댓글 1: 아 근데 솔직히 이해된다. 나도 초딩 때 애들이 아무렇지 않게 못생겼다고 한 말들 아직도 기억에 남아]

[댓글 2: 시발 그래도 저건 너무하지. 사기죄 아님?]

[댓글 3: 욕은 자제합시다 좀]

[댓글 4: 하 누나...]



“사실 중학교 1학년 때까지 학교 다니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 그래서 결국 학교를 1년 쉬기로 결정했고 하루에 고구마 반 개 먹으면서 정말 죽을 듯이 다이어트를 했어요. 그러고 딱 4개월 만에 80kg의 절반 40kg을 찍었어요. 그때 몸이 정말 많이 망가졌어요.]



[댓글 1: 와 언니 다이어트 방법 좀 알려주세요]

[댓글 2: 그렇게 다이어트 하면 백퍼 요요 오던데 신기하네]

[댓글 3: 자꾸 그 사진 생각난다]



“그렇게 다이어트를 하고 나니 제 얼굴이 마음에 안 드는 거예요. 그래서 이번에는 성형을 했어요. 눈, 코. 다행히 살 빠지니까 얼굴은 작아지더라구요.”



[댓글1: 언니 지금 깨알 자랑...? 귀여워]

[댓글 2: 근데 솔직히 요즘 눈, 코 안 한 사람이 어딨음? 눈, 코했는데 저 정도면 원래 ㅈㄴ이쁜데 살에 묻혔던 거 아님?]

[댓글 3: 더 했겠지.]

[댓글 4: 소속사 사장이다. 너 자연이라며...]

[댓글 5: 사장님 또 등장하셨다 ㅋㅋㅋㅋㅋ]



“그 뒤로는 피부관리며 각종 시술이며 닥치는 대로 했어요. 조금이라도 미워지면 사랑 못 받을 것 같아서.”



[댓글 1: 역시 시술도 했네]

[댓글 2: 시술은 다 하잖아. 하여튼 여적여]

[댓글 3: 시술 정보좀요 언니 ㅜㅜ]



“그리고 저 사실 하나도 안 착한데 착한 척도 했어요. 사실 방송 생활 하면서 들이받고 싶은 상황이 되게 많았는데 다 웃으면서 참았어요. 주변 사람들 잘되면 부럽고 질투 나고 내가 더 잘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가득했는데 진심으로 축하해주는 척했어요. 그러면서 나보다 이쁜 사람 있으면 저 사람은 어디 고쳤을까 그것만 생각했던 날도 있었어요. 저 진짜 나쁘죠?”



[댓글 1: 말하는 거 뭔데 귀엽냐...]

[댓글 2: 원래 진짜 나쁜 사람은 자기가 나쁘다는 것도 모름]

[댓글 3: 그 정도는 기본 아닌가요? 남이 나보다 잘되면 솔직히 다들 배 아파하죠]

[댓글 4: 댓글3님 님이 그러니까 친구 없는 거임]

[댓글 5: 근데 언니보다 이쁜 사람도 있어요...?]



“근데 그렇게 하루, 이틀, 일 년, 십 년, 십오 년을 살다 보니까 여러분 왜 그런 거 있잖아요. 화면 속의 저 사람은 되게 잘난 사람인 것 같은데 정작 나는 아무것도 아닌 기분...? 그러니까 박혜원은 진짜 행복해 보이는데 정작 나는 행복하지 않은 기분.”



[댓글 1: 어렵다. 갑자기 철학모드...]

[댓글 2: 이 말 너무 와닿네요]

[댓글 3: 제가 요즘 딱 느끼는 감정이에요]

[댓글 4: 하 80kg...]



“분명 나는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열심히 달려왔는데 문득 돌아보니까 나는 자존감은 무지 낮고 자존심만 하늘을 찌르는, 속이 아주 못생긴 사람이 되어있는 거예요. 마치 벌레 먹은 사과처럼.”



[댓글 1: 비유 오진다...]

[댓글 2: 누나 시인해요. 내가 팬할게.]



“그렇게 속이 점점 타들어 가는 나를 보면서 우울증도 생기고 불면증도 생기고 그때 나는 정말... 그냥 만신창이 었어요. 누구한테도 진심으로 다가갈 수 없었고 누군가의 마음도 진심으로 받아들이지 못했어요. 내가 내 스스로가 나에게 당당하지 못했으니까. 저 20년 가까이를 이렇게 살아왔어요. 진짜 박성희가 아닌 가면 쓴 박혜원으로. 이름을 바꾸고 얼굴 몸매를 바꾸면 다른 사람으로 태어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요. 제 안에는 여전히 박성희가 가득했어요...”



[댓글 1: 언니 울지 마요]

[댓글 2: 솔직히 요즘 세상에 100% 진실되게 사는 사람이 어딨음. 그럼 호구 되는데]

[댓글 3: 언니 잘못한 거 하나도 없어요. 세상이 문제지!!!]

[댓글 4: 누가 솔직히 아까 좀 실망했지만 그래도 누나가 제일 이뻐요]

[댓글 5: 울어. 그냥 울고 털어내]



“그동안 저를 믿고 좋아해 주셨던 여러분들 너무너무 죄송합니다. 팬분들이 있었기에 이 자리까지 올라올 수 있었고 비록 가짜 박성희이기는 했지만 저도 사랑받을 수 있다는 걸 알았어요.”



[댓글 1. 박성희도 박혜원도 가짜 아니에요. 언니 자체가 좋은걸]

[댓글 2: 윗댓 무슨 가짜는 맞지. 얼굴이 저렇게 다른데]



“여러분. 저는 이제 가면을 벗고 진짜 박성희로 당당하게 살아가려 합니다. 저를 떠난다고 미워하지도 원망하지도 않을게요. 다 제 잘못이니까. 그래도... 그래도 혹시나 제 곁에 남아있는 분들이 계신다면 정말 평생 감사하며 살겠습니다... 여러분!!! 이제 저는 박성희입니다!!!”



[댓글 1. 소속사 사장이다. 그동안 혼자 수고했다. 이제부터는 나랑 함께 헤쳐나가 보자]

[댓글 2: 헐 소속사 사장님도 안 버리는데 우리가 어떻게 버려]

[댓글 3: 앞으로 저 소속사 연예인들 다 사랑해준다]

[댓글 4: 사장님 짱!!!]

[댓글 5: 박혜원이었을 때 보다 더 예쁘고 빛나요]

[댓글 6: 박성희 짱! 박성희 짱!]



자신을 응원해주는 팬들의 모습을 보며 혜원은 눈물을 글썽인다. 이런 기분은 처음이다.

이제 더 이상 가면 쓴 박혜원이 아닌 박성희 그녀 자신이다. 자신의 존재 자체로서 당당하고 행복할 준비를 마친 것이다. 그녀는.



“아 그리고 마지막으로 소개할 사람이 있어요.”



[댓글 1: 오 설마 결혼 발표?!]

[댓글 2: 미쳤다. 1타 2피 가나요]

[댓글 3: 소속사 사장이다. 남자만 아니어라. 제발]



혜원의 옆자리에 슬며시 등장한 사람은 60대 정도 되어 보이는 아주머니다. 피부가 까맣게 그을리고 주름이 짙게 드리워져 있는 모습이 바깥일을 하는 사람처럼 보인다. 그러니까 이미지를 연상하자면 농촌이나 바닷가에서 흔히 볼 수 있을 법한 그런 모습이다.



“우리 엄마예요.”



[댓글 1: 뭐야 누님 금수저 아니었음?]

[댓글 2: 근데 자세히 보면 어머님 이쁘심]

[댓글 3: ㅇㅇ. 피부가 좀 까마셔서 그렇지 이목구비 뚜렷하심]

[댓글 4: 귀족 집안인 척했었네...]



“저 금수저 아니에요. 사실 금수저라고는 제 입으로 말 한 적 없어요. 하지만 잘한 것도 없죠. 그런 이미지를 지키고 싶어 제 과거나 가족 이야기를 단 한 번도 하지 않았으니 말이에요.”



혜원은 어머님을 바라본다.



“기껏 고생해서 낳아 놨더니 못생기게 낳았다며 성형시켜 달라고 떼나 쓰고, 엄마 어디 오는 거 부끄러워하고. 근데 우리 엄마는...”



말을 잇지 못하는 혜원. 혜원의 눈물방울이 두 뺨을 타고 흘러내린다.



“우리 엄마는 매일 나만 걱정했어요. 이제 내가 엄마를 걱정해야 할 나이인데 맨날 나만 챙겼어요. 내가 바쁘다고 전화도 안 받고 찾아가지도 않는데 답장도 없는 핸드폰에 매일 매일 나 잘 자라고 문자를 남겨줬어요. 그게 나한테는 정말 큰 힘이 됐었는데 그걸 깨닫지를 못했어요. 나 진짜 못된 딸이었어요.”



[댓글 1: 아... 이번 거는 좀 슬프다]

[댓글 2: 엄마 보고 싶어~!]

[댓글 3: 부모님한테 잘하자 ㅇㅇ]

[댓글 4: 어머님, 누나 이쁘게 키워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 제가 행복하게 해드리겠습니다]

[댓글 5: 혜원 누나가 니랑 왜 만나 미친놈아]



“그래서 이제는... 내가 챙겨 드리려구요. 평생 갚아도 부족할 만큼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그래도 힘닿는데 까지 해보려고 합니다. 엄마 부족한 딸을 이렇게 키워 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앞으로 이 박성희가 엄마 평생 책임질게요!!!”



어머니를 바라보는 혜원. 그리고 그런 혜원을 바라보던 혜원의 어머니는 자신의 오른손을 있는 힘껏 높이 들어.



찰싹-



“아이고 이년아 효도는 얼어 죽을 놈의 효도. 맨날 성희라 부른다고 내한테 성질부리지나 말고 밥이나 제때 챙겨 먹어!!!”



[댓글 1: 와 어머님 등짝 스매싱 오졌다 ㅋㅋㅋㅋ]

[댓글 2: 어머니 매력있엌ㅋㅋㅋㅋ. 오늘부터 성희 누나 어머님 팬이다!!!]

[댓글 3: 언니 보기 좋아요. 진짜]




박혜원의 방송은 그렇게 끝이 났다.

걱정했던 것과 달리 우리나라에 흔치 않은 ‘솔직녀’로 이전보다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았고 혜원 역시 마음의 안정을 되찾았다.



“박혜원씨가 좋아 보여 다행입니다.”


“그나저나 이년 수면 시계는 줄 생각이 없나? 도통 연락이 없어.”


“연락을 못 하는 게 당연하지. 우리가 이 몸인데...”


“아 맞다. 그랬지 참.”


“이세연씨 요즘 왜 그래? 처음 봤을 땐 분명 똑똑했는데 요즘 허당끼가 꽤 자주 보인단 말이야.”


“뭐? 강현재씨 말 다 했어?!”


“자자. 싸우지들 말고 오늘 밤 마지막으로 혜원양 꿈에 들어가 수면 시계 이야기를 다시 꺼내 보도록 하죠.”




***



“준비 됬죠? 하나 둘 셋 얍!”



번쩍-



“으아아아아악!!!!!”



캄캄한 꿈의 세계 안에서 강현재의 비명소리가 울려 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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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김기자(2) 20.12.21 15 0 12쪽
71 김기자(1) 20.12.20 37 0 12쪽
70 현실로 돌아왔다 20.12.19 20 0 13쪽
69 전야제(前夜祭) 20.12.18 14 0 12쪽
68 해국(2) 20.12.17 12 0 12쪽
67 해국(1) 20.12.16 20 0 13쪽
66 박재우(5) 20.12.15 12 0 12쪽
65 박재우(4) 20.12.14 13 0 13쪽
64 박재우(3) 20.12.13 16 1 12쪽
63 박재우(2) 20.12.12 15 0 12쪽
62 박재우(1) 20.12.11 28 0 11쪽
61 55번 피험자 이세진(5) 20.12.10 15 0 11쪽
60 55번 피험자 이세진(4) 20.12.09 13 0 12쪽
59 55번 피험자 이세진(3) 20.12.08 22 0 12쪽
58 55번 피험자 이세진(2) 20.12.07 12 0 11쪽
57 55번 피험자 이세진(1) 20.12.06 44 0 12쪽
56 54번 피험자 박혜원(6) 20.12.05 21 0 11쪽
» 54번 피험자 박혜원(5) 20.12.04 17 0 12쪽
54 54번 피험자 박혜원(4) 20.12.03 14 0 12쪽
53 54번 피험자 박혜원(3) 20.12.02 13 0 11쪽
52 54번 피험자 박혜원(2) 20.12.01 21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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