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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파맨션 님의 서재입니다.

수면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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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파맨션
작품등록일 :
2020.10.12 23:01
최근연재일 :
2020.12.30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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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6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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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해국(1)

DUMMY

“아저씨!!! 괜찮아요?!?!”


“괜찮습니다. 아가씨.”


“아니잖아!!! 이게 무슨 괜찮은 사람 얼굴이에요!!! 아이고 우리 아저씨 얼굴이 아주 다 삭았네. 나쁜 사람은 따로 있는데 우리 아저씨 불쌍해서 어쩌나. 으허헝.”



유치장 안에 있는 해국.

그리고 철창문을 두드리며 오열하는(오열하는 척하는) 세연.



“거, 거 사람 죽는 것도 아니고 뭔 난리예요. 철창문 다 뿌서지겠네.”



깔끔한 포마드 헤어에 뿔테 안경을 쓴, 키가 185m쯤 되어 보이는 이 남자는 영혼계의 법무1부 팀장이다. 영혼계 경찰들은 모두 법무부 소속이며 그들은 망자의 심판을 담당하기도 하고 영혼이 영혼계, 또는 인간계의 질서를 어지럽혔을 때의 처벌을 담당하기도 한다. 아무튼 나름 권위 있는 부서다.


고 팀장(아마 이름이 고정해 일 것으로 추정)은 해국과 입사 동기다. 그 역시 나름대로의 사정이 있어 법무부에서 일할 것을 지원했다. 소문에 의하면 복수할 대상이 영혼의 몸이 될 때까지 기다린다나 뭐라나. 아무튼 인사 팀장과는 달리 해국과 마음이 맞아 꽤 오랜 세월 마음을 터놓고 지낸 사람, 아니 영혼이다.



“말 다 했어요? 우리 아저씨가 지옥에 갈지도 모르는데?”


“지옥 안 가요. 사람 안 죽였잖아.”


“정말?”


“예.”


“정말이죠?”


“그렇다니까!!!”


“세연아가씨 저는 괜찮습니다. 그만 진정하시죠.”


“그치만···”


“야야 너는 무슨 잊을 만하면 사고를 치고 다니냐. 엉? 요 몇 년간 조용하다 싶더니.”


“미안해 고팀장.”


“다친 데는 없고?”


“영혼이 다치긴 무슨···”


“농담 좀 해봤어 인마. 니 표정이 하도 죽상 이길래.”


“그렇게 보이냐. 하하하.”


“그렇다고 또 괜찮은 척은 하지 말고. 26년 만에 옛 친구를 처음 만났는데 그렇게 싸우고 왔으니 안 괜찮을 만하지. 이제 애도 아니고 싸우고 다니지 좀 말라고~”


“···그 새끼가 내 아들 죽이려고 했잖아.”


“어허. 법무부 팀장 앞에서 나쁜 말?”


“옙. 시정하겠습니다. 그 사람이 내 아들 죽이려고 했잖아.”



세연과 해국, 그리고 고 팀장이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는 현재. 아까 해국이 박재우와 몸싸움을 하다가 떨어뜨린 지갑 안에서 한 장의 사진을 봤다.



“1990년 8월 11일. 사랑하는 가족들과. 강일우 인생에서 최고로 행복한 날.”



이라고 쓰여 있는.



그 사진 속에는 환하게 웃고 있는 강일우와 강일우의 아내, 강일우의 딸 강현재 자신의 어린 시절이 담겨 있었다.



솔직히 처음 사진을 봤을 때는 그냥 조금 당황스러울 뿐이었다.



‘해국 아저씨가 왜 우리 가족 사진을···?’



그때는 경황이 없었다. 해국과 박재우, 두 사람이 강현재 자신이 누워있는 병실에서 이렇게까지 싸우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았고 해국에게서 그의 과거에 대한 어떤 이야기도 들은 적 없어 배경지식이 전무하다 보니 솔직히 둘이 뭐라고 하면서 싸우는지 제대로 들리지도 않았다.



하지만 이 두 마디는 똑똑히 들었다.



“내 아들을 지키기 위해서.”

“내 아들 한 번만 더 건드리면 내 손에 죽는 거여.”



분명 병실에 누워있는 강현재 자신을 바라보며 했던 말이었다.



강현재가 기억하는 아버지의 모습은, 그리고 사진 속 아버지의 모습은 해국과는 다른 사람이다. 해국이 ‘웜톤’같은 사람이라면 강현재의 아버지 강일우는 ‘쿨톤’같은 사람이었다.



그렇지만 외적인 모습은 그가 내린 결론에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

이 정도는 느낌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누군가를 지켜 내기 위해서 자신까지 버려가며 오직 이성이 아닌 감성만을 가지고 행동하는 사람은 그 누군가의 부모, 또는 사랑하는 사람 둘 중 하나다.



해국, 그는 강현재의 아버지였다.



지금 이 상황이 너무나도 혼란스럽다.




“어이!”



철창 앞에 쪼그려 앉아 있던 세연이 현재를 보며 소리친다.



“내외는 그만하고 이제 좀 오지???”



‘세연이 해국에게 말했을까?’

‘나는 이 사진을 본 걸 모른 척해야 하나?’

‘그럼 이제 아저씨를 어떻게 대해야 하지?’



“잡생각 말고 어서 오라고, 강현재씨.”



세연의 부름에 마지못해 어기적어기적 걸어가는 강현재다.



“그럼 나는 잠깐 커피 좀 사러 갔다 올 테니까 둘이 얘기 좀 하고 있어~”


“뭐? 야야 가지 마! 가지 마 이세연씨!”



딸랑-


세연은 이미 경찰서 밖으로 나갔다.



“어~ 이애가 자네가 그렇게 말했던 놈 이구만? 안녕. 만나서 반갑다. 나는 법무부 고 팀장.”



고 팀장이 현재에게 손을 내민다.

해국은 말이 없다.



“예, 안녕하십니까. 강현재입니다.”



고 팀장의 악수를 받아주니 그가 껄껄껄 하고 웃는다.



“그럼 나도 나가 볼 테니까 둘이 이야기 좀 하고 있으라고~”



딸랑-


고 팀장도 서 밖으로 나갔다.

이제 이곳에 남은 사람은 해국과 현재, 둘뿐이다.



“···”


“현재군.”


“···예. 아버, 아니 아저씨.”


“제 지갑에 있던 사진 현재군이 가져갔나요?”


“예? 사진이요? 그게 무슨···”



‘헉···!’



생각났다.

아까 그렇게 갑작스레 사진을 보고 당황한 나머지 사진을 주머니에 넣어버렸다.



“아, 자, 잠시만요.”



허둥지둥하며 주머니에서 사진을 꺼내다 바닥에 떨어뜨린다.



“앗···!”



바로 주워서 입으로 호호 불어 먼지를 턴다. 소매 끝 원단으로 한 번 더 닦고는 해국에게 건넨다.



“어차피 소지품을 모두 법무부에 빼앗겼으니 당분간 현재군이 보관해주세요.”


“아··· 네···”


“···”


“···”



말없이 현재를 바라보는 해국. 현재와 눈을 똑바로 마주치려 하지만 현재의 시선이 자꾸 땅 밑으로 꺼진다.



‘어색해 죽겠네···’



현재의 속마음이지만 해국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현재야.”


“예··· 예?”



평소 ‘현재군’이라며 강현재를 부르던 해국의 입에서 ‘현재야’라는 말이 나오니 어색하다. 어릴 적 아버지가 나를 그렇게 불렀었다.

기분이··· 이상하다.



“잘 지냈느냐.”


“예···”


“언젠가는 밝혀야겠다고 생각은 했지만 좀 더 분위기 잡으며 말하고 싶었는데 어쩌다 이런 곳에서 이야기하게 되었구나.”


“예···”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다.

어색하다.



“너를 이곳에서 만나기 전부터 너를 항상 지켜봤단다. 우리 아들 잘 자라고 있나, 어디 다치거나 아픈 건 아닌가.”



아버지가 살아 계실 적 나는 아버지에게 사랑받지 못했다. 아버지는 남자가 우는 것을 싫어하셨고 평소 또래 남자아이들에 비해 눈물이 많았던 나는 매번 아버지께 혼이 났다.

아버지는 항상 나에게 엄격했고 아이였지만 남자답고 씩씩할 것을 진심으로 바라셨으며 약한 모습을 보이는 즉시 또 혼이 났다.


그래서 나는 언제부턴가 아버지라는 존재가 어려워졌고 친구들이 아버지와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모습을 보며 나의 아버지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랬던 아버지가 내가 걱정되었단다. 나를 지키기 위해 이곳에서 오랜 시간 동안 봉사하며 살았다고 한다.


이 사람이 하는 말을 믿어도 되는 걸까?



“네 초등학교 졸업식, 중학교 입학식, 중학교 졸업식, 고등학교 입학식, 고등학교 졸업식, 대학교 입학식, 그리고 대학교 졸업식까지··· 언제나 애비가 니 옆에 있었다. 우리 아들 나 없이도 아주 멋있고 훌륭하게 컸구나 하면서 뿌듯해했지.”


“내 졸업식마다 아버지가 있었다구요···? 그걸 어떻게 믿어. 애초에 나는 아버지에게 사랑받았던 적이 없는데.”


“2005년 고등학교 졸업식 때 네가 사고 날 뻔했던 거 기억하느냐.”


“사고···?”



15년 전 그날의 기억을 떠올려본다.



2005년 2월 18일.

현재의 졸업식이었다.



대게 졸업식은 부모와 함께하지만 현재의 어머니는 일을 제치고 갈 수 없는 상황이었고, 현재의 누나는 캐나다에 유학 중이었다. 당연하다고 생각해왔지만 졸업식을 마치고 부모 손을 잡고 나오는 아이들을 보니 왠지 모르게 씁쓸했다.



“떡볶이나 먹고 가야지.”



고등학교 시절 자주 갔던 떡볶이집이 있었다. 여느 때처럼 학교 앞 큰길을 건너려 하는 그 순간



빠앙-


경적 소리를 울리는 자동차 한 대가 꽤 가까운 곳까지 다가왔다.



흔히 사람들은 말한다.



“차가 달려오면 피하면 되지. 왜 다들 가만히 있다가 사고 나는 거야?”



그건 사고를 당해보지 않은 사람들이나 할 수 있는 말이다. 진짜 그 상황에 놓이면 다리는커녕 입도 움직이지 않는다.



퍼억-


슝-



“악!!!!!”



누군가 얼어붙어 있는 나를 밀었다. 그와 동시에 내 뒤로는 달려오던 자동차가 지나갔고 나는 가까스로 사고를 피할 수 있었다.


그런데 주위를 돌아보니 아무도 없었다.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봐도 너무 순식간의 일이라서 제대로 보지 못했다고 한다. 그냥 갑자기 내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차를 피했다는 것밖에.



너무 기이했던 경험이라 지금껏 잊지 못하고 있었는데.



“그게··· 아버지였나요···?”



해국이 방긋 웃어 보인다.



“그때도 법무팀장한테 한 소리 들었지. 주변에 보는 사람도 많았던 데다 반지 낀 채로 차랑 부딪쳤으면 어쩔 뻔했냐고. 하하하하.”




아버지는···

나를 사랑했다.




“아버지.”


“왜 그러느냐 현재야.”


“아버지를 보고 싶어요.”



지금 현재의 눈에는 해국이 아버지의 모습이 아니다.



“아버지가 보고 싶어요.”


“···그래. 이제 때가 되었구나.”



해국의 모습이 서서히 투명해진다.



“아저씨!!! 아저씨 이게 무슨 일이에요!!! 내 곁에서 사라지지 마세요. 어떻게 만났는데. 아버지 내가 얼마나 보고 싶었는데. 미치게 보고 싶었는데 이렇게 또 가버리면 나 어떻게 살라고!!!!!!”



해국의 모습이 거의 사라질 때쯤 어떤 한 남자가 나타난다. 해국의 얼굴에서 지금껏 느껴졌던 따뜻하고 포근한 미소는 없지만 이제 이 얼굴이 더 이상 어렵거나 차갑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익숙했던 얼굴.


그리웠던 얼굴.


내가 미치도록 사랑했던 얼굴.



강현재의 아버지,

강일우의 모습이 눈앞에 보인다.



툭-

툭 툭-

투투툭 툭툭툭-



어린아이 시절 그렇게나 많이 울어서 아버지께 혼이 났던 현재는 그때 그 모습으로 일우 앞에서 눈물을 보인다.



“아버지··· 보고 싶었어요. 진짜 많이 보고 싶었어요. 나 진짜 하늘에서 아빠가 보고 있을까 봐 이 세상 부끄럽지 않게 살려고 노력했어요. 그래서 진짜 열심히 공부해서 대기업도 들어갔고 그리고 또, 또···”



해국과 현재 사이를 가로막았던 철창이 순간 사라진다. 두 사람을 보며 덩달아 눈시울이 붉어진 고 팀장이 말한다.



“해국 팀장. 나한테 감사하라고.”



해국은 그에게 미소로 답하며 자신의 아들, 현재를 넓은 어깨와 두 팔로 감싸 안는다.



“그래 우리 아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아버지가 먼저 가서 미안해.”


“아빠··· 으허허허헝···”



현재도 부모와 헤어지기 싫어 꼭 달라붙어 있는 아이처럼 해국을 꼭 안는다. 그런 현재의 모습을 보며 해국도 덩달아 눈물을 흘린다.



“아버지가 미안하다. 그때는 그게 사랑의 방식이라고 생각했어. 내 아들이 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주는 것이 아버지의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내 착각이었어. 아이에게는 자신이 사랑받고 있다는 감정이 가장 중요했던 거야. 내 입장에서만 생각했다. 아비가 미안하다 정말···”


“아니야 아버지. 내가 그때는 철이 없었어. 생각해보니 아버지는 나 사랑했어. 내가 친구랑 싸웠을 때도 선생님 앞에서 내 편을 들어줬고 나 잘 때마다 몰래 들어와서 나한테 뽀뽀하고 갔잖아. 나 그때 안 자고 있었던 적 엄청 많아. 사실 나 아버지 엄청 존경했고 아버지처럼 살고 싶었는데 그게 쉽지가 않았어. 진짜 멋있게 살고 싶었는데··· 내가 미안해요. 아버지···”


“너무 애쓰며 살려고 하지 마라. 너무 괜찮은 사람이 되려고 하지도 말고. 지금 네 곁에 있는 것들을 소중히 여기고 그냥 매일 적당히 아주 사소한 것들에 감사하면서 살면 그게 행복인 거야. 행복은 네 자신이 만들어 가는 거란다. 아들아.”


“아부지~ 으허허헝···”



“난리 났네 난리 났어.”



어느새 커피를 사고 돌아온 세연이 두 사람을 보며 혀를 찬다.



그래도 나 강현재,

오늘은 왠지 평소보다 꿀잠 잘 것 같다.




***



“엣헴.”



고 팀장이 자신의 존재를 알아 달라는 듯 헛기침을 한다.



“해국, 자네의 형이 결정되었네.”



세 사람은 고개를 돌린다.



“해국, 당신은 반지를 끼고 인간세계에 큰 영향을 주었으며, 인간에게 모습을 들켰고 하마터면 그 인간이 죽을 뻔했다. 고로 해국 자네가 받게 될 처벌은···”



꿀꺽-

숨죽이고 고 팀장의 발표를 기다리는 세연과 현재, 그리고 해국.



“징역 10년!!! 땅. 땅. 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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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朋友有信(3) 20.12.24 14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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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朋友有信(1) 20.12.22 35 0 12쪽
72 김기자(2) 20.12.21 15 0 12쪽
71 김기자(1) 20.12.20 37 0 12쪽
70 현실로 돌아왔다 20.12.19 20 0 13쪽
69 전야제(前夜祭) 20.12.18 14 0 12쪽
68 해국(2) 20.12.17 12 0 12쪽
» 해국(1) 20.12.16 21 0 13쪽
66 박재우(5) 20.12.15 12 0 12쪽
65 박재우(4) 20.12.14 13 0 13쪽
64 박재우(3) 20.12.13 16 1 12쪽
63 박재우(2) 20.12.12 15 0 12쪽
62 박재우(1) 20.12.11 28 0 11쪽
61 55번 피험자 이세진(5) 20.12.10 16 0 11쪽
60 55번 피험자 이세진(4) 20.12.09 13 0 12쪽
59 55번 피험자 이세진(3) 20.12.08 22 0 12쪽
58 55번 피험자 이세진(2) 20.12.07 12 0 11쪽
57 55번 피험자 이세진(1) 20.12.06 44 0 12쪽
56 54번 피험자 박혜원(6) 20.12.05 21 0 11쪽
55 54번 피험자 박혜원(5) 20.12.04 17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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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54번 피험자 박혜원(3) 20.12.02 13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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