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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나무네 님의 서재입니다.

망겜 속 고인물이 해적질을 잘함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달나무네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2.04.04 19:09
최근연재일 :
2022.04.20 23:00
연재수 :
19 회
조회수 :
3,624
추천수 :
182
글자수 :
117,054

작성
22.04.17 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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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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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15. 어서와요 유령의 배 (2)

DUMMY

<캡틴 오더 ‘어서와요 유령의 배’, 최종 단계 돌입을 선포합니다.>

<유령 해적단은 각자 위치로 이동하십시오, 유령 해적단은 각자 위치로 이동하십시오.>


유령선 전체에 안내방송처럼 울리는 아이텐 카르니스의 목소리를 들으며 라피스가 혼란스러운 얼굴을 했다.


“대, 대체 무슨?”

“자, 자, 그쪽 자리는 여기야.”


라피스는 내 손에 쉽게 이끌려 조타륜 앞에 섰다.

영문을 모르는 표정으로 조타륜과 나를 번갈아 보는 라피스를 보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SS급 갑판원 아니랄까 봐, 역시 어울리는군.’


아니, 이게 아니라.


실제로 조타륜은 유령선의 가장 높은 자리에 있기에 전망이 가장 좋았다.

나는 라피스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고, 장난스럽게 씩 웃었다.


“해골 퍼레이드를 관람하기 가장 좋은 자리지.”

“해, 해골 퍼레이드?”

“아, 유령 해적단의 메인 행사랄까...뭐, 이번이 기념비적인 제 1회이긴 한데.”

“예?”

“아무튼 제대로 관람하라고, 어디 가서 돈 주고도 못 볼 귀한 광경이니까.”


라피스를 세워둔 채, 유령선의 안내방송에 따라 자기들 자리로 찾아가는 오크 스켈레톤들을 향해 뛰어갔다.

오크 스켈레톤들은 훈련받은 군인처럼 척척 일렬로 난간에 서고 있었다. 난간에 선 해골들은 마치 성벽에 오른 병사와도 같이 듬직했다.


“다들 제대로 준비된 것 같은데...알파, 알파?”


얜 또 어디로 갔지?

곧 내 부름을 들은 알파가 오크 스켈레톤들 사이에서 후다닥 뛰어왔다.


“레미랑 제리는?”

따다닥.

“그래, 내가 신호하면 열심히 뛰어다녀야된다?”

따닥!


고개를 열심히 끄덕이는 알파의 두개골을 쓰다듬어주며, 나는 알파의 꼬리에 길쭉한 다리 뼈를 천 하나와 동여맸다.

레미와 제리는 지금 지스트가 대신 뼈를 묶어주고 있었다.


‘이걸로 놈들은 멈추지 않는 뼈 소리에 겁을 먹게 되겠지.’


내가 신호를 주면 해골 쥐들은 갑판을 열심히 뛰어다니며 뼈 소리를 낼 거다.

그리고 그건 야산에서 등불을 두세 개씩 들어 인원수가 많게 보인 것처럼, 해골이 보이는 것보다 더 많을 거란 착각을 일으킬 것이다.


이른바 허장성세 전술.


이제 남은 건 내가 제대로 연기할 수 있느냐인데.


[헌데, 정말로 내 화술이 필요치 않느냐?]

“됐어요, 당신 화술은 사람 열받게 하는 것뿐이잖아.”


해적왕에게 핀잔을 주면서, 나는 잠시 눈을 감고 누군가를 떠올렸다.


마경, 불타는 대지에서 만났던 레이드 몬스터.

매끄러운 검은 비늘에 하늘의 별만큼 수많은 상흔 달고 있던 용.


광룡(狂龍) 스티그마.


놈은 자신이 ‘죽음’ 그 자체라고 믿은 미친 용이었다.


【죽음이 두려운가?】


그.디.온에서 놈과 마주쳤을 때 들었던 대사를 떠올리며 이미지 트레이닝을 마쳤다.


“좋아, 제군들. 모든 준비는 끝났으니, 이제 즐길 시간이다.”


짝, 박수를 한 번 치면서 그리 말하자 오크 스켈레톤 중 하나가 물었다.


드드드득.

“뭘 즐기냐고?”


나는 웃었다.

지금만은 나도 퍼레이드의 단장.


“저들의, 공포에 점철된 표정과 감미로운 비명이지.”


손을 펼친 곳에, 바다를 가르며 다가오는 황금 해적단의 배가 보였다.


어느새 서로의 갑판이 보일 정도로 가까워진 거리.

저쪽 갑판에서 해적들이 우글우글 모여있는 게 보였다.


‘진짜로 포격 거리 내인데도 포격을 안 하네.’


해적왕은 옳았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손가락으로 휘파람을 한번 불었다.


따다다닥!


신호를 들은 알파가 신나게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덜그럭, 덜걱!

드드드덕!


알파의 꼬리에 매달린 뼈가 바닥에 부딪혀 소리를 울리기 시작했다.

곧 선미와 후미에서도 같은 소리가 들려오는 걸 확인한 나는 [선원 관리] 창을 띄웠다.


▶[견습 기관원] 지스트(Lv.9)


유일하게 정식으로 유령 해적단에 가입된 ‘지스트’가 보였다.

프로필 사진처럼 간결한 사진 밑으로 [음성 연결]이라고 표시된 버튼을 눌렀다.


“지스트, 내 말 들려?”

-서, 서, 선장님?!

“잘 들리나 보네.”

-이, 이, 이게 뭡니까? 왜, 왜 선장님 목소리가 머릿속에 직접 들리는...!

“설명할 시간은 없고, 시작하자. 엔진 가동해.”

-어, 어, 네! 알겠습니다!


부우우우!


갑판 전체에 울려 퍼지는 고래 울음소리.

유령선, 아이텐 카르니스의 엔진이 가동되는 소리였다.


“와....”


조타륜에서 주변을 둘러보는 라피스의 모습을 흡족히 바라보며 말했다.


“잘했어, 지스트.”

-가, 가, 감사합니다!

“이제 상승해. 고도는 상대 배에 맞춰서 적당히 조절하고.”

-아, 아, 알겠습니다! 아이텐 카르니스, 비상합니다!


부우우우!


유령선의 엔진이 한번 힘차게 울면서 유령선이 천천히 비상하기 시작했다.


***


그 시각, 황금 해적단의 갑판.


“야, 야, 야...내가 뭐, 잘못 보고 있는 거지? 그치?”


해적 중 하나가 곁에 서 있는 동료의 팔을 팔꿈치로 툭툭 치며 물었다.

그는 지금 자신이 무슨 광경을 보고 있는지 제대로 된 이해가 불가능했다.


“.......”


그리고 그건 그의 동료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한결같이 말을 잊은 채, 또는 언어의 편린을 흘리면서 멍하니 유령선의 갑판을 바라봤다.


유령선이 가까워지기 시작하면서 하나, 둘씩 보인 매끈한 흰 피부(?)들.

햇빛을 받은 모래알들처럼 반짝이는 그것들은 해적들이 감당하기엔 너무나 상식에서 벗어난 존재들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들은 한 번도 스켈레톤이란 생물을 만나본 적이 없었다.

오지를 탐험하는 모험가, 던전을 탐사하는 탐험가라면 또 모르겠으나 풍요로운 서해의 해적들은 제대로 된 몬스터 조차도 구경하기 힘들었으니까.


헌데 그런 스켈레톤이, 인간도 아닌 오크 골격을 지닌 스켈레톤이 한 마리도 아니고 열 마리가 넘게 난간에 서 있었다.

자연스럽게 해적들은 자신들이 단체로 헛것을 보고 있다고 생각했다. 해골들이 움직이지만 않았다면, 그 착각은 좀 더 오래 갔을지도 모른다.


으드드득.

드드드득!


“해, 해골이 움직인다!”

“으, 으아아...저게 뭐야...?”

“진짜, 유령선...?”


상식을 벗어난 광경에 황금 해적단 전원이 다음 행동을 취하지 못하고 있었다.

무언가 행동을 취하고 싶어도, 아까부터 들려오는 원인불명의 소리가 그들을 멈추게 만들었다.


덜그럭.

덜걱, 덜그럭.

덜그럭, 덜걱, 덜걱!


난간에 서 있는 해골들이 끝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주듯, 기괴한 뼈 소리가 바다 전체에 울려 퍼지고 있었다.


“캐, 캡틴...!”

“.......‘

”캡틴?“


황금 해적단의 캡틴, 메리 골드도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동요가 일었다.


-진짜 유령....


통신기 너머로 들었던 올라의 목소리가, 끊임없이 메리 골드의 머릿속을 헤집고 있었다.


”캡틴!“

”꺅, 뭐, 뭐니?“


멍하니 서 있는 메리 골드의 어깨를 해적 하나가 움켜쥐었다.


”저희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메리 골드는 불안이 깃든 부하의 얼굴과 유령선의 난간에 서 있는 해골들을 번갈아 보았다. 60명의 해적들을 이끄는 그녀였지만, 이런 상황에서 무슨 결정을 내려야 할지는 배워본 적도, 겪어본 적도 없었다.


’엄마....‘


그녀는 가슴에 있는 로켓 펜던트를 붙들었다.

곧 그녀의 얼굴에 결의가 깃들었다. 상황이 어떻게 되더라도, 그녀로서는 올라를 구해야만 했다


”백병전을 준비하자.“

”예? 캡틴! 그건...!“

”아마 저것들은 진짜 유령은 아닐 거야, 진짜 유령이 존재할 리가 없어.“

”저희는 그렇게 생각할 수 있어도, 아직 3년도 못 채운 애들은 제대로 싸우지도 못할 겁니다...!“

”내가 직접 나설거야.“

”캡틴...!“

”선장이 직접 나서면 불만은 없겠지.“


촥, 메리 골드의 금빛 손톱이 길어져 검날처럼 빛나는 순간.


부우우우!


고래 울음소리와 함께 유령선 근처의 수면이 출렁거리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황금 해적단의 배, 오로 호의 갑판에서도 해적들이 소리를 질러댔다.


”뜬, 뜬다아아아!“

”유령선이 날고 있다!“


믿을 수 없는 소리에 메리 골드가 고개를 돌렸다.


부우우우!


유령선이 날고 있었다.

메리 골드의 호박빛 눈동자가 절로 커졌다.


***


시원한 바닷바람이 뺨을 스쳤다.

물과 하늘이 만나는, 수평선을 바라보면서 나는 만족스럽게 웃었다. 귓가에는 지스트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비, 비, 비상 완료...! 이제 어떻게 할까요?

”고생했어, 이제 내가 다시 부를 때까진 대기해.“

-아, 아, 알겠습니다!


뚝, 지스트와의 통신을 끊고 조타륜을 향해 올라왔다.


”세상에, 세상에, 세상에! 이, 이, 이 배...! 하늘을 날아요!“


라피스가 사파이어처럼 눈을 빛내며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어때, 멋지지?“

”하늘을 나는 배라니, 그런 거 들어본 적 없는데...!“

”그럼 한번 운전해 볼래?“

”네?“


내 제안에 라피스가 눈을 휘둥그레 떴다.

잠시 나와 조타륜을 번갈아 보던 그녀는 조타륜에 손을 얹었다가 씁쓸하게 웃었다.


”제안은 고맙지만, 됐어요. 저는―“

”저주받았으니까?“


정곡을 찔린 건지, 라피스는 입을 다물었다.


”아깐 흔한 미신이라며?“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어요. 하지만...혹시라도, 진짜일 수 있으니까....“


라피스와 만난 건 처음이지만, 방금 말로 어쩐지 그녀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알 것만 같았다.


나는 다시 한번 [선원 영입]을 통해 그녀의 특성을 확인했다.


▶ 라피스 메이트

▶ [관찰안 S] [항해술 A+] [공간지각 B] [악바리 근성] [뜻밖의 여정]


[뜻밖의 여정], 그건 말 그대로 뜻밖의 ’사건‘을 무작위로 겪게 되는 특성.

축복을 가진 자의 행운에 따라 길을 가다가 갑자기 폭풍, 지진, 산사태 등의 자연재해를 겪게 되기도 하고,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는데 그게 돌이 아니라 황금일 때도 있다.


’아마도 이 여자는 행운을 타고나진 못했겠지.‘


이 [뜻밖의 여정] 특성은 피아구별을 하지 않는다.

라피스의 주위에 있던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라피스가 겪는 ’뜻밖의 사건‘에 휘말렸을 테고, 그것이 라피스를 저주받았다고 손가락질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흥.“


나는 콧방귀를 뀌었다.


”이봐, 당신.“

”...뭐죠?“

”당신이 무슨 저주를 받았든, 그게 이 배에 영향을 줄 수나 있을 거라고나 생각해?“


뒤를 가리켰다.

수십의 오크 스켈레톤, 아까부터 뻔질나게 갑판을 달리고 있는 해골 쥐들.


라피스는 그걸 보며 잠시 말을 잊은 듯 멍하니 있었다.


”여긴 유령선이야, 해골들이 살아나서 뛰어다니는, 그야말로 저주받은 배지.“


그대로 조타륜을 붙든 라피스의 손을 붙들었다.


”어...!“

”앞을 잘 봐.“


조타륜의 일직선상.

검은 돛 너머로 길게 이어진 수평선과 그 위에 떠오른 두 개의 태양이 보였다.


”이게 유령선의 항해사가 바라보는 풍경이다.“


타륜을 움직였다.

갑판처럼 흑목으로 만들어진 검은 타륜이 매끄럽게 손을 따라 움직이자, 선체가 움직이며 풍경이 바뀌어 가기 시작했다.


거대한 세상을, 나 홀로 중심에서 관망하는 듯한 고양감.

그것이 맨 처음 내가 유령선의 조타를 잡았을 때 느낀 감각이었다.


”자, 그럼 맡긴다.“

”아...네, 네?!“


그대로 떨어지자, 라피스가 화들짝 놀라면서 조타륜을 붙잡았다.


”어디 가요?!“

”난 할 일이 있어서~“

”아니, 이봐요, 잠깐, 야!“

”야?“

”아, 아니...타륜 맡겨놓고, 어디...가냐고요....“


내 눈치를 보는 라피스를 보며 픽 웃었다.


”말했잖아, 해골 퍼레이드를 보여주겠다고.“


난간에 도착한 나는 일렬로 선 오크 스켈레톤들을 바라봤다.


”제군들, 준비는 됐지?“

으드드드득!

뜨드드드득!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는 녀석들.

나는 다시 난간에 발 한쪽을 얹은 채 아래를 내려봤다.

유령선의 그림자에 반쯤 먹혀버린 황금 해적단의 배가 보였다.


”그럼, 투하!“


휙, 높게 치켜든 검지가 아래를 향해 내리꽂힌 순간.


드드득!


난간에 일렬로 선 오크 스켈레톤들이 아래를 향해 주저 없이 점프했다.


***


메리 골드는 멍하니 하늘을 쳐다봤다.

태양 두 개를 가린 선체에서 허여멀건하고 큰 무언가들이 낙하하고 있었다.


드드드득.

우드득, 드득!


멀쩡한 사람이라면 돌아갈 수 없는 방향으로 관절을 돌려대며 낙하하는 것들.

척추가 바람에 따라 깃발이 펄럭이듯이 움직이고, 두개골과 팔이 팽이처럼 미친 듯 돌아가는 해골들.


”...싫어.“


메리 골드는 그만 넋을 놓고 싶었다.


작가의말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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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18. 마경, 아마네세르 (2) 22.04.20 94 5 13쪽
17 17. 마경, 아마네세르 (1) +2 22.04.19 115 6 17쪽
16 16. 어서와요 유령의 배 (3) 22.04.18 119 6 16쪽
» 15. 어서와요 유령의 배 (2) +2 22.04.17 126 6 13쪽
14 14. 어서와요 유령의 배 (1) 22.04.15 134 9 17쪽
13 13. 유령선 (4) 22.04.14 147 8 14쪽
12 12. 유령선 (3) 22.04.13 159 7 13쪽
11 11. 유령선 (2) 22.04.12 183 9 13쪽
10 10. 유령선 (1) +2 22.04.11 210 12 14쪽
9 9. 튜토리얼의 끝 (2) 22.04.10 192 10 17쪽
8 8. 튜토리얼의 끝 (1) 22.04.09 194 9 13쪽
7 7. 노예선의 비밀 (3) 22.04.08 194 9 11쪽
6 6. 노예선의 비밀 (2) 22.04.07 211 12 14쪽
5 5. 노예선의 비밀 (1) 22.04.06 227 11 12쪽
4 4. 노예가 되었다 (2) 22.04.05 240 13 13쪽
3 3. 노예가 되었다 (1) 22.04.05 276 13 11쪽
2 2. 해적이 되었다 (2) +2 22.04.04 315 15 12쪽
1 1. 해적이 되었다 (1) +1 22.04.04 407 1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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