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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나무네 님의 서재입니다.

망겜 속 고인물이 해적질을 잘함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달나무네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2.04.04 19:09
최근연재일 :
2022.04.20 23:00
연재수 :
1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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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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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
글자수 :
117,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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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4.15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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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14. 어서와요 유령의 배 (1)

DUMMY

어둠 속,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눈동자를 라피스는 금방 눈치챌 수 있었다.

그녀가 지닌 특성 [관찰안]은 시야에 닿기만 하면 어둠 속에 숨어있는 사람 정도는 금방 인지해낼 수 있었으니까.


그래서 그녀는 지금 존나게 무서웠다.


‘저, 저게 뭐야? 저게 뭐야? 뭐냐고, 도대체...!’


시야를 꽉 찰 정도로 서 있는 거대한 해골들.

그 한 가운데에 피범벅인 남자가 자신을 바라보며 입을 비틀고 있었다.


“흡....”


직감적으로 라피스는 혀를 깨물었다.

만일 지금 비명을 지르면, 저 피투성이의 사내에게 절대 ‘좋은 일’을 당하지 않을 거란 예감에 두뇌가 본능적으로 육체를 움직인 것이다.


그리고, 비릿한 피의 맛과 향이 라피스의 두뇌를 한 번 더 일깨웠다.


‘왜 날 공격하지 않지?’


이게 함정이라면, 라피스는 들어오는 순간 해골들의 습격에 의해 죽어야만 했다.

저 사내의 정체가 무엇일지는 모르겠지만, 사내와 해골들이 괜히 어둠 속에 숨어있는 건 아닐 테니까.


그런데, 사내와 해골들이 자신에게 덤벼들지 않았다.


왜?


‘내가 목표가 아냐.’


그렇다면 살아날 가능성이 있었다.

작게 숨을 들이키며, 라피스는 사내와 눈을 마주친 뒤 떨리는 입을 열었다.


“제발....”


통할지는 모르겠으나, 지금은 이것 말곤 방법이 없었다.


-살려주세요.


일부러 소리를 죽이고 입술만을 움직이며 사내에게 목숨을 빌었다.


대답은 금방 돌아왔다.


“쉿.”


검지 손가락을 입술에 가져다 대며, 조용히 하란 제스처를 취한 사내.


곧 그가 심해처럼 깊은 암청색 눈동자를 위로 향했다.


-아무도 없다고 외쳐.


라피스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


황금 해적단의 항해사, 올란은 해치 아래를 보았다.

사다리가 달린 기둥에 등을 기댄 채 숨을 몰아쉬고 있는 라피스가 보였다.


‘다행히 몬스터는 없나.’


올라는 이 유령선의 정체를 ‘몬스터를 불법 운반한 상선’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몬스터 거래는 불법이지만 몬스터를 길들이는 데 성공만 한다면 거금을 손에 쥘 수 있었으니까. 문제는 몬스터를 길들이는 데 실패한 순간, 선원은 몰살되고 배는 피범벅이 된 채 바다를 떠돈다는 엄청나게 큰 리스크가 있다는 것 정도?


실제로 올라는 그런 식으로 유령선이 된 상선들을 많이 봐왔다.

때문에 올라는 갑판이 피범벅인 걸 본 순간부터 해치 아래에 몬스터가 있을 거라 예상했고, 라피스를 집어넣어 어떤 몬스터인지 확인해보려고 했다.


하지만 라피스는 멀쩡히 살아있었다.


‘뭘 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배에선 떠난 모양이군.’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올라는 라피스를 불렀다.


“이봐, 아가씨!”

“아무것도 없어요!”


자신을 올려보며 앙칼지게 외치는 라피스, 그 모습에 올라는 어이가 없어 웃었다.


‘대범한 여자로군.’


평범한 사람이라면 이런 상황에 저리 앙칼진 대답을 하기보다 패닉에 빠져 덜덜 떨고만 있을 터였다.

하지만 라피스는 자신에게 욕 한 바가지를 퍼붓고 싶은 걸 겨우 참아내고 있는 얼굴이었다.


‘이따 돌아가면 캡틴한테 한번 얘기해 볼까.’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자신의 처지는 어떤지 확실히 인지하며 대처하고 있는 데다가 담력도 크다.


올라는 라피스가 나름 쓸만한 인재라 생각하며 뒤로 고개를 돌렸다. 선임 해적의 뒤에서 벌벌 떨며 힐끔 이쪽을 보고 있는 막내가 보였다.


“막내부터 들어가라.”

“네, 네? 저요?”

“그럼 최선임인 나부터 들어갈까?”

“아, 아닙니다! 제가 먼저 들어가겠습니다!”


막내는 울상을 지으며, 도살장의 소처럼 해치를 향했다.


“야, 너는 남자 새끼가 되선...어휴, 고추 떼라 임마.”

“내, 내려가고 있습니다!”


선임 해적의 갈굼에 그리 말하면서도, 막내는 해치 아래의 어둠을 보며 주저했다.

하지만 아래에서 남자도 아닌, 여자인 라피스가 멀쩡히 서서 내려가려는 자신을 보고 있었다. 막내는 심호흡을 한번 하고 사다리를 타고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럼 저도 들어가겠습니다.”

“그래.”


선임 해적의 말에 올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막내와 선임 해적이 갑판 아래로 내려가는 동안 올라는 주변을 다시 한번 살폈다.

신중한 눈빛이 갑판을 훑었지만, 딱히 걸리는 건 없었기에 올라도 마음을 놓고 해치 아래로 발을 내디뎠다.


“으, 어두워....”


가장 먼저 바닥에 도착한 막내는 주변을 감싸고 있는 까마득한 칠흑에 얼굴을 찌푸렸다.

햇빛이 닿지 않는 어둠 속에는 꼭 무언가 도사린 것만 같아 자연스레 팔에 닭살이 돋았다. 막내는 양팔로 팔을 비벼대면서 위를 바라봤다.

선임 해적과 올라가 내려오면서 진 그림자가 가뜩이나 없는 햇빛마저 막아대고 있었다.


“후우.”


다시 한번 심호흡을 한 막내는 은근슬쩍 라피스가 있던 방향으로 발을 옮겼다.


아니, 옮기려 했다.


“...어라?”


막내는 당황 어린 소리를 냈다.

방금까지 곁에 서 있던 라피스가 없어졌다.


‘어디로 갔지?’


라피스를 찾기 위해 주변을 둘러보던 막내는 곧 얼음이 된 것처럼 몸을 굳혔다.


어둠 속, 떠오르는 무언가가 있었다.


“무슨 일이냐? 여자는?”


이어서 바닥에 도착한 선임 해적이 막내를 향해 물었지만, 막내는 대답할 수 없었다.

대신 선임 해적은 무언가 줄줄 흐르는 소리를 들었다.

너무나도 익숙한 소리에 선임 해적은 자기도 모르게 막내의 하체를 내려다보고, 놀라서 소리쳤다.


“뭐, 뭐야! 막내, 너 지렸어?!”


막내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어깨를 붙잡은 그는 곧 알 수 있었다.

막내가 흘리고 있는 건 소변만이 아니었다. 막내는 두 눈 가득 닭똥같은 눈물을 흘리며 입술을 파르르 떨고 있었다.


“야, 막내 왜 이래?”


마지막으로 도착한 올라가 막내의 얼굴을 보며 선임 해적에게 물었다.

선임 해적도 난색이 되어 고개를 저었다. 막내가 왜 이러는지 알 수 없었으니까.


“어, 으...어....”


그때, 막내가 괴상한 신음을 내며 덜덜 떠는 손을 들었다.

진동이 울릴 정도로 흔들리는 손가락이 어둠 속을 가리켰고, 선임 해적과 올라는 자연스레 손가락 끝으로 시선을 향했다.


그리고 그들은 볼 수 있었다.


뚜둑.

드드득.


어둠 속에서 빛나고 있는, 자신들을 바라보는 11쌍의 녹색 안광을.


“으, 으아아악! 유, 유령이다!”


먼저 비명을 내지른 건 선임 해적이었다.

같이 몸이 굳어있던 올라는 선임 해적의 비명 덕에 퍼뜩 정신을 차리며 움직일 수 있었다.


‘도망쳐야 된다.’


저 어둠 속에 있는 것이 무엇인지는 몰랐다.

하지만, 지금 비명을 지른 선임 해적에게 시선을 쏠린 걸 볼 수 있었기에 올라는 서둘러 사다리를 향해 손을 뻗었다.


‘유령 같은 게 있을 리가 없어. 있어도 몬스터의 변종이겠지!’


선임 해적도, 막내도 챙길만한 여유는 없었다.

지금이 아니라면 이 선실을 탈출할 방법이 없을테니까.


뜨드드득.

우드득, 드득!

“아, 아아아악!”


올라는 입술을 깨물며 사다리를 올랐다.


‘캡틴한테 전해야 해...!’


등 뒤로 들려오는 끔찍한 소리와 부하의 비명을 대신 올라가 택한 것은 품 안의 통신기였다.

한 손에 들어올 정도로 작고, 매끈한 타원형의 물체를 품에서 꺼내면서 올라는 급하게 마나를 통신기에 불어넣었다.


기하학적인 문양이 새겨진 원판.

중앙에 박혀있는 구슬이 주황빛으로 번쩍이는 순간 올라의 귀에 낯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어머, 무슨 일이야?


캡틴, 메리 골드에게 직통으로 연결되는 통신기.

올라는 사다리를 오르며 통신기에 대고 급하게 외쳤다.


해치 밖이 멀지 않은 상황이었다.


“비상입니다! 여기는―”


그 순간, 올라의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웠다.


따다다닥.

따닥? 따다닥.


가죽도 살도 없는, 오로지 해골뿐인 쥐.

상식적으로 움직일 수 없는 그것들이 해치 위에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있을 리 없는 풍경에 올라는 평소라면 말할 리 없었던 말을 입에 담았다.


“―진짜, 유령....”

-뭐?


메리 골드의 반문에 대답할 여유는 없었다.

아래에서, 여전히 비명이 들려오는 어둠 속에서 마치 납덩이마냥 무겁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닫아.”


끼이익, 눈앞에서 해치가 닫혀갔다.

화사한 태양 빛 아래, 해골 쥐들이 합심해 해치를 닫는 그 모습이 너무나 비상식적이고 괴이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

단 한 번도 마주친 적 없는, 해골뿐인 그것들을 보며 올라는 자신이 현실이 아니라 지독한 악몽을 꾸는 게 아닌가 하는 착각마저 들었다.


“아―”


그리고 어느새 자신의 몸이 공중에 붕 떠올라 있음을 깨달았다.

어둠 속의 무언가가, 자신의 목덜미를 잡고 저 끔찍한 비명 속으로 끌어당기고 있었다.


올라는 젖 먹던 힘까지 짜내 통신기를 쥔 손을 들었다.


“캡틴, 절대로 유령선에―!”


오면 안 됩니다.


말을 끝맺기 전에, 올라는 어둠 속으로 완전히 사라졌다.


***


-캡틴, 절대로 유령선에―!

-쿵!


갑작스럽게 귀를 테러하는 소리에 메리 골드는 인상을 찌푸리며 통신기를 바라봤다.


“절대로, 뭐? 올라? 올라??”


하지만 더 이상 올라에게서 연락은 없었다.

의아한 눈으로 메리 골드가 통신기를 바라봤을 때, 통신기의 구슬은 빨간색으로 점멸하며 끊임없이 삐이이― 시끄러운 소리를 내고 있었다.


연결이 끊겼다는 의미였다.


‘뭔가 일이 생겼나?’


메리 골드의 호박빛 눈동자가 바다 위에 떠 있는 흑단의 유령선을 향했다.

단순히 빈 배를 인양하기만 하면 끝이라고 생각했는데, 기이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머릿속 한 편에서 일순 ‘이것들이 장난을 치나?’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럴 리 없었다.


‘올라가 이런 장난을 친 적은 없었는데.’


까득, 메리 골드가 금빛으로 빛나는 엄지 손톱을 깨물었다.


비상, 진짜 유령, 절대로.


올라가 통신기에 마지막으로 언급한 말들을 곱씹던 메리 골드는 여전히 경고음을 뱉고 있는 통신기를 끈 뒤, 근처에 대기하던 부하를 불렀다.


“얘.”

“네, 캡틴!”

“오로 호로 돌아가자, 애들 다 모아.”


심상치 않다.

메리 골드는 가슴 품에서 어머니의 유품인 로켓 펜던트를 매만지며, 자신의 배이자 황금 해적단의 본신인 ‘오로 호’로 향했다.


뒤에서 부하가 다급히 쫓아오며 물었다.


“캡틴, 그게 무슨 소리십니까? 아직 상선을 다 털지도 못했습니다!”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냐.”

“...예?”


우선 확인해봐야 했다.

저 유령선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한 번 더 말하게 하지 마. 상선 녀석들은 일단 묶어서 여기 어디든 가둬두고, 애들 다 갑판으로 집결하라고 해.”

“아, 예, 전원 다 오로 호에 집합하라고 하겠습니다!”


부하는 흠칫 놀라며 대답했다.

메리 골드가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평소와 달리 너무나 날카로웠기 때문이다.


‘엄마, 괜찮겠죠?’


다시 한번, 메리 골드는 자신의 로켓 펜던트를 한 손으로 꼭 쥐었다.

올라는 그 사건에서 끝까지 자신을 지켜준 든든한 호위이자, 자신의 어머니를 기억하는 얼마 안 남은 사람 중 하나였다.


꼭 자신의 곁에 있어야만 했다.


-캡틴, 절대로―


올라의 경고가 다시 한번 귀에 울렸지만, 메리 골드는 무시하고 오로 호에 올랐다.


***


“음, 이건 예상 못 했는데?”


손으로 망원경을 만들어 황금 해적단을 관찰하던 나는 헛웃음을 지었다.


“해적왕, 왜 벌써 본체가 오는 겁니까?”

[아무래도 우리 함정에 처음 걸려든 녀석들이 생각보다 소중한 놈들인가 보구나.]

“예? 해적들이 그런 의리가 다 있어요?”

[해적이라서 그런 의리가 있는 거다. 이놈, 해적을 우습게 보지 말아라.]


해적왕의 따끔한 말을 들으며 나는 머리를 긁적였다.

딱 봐도 이쪽 유령선과 두 배는 크기 차이가 나는 배가 서서히 상선에서 벗어나 이쪽으로 오고 있었다.


나는 슬쩍 뒤를 돌아봤다.


“끄으으....”

“엄마...엄마....”

“.......”


반죽음된 채 중앙의 돛 기둥에 묶여있는 세 명의 해적들이 보였다.

둘은 기절해있고, 제일 젊어 보이는 하나는 넋이 나가서 자꾸 자기 부모를 찾고 있었다.


“어떡하죠, 전면전은 계획에 없었는데.”


‘어서와요 유령의 배’ 계획에 전면전은 애당초 기획하지 않았다.

【어머니】의 선물 덕에 이쪽도 전력이 많이 강화돼서 이길 순 없어도 지진 않겠지만, 전면전은 너무 소모가 컸다.

한참 머리를 긁적이는 나를 보던 해적왕이 당당하게 말했다.


[놈들은 전면전은 하지 않을 거다.]

“저렇게 위풍당당하게 오고 있는데요?

[허세지, 저놈들을 되찾으려고 오는 거라면 저쪽이 먼저 함포를 발사할 일은 없을 거다.]


저 사람들이 그만큼 인재인가.


‘아니면 ’사람들‘이 아니라 ’사람‘일 수도 있지.’


가장 나이 든 해적을 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저, 저기....“


바로 옆, 라피스가 불안한 얼굴로 나를 보고 있었다.

여전히 내가 무서운 건지, 일정 거리 이상으론 다가오지 않고 멀찍이 서서 내 눈치를 보고 있는 라피스를 보며 얕게 한숨을 흘렸다.


- 대상이 당신에게 미약한 적대감을 갖고 있습니다.


혀를 차고 싶은 기분을 참았다.

왜 내가 원하는 인재는 항상 날 원하지 않을까?


‘수인들은 그냥 목숨 구해줬다고 곧바로 선원이 되겠다고 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수인들은 정말 편한 케이스였다.

여전히 불안한 눈빛으로 날 훔쳐보는 라피스를 향해 물었다.


”이봐, 당신.“

”네, 네?“

”저 배로 다시 돌아갈 거야?


그렇게 물으며 상선을 가리켰다.

당연히 돌아간다고 대답하겠지 싶었는데, 묘한 일이 일어났다.


상선을 바라보던 라피스가 얼굴을 팍 찌푸렸던 것.

곧 서둘러 표정을 고쳤지만, 이미 늦었다.


“...네, 돌아가야...겠죠.”


호오, 이것 봐라?

나는 혹시 몰라서 조금 더 떠봤다.


“내가 이대로 가버리면, 해적들은 다시 상선에 돌아갈 거야.”

“...갈 건가요? 이대로?”

“글쎄.”


라피스는 곤란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다물기를 반복했다.

가만히 보고 있기엔 답답하고, 시간도 없기에 바로 본론을 꺼냈다.


“이건 어떨까.”

“...?”

“해적들은 내가 쫓아내주지, 대신 그쪽은 내 부탁을 하나 들어줘.”

“부탁이요?”


목소리에 경계가 묻어났다.

라피스를 보니, 앞섬을 여미며 나를 째려보고 있길래 깊게 한숨을 내쉬면서 손을 내저었다.


“그런 게 아냐.”

“...그럼?”


나는 다시 한번 상선을 가리켰다.


“저쪽에서 내 정체를 물으면, 적당히 둘러대 줬으면 좋겠어.”

“왜죠?”

“솔직하게 말하지, 내가 어떻게 보여?”


라피스는 내 질문에 나를 위아래로 한번 훑어보더니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수상한...사람이죠?”

“그래, 내 입으로 말하긴 뭣하지만 난 엄청나게 수상한 사람이지. 해적을 쫓아낸다 한들 상단한테 신용을 받기는 힘들 거야. 그런 족속이잖아? 거기는.”


내 말에 라피스의 얼굴이 조금 흔들렸다.


‘확실해.’


반응을 보니, 상선과 트러블이 있는 게 분명했다.


‘잘만 파고들면, 어떻게든 선원으로 영입할 수 있겠어.’


나는 속으로 그리 생각하면서 일부러 과장되게 어깨를 으쓱였다.


“당신은 저 배의 항해사일 거 아냐? 그럼 발언권도 좀 있겠지.”

“...당신 생각만큼 잘 될지는 몰라요. 저들한테 저는 저주받은 여자에 불과하니까.”

“저주받은?”

“웃기는 얘기죠. 여자가 항해사를 하고 있으니 온갖 나쁜 일이 생기는 거라는, 그냥 흔한 미신일 뿐인데....”


마지막 말은 사실상 넋두리에 가까웠다.

중얼거리던 라피스는 곧 나를 보고는 흠칫거리며 헛기침을 했다.


“아무튼, 노력은 해볼게요.”

“무조건 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보단 믿음직하군, 그래.”

“그래서, 저들을 어떻게 쫓아낼 생각이에요?”


라피스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딱, 손가락을 튕겼다.


<부르셨습니까, 선장님.>

“꺅?!”


갑자기 허공에서 들려온 여성의 목소리에 놀란 라피스가 주변을 두리번 거렸다.


“너무 놀라지 마, 이 배의 착한 유령이니까.”

“착, 착한 유령이요?”

“그래, 나쁜 유령은 이쪽.”


내가 해치를 가리키자, 해치가 덜컹 열리며 오크 스켈레톤들이 선실에서 기어 나오기 시작했다.


“히익...!”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뼈는 어둠 속에서 바라봤을 때보다 더욱 기묘한 느낌을 선사했다.


“해적왕, 저쪽이 전면전을 벌이지 않는다는 추측, 믿을 수 있죠?”

[단언하지, 놈들은 전면전을 벌이지 못해.]

“그럼 방법은 간단하네요.”


이야기가 빠르게 진행된다면, 이쪽은 환영이지.


“아이텐 카르니스, 중간 단계는 건너뛰고 최종 단계로 넘어가자.”

<알겠습니다, 선장님.>


부우우―


<캡틴 오더 ‘어서와요 유령의 배’, 최종 단계 돌입을 선포합니다.>

<유령 해적단은 각자 위치로 이동하십시오, 유령 해적단은 각자 위치로 이동하십시오.>


뱃고동 소리와 함께 유령선이 흔들거리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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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15. 어서와요 유령의 배 (2) +2 22.04.17 125 6 13쪽
» 14. 어서와요 유령의 배 (1) 22.04.15 133 9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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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2. 유령선 (3) 22.04.13 155 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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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3. 노예가 되었다 (1) 22.04.05 275 13 11쪽
2 2. 해적이 되었다 (2) +2 22.04.04 315 15 12쪽
1 1. 해적이 되었다 (1) +1 22.04.04 405 1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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