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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나무네 님의 서재입니다.

망겜 속 고인물이 해적질을 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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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나무네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2.04.04 19:09
최근연재일 :
2022.04.20 23:00
연재수 :
19 회
조회수 :
3,611
추천수 :
182
글자수 :
117,054

작성
22.04.06 23:20
조회
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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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글자
12쪽

5. 노예선의 비밀 (1)

DUMMY

딱, 따닥!

한가득 닭 뼈를 물고 온 해골 쥐들을 보며 검지로 조용하란 제스처를 취했다.


“쉬잇-!”


우리 알파 집중력 깨지면 너희들이 책임질 거야?


다른 해골 쥐들이 시무룩한 표정을 지은 채 구석에 닭 뼈를 내려놓고 쥐구멍으로 사라졌다.

힐끔 보니, 3일 동안 모은 닭뼈들의 양이 꽤 됐다. 슬슬 숨기긴 힘들 정도였다.


여하튼 난 다시 알파를 향해 시선을 향했다.


‘쥐가 그림을 그린다니.’


지금 알파가 모래를 파헤치며 그리고 있는 건 바로 배의 구조도였다.

이건 지금까지 학계에서 발견하지 못한 쥐의 천재성―은 당연히 아니고.


‘나랑 어느 정도 지능을 공유하는 느낌?’


알파를 소환하고 하루쯤 지났을 때, 내가 할 수 있는 대부분의 일은 알파도 할 수 있다는 걸 알았다. 체구의 차이 때문에 시킬 수 있는 일에 한계가 있을 뿐이지.


물론, 바로 그 체구 때문에 생기는 장점도 존재한다.


따다닥!


이렇게 선원들에게 들키지 않으면서 배의 구조를 파악할 수 있는 건 쥐 정도밖에 없으니까.


솔직히 맨 처음에 알파를 부활시켰을 때는 본능에 따라서만 움직이길래(첫날 내 식사는 치즈 두 덩이였다.) 많이 불안했는데 시간이 지나갈수록 똑똑해지는 게 보이니 다행이었다.


찰싹!

“아! 집중하고 있어!”


따가워라.

난 너 때문에 다른 쥐들한테 야단까지 쳤는데.

억울한 마음을 담아 알파를 좀 흘겨봤다가, 구조도로 시선을 돌렸다.


‘3층 구조.’


세 갑판으로 나눠진 구조도.

맨 위의 1층은 돛과 대포가 있는 선상이다.

그리고 선장실 또한 1층에 있었다.


“역시 선장실에는 못 들어갔어?”


이것저것 표시된 곳과 달리 텅 비어있는 선장실을 손가락으로 툭툭 두드리며 물었다.


따닥······.


시무룩하게 앞니를 부딪히는 알파.

괜찮다는 의미로 알파의 두개골을 쓰다듬어줬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억지로 잠입했다가 선장에게 들키는 것보단 낫지.


‘2층은 선원실, 주방, 화약고에······ 내가 갇혀 있는 창고.’


툭, 검지로 2층의 가장 오른쪽 구석을 짚었다.


‘아니, 사실 창고라고 하기엔 좀 어폐가 있지.’


주변을 둘러보면 철창들과 그 안에 있는 구속구들이 보였다.

구속구를 쓴 흔적은 남아있었지만, 케케묵은 먼지를 보니 몇 달은 사용하지 않은 듯 했다.

그렇다고 배 운행을 몇 달씩 안 한 것 같지는 않으니, 뭔가 숨기고 있는 게 분명했다.


‘하는 짓들을 보면 뭘 숨기고 할 정도로 머리가 좋아 보이진 않지만.’


사람 일은 모르는 거다.

‘그런 사람 같아 보이지 않았어요.’ 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닌 것처럼.


‘역시 3층이겠지.’


시선을 돌려 구조도의 3층을 바라봤다.

선장실과 동일하게 텅 비어있는 장소.


‘알파가 선장실에 못 들어간 이유는 대강 짐작이 돼.’


아마도 ‘격’의 차이 때문일 것이다.

[해골 소환]을 할 때에도 보였던 ‘격’이라는 단어, 그건 그.디.온에서 ‘레벨의 차이’를 의미한다.


즉, 알파가 선장실에 들어가지 못한 건 그만큼 큰 레벨의 차이를 느꼈기 때문일 것.


‘하지만 3층은 달라.’


쥐를 7마리나 풀었는데, 3층의 ‘어떤 장소’에는 한 마리도 들어가지 못했다.


‘심지어 알파조차 구조도를 그리면서 위화감을 느끼는 게 전부야.’


오히려 직접 그 장소를 보지 못했던 나만 3층의 빈 장소를 알아챌 수 있다는 건······.


‘아마도, 인식 방해의 마법.’


하지만 외부인이 특정할 수 있다는 건, 높은 수준의 마법은 아니라는 소리다.


‘그 프록이란 놈이 건 마법이겠지.’


여기서 제대로 된 마법을 쓸 수 있는 건, 마법사의 제자라고 불렸던 그 녀석 정도밖에 없을 테니까.


‘여기서 나가면 바로 3층부터 조사해야겠어.’


일단 여기에 튜토리얼 클리어의 힌트가 있다는 건 확실한 듯 보였다.


아니, 사실 그래야만 했다.


다른 선원들은 몰라도 선장은, 고작 해골 쥐 10마리로 어떻게 할 수 없을 테니까.


“그러면 알파, 너는 다른 애들이랑······.”


계획은 대강 머릿속에 그려졌으니, 알파에게 다른 지시를 내리려던 순간이었다.


쾅!


“마법사! 다 먹었냐?”


톰이 돌아왔다.


‘젠장! 망했다!’


나는 재빨리 등을 돌려 톰의 시선 밖에서 알파를 윗옷 안으로 숨겼다.


딱, 따닥!

“응?”


제길, 가만히 좀 있어.

마음속으로 절실히 부탁해봤지만, 내 부탁은 전달되지 않은 모양이었다.


“으윽!”

“어이, 뭐 하고 있어?”


갑자기 갇힌 것에 놀랐는지, 알파가 내 배 위에서 격렬히 요동쳤다.


“야! 배 감싸고 뭐해? 뭘 숨긴 거야?”

“아, 아무것도, 아무것도 아닙······아!”


알파의 뼈에 배가 쓸렸다.

아씨, 아프잖아!

옷 안에서 열렬히 날뛰는 알파를 제압하기 위해 팔로 끌어안았지만, 역효과만 났다.


“아, 윽! 아!”

“······이봐?”

“괘, 괜찮, 아, 안돼!”


꿈틀꿈틀거리던 알파가 갑갑했는지, 결국 발톱으로 옷을 찢기 시작했다.


찌이익.

딱, 따닥!


감옥에 울려 퍼지는 소리들.

여기까지 들렸으면 이젠 틀린 거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일단 최선을 다해 알파를 붙잡으려 했다.


“나온다······안돼, 나오지 마······!”


찌익, 찌이익.


“뭐, 뭐, 뭐가, 나, 나온다, 는 거, 거······.”

“아악!”


성급히 알파의 발톱을 막으려다 손이 찔려서 소리를 질렀다.


동시에, 내 손에서 자유가 된 알파는······.


부우우욱.


내 옷을 찢고 튀어나왔다.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아악!”


그야말로 순식간이었다.

예상하지 못한 가냘픈 비명이 내 귀도 함께 찢어버리겠다는 듯 고막을 관통한 건.


“아······ 귀 아파······.”


무슨 음파 공격도 아니고, 귀에서 이명이 들려오는 수준이다.

순간적으로 눈감고 귀를 막을 정도로.


찰싹, 찰싹!

“아, 아, 미안해, 아니, 근데 숨길 곳이 마땅치 않았거든?”


다리에서 느껴지는 따가움에 변명 아닌 변명을 하면서 눈을 떴다.


“뭔 꼬리가 회초리처럼 아······파?”


부글부글.

흰 거품을 문 채, 바닥에 쓰러진 톰이 보였다.


“······으응?”


뭐야, 진짜 기절했어?

혹시 몰라서 검지로 볼도 꾹꾹 눌러봤지만 반응이 없었다.


“흰자위만 보이고, 부들부들 떠는 거 보니까······ 기절한 건 맞는데······.”


왜?


잠시 곰곰이 이 상황을 생각해보던 난 곧 깨달았다.


“아!”


그래, 이곳의 문화 수준은 끽해야 17세기.

고의는 아니었지만, 생각해보니까 방금 나와 알파가 보여준 그건······.


“이런.”


갑자기 미안해지는데.

뒷목을 긁적이다가 사고를 바꾸기로 했다.

생각해보면, 3세기나 미래의 작품을 미리 본 일생일대의 기연이잖아?


“일단 수갑부터 풀까.”


잘 된 게 잘 된 거지 뭐.

깊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아.”


넝마가 된 옷도 갈아입어야지.


***


“음, 잘 맞네.”


소매가 조금 널널하긴 한데, 그래도 지금까지 철창에서 3일간 씻지도 못한 채 구르던 걸레짝보단 훨씬 낫다.


‘조금 땀······ 아니, 이건 바다 짠내다.’


바다 짠내여야만 했다.

바다 짠내가 나는 옷을 입은 채, 나는 내 명령을 대기하고 있는 정예병들을 바라봤다.

기절한 톰 위에 세 마리의 해골 쥐들이 서있었다.

왼쪽부터 알파, 레미, 그리고 다른 놈들보다 덩치가 두 배는 큰 제리까지.


‘······저거 쥐는 맞지?’


뼈 형태를 보면 쥐는 맞는 것 같은데.

아무튼.


“자, 이제부터 우리는 빠르게 돌파할 거야.”


아까 톰이 기절할 때 내지른 소리 공격은 솔직히 무시 못 할 수준이었다.

바깥에서 누군가는 분명히 들었을 터.

곧바로 들어오지 않는 건, 아마 내 비명으로 착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옷을 갈아입는 동안, 계속 밖에서 웃고 떠드는 소리밖에 안 들렸어.’


도중도중 “야, 적당히 해라, 톰!” 뭐 이런 소리도 들었고.

무슨 착각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한텐 시간을 벌어준 셈이니 다행이었다.


“레미, 너는 내 머리 위에 올라타.”

따딱.


손을 뻗자, 레미가 다다다 내 손을 타고 머리 위에 안착했다.

레미는 내 권속인 해골 쥐들 중 가장 몸집이 작았다.


‘그래서 배의 구조를 누구보다 빠삭하게 잘 알지.’


구조도는 알파가 그렸지만, 알파는 어디까지나 쥐들의 대장으로 보고 받은 걸 종합한 것에 불과하다.


가장 많이 이 배를 탐사했던 건 레미.

레미는 내가 혹시라도 잘못된 방향으로 가지 않도록 길잡이를 해줄 것이다.


“제리, 너는······?”

따다다다다다다다닥.


움찔, 놀라서 잠시 말을 멈췄다.

톰을 바라보면서 열렬하게 앞니를 부딪치는 제리.


‘워, 원한······ 관곈가······?’


하기사, 제리도 톰이 잡아 온 쥐들 중 하나였다.

생전의 기억이 남아서 톰을 원망하고 있다고 해도 이상하진 않지.


‘어차피 톰을 감시할 녀석도 하나 남기긴 해야 했고.’


가장 덩치가 커서 전투원으로 데려가려 했는데······.


따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닥!


······쟤는 좀 같이 다니기 무섭다.


“너는 여기서 톰이 풀려나지 않게 감시해······.”


제리는 내 말에 수긍했는지 고개를 끄덕이고는 톰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덜그럭, 덜그럭.


······저거, 방금 웃은 건가?


“크흠, 알파. 넌 뭘 해야 하는지 제일 잘 알고 있지?”

따닥.

“그래, 가서 할 일 하고.”


알파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철창 사이 쥐구멍 속으로 쏙, 들어갔다.


곧 머리 위로 쥐가 달려가는 소리가 작게 울렸다.


이제 알파는 제리와 레미를 제외한 다른 쥐들을 모아서 화약고로 향할 것이다.


‘좋아, 준비는 끝났어.’


이제 이 세상에 빙의한 이후로 첫 전투를 벌일 시간이었다.

나는 모아놨던 닭 뼈를 전부 주머니에 넣은 채 선실의 문을 열었다.


“응?”

“어?”


나가자마자 마주친 건 탁자에 앉아있던 두 명.

카드 놀이를 하고 있었는지 탁자 위에는 카드 몇 장과 동전이 보였다.


”뭐야?! 너 어떻게 나온―“


인사는 필요 없겠지.

나는 닭 뼈 하나를 집어 던졌다.


”부활해라!“

- [당신의 영혼 아래 새로운 권속이 탄생합니다.]


닭 뼈가 순식간에 녹염에 휩싸이며 타올랐다.

이윽고 녹염 사이를 헤집으며 삐져나온 닭이 날개 뼈를 활짝 폈다.

그리고 추락했다.


”아.“


생각해보니까 닭은 애당초 못 날지.


”으아아악! 뭐야! 저게 뭐야!“

”우, 우아악! 다, 닭, 해골 닭!?“


뭐, 어쨌든 유효타는 된 것 같았다.

패닉이 온 것 같은 두 선원을 향해 팔짱을 끼며 외쳤다.


”죄 없는 닭을 아무렇지도 않게 먹은 죄인들아, 심판을 받아라!“

”으아아악!!“

”자, 코카트리스! 저놈들이 널 맛있게 처먹은 원수들이다! 가라!“

”우아아악! 미안해! 널 먹어서 미안해!“


톰도 그렇고 이놈들, 생각보다 심약한 듯하다.

고작 닭이 해골 상태로 되살아나서 움직이는 것뿐인데 뭘 저리 호들갑인지.


‘이대로는 낙승이겠어.’


회심의 미소를 지은 순간.


콰직!

- [당신의 권속이 죽음의 세계로 돌아갑니다.]

”코카트리스!“


누군가 휘두른 칼에 코카트리스가 단숨에 박살 났다.

거기에는 안경을 치켜올리는 낯익은 선원이 있었다.


”당황하지 마십시오!“

”프록!“

”와줬구나!“


척, 칼을 내게 겨눈 프록이 이겼다는 듯이 웃었다.


”역시, 마법사가 이렇게 쉽게 잡혀있을 리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계통의 마법은 접해본 적 없지만, 고작해야 닭 따위나 되살리는 마법. 정말 이런 걸로 탈출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까?“

”마, 맞아. 이건 고작해야 닭이야!“

”우리가 왜 겁을 먹었지?“


슬그머니 프록의 뒤로 다가가 칼을 꺼내 드는 다른 두 선원.

그들이 뒤에 있다는 생각에 더 기세등등해진 프록이 안경을 한 번 더 치켜올렸다.


”어떻게 방해석 수갑을 풀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이라도 얌전히 들어가신다면 이 이상의 무력 행사는―“

”너 방금 닭 따위, 라고 했냐?“

”······?“


하지만 그런 건 상관없었다.


코카트리스,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넌 용맹했다.

네 원수는 내가 갚아주마.


난 모아둔 닭 뼈들을 손의 마디마디에 그러쥐었다.


”너희들, 이 3일간 먹은 닭이 몇 마리인지 기억하나?“


난 기억하는데.


작가의말

WRYYYYYYYYYYYYYYYYYYYYYYYYYYYY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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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18. 마경, 아마네세르 (2) 22.04.20 94 5 13쪽
17 17. 마경, 아마네세르 (1) +2 22.04.19 115 6 17쪽
16 16. 어서와요 유령의 배 (3) 22.04.18 119 6 16쪽
15 15. 어서와요 유령의 배 (2) +2 22.04.17 125 6 13쪽
14 14. 어서와요 유령의 배 (1) 22.04.15 133 9 17쪽
13 13. 유령선 (4) 22.04.14 147 8 14쪽
12 12. 유령선 (3) 22.04.13 155 7 13쪽
11 11. 유령선 (2) 22.04.12 183 9 13쪽
10 10. 유령선 (1) +2 22.04.11 209 12 14쪽
9 9. 튜토리얼의 끝 (2) 22.04.10 191 10 17쪽
8 8. 튜토리얼의 끝 (1) 22.04.09 193 9 13쪽
7 7. 노예선의 비밀 (3) 22.04.08 194 9 11쪽
6 6. 노예선의 비밀 (2) 22.04.07 211 12 14쪽
» 5. 노예선의 비밀 (1) 22.04.06 226 11 12쪽
4 4. 노예가 되었다 (2) 22.04.05 240 13 13쪽
3 3. 노예가 되었다 (1) 22.04.05 275 13 11쪽
2 2. 해적이 되었다 (2) +2 22.04.04 315 15 12쪽
1 1. 해적이 되었다 (1) +1 22.04.04 405 1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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