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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유 87_SSD_*****

이계의 노예인생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화창
작품등록일 :
2020.05.11 10:30
최근연재일 :
2020.08.15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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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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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14,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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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29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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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83화. 전쟁(7)

DUMMY

“이이익... 이놈들이!!”


첸은 카일리의 목을 쥔 채로 옴짝달싹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카일리도 무슨 일인지 몰라 의아하긴 마찬가지였다.


그때 위쪽에서 몇몇의 사람들이 있는 게 보였다.


그들을 기환과 엘렌 그리고 루엔이었다.


세 사람은 모두 상대를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바인딩(Binding) 마법을 첸에게 사용하고 있었다. 보통 고수들은 기척을 느끼고 피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복제된 첸은 어딘가 정신적으로 불안했기에 그런 감각이 없었다.


게다가 세 사람은 혹시 그가 기척을 알아차릴까 멀리서 조심스럽게 마법을 사용했다. 잘못하다가는 그가 카일리를 죽이거나 인질로 삼았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카일리님 괜찮으십니까?”


기환의 말에 카일리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첸의 손에서 빠져나왔다. 그리고 그의 앞에 섰다.


카일리가 첸을 노려보며 싸늘하게 말했다.


“죽을 준비 됐나?”

“큭큭큭 지옥에서 기다리마. 아 니 제자는 거기서 또 괴롭혀...”


하지만 첸의 말은 계속 되지 못했다.


카일리가 손에 마나를 둘러 첸의 입을 뜯어버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첸은 입이 뜯어지고도 계속 조롱을 하듯 괴상한 소리를 내었다. 그리고 그의 눈도 미친 사람처럼 웃고 있었다.


카일리는 그 모습을 보자 더 이상 그를 상대하는 게 의미가 없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의 복부를 뚫어버렸다. 하지만 첸은 여전히 살아서 괴성을 지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기환이 말했다.


“머리를 날려야 합니다.”


카일리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아무런 주저함 없이 머리를 날려버렸다. 그러자 머리가 날아간 챈은 대회장에서 그랬던 것처럼 다른 얼굴로 변했다.


세 사람은 내려가 카일리에게 다가가 그녀를 부축했다.


“괜찮으십니까 총대장님?”


카일리는 대답대신 깊은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너희는 괜찮은가?”

“저희는 괜찮지만 콘리의 4제자는 목숨을 잃었습니다.”


기환과 엘렌이 다음 간 곳은 루엔이 있는 쪽이었다. 그곳도 어지간한 이들은 목숨을 잃거나 도망갔고, 루엔과 4제자가 힘겨운 사투를 벌였다.


하지만 기환과 엘렌이 도착했을 때는 이미 4제자가 죽고 루엔도 위태로운 상황이었다.


카일리가 부축을 거절하며 물었다.


“콘리는 아직도 오지 않았는가?”


카일리의 물음에 기환은 그녀에게 콘리에 관해 말해야 하나 고민했다. 지금이라면 그녀도 자신의 얘기를 들어 줄 것 같았다. 하지만 옆에 루엔이 과연 그 말에 동조를 할까 하는 우려도 있었다.


그러나 고민하는 사이에 루엔이 먼저 대답했다. 카일리가 루엔을 보며 물었기 때문이다. 보통 상식으로도 스승의 일은 제자에게 묻기 마련이다.


“스승님께서는 아직 도착하지 않으신 것 같습니다.”

“언제 온다는 연락도 없었나?”


그말에 루엔이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원래도 그런 얘기는 안하십니다.”


카일리는 자신의 제자가 죽었음에도 나타나지 않는 콘리에 대해 매정함을 넘어 인간성에 대한 의심까지 들었다.


카일리가 세 사람을 돌아보며 말했다.


“일단 진지로 물러나도록 하자꾸나.”


그리고 걸음을 옮기다 카일리가 휘청거렸다. 그러자 기환과 엘렌이 빠르게 그녀를 부축했다. 카일리는 다시 한 번 그들에 손길을 거절하며 몸을 곧추세웠다.


“나는 괜찮다. 잠시 쉬면 회복 될 것이니라. 너희는 괜찮다면 아직 전투 중인 자들을 도와주거라. 그리고 다른 병력들 역시 모두 진지로 후퇴시키도록 하여라.”

“알겠습니다.”


카일리는 진지로 향하다가 멈췄다. 그리고 돌아서 기환을 바라봤다.


“너의 말을 들었으면 좋았을 걸 그랬구나.”


그 말을 하는 카일리의 표정에서는 인생의 허무함이 느껴졌다. 사실 카일리는 지금 이 전쟁이 끝나면 은퇴를 해야겠다 결심한 상태였다.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카일리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다가 물었다.


“너의 스승이 저 안에 있을 지도 모르는데 괜찮겠느냐?”

“슈는 무사 할 겁니다. 아니면 제가 구하러 가면 됩니다.”


기환의 말에 카일리는 미소를 지었지만, 속으로는 안타깝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기환은 슈가 그들에게 잡힌게 아닌 이상 괜찮을 거란 믿음이 있었다. 하지만 사정을 모르는 그녀로써는 기환이 애써 괜찮은 척을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몸이 좀 괜찮았으면 도와주련만...”

“괜찮습니다. 그리고 슈도 10인 중 한명인데 괜찮을 겁니다.”

“그래 알겠다. 도울 일이 있으면 도와주마. 그리고 모두 진지로 모이면... 너의 말대로 하마.”

“병력을 뒤로 물리신다는 말씀이신가요?”


기환의 물음에 카일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물리는 정도가 아니라 퇴각한다.”


카일리의 말에 기환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루엔은 아니었다.


“남아 있는 첸만 잡으면 되는 거 아닙니까? 승리가 목전에 있습니다!”

“아니. 현재로써 어둠의 정화자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 뭐가 더 있을지 지금은 알 수 없는 이상 전쟁은 끝이다. 우리의 패배다.”

“총대장님! 아직 우리의 수가 더 많습니다!”


기환은 루엔이 갑자기 왜 이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방금 전에 첸에게서 구해줄 때만 해도 그 역시 이 전쟁에 회의적인 모습이었다. 첸과의 혈전을 하며 죽을 위기를 겪었는데 더 이상 전쟁터에 있고 싶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적극적인 주전론자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듣다 못한 카일 리가 소리를 질러 루엔의 말을 끊었다.


“그만! 더 이상 언급하지 말라.”


카일리가 목소리를 높이자 루엔은 놀란 듯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그 모습은 마치 자신이 지금 무슨 말을 한 건지 모르는 듯한 얼떨떨한 모습이었다.


카일리가 진지로 돌아가고 기환을 비롯한 세 사람은 전장을 돌며 사람들을 도왔다.


안타니우스가 있는 쪽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그곳도 마법사 협회의 큰 전력이라할 수 있는 고위 마법사들이 몰려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정공법으로 첸을 상대하다 보니 힘든 대결을 펼치고 있었다.


팽팽한 공격과 수비가 이어지는 가운데 기환일행의 참가는 전세를 바꿔놓았다. 맹렬한 공격이 계속 이어졌고, 첸은 결국 죽음을 맞이했다. 그러자 안타니우스 그랬던 것처럼 이들도 서로 자신들이 첸을 죽였다고 나섰다.


그러나 사정을 아는 이들은 이것이 부질없다는 것을 알아 신경 쓰지 않았다. 특히 안타니우스는 더 그랬다. 곧 다른 이들도 자신들이 상대한 것이 첸의 복제들이라는 것을 알고 숙연해졌다.


그렇게 전장에서 복제 첸을 퇴치하며 병력들을 진지로 이동시켰다.


다시 모인 병력들은 처음 모였을 때에 반도 안 됐다. 그리고 남은 반중에 반은 또 부상병들이었다. 결국 하루도 지나지 않아서 그 많던 병력들이 사분의 일로 줄어든 것이다. 그리고 병력들의 사기 또한 바닥이었다.


카일리가 모두를 모아 놓고 말했다.


“모두들 힘든 전투를 치르느라 고생 많았다. 여기서 진지를 해체하고 물러난다.”


카일리의 말에 한 젊은 장교가 물었다.


“진지를 뒤로 물린다는 겁니까?

“아니. 성벽 갖추어 진 곳까지 물러난다.”

“그렇다면 그곳에서 부대를 정비하시는 겁니까?”


다른 장교의 질문에 카일리는 고개를 저었다.


“그곳에서 연합군은 해산한다.”


사실상 패배선언을 하는 카일리의 말에 마법사 협회 연합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개를 떨구었다. 어제까지 만 해도, 아니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몇 몇은 희망을 가지자고 반론을 제기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총대장인 카일리 마저 초췌한 모습을 보니 그럴 엄두가 나지 않았다.


대부분이 참담한 심정으로 있는데, 그중에서 제일 참담한 사람은 안타니우스였다. 콘리의 성격에 이대로 후퇴했다가는 무슨 일이 있을지 몰랐다. 그렇지만 지금 상황에서 승리할 자신은 없었다.


‘제길 이 모든게 슈 때문이다. 그놈이 사라져서 이렇게 된 거야...’


물론 직접적인 원인은 시켜놓고 오지도 않고 있는 콘리지만 안타니우스에게 콘리를 욕할 배짱은 없었다. 안타니우스는 사후 처리를 어떻게 하고 각국의 항의를 어떻게 받아 넘겨야 하는 고민으로 벌써 머리가 아팠다.


카일리는 아직 싸움에 미련이 남은 이들을 단념시키기 위해 계속 얘기했다.


“시간이 더 흐르면 밤이 된다. 그렇다면 언데드들의 공격이 더 거세질 것이다. 그때가 되면 후퇴도 불가능 할지도 모른다.”


그 말에 다들 수긍했다. 지금도 하늘은 다시 검은 연기로 가득 차고 있었다.


마법사 협회 연합군은 명령에 따라 철수 준비를 시작했다. 기환은 자신의 막사 한 켠에서 허탈한 표정으로 멍하니 있는 카일리에게 다가갔다.


“괜찮으십니까?”


카일리는 기환을 한번 보고는 고개를 돌렸다. 아마 눈물이 좀 맺혀 있었던 것 같았다.


잠시 추스른 카일리는 다시 장군 다운 근엄한 표정으로 말했다.


“시간이 좀 지나면 괜찮아 질 것이니라. 무슨 일인가?”

“하나 여쭤보고 싶은 게 있습니다.”

“뭔지?”

“이 전쟁에 참여하신 이유가 무엇입니까?”


기환의 질문에 카일리는 시선을 외면하고 크게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잠시 아무 말이 없다가 입을 열었다.


“내 욕심 때문이다.”

“콘리가 대가를 제시했군요.”


카일리는 기환의 말을 긍정한다는 의미로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기환을 막사 안으로 데려가 계속 말을 이어갔다.


“콘리는 자신이 가진 S급 유물을 대가로 제시했다. 그것만 있으면 북방의 전쟁을 끝낼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 그리고...”


카일리는 말을 하다 멈췄다. 그리고 고개를 저으며 조금은 격양된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다... 그냥 내 욕심이었다. 최강자가 되고 싶은 욕심... 다 늙은 마당에 무슨 욕심이 그리 많은지...”

“그 유물이 굉장히 강력한 유물이었나 보군요.”

“그렇지 마법사들에게는 치명적인 유물이지. 콘리가 최강자로 꼽히는 건 그것도 큰 역할을 하고 있어.”

“뭔지 알려주실 수 있나요?”

“크게 비밀도 아니니 상관없다. 다만 이 얘기는 내 얼마 안남은 명예를 위해서라도 함구해줬으면 좋겠구나. 그래도 아직 나라의 녹을 먹고 있으니.”

“그건 염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약속드리겠습니다.”


기환의 말에 카일리가 인자한 할머니의 미소를 지었다.


“고맙구나... 콘리는 전쟁이 끝나면 나에게 탐욕의 목걸이를 주기로 했다.”


기환은 ‘탐욕의 목걸이’라는 것을 어디선가 들어본 기억이 났다.


예전에 노예시절 어빙이 그에게 관련해 얘기해 준 적이 있었다. 과거의 10인들이 서로 가지기 위해 목숨까지 버려가며 싸우게 만들었다는 그 유물이었다. 그 유물을 콘리가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 궁금증이 풀렸느냐?”


그때 한 병사가 급하게 카일리에게 달려 왔다.


“총대장님!!”

“무슨 일이냐? 적들이 처들어 온 게냐?”


하지만 병사의 얼굴에는 두려움이 보이지 않았다.


“아닙니다. 마법사 협회장님이 오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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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 93화. 전쟁(17) +9 20.08.12 235 9 11쪽
92 92화.전쟁(16) +5 20.08.09 259 10 12쪽
91 91화. 전쟁(15) +6 20.08.08 201 12 11쪽
90 90화. 전쟁(14) +5 20.08.07 270 10 11쪽
89 89화. 전쟁(13) +7 20.08.06 238 10 11쪽
88 88화. 전쟁(12) +7 20.08.05 256 13 12쪽
87 87화. 전쟁(11) +9 20.08.02 253 14 12쪽
86 86화. 전쟁(10) +7 20.08.01 277 13 11쪽
85 85화. 전쟁(9) +9 20.07.31 260 15 11쪽
84 84화. 전쟁(8) +7 20.07.30 262 11 11쪽
» 83화. 전쟁(7) +5 20.07.29 265 11 11쪽
82 82화. 전쟁(6) +5 20.07.26 286 1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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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80화. 전쟁(4) +5 20.07.24 283 11 12쪽
79 79화. 전쟁(3) +7 20.07.23 280 12 12쪽
78 78화. 전쟁(2) +5 20.07.22 306 12 12쪽
77 77화. 전쟁(1) +5 20.07.19 362 1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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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74화. 전쟁의 준비(3) +4 20.07.16 398 17 12쪽
73 73화 전쟁의 준비(2) +5 20.07.15 373 17 12쪽
72 72화. 전쟁의 준비(1) +8 20.07.12 439 19 12쪽
71 71화. 콘리(2) +7 20.07.11 418 17 12쪽
70 70화. 콘리(1) +6 20.07.10 462 1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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