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

뉴비의 운이 터져버렸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게임

비모
작품등록일 :
2022.10.06 01:17
최근연재일 :
2023.05.17 23:52
연재수 :
73 회
조회수 :
7,841
추천수 :
123
글자수 :
471,269

작성
23.03.07 23:55
조회
40
추천
1
글자
16쪽

큰 발견을 했을 때 외치는 말 (4)

DUMMY

“그래서, 이 공간이랑 네가 할 얘기가 대체 무슨 상관인 건데?”


내내 수수방관을 유지하던 ACT가 지겨우니 빨리 본론으로 넘어가라며 이를 묻자 유레카의 두 눈이 쨍한 빛깔의 사탕 껍질처럼 반딱거렸다.


언제가 됐든 아니꼬울 따름이던 ACT의 말투에도 마리오 또한 수긍하며 고개를 기울였다.


“그러니까 이 공간을 만든 이유가 애초에 현자들의 눈을 피하기 위해서고, 굳이 여기까지 우릴 데려와서 네가 하려는 이야기는 곧 트릭스터의 존재에 대한 충족이유율과 관련된 거라고 했으니까···”

“······금기. 초대 트릭스터가 죽임당한 이유.”


트릭스터는 곧 순리를 거스르는 자.


번쩍 고개를 들어 눈을 마주친 마리오와 성요한이 똑 닮은 얼굴로 경악했다.


아무리 지독한 망겜이라지만 그 생겨 먹은 꼬라지가 맘에 안 든다고 세계관 통째로 터뜨리려는 유저가 있다?


“정답.”


동시에 정답에 도달한 두 사람을 보며 유레카가 콧노래를 흥얼였다.


“얼추 맞춘 것 같으니 뭐 박수라도 쳐 줄까?”


어린아이를 어르는 듯한 말투와 달리 활짝 벌어진 입은 놀리는 양 깔깔거렸다.


“···미쳤네.”


미쳐도 단단히 미쳤어. 트릭스터 닉값도 정도 것이지. 이런 미친 종자니까 현자 놈들이 그 지랄 떨며 냅다 죽이려 들지. 진짜 이러다 게임 섭종 하는 거 아니냐.


빌어먹을 망겜이라서 그런가. 멀쩡한 사람은 다 떠나고 왜 이런 미친 종자들만 남은 건지, 마리오는 지끈거리는 이마를 부여잡으며 끄응 앓는 소리를 냈다.


혼란스럽긴 피차 마찬가지인 성요한이 앓는 소리와 함께 손바닥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이곳에서 연구하고 있던 거군요. 당신이 말했던 그, 트릭스터의 레종 데트르를 위해.”


하지만 그런 게 용납될 수 없다고 고개를 내저으며 성요한이 강하게 부정했다.


그런 그의 반응이 의외라는 듯 유레카의 눈썹 산이 삐죽 들렸다.


“그걸 성자님 쪽에서 그렇게 말을 하면 섭섭하지.”


유레카가 빈정대며 입꼬리를 비틀었다.


“그쪽이야말로 누구보다 치열하게 순리를 거스르는 중이잖아. 안 그래?”

“아뇨.”


허나 성요한은 재차 반박했다.


“비교하지 마시죠. 이건 제 경우와 궤가 다른 이야깁니다. 적어도 전 저 자신의 성질을 거슬렀을 뿐 제가 아닌 다른 무언가를 바꾸려 하진 않았으니까요.”


아니, 그것도 그다지 정상은 아닌 것 같은데요.


스킬을 쓰기만 하면 피를 철철철 토해내던 성요한을 떠올리며 이단이 조용히 부정했다.


마찬가지로 아니꼬운 태를 숨기지 않던 유레카가 잠시 눈을 들어 생각하는가 싶더니 이내 순순히 수긍하며 어깨를 으쓱였다.


“하긴, 이런 웃긴 생각은 아무나 못 하긴 하지? 그러니까 그쪽 성자님 꿈이 나보다 작았던 걸로 하자.”


그럼 내가 이긴 건가? 유레카가 당당하게 어깨를 쭉 폈다.


“결론이 왜 그렇게 되는데. 그리고 댁 꿈은 좀 사이즈를 줄일 필요가 있거든?”

“뭘 모르네. 원래 꿈은 원대하게 갖는 거야.”


유레카의 너스레에 마리오가 치솟는 혈압을 이기지 못해 뒷목을 부여잡았다.


“두 번 원대하다간 아주 지구도 멸망시키겠다, 어?”


당장이라도 고혈압으로 뒤로 넘어갈 것 같은 마리오에 절로 간질대는 귓바퀴를 매만진 유레카는 성가시다며 더 들을 것도 없다는 듯 까딱 손끝을 구부렸다.


“뭐, 됐어. 그쪽들 의견은 대충 잘 알겠으니까.”


그러니 도와줄 거 아니면 이제 그만 빠져.


유레카의 손짓에 끼기익, 허공에 인위적인 파문이 일었다.


“뭐? 야, 이···!”


그 움직임을 뒤늦게 눈치챈 마리오가 흠칫 몸을 틀까, 그들이 방을 들어서는 순간부터 잔뜩 숨을 죽인 채 거미줄처럼 차근차근 그들의 주위를 에워싸고 있던 투명한 와이어가 끼기긱, 대기를 긁어내리며 기다렸다는 듯 걸림돌 셋을 옭아매 허공에 거꾸로 매달았다.


“야 이 자식아!!”


내가 이럴 줄 알았지! 왁! 마리오가 소리를 질렀다.


“야!! 우릴 이 꼴로 만들어놓곤 뻔뻔하게 뭐라고? 불~리이?!”


대충 잘 알긴 뭘 잘 알아!! 마리오가 삐죽 튀어나온 발을 산발적으로 흔들며 바락 역정을 냈다.


“그럼 2:1인데 소수인 내 쪽이 당연히 불리하지 않겠어?”


이거 봐, 너무 겁이 나서 오금이 다 저릴 지경이라고. 보란 듯 주먹을 쥐고 무릎을 통통 두드리는 유레카에 마리오의 얼굴에 열이 솟구쳤다.


“댁은 여기가 홈그라운드잖아! 뭐든 홈경기 때리는 쪽이 더 유리한 거 몰라?!”

“아, 그런 식으로도 볼 수 있나? 그건 미처.생각 못 했네. 내가 스포츠엔 영 관심이 없어서.”


아무렴 내 알 바겠어? 어깨를 으쓱인 유레카가 흘러내린 머리칼을 귀 뒤로 넘기며 웃었다.


“뭐, 됐고. 주변에서 아무리 뭐라 하든 결국 본인만 허락하면 되는 거 아니겠어?”


천연덕스럽게 넘기는 목소리가 가증스러워 마리오의 몸부림이 더욱 거세졌다.


“저기. 발길질하는 건 네 자윤데, 내가 비위가 약해서 말이야. 이왕이면 다른 델 보고 해주면 좋겠어.”


훠이훠이, 유레카는 이제 중요한 순간이니 초 치지 말라며 못내 거슬린 세 사람을 한구석으로 치워냈다.


그리고 그 당황스러운 광경에 뭔가 할 생각도 못 하고 멀뚱하니 눈을 깜박이는 낯짝을 올려다보며 언제 농이나 치고 있었냐는 듯 결연한 얼굴을 했다.


저만 쏙 빼놓고 천장에 매달린 셋을 허무하게 올려다보던 이단은 큼큼 헛기침을 하며 주의를 끄는 유레카에 멈칫 시선을 내렸다.


“우선 다짜고짜 이런 말을 해서 미안하지만, 난 당신이 내 연구를 위한 완벽한 샘플이라고 생각해.”

“어, 음, ···왜요?”


뜬금없는 소리에 미미하게 의문이 서린 얼굴에도 유레카는 흔들림 없는 표정으로 그와 대치했다.


“그야, 네가 마지막, 운의 언리밋이니까?”

“···예?”


그조차도 잊고 있던 사실을 알아챈 유레카에 이단이 얼떨떨한 얼굴로 턱을 아래로 툭 떨어뜨렸다.


“설마, 모를거라 생각했어?”

“······.”


애초에 생각조차 안 했는데요. 당혹과 떨떠름함이 교차하는 얼굴에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유레카의 입매가 좌우로 기다랗게 늘어졌다.


애초에 그에겐 자신의 와이어가 통하지 않을 걸 알았기에 어쩔 수 없이 저 세 사람만 천장에 매달은 유레카였다.


아무렴, 애초에 움직일 의지가 없는 이를 매달아 봤자 제 힘만 낭비하는 꼴이었다. 물론 가능했더라면 좀 더 설득하기 쉽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은 어쩔 수 없지만 서도.


이단은 몰랐겠지만 당연하게도 앞선 검사는 그저 단순한 검사가 아니었다.


애초에 그 난리법석을 떨었는데 그냥 검사일 리 있겠어? 처음부터 이 몸뚱이가 보통과 다르다는 걸 알았고, 이를 눈치챈 이상 그냥 넘어가는 건 지독히 멍청한 짓이다.


이게 어떻게 온 기횐데.


탐구욕으로 그득 찬 산호색 눈이 불티가 튈 듯 번뜩였다.


운은 곧 이 앞에 펼쳐질 길이고, 그 길은 곧 순리가 될 테니까.


순리를 읽어낸다면 그걸 거스르는 길도 읽어낼 수 있다.


“그 몸의 구조를 연구하고 그 존재를 이해할 수 있다면, 그 연구가 곧 내 꿈을 위한 크나큰 포석이 될 거야.”


트릭스터는 결코 거짓을 말하지 않는다.


“물론 나만 이득 보겠다는 건 아니야. 내 연구를 통해서 네 정체가 밝혀진다면 결국 그쪽도 궁금증 해결하고, 서로 윈-윈 하는 거라고.”


다만 자신에게 유리한 진실만을 교묘하게 내세워 타인의 눈과 귀를 가릴 뿐.


“글쎄요···”


유레카의 열성적인 설명에 이단은 내내 하릴없이 꿈지럭대던 손을 들어 뻐근한 뒷목을 주무르며 버석하게 메마른 입을 달싹였다.


“솔직히 제가 뭐든 아무래도 상관없는데···”


별로 안 궁금한데 그냥 거절해도 되나요.


애초에 샘플이라는 표현이 불길했고, 무엇보다 약을 짓는다며 벌였던 난리통을 또 겪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이단의 두 눈엔 이미 거부감이 팽배했다.


유레카의 제안은 그에게 아무런 이점이 없었다.


“뭐?”


하지만 이는 유레카가 예상한 답이 아니었고.


“아···아무 상관이 없다고?”

“예.”


안다고 뭐가 달라질 것도 없는데 굳이···?


별로 궁금하지 않고. 이러나저러나 똑같을 거, 그냥 모른 채로 살게요.


휘휘 고개를 내저으며 거절하는 이단에 유레카는 한쪽 눈을 찡그리며 그 한쪽 귀를 툭툭 두드렸다.


그리고 제 청각이 멀쩡히 잘 작동함을 확인하고서야 눈앞의 존재가 저와 같은 사람인 줄 알았더니 사실은 귀신이었음을 뒤늦게 알아챈 공포 영화 속 주인공마냥 허옇게 질린 낯을 했다.


혹은 진정 자신과 종이 다른 지적생명체─아니, 실상 외계인을 만나도 이보단 더 대화가 통할 것이라 유레카는 확신했다.─를 마주한 듯 해괴한 표정이었다.


···어떻게,


“어떻게 그럴 수 있지?”


아니, 자기 자신한테 관심이 없어도 막상 자기가 특수하고, 희귀한 경우라고 하면 보통 없던 관심도 생기고 조금 우쭐도 해지고 막 궁금해지지 않아?


“관심이 없어서요··?”


특히나 일상의 대부분을 잠으로 메꿔 무언가 생각하고 행동할 시간이 부족한 이단으로선 더욱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무언가 새로운 것을 궁금해하고 이를 찾아보기엔 이단의 하루는 너무도 짧고 촉박했다. 그렇기에 이단은 그 시간을 자신의 흥미에 모두 쏟아부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이단 자신은 그 좁은 범주 안에 들어가지 않았다.


정확히는 이단은 그 자신에게 아무런 관심도, 일말의 기대도 없다고 할 수 있었다.


물론 그러한 그의 기저를 유레카가 알 리 만무했으니.


“진짜? 진짜 안 궁금하다고?”

“예. 진짜.”


그 단호한 대답에 유레카는 그대로 할 말을 잃었다.


···말이 돼?


막 찾아보고 싶고, 막 관찰하고 알아보고 정 안 되면 분해해 보고 싶은 게 사람 마음 아닌가? 어떻게 그런 생각이 안 들 수 있어?


조금은 솔깃할 법도 한데 그런 기색 하나 없는 모습이 더없이 진심인 듯했고, 그에 답지 않게 황망한 얼굴로 무어라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손만 여러 번 쥐었다 펴는 유레카에,


“이단님도 이렇게 거절하니 이 이야기는 없던 걸로 하는 게 좋겠군요.”

“···!”


사뿐, 귀신 아니랄까 봐 발소리 하나 없이 부드럽게 착지한 남자의 금색 머리칼이 풀썩 흔들렸다.


“그게 서로 얼굴 붉힐 일 없고 좋지 않겠습니까?”


대체 혼자서 어떻게 와이어를 끊고 내려왔는지 모를 성요한이 멀끔하게─하지만 어쩐지 얄미워 보이게─ 웃으며 끼어들었다.


“명성이 자자하신 만큼 공적인 의뢰에 사감은 담지 않을 거라 믿습니다.”

“······허.”


그 말에 의도치 않게 머릿속이 환기된 유레카가 입가를 씰룩이며 삐뚜름하게 마주 웃었다.


“그래, 그렇게 말한다면 나도 어쩔 수 없지.”


쉽사리 두 손을 들어 올리며 항복을 보인 유레카가 손가락을 가볍게 퉁기자 여즉 천장에 매달려 있던 ACT와 마리오가 풀려나 바닥으로 추락했다.


“아오, 머리에 피 쏠려 죽는 줄 알았네.”


놀랍도록 안정적인 자세로 착지해, 한 달은 너끈히 돌고 갈 피가 방금 한 번에 다 쏠려 들어온 기분이라며 짧게 구시렁댄 마리오가 관자놀이를 둔중하게 누르며 미간을 구겼다.


“내 덕분에 더 똑똑해졌겠네?”

“너도 거꾸로 매달려 볼래?”

“내가 왜? 난 그런 거 안 해도 넘치게 똑똑해.”


애초에 나한텐 소용없기도 하고. 너나 실컷 하렴. 유레카의 흰 손이 휘휘 저어졌다.


아무리 유감조차 없다지만 겉으로도 미안한 시늉 없는 유레카에 마리오의 턱 근육이 불뚝였다.


“혓바닥만 번질대는 줄 알았더니, 낯짝도 만만찮게 번질대네. 잘도 뻔뻔하게 사기를 쳤겠다?”


와락 소리치는 마리오에 한쪽 귀를 틀어막은 유레카가 눈살을 구겼다.


“사기라니? 나처럼 청렴결백한 장사치가 어디 있다고?”


저건 양심에 털이 수북하니 뭇 탈모인들의 부러움을 사고도 남을 게 확실하다. 얄미울 만큼 뺀질대는 대꾸에 마리오가 득득 이를 갈았다.


“너도 얘랑 같이 나가서 집 떠난 양심이나 좀 다시 모셔와라, 좀!”


옳다구나 유난히 간질대는 제 귀를 툴툴 털고 있는 ACT와 싸잡아 묶는 마리오에, 아직 서로 잘 알지 못하는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퍽 불쾌한 표정을 했다.


서로의 표정이 기분 나쁜지 ACT와 소리 없는 눈싸움을 벌이던 유레카가 이내 분위기를 환기하듯 큼큼 헛기침했다.


“쳇, 됐어. 본인에게 거절당했으니 이번은 깔끔히 물러날게.”


아무래도 이번엔 접근이 잘못된 것 같으니까. 코끝을 찡그리며 입을 모은 유레카가 아쉬움을 표했다.


···이번은? 척 듣기에도 불길한 어감에 그만 혀끝을 씹은 이단이 뺨을 움찔거렸다.


그 미세한 움직임에 비죽 입꼬릴 끌어올린 유레카가 지레 겁먹지 말라며 으쓱댔다.


“워워, 너무 걱정하진 마. 부탁한 약은 사심 없이 잘 지어서 댁까지 안전하게 보내드릴 테니까 말야. 아, 그래도 나중에 혹시라도 마음 바뀌면···”

“그럴 리 없으니까 꿈 깨셔.”


마리오가 꿈도 꾸지 말라는 듯 그의 칼날처럼 매섭게 싹뚝 말을 잘라냈다.


“너무 장담하진 마. 불완전한 건 있어도 불가능한 건 없으니까.”


유레카는 마리오의 딴지를 뜬구름 잡는 소리로 웃어넘겼다.


“그럼, 다음에 또 보자고.”


음흉한 얼굴로 그들을 배웅하는 유레카에, 그들은 찝찝한 얼굴을 갈무리하며 작은 공방을 벗어났다.





* * * *





그 뒤로 어떻게 보냈는지 모를 수일이 지나고, 드디어 그 ─지옥 같던─축복에서 벗어나 자유의 몸이 된 이단이 소파에 반쯤 파묻혀 쏟아지듯 밀어닥치는 졸음을 반갑게 맞이했다.


이젠 정말 제집이 아지트가 되었는지 어떻게 부르지도 않았는데 귀신같이 간식거리를 만들어 두는 타이밍에 모여든 세 사람에 놀라지도 않고 자연스럽게 대접하고 익숙하게 휴식을 취할 때 즈음의 일이었다.


딩─동.


낯선 종소리에 네 사람의 시선이 자연히 한곳으로 모여들었다.


제집에 초인종이 있었다는 사실을 거의 3주 만에 알게 된 이단이 뻑뻑한 눈을 겨우 뜨며 목덜미를 쓸었다.


일단 집이니만큼 초인종이 있는 것은 당연하나 설마 게임 내에서, 하물며 개인 부지인 공중 정원 안에서 울리는 초인종 소리는 지나치게 작위적이었다.


“에아 나아브아어?”


한쪽 뺨에 ─친누나의 취향에 맞춰 빵 반죽 위에 에멘탈 치즈를 끼워 넣고 그 위에 계란을 덮어 올려 마무리로 파마산 치즈와 파슬리를 살짝 뿌려 구운─계란빵을 욱여넣은 마리오가 우물거리며 말했다.


“아뇨, 제가 갔다 올게요.”


집주인이 뻔히 있는데 손님을 손님으로 맞게 하는 경우라니. 이단은 고개를 내저으며 꼴깍꼴깍 가쁘게 비워진 마리오의 잔에 유자에이드를 재차 채우고 몸을 일으켰다.


“혹시 위험하다 싶으면 냅다 소리 지르세요!”

“네, ···어?”


걱정 어린 당부를 뒤로하고 발을 옮기자니 폴짝 혹여 저를 두고 갈까, 제 몫의 계란빵을 흡입한 만복아가 이단의 품에 재빨리 엉겨 붙었다.


아니, 넌 왜 또 따라와.


“저기 문 앞에 가는 거야. 넌 여기서 더 먹고 있어.”


설설 어르는 목소리에도 꾸물꾸물 이단의 머리 위까지 타고 오른 검은 덩어리는 몸을 꼿꼿이 세운 채 요지부동이었다.


“······하아.”


···누굴 닮아서 이렇게 고집쟁이가 됐어.


이단은 못 이기듯 고개를 내저으며 순순히 백기를 흔들었다.


결국 만복아를 익숙하게 목에 둘둘 만 채 현관으로 가니 훤한 유리문 앞이 묘하게 흐릿했다. 어째서인지 이리저리 난반사된 빛무리가 시야를 왜곡시키는 듯 그 형상을 좀처럼 유추할 수 없었다.


게다가 게임 내에서 그가 아는 이라곤 처음 본 순간부터 이 집을 출근하는 직장인처럼 자연스레 출입하는 저 세 사람 빼곤 없었기에 더욱 의문이 들었다.


···뭐, 문 앞에서 고민한다고 뭐가 달라지나. 어차피 세이프존이라 공격당할 일도 없을 텐데. 이단은 가볍게 생각하며 현관문을 밀어 열었다.


“누구세요?”


그리고 그가 문을 열기 무섭게 그 사이를 비집은 것은,


샤라라, 계절감은 대체 어디에 버리고 왔는지 시야를 가득 메울 만큼 흐드러지게 핀 파란빛깔의 수국 꽃다발.


그리고,


“사~랑해요~”


쾅!


빳빳하게 굳어 잠시 고장 난 두뇌를 대신해 그의 척수가 귀신같이 반응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뉴비의 운이 터져버렸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73 무단 점거의 이유 23.05.17 16 0 11쪽
72 그다지 반갑진 않은 23.05.14 18 1 12쪽
71 처음 뵙겠습니다 (3) 23.05.11 19 1 11쪽
70 처음 뵙겠습니다 (2) 23.05.09 25 0 13쪽
69 처음 뵙겠습니다 (1) 23.05.07 23 0 13쪽
68 답은 답인데 23.05.04 26 0 12쪽
67 실시간 감시중 23.05.02 23 0 13쪽
66 어차피 일어날 일이었다. 23.04.30 28 0 14쪽
65 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 23.04.27 28 0 12쪽
64 운수 없는 날 (6) 23.04.25 26 0 13쪽
63 운수 없는 날 (5) 23.04.23 24 0 15쪽
62 운수 없는 날 (4) 23.04.20 21 0 13쪽
61 운수 없는 날 (3) 23.04.18 25 0 13쪽
60 운수 없는 날 (2) 23.04.16 26 0 14쪽
59 운수 없는 날 (1) 23.04.13 34 1 12쪽
58 진실은 언제나 하나 23.04.11 25 1 14쪽
57 체험! 날조의 현장 (2) 23.04.09 25 1 16쪽
56 체험! 날조의 현장 (1) 23.04.06 27 1 14쪽
55 산 너머 산 23.04.04 28 1 14쪽
54 아마도라고 했으면서 23.04.02 28 1 16쪽
53 안 괜찮을 것 같은데요. 23.03.30 25 1 18쪽
52 아아, 그건 제 잔상입니다만? (4) 23.03.28 31 1 16쪽
51 아아, 그건 제 잔상입니다만? (3) 23.03.26 27 1 12쪽
50 아아, 그건 제 잔상입니다만? (2) 23.03.23 26 0 16쪽
49 아아, 그건 제 잔상입니다만? (1) 23.03.21 33 1 15쪽
48 한낮의 손님 (5) 23.03.19 38 1 14쪽
47 한낮의 손님 (4) 23.03.16 30 1 16쪽
46 한낮의 손님 (3) 23.03.14 35 1 15쪽
45 한낮의 손님 (2) 23.03.12 37 1 15쪽
44 한낮의 손님 (1) 23.03.09 41 1 1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