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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비의 운이 터져버렸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게임

비모
작품등록일 :
2022.10.06 01:17
최근연재일 :
2023.05.17 23:52
연재수 :
7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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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28
추천수 :
123
글자수 :
471,269

작성
23.03.16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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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한낮의 손님 (4)

DUMMY

천장에 매달린 몸뚱이를 비튼 마리오가 띠껍게 물었다.


“그 말은?”

“날 위한 고기 방패가 돼줘라?”

“이게 돌았나.”


지랄이 풍년이네. 마리오의 목구멍을 지나 욕지거리가 걸쭉하게 퉁겨져 나왔다.


“야, 나 오늘부터 박쥐 수인하련다. 그냥 천년만년 매달아둬라.”


평생 매달아 두든가 말든가.


마리오가 시위하듯 몸을 늘어뜨렸다.


“아이고! 그러지 마시지 말입니다요!!”

“아아아아! 안 들린다, 안 들려!”


그 매정한 태도에 만덕과 덕만이 우는소리를 했지만, 마리오는 과장스레 홱 고개를 틀며 그들을 외면했다.


“내가 수배당한 것도 아닌데 뭐? 아~ 죽이려면 죽여 보시던가.”

“매정하네. 우리가 겨우 그런 사이야?”

“애초에 아무 사이도 아니죠.”


차갑다, 차가워. 너네한테 대면 엄동설한도 눈 녹은 봄볕 같겠어. 유레카가 딱 잘라 선을 긋는 마리오와 성요한을 향해 혀를 내둘렀다.


“역시 정에 호소하는 건 안 통하네.”

“되겠냐고. 아니 애초에 댁이랑 쌓을 정이 어딨어요. 빈정이나 안 상하면 다행이지.”


차라리 댁네 ─그놈의 대감마님 안 닮아 천만다행인─골렘들이랑 쌓으면 몰라. 헛소리도 가지가지라며 마리오가 이죽거렸다.


“왜, 저기 사람 잡는 곰이랑도 잘 지내···”


순간 마리오가 못 들을 말을 들었다는 듯 불 피우려 잔뜩 구긴 신문지처럼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잘, 뭐? 지내? 아, 지네~? 잘 지고 간다고? 그래, 우리가 어쩌다 보니 저딴 웬수를 힘겹게 지고 가고 있긴 하지.”


그 억지스럽고 필사적인 부정에 목적의 주체가 빈정댔다.


“애쓴다, 아주.”

“거슬리니까 제발 다물고 있어라, 좀.”


유레카의 말을 차단한 마리오가 제 뒤에서 끌끌 혀를 차는 ACT를 향해 힘껏 눈을 부라렸다.


뭐 어쩌라고? 마주 눈을 홉뜨는 ACT에 이제 익숙하다는 듯 성요한은 서로 눈으로 치받는 둘을 뒤로한 채 유레카를 응시했다.


“그래서 이제 어쩌실 생각이죠?”

“흠, 글쎄~? 어쩔까.”

“시간이 없다 하셨던 것 같은데, 농지거리할 시간은 있나 봅니다.”


뚝, 유레카의 반대편으로 기울어진 머리가 당장이라도 툭 떨어져 나동그라질 듯 끼긱 목 주변에서 불안한 소음이 일었다. 그와 동시에 위를 향해 치솟은 입꼬리가 한층 깊게 패어 올라갔다.


눈을 가늘게 좁힌 성요한은 더 잴 것도 없다는 듯 말을 이었다.


“피차 불편한 상황에, 굳이 질질 끌지 마시고 본론만 얘기하시죠.”

“흐음.”


재밌다는 듯 작게 콧소리를 내며 눈썹을 들어 올린 유레카가 물끄러미 성요한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쯔, 이래서 눈치 빠른 애는 싫다니까.”


비죽 기다랗게 휘어진 입꼬리에 성요한은 도리어 입매를 딱딱하게 굳히고 이와 대치했다.


그에 멀뚱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한 걸음 물러서 이를 보던 이단이 지금 팝콘이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라며 짧게 ─정말 유레카의 약이 효과가 있는 것인지 그로서도 놀라울 만큼─아쉬운 소리를 냈다.


“다 됐고, 괜히 시비붙이지 말고 할 말만 해라, 어?”


말 안 할 거면 그냥 내보내 주든가. 징글징글해 죽겠다 아주.


아주 열과 성을 다해 눈싸움을 하고 있던 모양인지 나란히 벌겋게 충혈된 눈에 아롱다롱 눈물을 매단 ACT와 마리오가 부릅 치뜬 눈을 들어 끼어들었지만,


“솔직히 그 꼴을 보면 이걸 말하는 게 맞는 일인지 살짝 고민되네.”

“아, 그럼 저쪽은 못 본 걸로 하시고 저희에게 말씀하시죠.”


성요한은 자연스레 마리오와 ACT를 그들로부터 분리했다.


“아니, 이보세요?”


왜 하필 절 이놈이랑 한 세트 취급하시는지?


마리오가 자못 억울한 표정을 지었지만 한참 전에 뒤돌아선 성요한에게 보일 리 만무했다.


“좋아.”


그 꼴을 우스운 듯 보던 유레카는 미미하게 휘어졌던 입가를 서서히 굳히며 표정을 지웠다. 서늘하니 온기 하나 느껴지는 그 모습은 그저 사람의 형상을 닮은 정적인 피조물처럼 보였다.


“만약 날 도와준다면, 나도 현자들로부터 너희를 보호해 주겠어.”


뭐라고? 자신이 잘못 들은 것일까, 마리오가 눈가를 들썩였다.


“앞뒤가 바뀐 거 아냐? 너를 현자들로부터 보호해 주면 나중에 네가 우릴 도와주겠다겠지.”

“아, 네 눈엔 그렇게 보이는구나.”

“뭐?”


말이 되지 않는다는 듯 이젠 눈썹마저 들어 올리는 마리오에 유레카는 동요 하나 없이 여전히 메마른 표정을 했다.


“그럼 조금 정정하지.”


몸싸움은 몰라도, 유레카는 말로 사람을 치는 것만큼은 자신 있었다.


“만약 날 도와준다면, 나도 이쪽 고객님을 현자들로부터 보호해 주겠다고.”

“······예?”


갑작스레 지칭 당한 이단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눈을 굴렸다.


“그게 무슨···?”

“야, 이건 또 뭔 소리야. 똑바로 설명 안 해?”


음, 그래. 이 반응이지. 그저 목적어의 범위를 좁혔을 뿐인데 확연히 달라지는 반응에 유레카의 입가가 미미하게 벌어졌다.


“자세한 건 이 거래를 수락한 다음이야. 아까도 말했잖아? 정말 시간이 없다고.”


일단 나도 살고 봐야 도와주든, 설명하든 하지 않겠어?


유레카는 그 이상은 저도 양보할 수 없다며 선을 그었다.


“대신 이 말만은 할 수 있어.”


산호색 눈이 도륵 굴러 이단을 빤히 응시했다.


“만약 조금이라도 늦어 현자들이 다시 이곳을 찾아온다면, 나는 그렇다 쳐도 이쪽 고객님은 분명히 죽을 거야.”


혹은,


“만약 그들조차 죽일 수 없다면, 그 후엔 차라리 죽는 게 나았을 꼴로 만들겠지.”


그럼 캐삭하고 새로 만들어야 할 테니 조금 아쉽긴 하겠지만, 어쩔 수 없지 않냐며 그땐 저야말로 제 알 바 아니라는 듯 유레카는 무심히 어깨를 들썩일 뿐이었다.


“······.”

“······.”


흘끔, 가만히 이야기를 듣던 성요한과 마리오가 서로를 마주 보며 짧게 눈짓했다.


“우리가 뭘 어떻게 하면 되는데.”


이제야 말이 좀 통하겠네. 제가 원하는 답을 들었다는 듯 진하게 늘어지는 입가에 석고상처럼 딱딱한 얼굴에 기분 좋은 균열이 일었다.


“일단은······, 흠, 그래.”


보란 듯 눈알을 굴리던 마리오가 정확히 ACT를 향해 시선을 고정하고 답했다.


“나를 가장 안전한 곳으로 데려가 줘.”





* * * *





마리오는 눈앞의 광경에 도무지 믿을 수 없다는 듯 따지듯 물었다.


“여기가 가장 안전한 곳이라고? 확실해?”


휘이잉, 써늘한 바람에 눈발이 날리며 그들의 시야를 어지럽혔다.


“가장 안전이랑 떨어진 곳은 아니고?!”

“남의 땅에서 행패 부리지 말지?”


불쾌하기 그지없다는 듯 흔적처럼 얄쌍한 반달곰의 눈썹 털이 삐죽 솟았다.


“그러는 너는 땅 주인이라서 그렇게 막 행패 부려도 되는 거냐?!”

“꼬우면 네가 뺏던가.”

“야 줘도 안 가질 거거든?”


뭐래, 필요 없어! 삐죽삐죽 날을 세운 마리오가 당장이라도 드잡이질을 할 듯 어깨를 들썩였다.


아니, 대체 왜? 하고 많은 곳 중에 하필 왜 여기?


‘나를 여운산으로 데려가.’


그 말을 들었을 때 마리오는 제 귀가 나간 것 같다며 한 번 후벼파봐야 알겠다며 소란을 벌였다.


안전? 이딴 게 안~전~? 바닥을 덮고 있는 것도 눈, 지금 쏟아지는 것도 눈, 온 주위에 있는 것이라곤 온통 눈뿐이요, 숨어도 100m 밖에서도 알아볼 만큼 희뿌연 이 땅덩이가 안전하다고?


댁은 뭐 무슨 보호색이라도 갖고 있기라도 해?


게다가 여기 누구보다 안전을 해치는 놈팽이가 떡하니 있는데 뭐, 안전이요?


그 땅 주인이 손수 게이트를 열어 이래저래 쉽사리 여운산 안으로 들어왔다지만 언제 돌변할지 모른다는 긴장감에 마리오의 신경이 예민하게 곤두섰다.


“뭘 잘 모르네.”


불편하기 짝이 없는 얼굴로 연신 날을 세우는 마리오에 유레카가 끌끌 혀를 찼다.


“모르긴 뭘 몰라?”

“지금으로선 호랑이 굴로 들어가는 게 가장 안전한 길인 걸 모르고 있잖아.”


마리오의 띠꺼운 반응에 고개를 내저은 유레카는 몹시 안타깝다는 듯 과장스럽게 말했고, 성요한은 그 모습에 그저 한숨을 내쉬었다.


“여우를 피해서 호랑이를 만난단 얘기죠.”


일단 여우든 뭐든 호랑이한텐 다 똑같은 먹잇감이고. 그런 상황에 이 호랑이 굴 주인이 일행으로 있으면 더 걱정할 것도 없고요.


끼어들듯 두 사람의 언쟁을 가로막는 목소리에 의뭉스러운 얼굴로 성요한을 올려다 본 유레카는 이내 고개를 주억이며 동의했다.


“그 말대로. 아까 이동하면서 잠시 제어가 흔들리는 척 술식을 열었으니 현자들도 내가 어디로 가는지 알았을 거야.”


웬만해서 ACT의 악명을 모르는 유저는 없고, 그 유저에 현자도 포함되어 있을 테니까.


“네가 미쳐서 제 발로 사지에 들어간다고 생각할 거다?”

“그렇지. 그 이유가 뭐가 됐든 지금까지 여운산에 들어가서 살아 돌아온 사람은 한 명도 없었으니까.”


흘끗, 마리오의 시선이 살짝 비껴가 유레카의 뒤편에 있던 이단에게로 향했다. 그리고 어쩌다 보니 세계 최초 타이틀도 얻게 된 이단은 그저 짧게 하품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가만히 있어도 주위가 성가실 이단에게 있어 굳이 말할 필요 없는 사실이기에 마리오도 별일 없다는 듯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설마 그 ACT가 남의 부탁을 들어줄 거라고 생각이나 하겠어?”


하긴, 그건 또 그렇지.


솔직히 지금도 왜 도와주는지 모르겠지만. 우리도 이상한데 남들이라고 어떻겠나.


너스레를 떠는 유레카에 그제야 수긍한 마리오가 날선 태도를 갈무리하며 이제 별 이견 없다는 의미로 양손을 들어 보였다.


“그건 그렇고 손님을 언제까지 세워두기만 할 거야? 이렇게 계속 서서 이야기하는 건가? 내가 지금 체력소비가 커서 그런데.”


관절을 우둑, 우둑 사정없이 꺾어댈 땐 언제고 아이고, 퉁퉁 무릎을 두드리며 유레카가 아픈 척 잔뜩 죽는 소리를 냈다.


“뒷얘긴 좀 이왕이면 몸도 편하고 아늑한 곳에서 하면 안 되나?”


설마 곰이라 동굴에서 살고 있었는데 남한테 보여주긴 또 민망해서 그래? 비죽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ACT의 심기를 얄밉게 긁어대는 유레카에,


“······따라와.”


물끄러미 그 꼴을 내려다만 보던 ACT는 웬일로 쯧, 혀만 찰 뿐 별다른 반응 없이─사실상 더 말 섞고 싶지 않다는 강한 의지로─ 그들을 제 은신처로 안내했다.


웬일로 저렇게 순순하대요? 설마 죽을 때가 됐나. 어깨를 으쓱이는 마리오와 눈을 맞춘 이단이 따라 어깨를 들썩이며 천천히 그들의 뒤를 따랐다.


푹, 푸욱, 그새 높다랗게 쌓인 눈이 산길을 가리고 그들의 걸음을 붙잡고 늘어졌다.


“···야, 진짜 여기로 가는 거 맞아?”


제 등치에 안 맞게 구불구불 날짐승이 겨우 지나갈 만한 좁다란 길만 족족 찾아 점점 깊숙이 들어가는 ACT에 마리오가 잔뜩 의심이 낀 목소리로 물었다.


“그럼 내가 설마 은신처 간다 해 놓고 절벽으로 데려가서 밀쳐 떨어뜨리기라도 할까 봐?”


코웃음을 치며 대꾸하는 ACT에 마리오의 눈이 절로 가늘어졌다.


뭔데 설명이 저렇게 구체적이야, 불안하게. 이미 한 놈 그렇게 묻어본 거 아냐?


의심의 시선을 지우지 못하는 마리오에 성요한이 고개를 내저었다.


“그럴 일은 없겠죠. 사실상 저흴 모두 죽일 생각이었더라면 워프하는 동시에 죽이고도 충분했을 테니까요.”

“머리로는 어거지로나마 납득하겠는데, 가슴이 인정을 안 한단 말이죠. 저것 봐요. 토 나오게 고분고분하잖아요. 의심스럽게시리.”


괜찮을 거라며 웃는 성요한에 마리오는 여전히 미심쩍은 표정으로 ACT의 뒤통수를 흘겨봤다.


제 뒤를 쿡쿡 찌르는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거침없이 발을 옮기던 반달곰이 우뚝 멈춰 섰을 땐, 제법 넓은 공터 가운데 깔끔한 모양새로 지어진 참나무 오두막이 자리하고 있었다.


“들어오든가.”


끼익, 문을 열고 심드렁하게 고개만 까딱이며 들어서는 집주인을 따라 들어가니 오두막의 외관처럼, 퍽 따뜻한 분위기의 내부가 그들의 시야에 낯설 만큼 가득 들어찼다.


아니, 이렇게 멀쩡한 집이 있으면서 왜 맨날 남의 집으로 쳐들어왔던 거야?


가만히 주변을 살피던 이단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입가를 늘였다.


그런 이단을 휑하니 지나친 ACT는 마치 자연스러운 수순이라는 듯 안에서 땔감을 여럿 들고 와 거실의 벽난로에 차근히 불을 피워올렸다.


한층 더 아늑해진 내부에 도무지 적응할 수 없다는 듯 마리오의 턱이 빠진 양 벌어졌다.


“와, 진짜 안 어울린다.”

“안 어울리는 넌 좀 나가라.”


기다렸단 듯 다시 기 싸움을 벌이는 마리오와 ACT를 지나친 유레카의 몸뚱이가 기우뚱 기울어졌다.


아이고, 더딘 몸뚱이를 겨우 끌고 온 유레카는 타닥타닥, 불티가 튀는 벽난로 앞 소파에 늘어지듯 앉았다.


여운산으로 워프하면서 어쩔 수 없이 만덕과 덕만의 소환을 해제한 그는 제법 지친 얼굴로 눈을 감아 내렸다.


그 주변의 다른 소파에 나란히 앉은 성요한과 이단도 마찬가지로 피곤한 얼굴을 했다.


거의 고개를 젖히며 몸을 기댄 이단은 당장이라도 잠에 빠질 듯 가물가물한 눈을 느리게 끔벅였다.


꾸벅, 이단의 고개가 반쯤 바닥을 향해 기울어질까,


“이제 말씀해 주시지 않겠습니까?”


한참을 입을 다문 채 고요를 유지하던 성요한이 넌지시 말을 꺼냈다.


뚝, 드잡이질을 멈춘 두 사람의 시선이 일제 한 곳을 향했다.


“그래.”


흘끗, 한쪽만 겨우 뜨인 눈꺼풀 아래로 산호색 눈이 유리알처럼 굴러 이단을 빤히 응시했다.


“이유는 간단해.”


샅샅이 무엇을 찾듯 날카롭게 훑는 눈이 곧 다시 그의 눈에 와닿았다.


“아무것도 읽을 수 없으니까.”


유레카의 설명에 성요한이 검지로 제 입가를 툭툭 두드렸다.


“처음 봤을 때 말했던 것처럼 말이죠.”

“그래, 특히나 현자는 섭리를 읽는 자들이야. 그들의 눈에 읽히지 않는다는 것은 곧 섭리를 벗어난 존재라는 의미고, 눈 두 짝 두고 하나 밖에 볼 줄 모르는 멍청이들은 그걸 순리를 벗어난 불순분자로 분류할 테지.”


그 사실을 알게 된다면 무슨 수를 써서든 존재를 지우려 할 테지. 가장 좋은 방법은 죽여 없애는 것이고, 아니라면······


그 이상은 상상에 맡기겠다며 유레카는 입을 다물었다.


“그 위험으로부터 당신이 도와줄 수 있다는 겁니까?”


가만히 눈을 내리깔았던 성요한이 물었고, 유레카는 잴 것 하나 없다는 듯 단언했다.


“그래, 그놈들의 대척점에 선 나라면 가능해.”

“넌 한 명이고 걔넨 다수일 텐데? 그들 중에 너보다도 실력이 좋은 사람이 없을 거란 보장도 없잖아.”


마리오의 냉정한 대꾸에 유레카의 입가에 짙은 웃음이 걸렸다.


“애초에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겨우 한쪽만 뜨인 산호색 눈이 선득하게 빛났다.


“현자들이 그렇게 많은데, 그들의 사상의 극점에 자리한 트릭스터는 어째서 단 한 명뿐인지?”


그리고 만약 트릭스터 하나의 전력이 현자 한 명과 동일하다는 가정하에,


“지금까지 그렇게 많은 트릭스터들이 현자들의 손에 죽어 나가는 와중에 그럼에도 왜 나만 이렇게 오랜 시간 이 위치를 고수하고 있는지?”


이미 반쯤 발을 걸친 이상 판을 무를 수 없다. 그 누구도.


그렇다면 역시 이쪽에서 먼저 수를 던질 수밖에.


이건 예상 범주 내의 도박이다.


그의 연구가 그러하듯.


“이상하다 생각 해 본 적 없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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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실시간 감시중 23.05.02 23 0 13쪽
66 어차피 일어날 일이었다. 23.04.30 28 0 14쪽
65 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 23.04.27 28 0 12쪽
64 운수 없는 날 (6) 23.04.25 25 0 13쪽
63 운수 없는 날 (5) 23.04.23 24 0 15쪽
62 운수 없는 날 (4) 23.04.20 21 0 13쪽
61 운수 없는 날 (3) 23.04.18 25 0 13쪽
60 운수 없는 날 (2) 23.04.16 26 0 14쪽
59 운수 없는 날 (1) 23.04.13 34 1 12쪽
58 진실은 언제나 하나 23.04.11 25 1 14쪽
57 체험! 날조의 현장 (2) 23.04.09 25 1 16쪽
56 체험! 날조의 현장 (1) 23.04.06 26 1 14쪽
55 산 너머 산 23.04.04 28 1 14쪽
54 아마도라고 했으면서 23.04.02 28 1 16쪽
53 안 괜찮을 것 같은데요. 23.03.30 25 1 18쪽
52 아아, 그건 제 잔상입니다만? (4) 23.03.28 31 1 16쪽
51 아아, 그건 제 잔상입니다만? (3) 23.03.26 27 1 12쪽
50 아아, 그건 제 잔상입니다만? (2) 23.03.23 26 0 16쪽
49 아아, 그건 제 잔상입니다만? (1) 23.03.21 33 1 15쪽
48 한낮의 손님 (5) 23.03.19 38 1 14쪽
» 한낮의 손님 (4) 23.03.16 30 1 16쪽
46 한낮의 손님 (3) 23.03.14 35 1 15쪽
45 한낮의 손님 (2) 23.03.12 37 1 15쪽
44 한낮의 손님 (1) 23.03.09 40 1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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