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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ON™ 님의 서재입니다.

사상 최강의 중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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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ON™
작품등록일 :
2022.07.19 14:33
최근연재일 :
2022.08.29 12:05
연재수 :
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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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66,869

작성
22.08.28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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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0화 누군가 너를 이유 없이 싫어한다면 (4)

DUMMY

“저는 반대입니다.”


교장의 뒤를 이어 누군가가 조용하지만 단호하게 입을 열었다. 김이도가 월반하면 보게 될 1학년 1급반 담임을 맡은 헌터였다.


“왜입니까?”


교장은 좀 더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


“아직 수업 진도가 충분히 나가지 않아 실력을 확실히 모르겠습니다. 마력 제어를 남들보다 잘한다고 해서 바로 1급이 될 수 없지 않습니까?”

“선배님, 남들보다가 아니고 전교에서 1등입니다.”


이번에는 1학년 2급반 담임이 반박했다. 둘 다 김이도의 월반 관계자였다.


2급반 담임의 생각에 김이도를 굳이 2급반에 묶어두는 건 시간낭비였다. 일단 올려보고! 아니라면 다시 내리면 되는 문제 아니겠는가?


그리고···전국 청소년 헌터대회는 사실 1급반 학생들의 잔치였다. 괜히 김이도가 2급반에 남으면 대회 대책 훈련을 자신이 해야 했다. 빨리 보내는 게 책임도 없고 마음이 편했다.


“김이도 학생은 헌터 평가에서도 보여준 게 없습니다. 단지 무기를 썼으면 좀 더 잘 싸웠을 거라는 가정일 뿐이지 않습니까? 그런데 제가 보기엔 무기를 들었어도 큰 변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너무 평범했습니다.”

“아이들은 몇 개월만 지나도 훌쩍 커버립니다. 이설 학생과 달리 선행학습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이만큼 성장한 데 주목해야 합니다.”


다시 1급반 담임이 물고 늘어졌고, 2급반 담임이 반박했다.


교장은 자리를 한차례 둘러보았다. 둘의 논쟁이 길어질수록 여기 모인 나머지 교사들의 생각이 다시 갈라지는 게 보였다.


교장의 눈이 약간 가늘어졌다.


“지금의 성적만으로는 인정할 수 없다는 말인가요?”

“솔직히···네. 올해 1급반 학생들은 정말로 모두 뛰어납니다. 그래서···.”

“그래서요?”


교장의 말투에서 심기를 거스름을 눈치챈 걸까? 1급반 담임은 잠시 꺼낼 말을 골랐다.


하지만 그도 혈기왕성한 젊은 3급 헌터였다. 한 번 던진 말을 물리기엔 자존심과 다른 사정도 있었다.


헌터길드에게 헌터학교란 원하는 농작물을 수확하는 비닐하우스와 같았다. 그런 이유로 헌터학교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미리 침을 바르는 길드는 이신길드만이 아니었다.


그 길드의 입장에서는 기왕이면 후원하는 학생이 대회에 나가 경험을 쌓는 게 좋았고, 그걸 위해 교사 한둘쯤 구워삶는 건 일도 아니었다.


“지금 1급반의 학생을 선발하는 게 좋을지도 모릅니다. 확인해보고 싶습니다. 예를 들면 ···대련을 해봐도 될 것 같습니다. 말을 꺼낸 제가 직접 실력을 확인하겠습니다.”


그래서 1급반 담임은 승부수를 던졌다.


절대로 지지 않을.



***



“그게 제가 지금 여기 있는 이유인가요?”


내가 훈련장 한가운데서 비공개로 꼴도 보기 싫은 교사들에게 구경거리가 되는 이유 말이다.


“그래.”

“저는 꼭 지금 월반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렇지 않은가? 나는 어차피 월반하게 되어있다.


겨우 중학교 수준에서 내가 1급반이 되지 못하면 누가 될 수 있단 말인가? 이런 광대놀음을 하면서까지 무리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그건 네가 정하는 게 아니다. 우리가 정하지. 그리고 대련을 한다고 무조건 월반시켜준다는 뜻도 아니다. 착각하는 것 같구나.”


내 대련 상대라는 1급반 담임이 헛소리를 하고 있다.


“그러니까 원하지도 않는 월반을 시켜준다면서 여기로 끌고 오고는, 대련 후 월반을 시켜주지 않을지도 모르겠다는 말이네요.”

“네가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고 판단된다면. 나는 너를 아직 인정하지 않았어.”


사람은 너무 화가 나면 울컥하기보다 냉정해진다. 지금의 내가 그랬다.


십 년을 넘게 힘들게 살아와서 그런지, 계속 힘들게 살다 보면 힘든 상황은 어떻게든 피하고 싶어지는 마음이 생긴다. 그리고 그렇게 일이 잘 안 풀리면 화가 나게 된다.


그래서 별거 아닌 일에도 가끔은 화가 나는 감정을 막지 못했다.


‘아니지. 참을 필요가 없어져서가 아닐까? 나는 1급 헌터니까.’


물론 지금은 1급 헌터가 아니니 몸을 사려야 하는 게 맞다. 하지만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나 마력제어 수준은 그때와 같다!


아무튼 내 기억으로는 1급 헌터가 된 이후 나를 이렇게 마음대로 대하는 인간을 살려둔 적이 없었다. 그리고 이번에도 그럴 것이다.


솔직히 오늘까지 얼굴도 잘 모르는 인간이었다. 2급반 수업에는 들어오지 않는 교사였으니까.


그런데 말하는 투나 문장에서 나를 한참이나 깔아보고 있음이 느껴져 웃겼다.


이 학교에서 2급 헌터라고는 고작 퇴물이 되어가는 교장 정도였으며, 나머지는 모두 3급이었다. 2급 헌터같은 고급 인력을 이런 후방에 뺄 수는 없었으니까.


전방에서 그나마 버려도 되는 버러지들이 모여 자위나 하는 곳에서 감히 나를 평가 운운하다니, 어떻게 화를 참으란 말인가.


‘누구 덕에 살아있는 건데?’


바로 나 같은 현장에서 죽어가는 사람들 덕분이었다.


이들이 싫었기에 피했다. 신경을 쓰는 시간조차 아까웠으니까, 그럴 가치도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이렇게 먼저 다가온다? 거기서 더 피하는 건 내 자존심 문제였다.


내가 노력으로 쌓아 올린 자존심은 결코 싸구려가 아니었다.


결코!


“후···. 내 무기 어디 있죠?”

“이걸 써라.”


나와 대련할 1급반 담임이 벽에 세워진 무기 하나를 던져주자 그것을 받아 칼날 부분을 손가락 끝으로 매만져보았다. 날은 세우지 않은 가검이었다.


하지만, 절삭 기술은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는 무기였다. 그럼 됐다.


가검의 길이는 내 팔보다 길어 버터플라이 나이프처럼 손바닥만한 무기와 비교하면 훨씬 나았다.


“빨리 시작하죠. 그리고 녹화나 나중에 딴소리 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겁니다.”

“물론이지.”


대답은 교사들이 모인 곳에서 늙은 남자에게서 나왔다. 입학식에서 내 뻘짓으로 연설이 끊겼던 교장이었다.


휙-!


기습에 가까운 공격을 고개만 틀어 피하자 검이 지나가며 만든 시원한 바람이 볼을 때렸다.


“흠.”


이 속도, 학생에게 할 만한 건가?


따져볼 겨를도 없이 다음 공격이 찾아왔다.


휙! 휙-! 부웅!


탁, 탁! 탁!!


내가 공격을 흘리거나 쳐낼 때마다 1급반 담임의 칼질이 점점 빨라진다. 물론 내 자세가 무너지는 일은 없었다.


아직 인간 수준의 싸움이다.


지난 삶에서 따로 검도나 검술을 전문가에게 배운 적은 없었다. 기본적으로 무술은 사람을 상대하기 위해 만든 게 아니던가?


반면 내가 상대해야 할 건 사람이 아닌 괴물이었으니 큰 도움이 되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대신 나는 혼자서 내 자세를 교정했다.


내 손끝부터 발끝까지 정확하게 움직임으로써 무기가 가진 파괴력을 최대한 끌어내는 게 목표였다. 거기에 절삭의 힘까지 빌려 괴물을 한 번에 써는 것.


한마디로 일격필살! 어떤 자세나 상황에서도 가장 효율적으로 괴물을 베기 위해 단련했다. 그게 다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런 수준 낮은 수 싸움에 밀릴 정도는 아니지.’


탁, 탁, 탁, 탁!


평생 괴물을 상대하며 공격을 하는 것보다 더 많이 한 것이 흘리는 것이다. 하품이 나올 것 같았다.


도대체 무슨 확인을 하고 싶어서 지겹게 무기만 휘두르고 앉았는지? 물론 이제 나를 공격하는 속도는 아무것도 모르는 중학생과의 대련이라기엔 거리가 한참이나 멀어졌다.


화가 조금씩 쌓인다.


“흡!”


쾅-!!!


급히 내가 무기를 틀어 검면으로 1급반 담임의 공격을 받았다. 충격을 다 흘릴 수 없어 살짝 몸을 띄우자 사오 미터가량 뒤로 주르륵 미끄러졌다.


‘이 새끼···!’


순간적으로 몸을 움직이는 속도를 높이는 기술인 ‘신속’이었다.


많은 헌터들이 애용하는 기술이기도 했는데, 공격과 방어 전천후로 응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방금 공격을 막아낼 때 검을 쥔 손이 꽤 저릿했다. 꽤 쓸 만한 속도 변화였다. 3급 헌터가 썼다고 하기에는 말이다···.


보통 헌터허브에 공개된 기술은 성능이 떨어지는 게 일반적이다. 그 원리를 정확히 알지 못해 마력회로를 범용화하는 과정에서 무언가 손실되기 때문에.


그렇다면 저 놈의 선천기술이겠다. 마력을 깨치며 가장 먼저 익히는 기술이자, 본능적으로 급을 넘어 누구보다 잘 다룰 수 있는 기술.


무언가 할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중학생에게 본 실력을 다 보여줄 줄은 몰랐다. 뭐, 괜찮다.


‘나도 마력을 사용할 거니까.’


내가 든 가검의 칼등에 화선지에 검은 먹물이 스미듯 미세하고 복잡한 마력회로가 새겨진다. 그리고 그 마력회로를 타고 손에서부터 마력이 들어가며 검에 빛을 내기 시작한다.


그것을 휘두르면,


서걱.


검과 검이 부딪히는 소리가 아니었다. 신속을 걸고 공격하던 1급반 담임이 무기 끝이 잘려 나가자 잠시 공격을 멈추었다.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다.


“?!”

“아니, 절삭 효과인가요?”

“평가 결과와 너무 다른데요?”


구경하던 교사들도 놀라는 건 마찬가지였다. 이건 인간의 이해를 넘는 1급 괴물을 상대하기 위한 기술이었으니.


사람이나 사람이 만든 방어구, 무기는 아무 의미가 없다. 내게는···.


‘안 와?’


1급반 담임이 공격하지 않는다면 내 차례였다. 공격을 막을 수 없다면 피하는 수밖에 없을 테지.


아직 신속 기술이 있기에 할만하다고 생각하는 걸까? 1급반 담임은 뒷걸음질로 내 공격을 피하며 반격의 기회를 노리는 눈치였다.


그러면 빈틈을 보여주고,


휘익!


그 틈을 노리는 1급반 담임의 공격을,


슥!


끊는다.


“악!”


1급반 담임이 무기를 쥐었던 손을 다른 손으로 감싸 쥔다. 그 손가락 틈새로 붉은 피가 흘러내렸다.


“교과서에서 봤는데 괴물과 싸울 때는 거리조절이 중요하다고 하던데요. 실패했네요. 손목을 노렸는데 손가락 하나라니.”


겨우 손가락 정도로 대련이 중지되진 않겠지? 그러면 곤란하다.


대답 같은 걸 바란 게 아니었으니 계속 간다.


“잠깐···!”


잠깐은 무슨, 자기가 기습으로 시작할 때는 내게 물어보고 하기라도 했단 말인가?


신속을 사용했다고 해서 무적이 되는 게 아니다. 앞으로 달리는 속도가 뒤로 도망치는 속도보다 느릴 수는 없다.


‘신속은 공개된 기술이잖아?’


당연히 나도 사용할 수 있다. 저놈보다도 잘!


그러니 시간을 벌려고 해도 내가 유리했고, 나는 유리한 상황을 멍하니 놓쳐버리는 바보가 아니었다.


달려가 거리를 좁힌다.


벨 수 있을 거리가 되어 다시 무기를 휘둘렀다. 상체를 향해 검을 휘둘러 몸을 뒤로 젖히게 만든다.


1급반 담임은 허리를 뒤로 빼며 그것을 피했다 생각하지만, 내가 노리는 건 중심을 잡기 위해 앞으로 뻗은 다리였다.


바로 지금 몸에 ‘신속’을 걸고 빠른 속도로 위에서 아래로 흔한 연속베기!


그렇게 내 검이 마치 허공에 대고 휘두른 것처럼 자연스럽게 1급반 담임의 무릎 아래 정강이를 훑고 지나간다.


“아?”


베인 건지 긴가민가하는가? 설마 하며 눈을 동그랗게 뜨고 놀라던 1급반 담임의 표정이 경악으로 바뀌었다.


체중을 받치던 왼쪽 다리가 비스듬히 잘려나가자 고통으로 일그러졌다.


“아아악-! 내 다리!”


막 쓰러지며 공간을 가득 채우는 1급반 담임의 고함과 함께 비로소 대련이 끝났다.


나는 이제 무기를 든 자세를 풀고 편하게 서서 1급반 담임을 내려다보았다.


피로 범벅된 바닥에 앉아 무릎 아래로 잘린 부분을 누르며 지혈하려고 하는 모습이 어울린다는 생각을 하며.


“흥.”


꿇어라.


이것이 너와 나의 눈높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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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31화 누군가 너를 이유 없이 싫어한다면 (5) (1장 끝) +4 22.08.29 332 10 16쪽
» 30화 누군가 너를 이유 없이 싫어한다면 (4) +2 22.08.28 317 15 12쪽
30 29화 누군가 너를 이유 없이 싫어한다면 (3) +2 22.08.27 332 11 15쪽
29 28화 누군가 너를 이유 없이 싫어한다면 (2) +2 22.08.26 360 13 12쪽
28 27화 누군가 너를 이유 없이 싫어한다면 (1) +3 22.08.25 394 9 15쪽
27 26화 조용해서 이상하다 (6) +1 22.08.24 416 16 11쪽
26 25화 조용해서 이상하다 (5) +1 22.08.23 459 11 11쪽
25 24화 조용해서 이상하다 (4) +2 22.08.22 543 13 12쪽
24 23화 조용해서 이상하다 (3) +2 22.08.21 592 15 13쪽
23 22화 조용해서 이상하다 (2) +1 22.08.20 623 11 11쪽
22 21화 조용해서 이상하다 (1) +4 22.08.19 700 13 11쪽
21 20화 내가 최고다 (8) +7 22.08.18 706 16 13쪽
20 19화 내가 최고다 (7) +1 22.08.17 682 11 11쪽
19 18화 내가 최고다 (6) +1 22.08.16 705 10 11쪽
18 17화 내가 최고다 (5) +1 22.08.15 776 16 11쪽
17 16화 내가 최고다 (4) +4 22.08.14 847 13 14쪽
16 15화 내가 최고다 (3) +1 22.08.13 870 11 11쪽
15 14화 내가 최고다 (2) +1 22.08.12 907 12 11쪽
14 13화 내가 최고다 (1) +2 22.08.11 1,068 13 11쪽
13 12화 일진을 잡아먹다 (5) +3 22.08.10 1,112 14 11쪽
12 11화 일진을 잡아먹다 (4) +2 22.08.10 1,132 16 11쪽
11 10화 일진을 잡아먹다 (3) +2 22.08.09 1,205 14 12쪽
10 9화 일진을 잡아먹다 (2) 22.08.09 1,232 15 12쪽
9 8화 일진을 잡아먹다 (1) +1 22.08.08 1,288 16 11쪽
8 7화 사상 최강의 중학생 (7) +2 22.08.08 1,396 19 11쪽
7 6화 사상 최강의 중학생 (6) +3 22.08.07 1,459 20 10쪽
6 5화 사상 최강의 중학생 (5) +1 22.08.06 1,662 17 14쪽
5 4화 사상 최강의 중학생 (4) +2 22.08.05 1,918 22 11쪽
4 3화 사상 최강의 중학생 (3) +1 22.08.04 2,167 2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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