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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ON™ 님의 서재입니다.

사상 최강의 중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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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ON™
작품등록일 :
2022.07.19 14:33
최근연재일 :
2022.08.29 12:05
연재수 :
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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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260
추천수 :
523
글자수 :
166,869

작성
22.08.04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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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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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글자
10쪽

3화 사상 최강의 중학생 (3)

DUMMY

“저 여자애가···그거야?

“쉿! 눈 마주칠라.”

“지금 들어오는 놈은 뭐야?”

“몰라···.”

“왜 둘이 같이 들어와?”


몰랐는데 입학식 중간에 대강당 문을 열면 이 정도 관심을 받는 거였다. 기분 탓인지 주변에서 속삭이는 소리가 바로 옆에서 말하는 것처럼 생생하게 들리기도 했다.


‘젠장, 튀기 싫은데.’


마음 같아서는 뒷자리 아무 데나 앉고 싶지만, 불행히도 그럴 수는 없다. 왜냐하면, 입학식 학생의 자리는 전부 지정석이기 때문이다.


능력주의!


헌터란 1급부터 5급까지 능력에 따라 받는 대우도 확연히 다르다. 능력으로 줄을 세우는 건 학생 때도 마찬가지로, 이곳 서울국제헌터학교에서도 초등학교 때 받은 헌터 평가에 따라 시작점이 달라진다.


바로 이 입학식부터.


능력주의가 과연 옳았던 건지는 이제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지금 매겨진 등급에 따르면 내 자리는 가장 앞줄인 1급반 뒤 2급반 자리의 어딘가였다.


‘저기겠네.’


정확한 위치는 기억나지 않지만, 이런 날 지각하는 머저리는 나 말고는 없을 테니 저기 어딘가 유일하게 빈자리가 내 자리가 아닐까?


나보다 먼저 강당으로 들어간 ‘그것’은 사람들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당당하게 1급반 자리에서도 가장 앞, 단상에서 가장 가까운 자리의 비어있던 의자까지 멈추지 않고 걸어가 앉았다.


수석이라는 의미였다.


올해 서울국제헌터학교에 입학한 학생 중 누구보다 실력과 가진 마력이 뛰어나다는 말이다.


그리고 원래대로라면 앞으로 육 년동안 쭈욱···.


“쳇.”


지금 작게 뱉은 건 그저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은 대강당 실내 공기를 뱉는 소리였다. 내가 이제 와서 ‘고작’ ‘중학생’에게 ‘질투’를 느낄 나이는 아니니까.


나는 주변의 간지러운 시선을 무시하고 자리에 앉은 후부터는 지루한 연설을 하는 교장이나 일선에서 ‘물러난’ 헌터들로 구성된 교사들을 피해 억지로 눈을 감았다. 보고 싶지 않았다.


‘쓰레기들.’



***



역시 여전히 모르겠다.


‘살고 싶은 대로 산다는 건 어떤 삶일까.’


나는···다시 헌터로 살아야 할까?


아니면 차라리 저들처럼 포기할까.


저기 강당 위에 있는 교사들은 헌터로 태어났으나 괴물과 맞서 싸우는 대신 학교에서 가르치는 일을 골랐다.


세계가 멸망하는 순간에는 괴물과 싸우기보다 방공호에서 일반인과 끌어안고 죽는 걸 택했고.


그래서 저들은 쓰레기들이다.


나는! 나는 저들도 세계의 멸망에 일조했다고 생각한다. 아니, 저들뿐이었을까?


내가 뱃가죽이 날아가고 내장이 튀어나오는 상처를 입을 때마다, 내 주변의 동료가 하나둘 간발의 차이로 죽는 모습을 봐야 할 때마다 안전한 곳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이들이 있다고 생각하면···. 나는···!


까득-.


절로 이가 갈렸다.


헌터가 되고 난 후의 십수 년은 너무나도 힘들고 괴롭기만 한 삶이었다···.


모든 걸 내려놓고 빌런이 되기 전까지는 매일 꿈에 나올 만큼 흉측한 괴물과 죽음과 진저리처지는 살의에 맞서 싸우다 밤이 와도 잠을 잘 수 없었다.


‘각성제를 많이 마셔서?’


아니, 내일이 오지 않았으면 해서!


아무것도 한 게 없이 자야 하는 하루가 아까워서···.


차라리 지금 스스로 죽는다면 적어도 그런 고통에서는 해방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후우···.”


다시 눈을 떴을 때 주변 아이들이 창백해진 얼굴로 앞을 주시하고 있었다. 이 어린 몸으로 살기를 흘리진 못했을 거고, 에어컨이 너무 세게 틀어져 있는걸지도.


미래를 겪어본 나는 지금 자신들 앞에 어떤 미래가 있는지도 모르는 채 초롱초롱한 눈으로 연설을 듣는 수백 명의 아이들의 모습도 보기 힘들었다.


사실 이번 신입생의 얼굴 중에는 반가운 얼굴도 몇 있어, ‘아, 이 녀석도 같은 중학교 출신이었지.’ 같은 생각도 났다.


의외로, 정말 의외로 성격뿐 아니라 실력도 무난해 인기가 많았던 탱커놈,


광역 주문에 올인해 물몸이지만, 누구보다 많은 괴물을 불태웠던 좀생이,


능력으로는 1급 헌터가 될 수 있으면서 쓸모없는 연구나 하다가 멸망 직전에서야 뭔가 그럴듯한 시제품을 만들었던 싸이코.


그때 내가 막을 새도 없이 감은 두 눈에서 눈물이 조용히 흘러나와 볼을 적셨다. 함께 셀 수 없이 많은 날을 사선을 넘으며 쌓았던 우정이 그리워서?


‘아니. 난 슬프지 않아.’


모두 나를 두고 먼저 죽은 후에도, 나는 멸망하는 세상을 몇년 간 떠돌았다. 그런 감정은 애저녁에 닳아 없어졌다!


단지 궁금할 뿐이다.


‘왜 하필 나일까.’


왜 하필 내가 과거로 돌아왔을까. 누군가를 고문하기 위한 방법이라면 최고의 방법 같았다.


그러다 하나의 다른 가정이 떠올랐다. 그건 내가 과거로 돌아왔다는 허무맹랑한 가정보다 현실적이면서 더 최악의 상황이었다.


어쩌면 이건 꿈도 과거로 온 것도 아니라 지금 거제도의 언덕에서 ‘정신체 괴물’이 내 머릿속을 들여다보고 있는 걸지 모른다고···!


세계가 멸망한 시점에 무슨 의미가 있을지 모르지만, 1급 정신체 괴물이라면 내 몸 어딘가에 촉수를 꼽아 기억을 파헤치는 것도 불가능하지는 않았다.


생각해보자! 내가 죽음을 맞이한 자리, 거기에 정신체 괴물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비록 중학교 입학은 2등급으로 했지만, 헌터 생활 도중에 기어이 1급으로 오를 만큼 마력의 운용폭이 늘어났고, 내 전투방식은 편식 없는 잡식성이었다.


숱한 전투 경험이 이 모든 걸 무의식적으로 하게 해주었다. 나의 일부는 죽음을 받아들였다 해도 다른 일부는 포기하지 않은거다.


언덕에서 달려들어 나를 둘러싼 괴물 무리 속에 ‘정신체 괴물’이 숨어 있었던가? 다시 기억을 더듬어보지만, 잘 모르겠다.


하지만 아직 정신체 괴물이 나를 조종하고 있다면, 벗어나는 방법은 알았다.


쳐다보는 것만으로 사람 하나정도는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 정신체 괴물. 주변 사람을 공격시키거나 자살시키는 경악할 만한 능력에 많은 헌터가 영문도 모른 채 죽은.


그러나 세계가 멸망한 건 정신체 괴물이 처음 등장한 뒤로도 몇 년이 지난 후였다. 그 공포스러운 능력은 분석되었고, 대처법 또한 있단 말이다!


정말로 내가 지금 최면에 빠져있다면, 정신체가 나와 이어져 있다면 그 통로로 직접 피해를 주면 되었다.


바로 가진 마력을 이용해서 직접 충격을 주는 것!


방법도 간단했다. 내 몸을 중심으로 이 미터 정도의 둥근 구체를 형성하듯 마력을 뿜어낸다.


단, 구체에는 빈틈이 있어선 안 되고 내 안에서부터 폭탄을 터트린다는 느낌으로 한 번에 강하게 방출해야 한다.


엄청난 마력량이 필요하지만 1급 헌터라면 이 정도는 누구나 할 수 있는 법! 아니, 나 정도 숙련된 1급 헌터는 이 마력을 두르고도 싸울 수 있었다.


‘그 정도까지 가면 최후의 수단이겠지만.’


아무튼, 시작해본다.


정신체 괴물이 먼저 눈치채기 전 순식간에-.


‘흡-!!’


콰당! 콰당-탕! 콰당! 쾅!! 쿵!


“엄마야!”

“악!”

“컥!”


내가 마력을 뿜어내자마자 나를 중심으로 대여섯의 신입생들이 앉은 자세에서 그대로 쓰러지며 다채로운 소음을 만들어냈다.


“···?”


정작 내 눈에 비치는 세상에는 어떤 일그러짐도 생기지 않았고, 데자뷔처럼 같은 장면이 반복되는 오류도, 내가 괴물과 싸우던 거제도의 언덕으로 돌아가지도 않았다.


이렇게까지 했음에도 ‘정신체 괴물 대응 매뉴얼’에서 확인하고 내가 기대했던, 환상이 깨지는 일은 없었다.


아무 일도 없었다.


아무 일도.


잠시 정적이 흐른다.


“···.”


믿을 수 없지만, 이제는 받아들여야 했다. 여기는 환상이 아니라는 걸.


갑자기 머리도 핑 돌았다. 익숙한 어지러움이었다. 마력을 한계까지 쥐어짰을 때 생기는 뇌가 보내는 경고!


아니, 그전에 사고를 친 것도 같다.


오직 ‘그것’만이 꼿꼿한 자세로 뒤통수를 보여줄 뿐, 갑자기 생긴 소음에 강당 안 지루해 죽어가던 수백 명의 학생이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유일하게 떠들던 교장도 입을 다물었고, 상황파악을 해야하는 단상 위 교사들의 눈동자 수십쌍도 나를 주시한다.


의자와 함께 추하게 쓰러진 학생 가운데서 유일하게 앉아있는 건 나였으니까.


늦게 대강당에 들어온 것에 비할 수 없는 관심에 피부가 따가웠다. 1급반에 앉아있던 친구들까지 고개를 돌렸을 때는 그들이 볼세라 황급히 볼에 남은 눈물 자국을 훔쳤다.


꿈도 아니고, 환상도 아니라면 정말로, 정말로 과거로 돌아온 것이다.


피곤한 일이 됐다.


그리고 나는 피곤한 일에 엮이고 싶지 않으니 일단은 모른 척 얼굴에 철판을 깔기로했다.


표정으로 이야기하자.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고.


“아씨, 누가 밀었는데···. 뭐지?”


넘어졌던 학생들도 주변 눈치가 보이는지 주섬주섬 의자를 일으켜 세운다.


안들린다.


“으으···.”


머리부터 바닥에 떨어진 학생은 약한 뇌진탕이 있는지 아직 누워있다. 어쩌면 병원에 가야 할지도?


안보인다.


“으앙, 쪽팔려. 이게 뭐야.”


한껏 유치하게 꾸미고 왔던 여학생이 울먹이려 할 때도···.


나는 여전히 사회생활에서 익힌, 상사를 대할 때 가장 자연스러운 만렙짜리 미소를 지은 상태다.


“···.”

“······.”


나는 할 말이 없다. 단지 들려줄 수는 없지만, 이 정도 위로는 속으로 해줄 수 있겠다.


얘들아 괜찮단다. 어차피 세계는 멸망하니까.


세계가 멸망하면 너희들의 흑역사를 기억할 사람도 없어지니까.


웃자.


웃으면 된다고 생각해.


아, 술이 땡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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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31화 누군가 너를 이유 없이 싫어한다면 (5) (1장 끝) +4 22.08.29 332 10 16쪽
31 30화 누군가 너를 이유 없이 싫어한다면 (4) +2 22.08.28 317 15 12쪽
30 29화 누군가 너를 이유 없이 싫어한다면 (3) +2 22.08.27 332 11 15쪽
29 28화 누군가 너를 이유 없이 싫어한다면 (2) +2 22.08.26 361 13 12쪽
28 27화 누군가 너를 이유 없이 싫어한다면 (1) +3 22.08.25 394 9 15쪽
27 26화 조용해서 이상하다 (6) +1 22.08.24 416 16 11쪽
26 25화 조용해서 이상하다 (5) +1 22.08.23 459 11 11쪽
25 24화 조용해서 이상하다 (4) +2 22.08.22 543 13 12쪽
24 23화 조용해서 이상하다 (3) +2 22.08.21 592 15 13쪽
23 22화 조용해서 이상하다 (2) +1 22.08.20 623 11 11쪽
22 21화 조용해서 이상하다 (1) +4 22.08.19 700 13 11쪽
21 20화 내가 최고다 (8) +7 22.08.18 706 16 13쪽
20 19화 내가 최고다 (7) +1 22.08.17 682 11 11쪽
19 18화 내가 최고다 (6) +1 22.08.16 705 10 11쪽
18 17화 내가 최고다 (5) +1 22.08.15 776 16 11쪽
17 16화 내가 최고다 (4) +4 22.08.14 847 13 14쪽
16 15화 내가 최고다 (3) +1 22.08.13 870 11 11쪽
15 14화 내가 최고다 (2) +1 22.08.12 907 12 11쪽
14 13화 내가 최고다 (1) +2 22.08.11 1,068 13 11쪽
13 12화 일진을 잡아먹다 (5) +3 22.08.10 1,113 14 11쪽
12 11화 일진을 잡아먹다 (4) +2 22.08.10 1,132 16 11쪽
11 10화 일진을 잡아먹다 (3) +2 22.08.09 1,205 14 12쪽
10 9화 일진을 잡아먹다 (2) 22.08.09 1,232 15 12쪽
9 8화 일진을 잡아먹다 (1) +1 22.08.08 1,288 16 11쪽
8 7화 사상 최강의 중학생 (7) +2 22.08.08 1,396 19 11쪽
7 6화 사상 최강의 중학생 (6) +3 22.08.07 1,460 20 10쪽
6 5화 사상 최강의 중학생 (5) +1 22.08.06 1,662 17 14쪽
5 4화 사상 최강의 중학생 (4) +2 22.08.05 1,918 22 11쪽
» 3화 사상 최강의 중학생 (3) +1 22.08.04 2,167 2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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