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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ON™ 님의 서재입니다.

사상 최강의 중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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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ON™
작품등록일 :
2022.07.19 14:33
최근연재일 :
2022.08.29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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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8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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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16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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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8화 내가 최고다 (6)

DUMMY

몇 시간 후 나는 피곤한 얼굴로 서울국제헌터학교에서 나와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으로 왔다.

가슴팍에는 이불천으로 대충 둘둘 말은 검을 안고서.


‘생각보다 너-무 힘들었어.’


원래 적성에 맞는 기술도 아니었는데, 마력도 부족한 미숙한 몸으로 시도해서인지 너무도 쉽게 피로해졌다.


그런 이유로 마력을 대부분 소모했을 때의 탈력감을 또 느끼고 있다. 자꾸만 감기려는 눈꺼풀을 애써 뜨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래도 성능은 만족할 만하니 됐나.’


약속된 냉동만두의 검. 새 주인을 찾기 전까지는 너는 이제 만두검이다.


아무튼 만두검을 품에 안고 걸으며 멀쩡히 돌아가는 지하철 시스템을 눈으로 보자 감회가 새롭다.


지하철 정거장 안에는 여러 개의 영상광고판이 있었다. 가끔 거기서 괴물 소탕 관련 뉴스가 스치듯 지나갔지만, 놀라거나 세상이 망했다고 소리 지르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멸망론자도 없는 것 같고.’


참으로 평화로운 모습이었다.


푸쉬익-!


중학생이 된 후 처음 마주하는 지하철이 내 앞에서 문이 열렸다. 정해진 시간에 들어오는 지하철, 하나도 급한 것 없이 지하철로 들어가 자리에 앉거나 폰을 보는 사람들.


평화. 평안. 평온.


현실을 외면해서 얻은 표정이다. 마치 알아서는 안 될 것이라도 되는 양 모든 것을 떠넘기고서 말이다.


“···.”


그래도 되는 걸까?


대신 목숨을 걸고 싸우는 헌터들이 바라는 게 이런 평화일지도 몰랐다. 나도 이런 모습에서 보람을 느낀 적이 있다.


하지만 지금은 모르겠다···.


이 도시의 하수처리가 어떻게 되는지, 수돗물은 어떻게 만드는지, 전력을 어떻게 공급하는지, 누가 범죄를 저지르고 숨어 사는지 같은 건 솔직히 모르고 살아도 된다.


모르고 살아도 지장이 없으니까.


나도 그랬다. 하지만 괴물은 아니지 않은가?


괴물은 코앞에 다가온 위기이고, 세상 그 무엇보다 인류의 생존에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다.


백사장의 모래 한 줌 만한 일부에게 맡기고 나 몰라라 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적어도 멸망하던 때는 그랬다.


우주 저편에서 길이 160km의 소행성 라마가 지구와 충돌한다고 해도 이렇게 태평하게 있을 생각일까?


아무리 내가 1급 헌터라도 이 많은 사람의 정신세계를 돌리는 건 무리일 테니 역시 세상은 다시 멸망할 거다.


단지 나보미가 마음에 걸릴 뿐이다.


내 손이 닿지 않는 곳에서 억울하게 죽어야 했던 그녀는 마지막에 어떤 생각을 하며 죽었을까. 혹 고통은 없었을까?


그런 그녀가 지금은 내 손이 닿는 곳에 있었다. 어떻게든 구하고 싶은 거다.


눈이 감긴다.



***



“···.”


쏟아지는 졸음에 눈이 감기는 걸 참으며 멍하니 오십 분 정도를 이동해 서울 종로구에 도착했다.


지하철에서 밖으로 나가기 전 화장실로 들어가 준비해두었던 가면을 썼다.


내 체구가 작아서였을까? 눈코입이 전혀 드러나지 않는 우스꽝스러운 캐릭터 가면을 썼음에도 사람의 관심은 크지 않다.


그보다는 헌터가 세상에 등장한 이후, 다소 눈에 띄는 복장에 대한 면역이 생겼기 때문일 수도 있었고.


“여기는 그대로군.”


서울의 금싸라기 땅, 수백 년동안 나라의 중심이었던 종로에는 지금 외국계 회사나 증권회사가 모여있다.


그 고층 건물 사이로 걸어가 목적지에 도착했다. 창문을 극도로 자제해 흡사 감옥같이도 보이는 건물이었다.


입구에는 시커먼 총을 든 덩치 큰 군인들이 서성거렸고, 어쩐지 지나가는 사람도 많지 않았다. 한눈에 보아도 위험해 보였다.


하지만 나는 헌터로서 이곳을 가끔 방문했었다. 물론 그때는 손님이었고 지금처럼 판매자는 아니었지만.


손님과 판매자.


여기가 바로 온갖 헌터 용품이 거래되는, 정부와 이신그룹이 반씩 투자하고 운영하는 ‘헌터경매장’이었다.


지금 나는 천으로 대충 두른 무언가를 두른 가면을 쓴 괴한. 당연히 입구에서부터 총을 든 군인들에게 제지당했다.


한두 푼 하는 물건을 취급하는 곳이 아니었다. 개당 수천만 원에서 수십억이 넘는 물건이 한가득한,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물건들을 취급하는 곳의 보안이 허술할 리 없는 것이다.


하지만 단 한 가지 예외가 있었다.


“여기 무기를 팔려고요.”

“헌터 자격증은?”

“저는 대리인이에요.”


이렇게 가면까지 쓰면서 내 정체를 까발릴 리 없지 않은가? 물론 아직 자격증도 없지만.


“흐음···.”

“마력무기예요.”

“뭐라고?!”


마력회로가 새겨진 대괴물용 헌터 전용무기. 통칭 마력무기.


“지금 마력무기라고 했니?”


그렇게 내 입으로 분명히 말했다.


한국에는 마력부여를 쓸 수 있는 헌터가 없기에, 지금 한국에 열 개는 있는지 아닌지 모를 마력무기라고.


“마력무기를 팔 생각인데 막는다면 다른 곳으로 갑니다.”


제발 팔아달라고 사정하는 물건을 가지고 있으면 아무리 잘난 경매장이라도 지금은 내가 갑이다.


그들이 서로 눈빛 교환을 한다.


군인들도 마력무기가 무언지 안다. 이쪽 세계에 한발을 걸쳤으니까.


거짓말일 수도 있는 내 말에 무선으로 무언가를 주고받던 군인이 나를 안으로 들여보냈다.


그들을 거쳐 건물 안 보안검색대 영역을 지나 잠시 기다리자 안쪽에서 검은색 양복을 입은 남자가 뛰어왔다.


처음 보는 얼굴이었지만, 어쩐지 알 수 있었다. 나를 찾으러 온 사람이라는 걸.


비록 천 쪼가리에 가려져 있지만, 그는 오자마자 내 품에 있는 무기에 시선을 떼지 못했으니까.


“무기를 팔러오신 분 맞으시죠?”

“네, 심부름꾼입니다.”


그는 여전히 내 무기에 눈을 떼지 못한 채였다.


“솔직히 믿기 어렵습니다. 마력무기는 아직 우리 경매장에서 매물로 나온 적이 없으니까요. 만약에 장난이라면 정말 ‘후회’하게 될 겁니다.”


그 양복을 입은 남자는 이제야 고개를 들어 진지하게 가면 너머의 내 눈 쪽을 바라보며 경고했다. 나는 상관없다고 대답했다.


“감정을 해야 하는데 이걸 우리에게 며칠 맡길 수 있습니까?”

“대기 중인 감정사를 불러오시죠.”


내가 미쳤다고 이신그룹 나와바리에 물건을 맡기겠는가? 경매장에 ‘감정’ 기술이 있는 서포터 헌터가 있는 건 비밀도 아니었다.


‘아차.’


비밀이 아니라는 건 지금보다 몇 년 후의 일이겠다.


서포터 역시 괴물과 싸우는데 힘을 보태야 하는 귀중한 헌터 자원이었으니까. 그런 자원을 후방의 경매장에 대기시키는 건 좋은 말을 들을 수 없어서 비밀이었다.


심지어 이곳은 민간 합자 투자사업으로 이신그룹이 정부의 지원을 받으며 운영하는 곳. 즉, 이신그룹의 나와바리였으니.


‘정부가 영리업체에게 헌터를 사유화하도록 허락한 셈도 되니깐.’


그래도 되냐고? 안된다.


하지만 세상에 안 되는 건 없었다. 살아보니 사는 게 다 그렇더라.


그건 좋은 쪽으로도 또는 나쁜 쪽으로도 일어났다. 아무튼 졸지에 비밀까지 들키고 표정이 뻣뻣해진 남자에게 다시 물었다.


“그래서 팔까요, 말까요?”


당황할수록 당당하게 나가라.


방금 내가 지어낸 개똥철학이다.



***



그날 밤 헌터 경매장 홈페이지에 하나의 물건이 조용히 올라왔다.


[3급 ‘발화’의 장검.]


여기서 3급이란 3급 괴물 중 가장 단단하다고 평가되는 괴물에게도 통한다는 뜻이었다.


이 등급은 헌터들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만든 국제표준이었고, 모든 감정 기술을 사용하는 서포터는 이 기준에 맞게 등급을 매긴다.


어떤 나라에서는 3급 무기가 어떤 나라에서는 2급인 그런 경우는 없다는 말이다. 있어서도 안 되고.


다음으로 ‘발화’란 무기를 초고온 불꽃으로 감싸 괴물의 외피를 쉬이 자르고 잘린 단면의 재생을 저지하는 기술이었다.


이런 불과 관련된 이능은 직관적이고 이해하기 쉬워 많은 헌터가 선호했다. 심지어 불 속성은 괴물 대부분에게 잘 먹히는 쪽이었다.


대전차화기도 뚫지 못하는 괴물의 외피를 마력으로 만든 불길은 녹이고, 치명상을 입힐 수 있었다. 이론적으로는 탱커나 서포터도 이 장검을 들면 3급 괴물까지는 죽일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런 이유로 딜러 다음으로 마력무기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건 탱커였다.


상세정보에는 공산품처럼 생긴 장검을 여러 각도에서 찍은 사진들과, 용암처럼 검붉은 불꽃이 장검을 감싸는 모습이 담긴 짧은 동영상도 있었다.


일반인은 몰라도 헌터들은 마력으로 만든 반응임을 바로 알 수 있는.


사실일까? 거짓일까?


정부와 그 이신그룹이 보증한 내용이었기에 믿어야 했다.


아니, 믿고 싶다고 해야 할까?


만약, 이 무기가 이신그룹을 통해 얻은 것이었다면 경매장까지 나올 이유가 없었다. 전혀!


한국에서 가장 잘 나가는 이신길드도 마력무기는 구경하기 힘들었다. 3급 이상의 마력 무기라면 네다섯 개는 가지고 있을까? 소속된 헌터는 수천인데 말이다.


그러니 이신그룹이 곧바로 이신길드의 헌터에게 주어 경쟁력을 올리는 게 최선이었다.


복잡하게 굳이 경매장에 올려 경쟁을 왜 한단 말인가? 차지한다는 보장도 없고, 비용은 몇 배나 오를지 모르는데.


아무리 돈이 남아돌아도 이런 식으로 돈을 함부로 쓰는 기업은 없었다. 그러니 그렇게 하지 못한 거다.


즉, 이건 깨끗한 물건이란 뜻이었다.


그런데 귀한 마력무기를 쉽게 차지할 기회를 놓쳤지만, 이신그룹이 이런 실수를 두 번이나 할 만큼 허술할까? 당연히 이번 입찰에 뛰어들 거라고 예상할 수 있었다.


그 대단하신 이신그룹과 경쟁해야 하지만, 다시 오지 않을 기회일지도 모르니···.


설마 입찰한 물건에 상회입찰한다고 죽이기야 하겠는가.


경매장 페이지의 조회수가 가파르게 오르기 시작한다.


판매자 비공개에 시작가는 의례적으로 일억원. 낙찰일은 내일 오후 4시까지.


다소 사정이 있어 보이는 애매하고 짧은 시간이었다. 그리고 충분한 현금을 준비하기에도 부족한.


개인이라면 지금부터 해외 주식을 모두 매도해서 한국의 계좌로 옮기거나, 부동산이든 담보대출로 현금을 마련할 생각을 하고 있을지도.


잘 나가는 대기업에 밀려 이름값을 올릴 필요가 있는 중소길드에서도, 지금의 위치를 더욱 확고히 하길 원하는 대형길드에서도 비상 연락을 돌리고 있을 것이다.


여윳돈이 얼마나 준비되었는가?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


그렇게 경매장 홈페이지에 올라온 무기 하나가 한국의 한 실력 하는 헌터들을 잠 못 이루게 만들었다.


경매장 페이지 조회수의 오름세는 새벽이 되어서도 여전히 꺾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새나라의 어린이 김이도는 꿀잠을 자고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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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3화 조용해서 이상하다 (3) +2 22.08.21 592 15 13쪽
23 22화 조용해서 이상하다 (2) +1 22.08.20 623 1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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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19화 내가 최고다 (7) +1 22.08.17 682 11 11쪽
» 18화 내가 최고다 (6) +1 22.08.16 705 10 11쪽
18 17화 내가 최고다 (5) +1 22.08.15 776 1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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