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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강의 중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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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ON™
작품등록일 :
2022.07.19 14:33
최근연재일 :
2022.08.29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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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26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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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화 누군가 너를 이유 없이 싫어한다면 (2)

DUMMY

국군병원이 군 장병 위주로 치료하는 병원이듯, 서울에는 헌터들이 다칠 때 가는 병원이 따로 있다. 헌터들 사이에서는 ‘헌터병원’이라고 부르는 곳이다.


물론 정식명칭은 더 긴 이름이 있었지만, 매일 생과 사를 오가는 순간이 반복되는 와중에 그런 걸 기억하고 다닐 만큼 여유로운 헌터는 많지 않을 거다.


‘나를 포함해서.’


아무튼 아직 돈을 넘치게 벌지 못하는 헌터학교 학생들이 다치는 경우 보통 이곳으로 먼저 보내진다. 나머지는 그들 부모의 역량에 따라 장소를 옮기거나 하지만.


돈이 아주 많으면 일반병원 VIP 코스로 가는 거고, 아니라면 사정에 맞춰 대학병원 등으로 옮길 거다. 다 그런 거 아니겠는가?


다만 그건 치료 외적인 서비스를 더 누리고 싶은 고객의 마음이 커서이지, 일반병원이 헌터병원보다 낫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일반병원의 어디에도 헌터병원의 의사만큼 헌터를 많이 만져본 의사는 없다. 특히 현대의학과 마력을 이용한 치료의 병행 같은 건 오히려 이쪽이 선두주자였다.


헌터병원에는 실력이 특출나게 좋거나 의욕이 높은 젊은 의사가 차출되기 때문에, 새로운 의학 논문이나 수술 방법 등은 대부분 이런 헌터병원에서 나왔다. 세계적인 추세였다.


그래서 무언가 알 수 없는 증상이 있다면 일반병원으로 옮기지 않는 편이었다. 그게 더 현명한 선택이니까.


이게 서울국제헌터학교에서 집단으로 실려 온 학생들이 아직 여기에 입원해있는 이유이다.


‘흠.’


정정한다. 입원해있었던 것이다.


내가 찾아낸 정보로는 여기에 모두 모여있었어야 했는데, 열 개도 넘는 침대가 깔끔하게 정리된 텅 빈 병실은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풍겼다.


교무실로 불려간 이후 늦은 감이 있지만, 내가 저지른 일을 내가 수습하러 왔다. 지금이라면 어떤 증거도 남기지 않고 처리할 수 있었으니까.


“···.”


하지만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나는 ‘은신’을 잠시 풀고 몸에서 마력을 풀어 병실 안에 ‘탐색’을 사용했다. 이 공간에는 사람이 오가며 만든 흔적이 일체 사라져 있어 느껴지는 감각이 너무나 깨끗했다.


탐색을 통해 전달받는 감각을 빼더라도 이 병실 안에서는 어떤 지문이나, 머리카락, 신발 자국 등을 찾아볼 수 없을 거란 예감이 들었다. 병원에 결벽증이 걸린 헌터 출신의 간호사라도 있지 않은 이상 이렇게까지 될 순 없을 거다.


이러면 나도 이들의 흔적을 찾을 수 없다.


하지만 그래서 불안하지 않았다. 왜 불안하겠는가? 나보다 전문가들이 먼저 손을 썼는데.


내가 지금까지 먹은 치킨의 수를 셀 수 없듯이, 수없이 많은 범죄를 저지르면서도 누구보다 떵떵거리며 사는 그들이.


“그래, 이래야 너희답지.”


나는 이신길드가 지나간 흔적을 확인하고 몸을 돌렸다.


[보미야]

[웅?]

[뭐해?]

[지금? 공부···.]

[라면 좋아해?]

[응응 너무 먹고 싶은데 매점에서 안팔더라ㅠㅠ]

[내가 지금 밖에서 컵라면 두개 샀는데 먹을래?]

[아진짜?? 아싸!]

[한 시간 뒤에 매점 앞에서 보자]

[알았어 ㅎㅎㅎ]


핸드폰을 끈 내 입꼬리가 쓱 올라갔다. 그러다 핸드폰 진동이 다시 울려 화면을 봤다.


[너는 라면 뭐 조아해?]


왜일까? 단순한 질문이었지만, 뭐라고 적어야 할지 순간 고민이 됐다.


나는 나보미를 좋아한다. 아니, 사랑했다···.


하지만 지금 나보미는 열네 살이었다.


‘그리고 나는 열네 살이 아니지.’


그래서 ‘나는 네가 좋아하는 라면이라면 뭐든 좋아할 수 있다.’고 솔직하게 말하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나는 많은 나이 차이에서 오는 우쭈쭈해주고 싶은 마음을 억지로 삼키고 있다.


대신 내가 기억하는 그녀의 취향을 적어 보냈다.


[참깨 오동통 진]

[오! 비슷하네 ㅎㅎ]

[ㅎㅎㅎㅎ]


내가 생각이 너무 많아진 건 아닐까. 생각을 많이 한다 해서 꼭 좋은 결과에 도달하는 것도 아닌데.


아마도 한가해졌기 때문이리라.


내가 원하는 건 멸망하는 세계에서 나보미의 행복을 지키는 것이었고, 그런 불가능한 목표를 위해 해야 할 건 셀 수 없이 많았다.


하지만 우선은 함께 라면을 먹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



같은 시간, 학교는 수업이 끝났다고 해서 교사나 행정직원의 일도 끝나는 게 아니었다. 오히려 수업이 끝나야 진행할 수 있는 일이 있었다.


“올가을에 전국 헌터학교 역량 진단 평가가 있지 않습니까. 정부지원금을 최대한 받으려면 작년 이상의 점수를 받아야 합니다.”


오늘 방과 후 정기 교사회의 주제는 학교 평가였다.


“학교 차원에서 만점으로 맞출 수 있는 항목은 준비하고 있습니다. 작년과 변함없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희가 할 수 없는 부분이 있는데···.”

“전국 청소년 헌터 대회 말이군요.”

“네, 맞습니다.”


전국 청소년 헌터 대회란 전국의 헌터학교가 모여 학년별로 팀을 꾸리고, 대련을 토너먼트 방식으로 진행하는 행사를 말했다. 1학년부터 3학년까지 세팀의 최종 순위를 평균 내면 그게 점수고 학교의 실적이 된다.


“네, 작년에는 종합 3위를 받아 평가가 소폭 떨어졌습니다. 게다가 올해도 이 성적을 유지하거나 더 떨어질 경우, 계산식에 의하면 실적이 더욱 내려가게 됩니다. 따라서 저희가 올해 받아야 할 성적은 1등과 2등뿐입니다.”

“종합 1등, 2등이 쉽지 않겠지요.”


다 아는 얘기였다. 어느 경쟁이든 쉬운 것이 있겠는가?


상위권 학교라면 서울국제헌터학교와 똑같이 평가를 준비하기 때문이었다.


만점을 받을 수 있는 항목은 모두 만점을 받아놓기에, 이런 상대적인 성적을 받을 수 있는 곳에서 순위가 갈리게 되어있다.


따라서 그쪽 역시 대회에 진심일 텐데, 종합 1등이나 2등은 모든 학년이 그들을 누르고 결승까지는 올라가야만 나올 수 있는 성적이었다.


“다행히 올해 2학년과 3학년은 실력이 많이 좋아졌습니다. 상성에 따라 1, 2위도 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주요 학교에서 명단을 제출하는 즉시 전략을 짤 예정입니다. 업체는 선정해두었습니다.”

“그런데 1학년은, 알다시피 이제 갓 입학해서 예측이 어렵습니다. 변수를 줄일 수 있을 만큼 준비된 학생이 생각보다는 많지 않습니다.”


교사들의 고민은 1학년이었다. 매년 1학년이 문제였다.


중학교 1학년은 한마디로 새하얀 백지였다! 대회는 여름에 있지만, 명단은 봄까지 제출해야 하고 바꿀 수 없다.


그런데 대회 전까지 몇 달 동안 명단에 들어간 학생이 얼마나 성장할 수 있을지를 예측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래서 선호하는 방법 중 하나는 애초에 백지가 아닌 학생을 선택하는 것이다. 교사들도 다 안다. 누가 선행학습을 통해 배울 것을 다 배우고 들어왔는지···.


비록 그 학생이 앞으로는 크게 눈에 띄는 실력이 되지 못하더라도 대회 때만큼은 활약할 수 있다면, 그건 학교를 위해서 안정적인 선택이었다.


“딜러에 이설을, 탱커에는 백좌선이 고정입니다. 나머지 세 명을 잘 골라야 합니다. 능력 조합과 상대 학교와의 상성도 봐야 하고요.”


2학년과 3학년 선정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동안 쌓인 성적이나 평가가 많이 있었고, 기존에 대회에 나갔던 학생 중에서 아주 일부만을 바꾸면 되었다.


“예비 멤버를 포함해서 학년별로 열 명씩 맞춰보겠습니다. 최종 선정은 다음 회의 때 하면 될까요?“

“그렇게 하세요.”


교사들은 가장 상석에 앉은 교장에게 보고를 하며 빠르게 일을 진행했다.


“자, 그러면 다시 일학년인데···.”


다들 뾰족한 수가 없어 회의실의 분위기가 다시 흐지부지해졌다. 최선이 아닌 차악을 고르고 끝내기에는 대회에 걸린 것이 너무나 컸다.


학교평가에 따라 달라지는 건 정부지원금만이 아니었다. 간접적으로 교사의 역량 또한 평가받는다.


헌터학교의 교사는 정년이 보장되는 정규직 같은 게 아니었다. 교사의 역량에 의심을 받으면 자격을 빼앗길 수도 있었다.


딱딱딱.


교장 또한 손가락 끝으로 책상을 두드리며 생각에 잠겼다. 교사들의 불편함에 불편함이 더해져 공기가 점점 무거워졌다.


‘에라, 모르겠다.’


그것을 견디지 못하고 한 교사가 손을 들었다.


“교장 선생님, 제가 추천하고 싶은 학생이 있습니다.”

“얘기해보세요.”


교장이 즉답했다.


“1학년 2급반의 김이도라는 학생입니다.”

“2급이요?”


수백 명의 학생 중 한 학년을 대표하는 다섯 명을 뽑는 자리였다. 학교의 평가와 직결되는 중요한 일이었고, 올해는 무조건 확실한 실적을 내야 한다고 앞서 말했다.


2급반 학생을 고려 중인 교사는 없었다. 단 한 명만 빼고는.


그건 김이도의 실력을 짧게나마 직접 겪어본 기숙사 담당 임재완 교사였다.


“아직 입학한 지 며칠이 되지 않았지만···. 김이도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김이도라면 폭력을 일으킨 그 학생이죠? 이신길드가 지원하는···.”

“맞습니다.”

“이신길드가 이유 없이 2급 학생에게 그런 관심을 줄 리는 없긴 합니다. 하지만 당장 쓸 수 있느냐. 그건 아직 모르는 거 아닐까요?”

“저는 그렇게 확신합니다.”


확신하는 이유는 두 가지였다. 김이도는 3급 헌터인 임재완 교사가 전력을 다한 ’속박’을 무시하고 움직일 수 있었다.


‘속박’은 임재완 교사의 선천기술이었다. 직접 상대의 신체에 닿아야 최대 효율이 나오지만, 가까운 거리라면 떨어져서도 그럭저럭 쓸 만하다고 자평하는.


그런데 임재완 교사가 괴물과 싸우는 전방에서 도망친 이유는 ‘속박’이 통하지 않는 괴물이 점점 늘어났기 때문이었다. 서포터로서 쓸모없는 자신을 견딜 수 없었기에.


속박이 필요한 순간에 먹히지 않는다면, 괴물과 마주한 헌터는 죽을 수밖에 없다. 그런 민폐를 끼치고 싶지 않았기에 도망쳤다.


아무튼, 임재완 교사의 속박이 통하지 않는 괴물은 일부 ‘3급’ 괴물부터라는 말이다. 3급 괴물이라면 단신으로 기갑사단 중대 병력 정도는 순식간에 쓸어버릴 수 있는데,


믿을 수 없지만 적어도 김이도의 힘은 그 수준이리라···.


게다가 얼마 전까지도 현직 헌터였던 자신의 기세에도 쫄지 않는 강심장도 있었다.


‘중학생 수준이 아니야. 절대로.’


어떤 중학생도 이처럼 할 수 없었다. 그것도 열네 살에!


그건 태어날 때부터 온갖 황제교육을 받고, 올해 수석으로 들어온 이설 학생이라 해도 마찬가지였다.


이설이 지금 얼마나 뛰어나고 잠재력이 높다 한들, 임재완 교사가 속박으로 제압하면 그것으로 끝! 그게 일반적인 학생과 교사의 실력차였다.


교사를 능가하는 학생이 있다? 그렇다면 그 학생은 대회에서 활약할 수 있을까?


당연하다.


“제 생각엔, 일학년 대표로 들어가도 충분할 것 같습니다.”

“그러면···좀 더 들어볼까요? 이 학생에 대해 더 알고 계시는 분 있으십니까?”


교장이 임재완 교사의 제안을 받았고, 약간의 침묵이 흘렀다.


이제 막 입학한 김이도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 더 많았으니까. 그렇다고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면 회의가 끝나지 않으니까.


1학년 2급반 수업에 들어갔던 교사 몇이 눈치를 살피며 슬그머니 손을 들기 시작했다.


회의라는 멈춰있던 시계태엽이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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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30화 누군가 너를 이유 없이 싫어한다면 (4) +2 22.08.28 317 15 12쪽
30 29화 누군가 너를 이유 없이 싫어한다면 (3) +2 22.08.27 332 11 15쪽
» 28화 누군가 너를 이유 없이 싫어한다면 (2) +2 22.08.26 361 13 12쪽
28 27화 누군가 너를 이유 없이 싫어한다면 (1) +3 22.08.25 394 9 15쪽
27 26화 조용해서 이상하다 (6) +1 22.08.24 416 16 11쪽
26 25화 조용해서 이상하다 (5) +1 22.08.23 459 11 11쪽
25 24화 조용해서 이상하다 (4) +2 22.08.22 543 13 12쪽
24 23화 조용해서 이상하다 (3) +2 22.08.21 592 15 13쪽
23 22화 조용해서 이상하다 (2) +1 22.08.20 623 11 11쪽
22 21화 조용해서 이상하다 (1) +4 22.08.19 700 13 11쪽
21 20화 내가 최고다 (8) +7 22.08.18 706 16 13쪽
20 19화 내가 최고다 (7) +1 22.08.17 682 11 11쪽
19 18화 내가 최고다 (6) +1 22.08.16 705 10 11쪽
18 17화 내가 최고다 (5) +1 22.08.15 776 16 11쪽
17 16화 내가 최고다 (4) +4 22.08.14 847 13 14쪽
16 15화 내가 최고다 (3) +1 22.08.13 870 11 11쪽
15 14화 내가 최고다 (2) +1 22.08.12 907 12 11쪽
14 13화 내가 최고다 (1) +2 22.08.11 1,068 13 11쪽
13 12화 일진을 잡아먹다 (5) +3 22.08.10 1,112 14 11쪽
12 11화 일진을 잡아먹다 (4) +2 22.08.10 1,132 16 11쪽
11 10화 일진을 잡아먹다 (3) +2 22.08.09 1,205 14 12쪽
10 9화 일진을 잡아먹다 (2) 22.08.09 1,232 15 12쪽
9 8화 일진을 잡아먹다 (1) +1 22.08.08 1,288 16 11쪽
8 7화 사상 최강의 중학생 (7) +2 22.08.08 1,396 19 11쪽
7 6화 사상 최강의 중학생 (6) +3 22.08.07 1,459 20 10쪽
6 5화 사상 최강의 중학생 (5) +1 22.08.06 1,662 17 14쪽
5 4화 사상 최강의 중학생 (4) +2 22.08.05 1,918 22 11쪽
4 3화 사상 최강의 중학생 (3) +1 22.08.04 2,167 2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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