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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ON™ 님의 서재입니다.

사상 최강의 중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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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ON™
작품등록일 :
2022.07.19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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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8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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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22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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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4화 조용해서 이상하다 (4)

DUMMY

“그런데 왜?”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잘나가는 이신길드가 겨우 2급반에 배정받은 중학생에게 관심을 줄 이유가 없었다.


이렇게 따로 관리까지 해줄 정도는 더더욱 아니고.


이신길드는 최고의 조건으로 헌터를 영입하기에 여러 길드의 잘나가는 헌터들도 빈자리가 나면 간택당하길 원한다.


그들과 비교해서 내가 더 나은 게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된다.


1급 괴물도 썰어버리는 내 특기 ‘절삭’ 때문에? 글쎄.


내 ‘절삭’은 이맘때 ‘전혀’ 주목받는 기술이 아니었다.


화려하지도 않았고, 중학생 수준의 마력제어로는 숯돌로 칼날을 날카롭게 간 것과 비슷한 정도일 뿐이었다.


그래서 날이 더 잘 드는 무기를 사용하면 없는 거나 마찬가지인 특기. 그게 ‘절삭’이었다.


그런 ‘절삭’이 빛을 발한 건 내 헌터 등급이 오르고 1급 괴물이 쏟아지며 외계인을 고문한 현대기술이 집약된 무기보다 내 능력이 쓸모 있게 된 후부터였다.


“···.”

“······.”

“·········.”


나 혼자서는 도저히 답을 찾을 수 없다.


정말 싫었지만, 어린 ‘그것’을 찾아가야 할 시간 같았다.


‘찾아간다 해도 원하는 답을 찾을 수 있을지.’


안 좋게 이혼한 전 부인에게 연락하는 기분이 꼭 이렇지 않을까? 정말, 정말, 정말 싫다!


하지만 해야 하기에 모든 감정을 뒤로하고 움직이기로 했다.


나는 해야 하면 기필코 해내고 마는 노련한 1급 헌터, 김이도니까.



***



중학교 1급반 교실 근처에 도착해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 다짜고짜 쳐들어갈 수는 없었다.


‘계획이 필요해.’


우선 1학년 1급반 교실에는 당연하지만 나보미와 나보미의 친구가 있다. 만에 하나라도 그것과 마주하기 전에 마주치면 곤란했다.


왜냐고 묻는다면 나보미 이외의 여자에게 아는 척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그것과 연관되어 오해받는 것도, 혹 자신을 찾아왔다고 생각했다가 실망하게 하거나 나중에 해명해야 하는 것도 전부 싫었으니까.


‘그러니 미안하지만···. 하, 벌써 이러면 안 되는데.’


나는 핸드폰으로 나보미에게 잠시 매점에서 보자고 문자를 보냈다. 딸기우유가 먹고 싶다고···.


중학교 일학년인 나보미는 아직 딸기우유의 유혹을 이기지 못할 나이였다. 나보미는 내 문자를 받고 몇 번 글자를 치고 지우다가 알겠다고 답했다.


‘됐다!’


안 보이는 곳에서 나보미가 교실을 나오는 걸 확인하고 바로 움직였다. 이제 정말 시간이 없었다.


나보미가 매점에서 나를 만나지 못한다면 거짓말이 되지만, 모든 일을 처리하고 늦게라도 매점에서 만난다면 그건 거짓말이 아니니까.


‘그러니까 나는 아직 나보미에게 거짓말을 한 건 아니야.’


서둘러 나는 내 몸에 불시에 괴물과 마주하는 걸 피하고자 배운 마력제어 ‘은신’을 사용했다. 확실하게 하기 위해!


내 몸이 투명해지는 걸 확인하고 곧바로 빠른 걸음으로 1급 교실로 들어가 ‘그것’의 손목을 잡고 강제로 끌고 나왔다.


같이 대화하던 아이들에게는 혼자 급히 일어나는 그것의 모습이 부자연스럽고 황당하게 보일 수 있지만, 내가 왔다는 것만 알려지지 않으면 상관없다.


‘제기랄, 빌어먹을!’


어쨌든, 무리수였다. 갓 입학한 중학생이 배우지도 않은 기술을 사용하다니. 그것도 실전에 바로 사용할 만큼 능숙하게.


하필이면 그걸 ‘그것’에게 노출했다. 단지 싫은 일을 조금이라도 빨리 해치우고 싶어서.


‘그 싫은 감정이 어마어마한게 문제지.’


순순히 따라오지 않으면 준비한 ‘마비’도 사용하려 했지만, 그럴 필요는 없었다.


‘그것’은 요 며칠 새 벌써 유명해졌는지 움직일 때마다 모세가 바다를 가르듯 학생들이 자연스레 길을 비켜주는 모습이 장관이고, 역겨웠다.


나는 그들을 헤치며 빠르게 그것의 손을 끌고 옥상으로 올라갔다.


학교 옥상은 문이 잠겨있는 것만 빼면 어떤 감시나 사람도 없는 조용한 공간. 이건 이전에 모범생이었던 나도 알던 정보였다.


잠겨있는 옥상 문을 힘으로 부수고 들어가고 나서야 나는 ‘은신’을 풀고 그것을 잡고 있던 손을 놓았다. 그때까지 ‘그것’은 어떠한 저항도,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여전히 기분 나쁜 무표정한 눈빛을 하고 있을 뿐이었다.


“야, 뭐냐?”


이제 나는 그것과 눈이 마주쳤다.


“너 저번부터 왜 나한테 참견하냐고. 내가 언제 너한테 도와달라고 했어?”


이신길드의 모체인 이신그룹 회장의 5대 독녀, 이설!


오직 이 여자만이 지금까지 일어난 일을 설명할 수 있었다.


“참견은 네가 먼저 했지. 하지만 그것도 여기까지야. 내가 사람을 잘못 본 모양이니까.”


그것은 작지만 또렷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무슨 헛소리야. 내가 언제?”


황당했다.


‘내가 너 따위와 엮일 리 없잖아?’


한 번도 너와 엮여서 좋았던 적이 없다고. 이런 일만 아니었다면 절대 먼저 아는 척하지 않았을 거라고!


그렇게 대꾸하고 싶었다.


기억도 하지 못하는 상대를 두고 그것이 얼마나 무의미한지 알기에 말을 하지 않을 뿐이다.


“그리고 지금까지는 네가 한 일이라는 걸 인정하는 거냐?”


교무실에서 나를 빼낸 것도, 열 명의 학생에게 다른 말이 나오지 않도록 입막음을 한 것도. 일면식도 없는 우지수를 시켜 내게 경고를 한 것도!


“그래.”


그것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내가 잡고 오느라 빨갛게 변한 팔목을 어루만졌다.


“하!”


순순히 인정하자 그건 또 그거대로 황당했다. 그러니까 왜? 왜! 왜 이 지긋지긋한 악연은 과거로 돌아와도 끊어지지 않는단 말인가?


무언가 한마디 더 쏘아붙이려던 그때 그것이 차고 팔찌에 눈이 갔다.


‘저건 또 왜 저기서 나와?’


내가 전생에 사용하던 팔찌였다. 그것도 꽤 오래도록.


어떻게 구했던 건지는 기억나진 않지만, 언젠가부터 늘 손목에 차고 있었다. 1급 서포터의 ‘감정’ 기술로 확인해본 바로는 팔찌의 효능은 마력량을 천천히 올려주는 것!


그 양이 미미해 대단한 보물 수준으로 취급받지는 않았지만, 아등바등 1급 헌터가 되기 위해 살던 내게는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물건이었다.


1급 헌터가 된 이후에도 부적처럼 내가 죽는 순간까지 벗은 적이 없었으니, 내가 못 알아볼 리 없었다.


”앞으로 이런 일은 없을 거야. 그럼 이만.”


잠시 팔찌로 생각이 빠졌을 때 그것은 그렇게 말하며 먼저 옥상을 내려갔다. 그래, 팔찌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뭐야, 진짜···.”


중요한 건 누가 중간에 사고를 수습했는지를 확인했다. 그렇다면 믿고 넘어가도 되는가?


그걸 아직 모르겠다. 한국에서 이신길드가 할 수 없는 일이라면 다른 누구를 데려와도 해결하지 못할 거다.


그러니 단순한 학생 간 싸움이라면 믿고 넘어갈 수 있겠다. 하지만 이신길드라도 저들이 마력을 모두 잃은 사실을 묻을 수 있을까?


이만한 문제를 아직 길드 내에서 별다른 지위도 없는 그것이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기다리지 말고 바로 처리할 걸 그랬나?’


역시 내가 직접 움직이는 게 확실하다. 그놈들이 입원한 병원을 한번 가봐야겠다.



***



찝찝한 감정을 정리할 새도 없이 매점으로 달려갔다. 수업종이 친 매점 안에는 사람이 움직이는 인기척이 없어 큰일 났다고 생각해버렸다.


그래도 혹시나 싶어 문을 열고 들어갔다!


아, 매점 구석진 곳에 나보미가 덩그러니 앉아있었다.


“미안, 미안. 많이 기다렸어?”

“아니야. 늦는 거 같아서 내가 두 개 샀어. 이거 마셔.”


내가 고마움과 미안함 두 가지 감정이 섞인 마음으로 나보미의 옆에 앉았다. 나보미는 빨대까지 꽂아놓은 딸기우유를 내게 건네주었다.


조심스럽게 그것을 받아 빨대에 입을 댔다.


“그거 알아?”

“응?”

“나, 이게 태어나서 첫 번째 땡땡이다?”


프읖-.


순간 초인적인 인내심을 발휘해 딸기우유가 코로 뿜어져 나오는 일이 없도록 했다. 몰랐는데 나는 ‘태어나서 처음’이라는 단어에 약한 모양이었다.


그것도 나보미의 입에서 나오는 처음에···.


“너는?”

“나도 처음인데···.”

“거짓말~. 아닐 거 같은데?”


맞다. 지금 우리는 땡땡이 중이었다.


그런데 내가 기억하는 나보미는 나 못지않은 모범생이었다. 마치 내가 때묻지 않은 나보미를 더럽힌 듯한 부끄러운 기분이 들었다.


“너도 그 선배들처럼 학교에서 놀던 애 아니야? 완전 자연스럽게 나오라고 하던데.”


그래서 대답할 때 망설인 거였나···.


“아니거든? 누가 그래? 완전 오해다. 나는 법 없이도 살 수 있는 모범생 그 자체였다고.”

“법 없이 살았겠지.”

“그 말이 아니고.”

“알아, 알아~. 왜 이렇게 진지해.”


히힛 하고 귀엽게 웃는 나보미를 잠시 멍하니 보았다. 수업을 제쳐야 함에도 나와준 나보미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내가 알던 나보미는 가진 능력에 사명감을 느끼는 착한 학생이기도 했다. 학창시절 내내 늘 1급반을 유지하던 데에는 그런 본인의 노력이 있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곧바로 2급 헌터가 되었다는 건 학생으로서 익힐 수 있는 역량 이상을 키웠다는 뜻이기도 했다. 1급이 당연시되는 힐러 유망주! 이신길드도 그 점을 높게 쳐준 것이리라.


우리의 데이트도 절반 이상은 학업과 관련된 것이었다. 이론이나 훈련, 시험이나 과외 등의 정보를 공유했다.


서로를 더 끌어올려 주기 위해 자신을 단련했다. 서로 같은 걸 목표로 한다는 기쁨이 있었다.


우리는 그런 건설적인 관계였다. 결코 소모적인 연애가 아니었다.


‘그렇게 생각한다.’


그래서 오늘 불러낼 때는 생각하지 못했다. 아직 어리긴 하지만, 그런 그녀가 이 시간까지 기다릴 줄은.


조금만 늦어도 수업을 듣기 위해 돌아갈 거로 생각했다. 그건 완전히 내 착각이었다.


‘나를 믿는 걸까?’


겨우 몇 번이나 봤다고? 너무 순진하지 않은가!


그러면 안 될 것 같은데 내가 이 말을 하면 또 이상했다. 지금은 고마운 마음만 갖기로 했다.


“···.”

“무슨 생각해?”


그런데 이럴 때 고맙다는 마음은 어떻게 전하면 되는 걸까.


“아니, 폰으로 얘기해도 좋지만, 역시 직접 보면서 얘기하는 게 훨씬 좋구나 하고···.”

“뭐래~.”


퍽!


애써 넉살을 피우자 나보미는 웃으며 가볍게 내 팔을 때렸다.


그래, 지금은 나보미의 기분에 맞추기로 했다. 이 순간을 망가트리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너 참 손버릇 나쁘네? 너야말로 좀 노셨어요?”

“이걸로? 아직 제대로 안 맞아봤구나?”

“헌터가 이래도 되는가?”

“으, 진짜 왜 아저씨 말투 쓰냐?”


대화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자연스레 고등학교 때 같이 티격태격하던 시절이 떠올랐다.


그때를 생각하니 나의 말투 또한 그 시절로 돌아간 듯 자연스레 나오게 되었고, 나는 나를 짓누르던 절망적인 미래도 잠시 내려놓을 수 있었다.


그것이나 이신길드에 대한 생각 또한.


그렇게 오늘 천 원짜리 딸기우유 두 개로 만든 기적 같은 한 시간을 나는 잊지 못할 것 같다.


어쩌면 기숙사로 돌아가 철딱서니 없이 나잇값도 못하고 박현철에게 자랑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면 박현철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짓겠지.’


건방지게 내 말을 끊으려고 하면 나는 부동심을 빌미로 끊지 못하게 할 거다.


‘그렇지만 이제 중학생이 된, 아직 아무 사이도 아닌 여자친구를 자랑하는 건 이상한 거겠지?’


응, 이상하다. 인정!


하지만 어떻게 자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이렇게 사랑스러운 너를.


내가 뚫어지게 쳐다보기라도 하면 민망한 듯 살짝 웃으며 시선을 피하는 너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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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5화 조용해서 이상하다 (5) +1 22.08.23 459 11 11쪽
» 24화 조용해서 이상하다 (4) +2 22.08.22 543 13 12쪽
24 23화 조용해서 이상하다 (3) +2 22.08.21 592 15 13쪽
23 22화 조용해서 이상하다 (2) +1 22.08.20 623 1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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