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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님의 서재입니다.

무림에서 마법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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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
작품등록일 :
2024.07.08 06:32
최근연재일 :
2024.08.25 02:15
연재수 :
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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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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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5 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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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2. 건너건너

DUMMY

*


교관이 다가오고 있다.


지곤은 그렇게 여겼다.


다가오는 이의 움직이는 속도나, 기세를 보건데 그러하다.


이류二流 말엽末葉. 그 정도의 경지를 지니고 있는 인물이었다. 아마.


생도들의 경지를 굳이 구분하자면 삼류 정도나, 혹은 그도 되지 못하는 아이들이었다. 무림인들의 반열이라는 건. 단순히 기술적 완성도도 있지만 실제 싸움에서 그것을 실현 가능하냐, 도 있었기에.


실전 경험이 있는 날카로운 삼류 무예인이라는 게 생각보다 그리 만만히 볼 존재들은 아니었다. 아이들은 물론 실제적 의미로 피가 날 정도의 훈련을 겪고 있었지만. 아직 실전을 치러본 녀석들의 수는 극소수였다.

그런 점에서 이 사파 무림인들이 ‘교육’을 제대로 시키고 있다, 고 지곤은 생각하기도 한다. 함부로 아이들을 죽이지 않겠다는 뜻이 아닌가.


훈련과 교육이라는 건 본디 그 의의가 정확해야, 효율적인 법이었다. 말은 ‘훈련’이라고 하면서 실제로는 값싸게 쓰고 버릴 칼막이, 화살받이 등을 찾는 경우들이 더러 있었다. 비정한 세상이었고. 연演나라가 통치하고 있는 중원 대륙이 마냥 생자에게 살가운 놀이터가 되지는 못했다.


지곤은 아주 많은 사회 경험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보고 들은 바가 있고, 간접적으로 교육받은 바가 있었기에 익히 알고 있었다.


놀랍게도 관영 시라는 교역 도시의 문파, 적혈파는 주머니 사정이 좋은지. 진심으로 후학들을 배양해내고자 하는 의지가 있었다.

차근차근히 아마 절차에 따라서, 훗날 실전에 투입할 터였다. 가장 오래도록 훈련을 받은 생도들에게 들은 바로는 그러하다.


아무튼 아이들은 아직까지 실전에서의 피를 보진 못했다. 어느 정도 통제된 상황 속에서 유사 상황을 겪었을 뿐이다.


실전으로 인해 날카롭게 날이 선, 이류 말엽의 무예가. 칼로 생물을 베는 일에 도가 터가는 교관에 비해서는 한참 모자르다.

그리고 그런 ‘한참 모자른’ 것은, 실전에서 생각보다 더 큰 격차를 만들어낸다.


아마 아이들을 다루는 것에는 이미 도가 튼 저 교관은. 실제의 실력 격차보다도 수월하게 아이들을 이겨먹을 테였다. 서른 명이나 되는 생도들이 있지만. 기세, 살기殺氣에서 이미 이기고 들어가 큰 힘을 쓰지도 않고 제압할 것이 눈에 선하다.


그런 상황에서······.


지곤은 옆 덤불에 있는 감울의 꼴을 본다. 놈은 지곤이 조용히 하라는 둥으로 위기 의식을 불러 일으키자 덩달아 숨을 죽이고 있었다.


제 심술을 닮아 불퉁하니 튀어 나온 볼이 흔들리지도 않게 버티고 있는 걸 보면 웃음이 나온다.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 온 건 아니었지만. 온 김에 겸사겸사 돌보는 건 즐거운 일이다. 비슷한 나잇대였지만 늘 말하듯.


바라보는 지점이. 그리고 때려박듯 주입받은 경지境地의 격이 다를 뿐이다.


“훕.”


제 놈도 그래도 삼류 무인 나부랭이쯤은 되면서. 숨 하나 제대로 참지 못해서 소리를 흘리는 걸 보며 지곤은 눈을 흘겨 떴다.

그의 표정을 보고 감울은 손으로 입을 막았다.


부스럭.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나는 소리였다. 지곤은 얕게,


그리고 멀게 기를 퍼뜨렸다.


금세, 상대의 위치를 알 수 있었다.


수풀에서 뛰쳐나가 몇 번 달리면 곧장 마주칠만한 거리이다.


지곤은 어떻게 할까, 를 늘 먼저 생각해야 했다.


여기는 그의 실력을 전부 보일만한 곳이 아니지 않은가.


그의 목표는 일단, ‘양무영’이라는 인물이었다. 그리고 그가 아는 바가 별로 없다면. 그 너머에 있는 ‘소교룡 임우’가 목적이었고.


양무영이던 임우이던. 섣부르게 이빨을 드러내서 잡을 수 있는 상대들은 아니었다.


지곤이 감추고 있는 이빨의 크기는 자못 무시무시한 길이이기는 하다만. 상대 역시 일개 문파의 장문인을 맡을 정도의 인물들이었고. 결코 무시할만한 자들은 아니다. 어느 정도 목숨을 걸어야 했고.


그런 이들을 ‘제압’하고 원하는 바를 케물어 들으려면 많은 절차나 책략이 필요한 법.


조금 짜증이 나는 점은···. 그들이 무예의 경지보다도 아마 책략과 정치에 더욱 능하리라는 부분이다. 그렇기에 이런 알짜배기 땅을 차지하고, 관영 시의 제일가는 문파로 오래도록 자리할 수 있는 것이겠지.


아무튼 그의 발톱은 숨길 때였고.


어느 정도 길이만을 드러내야 할 지를 매 순간 정해야 했다.


적혈파의 심부로 접근하기 위해서는 마냥 무능력해 보여서도 안되고. 그들이 ‘위험’이라고 느끼지 않을 정도로, 그저 착실하게 발전상을 보여주는 게 나으리라.


극한 상황을 보길 원하는 훈련들은 늘 지곤에게 고민을 안겨준다.


찰나의 순간 마음을 정하고. 계산을 끝낸 지곤이 번쩍 일어났다.


반대편에선, 고요하던 수풀 한 어귀가 흔들리며 무언가 뛰쳐나오는 꼴로 보였으리라.


*


파사삭,


하고 급한 소리가 났다.


근처에 숨어 있던 초식 동물이 갑작스레 뛰쳐나오는 것은 아니었다.


동물이 다니는 길에 대해서. 놈들의 습성에 대해서 고영식만큼 잘 아는 자도 드물다.


특히 이 주악산이라면 더욱 그렇다. 고영식은 날카로운 인상만큼이나 편집증적인 성격을 갖고 있는 인물이었고. 자신이 어차피 해야 하는 일들에 대해서 사명감을 갖고 임하는 편인 인간이었으니.


술래잡기 훈련에 관해 빠삭하게 파악을 하고 난 다음 실행을 하는 중이었다.


아마 주악산 인근에서 활동을 하는 근처 관영시나 다른 도시의 사냥꾼들보다, 어지간하면 나으리라.


그런 그의 판단이다. 소리와 일순 시야, 한 구석에 잡히는 흔들리는 신형은 초식동물의 그것은 아니다.


곧장 다음 순간 그는 인형人形임을 알았다.


나타났구나.


고영식은 나서는 녀석을 보고 숨을 흡, 하고 뱉으며 같이 뛰었다.


어느 놈이 걸려들런지, 모르던 차에 나타난 놈이 대어大魚였다. 훈련생도들 가운데 가장 속모를 놈이었고. 교관들로서도 연구 대상이라고 할 수 있는 녀석.


지곤池丨이었다. 벽지곤.


일단 생도들 가운데 놈을 이길 수 있을만한 놈은 없었고. 교관들의 실력을 넘보지 않나, 하는 놈이다. 순하고 맹하게 생겨서, 어설픈 행동을 많이 하는 녀석이었는데. 그 행동 가운데 사선을 넘었던 이의 흔적이 엿보이는 듯도 했다.


말이 되지 않는 이야기였지만. 세상엔 원래 말이 되지 않는 이야기가 많이 실존한다는 걸 깨닫고 있는 어른이었다. 고영식은.


이류 말엽, 일류를 바라보고 있는 그는 교관들 중에서도 노련한 인물이고. 문파간 싸움이 일어나면 주로 전위前衛, 기세를 맡는 일류 돌격대장 고수들과도 바로 근처에서 싸울만한 전사였다.


그런 그가 생도에게 당한다는 건 놀림을 받을만한 일이었다.


체면이 때로 목숨보다도 중한 무림의 세계에서 그런 일은 일어나서는 안되었고.


고로 아이들을 상대할 때마다, 영식은 전장에서 갈고 닦은 살기를 감함 없이 흩뿌려 기세를 죽이곤 한다.


지금도 마찬가지였고.


그의 보는 시야에 있어 ‘지곤’같은 녀석이 왼쪽으로 길게 돌아 들어오려고 하자.


그는 그대로 정면으로 짓쳐 들어가면서 살기를 내뿜었다.


기력氣力을 다루고 그것으로 바위를 가르곤 하는 무림인들의 세계이다.


삼류부터 기력에 관한 이해, 사용이 가능해야 무림인으로 취급을 해주는 시대였고.


이류 말엽이라는 건. 그가 칼날과 몸에 내공을 실어 나무에 구멍을 내고, 단칼에 인마를 자를 수도 있는 능력자임을 뜻한다.

경지와 할 수 있는 일이 늘 정확하게 일치하지는 않고, 개인의 숙련도, 기술의 갈고 닦은 정도에 의해 달라지기는 하지만. 어쨌든 그는 세간의 눈으로 보자면 초인이라 하기 부족함이 없는 사내다.


고영식은 어느새 허리춤에 찼던 다소 긴, 외날검을 빼어들었다. 조금 낡았다. 훈련용으로 쓰기 딱 좋은 검이었고. 정말로 사용하는 검은 이후 저녁 시간에 모이게 될 연무장 근처에 잘 매어두었다. 만약 일이 터진다면 한 달음에 달려가 가져올 수 있도록, 그만 알게끔 잘 숨겨두었다.


허나 당장은 낡은 외날검 하나로 충분하다.


갈고 닦은 기력이 검날에 스미고, 그 위로 솟구친다면. 낡아빠진 철검은 예리한 명도가 된다.


실제 도刀의 길이보다 그 칼끝이 반 치는 더 늘어났다.


겉으로 솟구치는 검기를 크게, 혹은 길게 돋구는 건 고수의 영역이었지만. 그 역시 일류 고수를 넘보는 자였다.


상대는 그의 심기에 따라 반 치 정도가 늘었다 줄었다를 반복하는 검을 상대해야 한다. 고작 손가락 한 두 마디라고 하기엔. 실제로 상대하다보면 제법 치명적인 길이감이다. 전투에 감각이 날카롭게 가다듬어져가는 인간일수록 그렇다.


칼날의 폭도 앞 뒤로 해서 결국 한 치가 더 늘었다 줄었다 했고.


그의 기력, 내공과 의지가 꺾이지 않는 한 명도의 예리함은 사그라들지 않는다.


고영식은 한 달음에 보법을 박차며 숲 길을 뛰었다.


나무 뿌리니, 어지럽게 난 거목들이 그의 시야를 방해했지만.


마치 제 집 앞마당인마냥 그는 거침없이 뛰어 들어갔다.


순식간에 길게 돌아 들어오려는 듯하던 지곤이 가까워온다.


나무 몇 개를 넘자 곧장 얼굴이 보였다. 당황하는 모습이 보인다.


고영식은 우수右手로 들어 뒤쪽으로 빼고 있는 검을 뜀에 맞춰 앞으로 내밀며 휙, 그었다.


그 칼끝에 나무 몸통 몇 개가 걸렸는데, 마치 무른 야채가 잘리듯 석 하고 베어져 지나온다.


지곤이 과연 어찌 나올까.


놈은 소검小劍 두 개를 어느새 들고 있었다. 품에서 빼어든 모양이었다.


놈이 익히고 있는 건 아마, 적혈파에서 전수하는 기초인 ‘삼재검법’과 ‘적혈검’의 기본형일 테였다. 거기에 입문하기 전에 배우고 있었을 독자적인 검법이 더해지겠지.

본래 익히고 있는 것에 대해서 세세하게 케묻지는 않았다. 지곤이란 녀석이 자기 근원을 다 드러낸 적도 없었고. 놈이 ‘상당한 실력을 감춘 것이다’라는 건 결국 교관들 사이에서 추측하는 바에 지나지 않았다.


본인의 말로는 그저 기초적인 검법 총체를 제 아비나 도시 구석에 있는 무관에서 조금 배웠을 뿐이라고 했다.


지나치게 겸손한 말이었고. 그걸 곧이 믿는 어른은 없었지만.


지곤의 실력을 볼 좋은 기회다. 검을 맞댈 때야 많지만. 이처럼 실전에 가까운 상황을 상정하고 맞대는 건 잘 없는 일이었다.


드물게 살기를 다 내뿜을 수 있는 때이기도 했고.


고영식의 검이 그의 기준에서, 우에서 좌로 길게 횡베기로 들어간다.


서로 급하게 달리던 와중에 갑작스럽게 마주친 꼴이었다.


엉겁결에 꺼내어든듯 채 다 자세를 잡지 못한 지곤의 모습이다.


지곤은 찰나에 표정을 굳히며 두 자루 소검을 하나는 역수로, 하나는 바로 쥐고 십자 형태를 취하며 검날을 막는다.


좋은 판단이다. 상수上手의 공격은 평이한 것이라도 전력을 다해 막는 게 좋다.


고영식은 아이들을 심하게 다치게 할 생각은 없었다. 찰과상이나 삐는 정도라면 어쩔 수 없다. 또, 골절도 깔끔하게 부러진다면 막을 것 없다 여겼고. 절단과 같은 것만 없으면 된다. 칼에 좀 베여도 거죽만 베이는 거라면 피에 대한 내성, 공포에 대한 익숙함을 키워줄 수 있을 것이고.


찰나의 찰나. 많은 생각을 하는 교관의 검이 지곤의 십자검 사이를 가르려 부딪혔다.


깡!


철검이 부닥치는 고성이 나며 지곤의 몸이 형편없이, 뒤로 밀려났다.


고영식은 깡마른 체형이었지만 그 힘이 원래 장사였고. 지금은 내공을 익혀 더욱 묵직한 검을 사용한다.


예리하고 날쎈 공격을 퍼부을 수도 있었지만. 하고자 한다면 중격重擊을 무참히 날릴 수도 있었다.


지금은 묵직하게 상대를 때리고 무너뜨릴 셈의 공격이다. 그대로 긴 검은, 길이가 곧 힘이 되듯 날쎈 지곤의 몸을 멈추게 했고. 고영식이 바라는 방향대로 거세게 밀어냈다.


“윽.”


잇새에서 튀는 호흡을 뱉으며, 지곤의 체구가 훅 난다.


그 사이에 땅바닥을 한 번 딛고 뒤쪽으로 박차서, 충격을 감하는 전투의 요령이 아주 탁월하다.


역시 방심치는 못할 놈이라고 생각하며, 고영식은 다시 한 번 검세劍勢를 가다듬었다.


제이第二격이 날아갈 차례다.


지곤은 스스로 뛴 분량까지 더해져 아예 거리를 벌려버렸다. 채 충격을 다 죽이지 못해 나무 등치에 몸이 쓸리는 꼴을 보여주기도 한다.


고영식은 무릎을 앞으로 바짝 두고. 팍, 바닥을 박찼다. 잘 들어보면 한순간에 두어번 바닥을 박차는 꼴이었는데. 잔망스러운 꼴이 아니라 아주 신속한 모양으로 돌진하는 형세가 되었다.


교관은 검기를 죽이지 않으며 계속 빛나게 만들었고. 외날검이 곧 상단세로, 지곤의 머리를 쪼갤듯이 위에서 다가오고 있었다.


지곤은 자세를 갖추며 고영식을 기다렸다.


“지금이야!”


난데없이 소리를 치며 도리어 앞으로 반 보 달려드는 것이, 고영식의 예상과 조금 다를 뿐이었다.


부스럭, 뒤쪽에서 난 작은 기척이 고영식의 귓전까지 들려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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