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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님의 서재입니다.

무림에서 마법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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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
작품등록일 :
2024.07.08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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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5 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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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5 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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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적혈파

DUMMY

"먹어, 인마."


지곤은 낮게 뇌까린다. 그러나 그 소리가 멀리까지 전달이 되었다. 풀숲 속에 몸을 엄폐하여 숨기고 있는 두 소년이었다. 살갗에 와닿는 잎사귀가 습기로 물들어 축축하다. 촉촉하게 볼이니 목덜미를 간지럽힌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약간의 불쾌함이 있었다. 비가 내린 지 얼마 되지 않은 초가을의 날씨다.


낮의 열기도 다 기시지 않았고. 무엇보다 이런 노숙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에게는 모든 게 다 불편할 정도의 환경이다. 지곤은 그 정도는 아니지만. 견딜 수 있는 것이지 사실 편한 자세는 아니다.

지금은 특별히 기력을 돌려 한기나 열기를 다스리고 있지도 않았으므로. 가만히 있자니 산이 머금은 지열이나 햇볕으로 인해 구슬땀이 삐질 흐른다.


너무 풀숲 사이에 잘 숨어서, 그것들로 인한 보온 효과가 좋은 건지도 모르겠다.


약간 습기어린 공기 너머로 지곤의 목소리가 감울의 귀에 가 꽂힌다. 말을 할 때. 거리가 멀 때 '전음술'의 요령을 사용하는 탓에 드는 느낌이었다.


천치만물, 그리고 인간의 사지백해 내에 존재하며 만상에 작용하는 '기'라는 힘은 다루면 다룰수록. 이치를 깨달으면 깨달을수록 신묘하고 또 다양한 효과를 볼 수 있었다.


'마법'이라고 하는 분야로 가면 그 기이함이 더하기는 하다만. 어쨌든 사람의 신진대사와 관련된 각종 작용을 관리하는 것이나. 음파 따위를 옮기는 일. 거력巨力을 만들어내어 물리物理적으로 큰 일을 하는 거. ‘기’를 잘 다루는 이는 그런 여러 갈래의 사용이 가능했다.


“···큼.”


감울은 금방 욱하는 성질을 추스르곤 지곤이 던진 작은 주머니 속 육포를 꺼내들었다. 오물거리고 있자 어느새 화가 다 풀린 것 같기도 하다. 그 꼴이 퍽 귀엽다고. 나이 차이도 얼마 나지 않는 지곤은 생각했다.


자신이 왜 애늙은이처럼 생각을 할까. 문득 지곤은 스스로 상념에 잠겼다. 낮이었다. 지금은. 활발하게 움직이는 여러가지 동물들, 혹은 스치우는 바람에 식물들이 소리를 낸다. 주변은 고요함과는 거리가 멀지만. 어쩐지 고요한 기분이 든다.


지곤은 풀잎사귀 사이에서 바깥을 바라보았다. 시야가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다. 그러나 그의 감각은 무척이나 예민한 상태였고. 기력을 돋궈 안력眼力, 청력 따위에 집중을 시키면 그 작은 틈바구니로도 주변을 다 살필 수 있었다.


산 속에 숨어 있으며 하는 일은 간단하다. 교관인 고영식의 눈에 들키지 않고, 하루종일 살아남는 것. 식량은 달리 없다. 그리고 마지막에 해야 하는 일이 있었다. 일정 수준 이상의 체력을 남겨두어야 했다.

교관이 시키는 자세와 동작을 어느 정도 이상 해내지 못한다면 훈련은 실패다.


요점은 들키지 않고 완벽하게 숨어 있으면서, 체력 또한 어느 정도 안배하는 것이다. 자신이 있다면 과감하게 움직여서 먹을 것, 마실 것 따위를 찾아 섭취해도 좋았다.


본인의 운이 나쁘고 움직임도 굼뜨다고 여긴다면 그냥 한 자리에 처박힌 채 움직이지 않는게 가장 좋은 선택이기는 하지만. 그러다 마지막 최종 관문에서 사지가 저리고 힘이 없어서 통과하지 못할지 모른다. 제각기 능력껏. 또 상황 판단을 할 머리를 갖추고 적절한 행동 요령을 골라 실행해야 한다.


아이들에게는 도움이 많이 될 테였다. 지곤 역시 이와 비슷한 훈련을 한 적이 참 많았어서. 익숙한 과정이기도 했다.

지곤이 막 걸음을 떼고, 인지가 뚜렷해질 무렵부터 지곤의 아버지는 그를 데리고 산엘 다녔다. 지곤은 집과, 아버지와 함께 다니는 야산 속 자연을 거의 똑같이 친근하게 여겼고. 지금과 그다지 다르지 않은 훈련 환경 속에서 참 많은 것들을 배우고 몸으로 익혀냈다.


살아남기 위해서 갖추어야 할 제반적인 모든 걸, 벽자욱은 지곤에게 주입시켰다. 언젠가 반드시 그 모든 기술을 써먹을 날이 오리라는듯 말이다.


지곤은 아비의 가르침이 결국 전부 쓸모있는 것이었다고 생각한다. 지금에 와서는 더더욱. 당장은 전부 활용하고 있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더더욱 필요한 날들이 올 테였다.

지곤이 가려 하는 길은 그런 여정이었다. 소년의 머릿속 계획은.


‘어디까지’가 적인지 알 수가 없는 세상이다. 아버지가 죽은 세상이었으니.


사실 아버지가 살아 계시던, 아니던. 그 외의 세상이 다 변하는 건 아닐 것이며 그대로인 부분이 훨씬 크겠지만. 적어도 지곤에게 있어서는 ‘전부’가 바뀐 바나 다름이 없었다.


집안에 있지 못하고 뛰쳐나오듯 출가를 결심한 것도 그런 연유다. 본디 세상은 위험했고 무수히 경고를 들었었으나. 아버지라는 큰 울타리가 사라져서, 지곤은 제 스스로 직접 경계와 울타리를 만들거나 보수하기 위해 움직여야만 했다.


적혈파에 온 것은 그를 위한 첫 걸음이었다.


그는 이곳에, 아이들과 노닥거리며 정을 쌓기 위해 오지는 않았다.


'일단은 양무영에게 닿기 위해 애를 써야 하는데.......'


지곤은 완벽하게 풀숲에 동화된 채. 숨조차 흔들리는 바람 소리에 맙춰 희미하게 쉬며 생각을 정리한다.


눈은 몇 걸음 안팎에 있는 감울이 숨은 자리를 바라보고 있다.


어느 정도, 땀을 삐질 흘리고 덕택에 몸이 습해진 것 같자 그리고 기력을 돌리기 시작했다.


이류의 높은 끝자락. 그리고 일류의 자락에 닿은 이들은 기력을 다루어 자신의 땀 배출을 막거나 많게 하거나. 혹은 술을 섭취해도 주정을 체내에서 몰아내거나 하는 따위의 일이 가능했다.


말인즉슨 체내의 작용을 어느 정도 관장하며, 이물질을 스스로 처리할 수 있다는 말도 된다. 일류의 무인은 독에 대해서도 일정 수준의 내성을 갖게 된다.


그래사 일류 이상의 무인을 죽이고자 하는 독살마는, 사용하는 독에 내공을 흐트러뜨리는 산공독 종류를 배합하여 섞거나 하는 게 보통이다.

그도 아니라면 고수가 반응할 여지조차 주지 않고 삽시간에 작용하는 강력한 신경독, 즉효성의 극독 종류를 사용한다던가 말이다.


주정을 몰아내고 제어하는 것도. 각 고수가 가진 내공의 깊이와 양에 따라 그 능력 수준이 다를 테였다. 같은 힘을 갖고도 제어럭이 멍청하게 떨어지는 인사들도 사실은 흔했고.


온전한 경지라는 건 늘 다양한 분야에서 완성도 있는 솜씨를 두루 갖추었음을 보증한다. 그러지 못한 이들은, 미안하지만 겉만 번지르르한 칠, 팔푼이들이었고.


적혈파 정도 되는 문파에서라면. 온전한 일류 고수를 찾는 게 사실 깨나 난이도 있는 일이어야 했다.

그저 쌓은 내공의 양이 많고. 또 싸움에 있어 무학적인 경지에 이른 자들을 모두 일류로 취급하야... 조직의 세를 불리는 일에 써먹는 게 이 정도 사파 문파의 전형일텐데.


그간 지곤이 적혈파에 있으며 느낀 점은... 생각보다 이 집단의 내실이 굳건하다는 사실이다.


그런 양상, 행태는 보통 깊이 있는 무학의 뿌리를 가진. 유서 깊은 정파 집단의 모습일진대.

생각보다 고급의 무리를 문파 최상위권의 고수가 갖고 있다는 말도 되고. 그런 내실을 갖추어야만 하는 문파의 상황을 의미하기도 할 테다.


즉발적인 효과의 무공, 거친 기세 위주의 싸움이 주가 되는 사파문의 활동에 그런 게 필요한가?


관영 시 중간에 자리잡은 이 중소문파가 꿈꾸는 것이, 혹은 계획하는 것이 생각보다 큰 물에 엮여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곤은.


치르르르.


기척을 죽여버린 지곤이, 그 자리에 숨어 있다는 걸 모르는지 다가온 작은 풀벌레 한 마리가 울었다. 지곤은 잠시 놈이 하는 양을 바라보다 움찔, 어깨를 떨어 치워버렸다.


바람이 부는 것에 맞추어 그 근처에 닿은 작은 가지를 흔들었다. 풀벌레는 별 반항도 못하고 금세 날아간다.


"......."


지곤의 눈길이 다시 멀리 감울을 보았다.


생각보다 인내심이 있는 놈이었다. 이런 은엄폐술, 은밀 행동의 요령의 주는 결국 강한 정신력이다. 체력전이기도 하지만. 인간의 체력을 극한의 순간에서 이끄는 게, 마지막에 가보면 정신력일 때가 많았다.


훌륭한 정신력을 가진 무예인은, 발전할 여지가 많고 높다.


무학의 수양이라는 건 몸을 다루지만 동시에 심오한 이치를 궁구해야 하는 일이라서. 한심한 무부라는 평을 무림인들이 받는 것과 달리, 정식으로 가자면 학자 못지 않은 머리씀이 필요한 일이었다.


그런 지루하고 평이한 부분을 쉬이 무시하곤 하는 게 사파 무리의.이, 삼류 무인들이 벌이는 짓이었고. 간혹은 일류라고 으스대는 놈들조차.


편향된 재능과 수양으로 닿을 수 있는 경지는. 한 부분이 아무리 특출나다고 해도 일류가 결국 한계였다.

온전히 일류라는 경지의 강을 하, 중, 상류 모두 섭렵하고. 절정이라는 대호, 혹은 바다의 입구로 나아가기 위해사는 정사파의 방식에 관계없이 모두 극도의 정진이 요구되었다.


그래서 절정 수준의 무인들부터는, 정사파를 막론하고 어느 정도 존경과 존중을 받게 된다.


적혈파를 다스리는 건 '양무영'이었다.


전대, 소교룡 임우를 뛰어넘는다고 하는 무인.


걸걸한 성격을 가진 위인으로, 호쾌하다고 정평이 나 있다.


지곤 역시 적혈파 내에서 계속 생활을 한 셈이었으므로. 멀리 지나가는 모습이나마 그를 확인할 수 있었다.


떡벌어진 체격에 과연 절정의 무인다운 기세를 가진 호걸이었다.


적혈파의 의외로 튼튼한 내실을 생각해보면. 일반적으로 천재성을 갖고 노력하여 절정에 다다른 사파의 무인임만이 아니라. 또한 가르치는 재주까지 있어 휘하에 훌륭한 일류 고수진을 보유한 걸물이었다.


하루 아침에 문파가 이렇듯 튼튼해지진 않았을 테고. 아마 전대 소교룡부터 이어지는 분위기가 아닐까 싶었다.


직접 상당 시간 겪어보니. 아이들을 키워내는 육성 제도 역시 깨나 괜찮은 효과의 방식인 듯 보였고.


멀리서 육포 조각을 탐하는 감울같은 놈을 보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렇게 단련되어 무림인으로 첫 발을 딛는다먼. 상당한 소속감과 내적 기반을 함께 갖춘 양질의 무예인이 될 수 있으리라.

십 년 뒤를 본다면 확실히 의미 있는 짓거리였다.


여러 면모를 보면 적혈파는 차근차근, 큰 일을 하려 들고 있었다. 혹은 이미 하고 있었고.


'아버지'. 벽자욱이 과연 그 큰 일에 관련이 없을까?


"크흠."


감울은 주머니 속 육포의 부스러기를 털어 먹다가 조각이 목에 걸린 모양이었다. 바스락대는 소리를 내면서 제 가슴을 툭툭 두드린다.

한심한 꼴이었다. 귀여운 구석이기도 했고. 관찰하고 있노라면.


사락.


그런 작은 소리가 유난히 도드라져, 지곤의 감각계에 잡혔다.


제 기척은 아주 죽여놓고. 이상한 소음이나 움직임을 감지하는 몸의 감지력은 예민하게 끌어올려둔 상태였다.


평이하게 반복되는 숲 속의 형식이 있었다. 기후에 따라 자연스레 움직이고 변화하는, 크게 다르지 않은 반복적인 형식. 일정한 기승전결의 곡조마냥 반복되던 틈바구니에 조금 다른 소리가 들어오면 알아채기 쉬운 법이다.


물론, 범인의 청력보다 아득하게 높은 예민함을 가진 귀가 있을 때의 얘기였다.


미세한 자연의 흔적들을 계속 받아들이고 분석하던 지곤은 상이한 변화를 놓치지 않는다.


산 중턱에 사는 맹수가 다가왔을지도 모를 일이기는 하다. 초식 동물이었다면 포식자를 염려해 조금 더 조심스레 기척을 숨겼을 것이며.


그러나 이 근방에는 지곤이 숨기 전에. 짐승들이 싫어하는 향분에 곰의 배변 가루를 섞은 걸 뿌려두었다. 숨은 곳에서는 제법 거리가 있는 구간들에 말이다.

그러나 바람이 불면서 자연스레 경계를 형성했을 테고. 곰을 압도할 자신이 있는 괴수가 아니라면 다가오지 않을 것이다.


결국 남은 건 광증을 겪는 이상한 짐승이 아니라면. 인기척이라는 말이 된다.


제법 먼 거리에서 누군가 사박거리며 잎사귀와 작은 가지를 밟아 부러뜨리는 소리를 지곤은 들었다.


지곤은 곧 풀숲 아래에 떨어져 있던 작은 돌 알갱이를 주워, 손가락으로 퉁겼다. 바람을 뚫고 작은 부스러기가 감울의 옆 이마를 두드렸다.


아픈 정도는 아니었다. 정확히 그 정도로 기력을 넣어 조정한 채근이다.


감울이 고개를 돌렸고, 지곤은 인상을 잔뜩 구긴 채 손가락으로 입을 가리는 시늉을 했다. 조용히 좀 하라는 말이었다.


부스럭.


조금 더 대담하게, 인기척이 그들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이 산에 있는 인물은 아마 적혈파의 생도나 고영식이고.

애들은 교관을 피해 극도로 예민스레 숨어 있다.


지곤은 가까이 오는 이리 교관, 고영식의 기척에 어찌해야하나, 바로 닥친 앞 일을 고민한다.


감울은.아직도 뭐가 다가오는지 모르고 있는 눈치였다.


*


바스락.


조심스레 밟았으나 마른 가지나 잎사귀가 그 아래 있었는지. 걷는데 소리가 조금 났다.


짐승들이 다니는 길을 정확히 알아 그 보폭대로만 움직이는 것도 여간 어러운 일이 아니었다.


사내, 깡마른 체격에 팔다리가 길고. 안광이 형형한 인물은 적혈파의 옷을 입고 산 속을 걷고 있었다.


주악산.


그가 견습생원들을 직접 이끌고 온 곳이었고. 사내는 술래잡기 훈련 중이었다.


어릴 적 놀이와 같은 구성이지만 조금 더 어렵고 지독하다.


간혹 있는 야외 훈련이었고. 사내, 고영식은 이런 류의 훈련 방식을 선호했다.


놀이와 비슷한 구색이라지만. 놀이라는 게 본디 다 실전에서 써먹을 요량의 훈련을 뜻하는 것이었다.

아이들의 놀이란 늘 현실에서 훗날 벌어질 여러 사고와 고난들에 대비한다. 어른들도 전쟁을 상정한 놀이를 꾸준히 하고.


지형지물을 이용해 몸을 숨기고. 민첩함, 은밀성, 끈기, 관찰력, 그 외 여러 종류를 시험할 수 있었다.

산야에서 행하며 하루 종일 실시되므로. 건장한 체격의 무림 견습 생도들이라 해도 버거운 면이 많을 테였다.


주악산의 심부는.도시 근처의 산이라지만 맹수나 여러 짐승들이 버젓이 있는 장소였고. 그것들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것 역시 수련의 일부다.


짐승과, 자연 환경, 굶주림과 싸우면서 동시에 '술래' 고영식을 피해야 했다.


지독한 놀이 형식의 시련은 점수제였다.


고영식의 눈에 대상이 구분될만치 확실하게 보여 들키면 반점 감점. 그대로 도망치면 그걸로 끝이지만 붙잡혀서 건드려지면 반점을 더해 온전히 한점 감점.


건드려지고, 제압당해 포박을 당하면 삼점 감점.


포박당한 생도를 구해주면 명당 반점 획득. 동료의 구원으로 도망에 성공한 당사자도 반점 득점.


그렇게 아침부터 저녁이 될 때까지 반복.


최종적으로 숨기가 끝나고 모였을 때. 상처를 입어 겉으로 보기에 온전한 전투력을 발휘하지 못할 꼴이라면 이점 감점.

그리고, 그대로 대련을 해서 고영식의 기준에 미달하는 전투럭으로 실제 싸우면, 삼점 감점.


총합하여 실점의 도합이 오점보다 높다면 훈련은 낙오였다.


한동안 고영식이 훈련인 날애 낙오자들은 조금 더 가혹하게 굴러야 하고. 시설 청소 등의 잡무를 떠맡기도 해야 한다.


통과자들은 반대로 소정의 훈련 포상금이 지급되고. 자유로이 외출할 수 있는 시간이 순번이 아닐 때에도 허락된다. 주말에 말이다.


나름대로 아이들은 훈련의 규정을 빠삭하게 알고 있었고. 제 점수를 세어가며 통과하기 위해 치열하게 굴었다.


고영식은 일류는 아니었으나 아이들이 상대하기에는 지나치게 노련한 무인이자. 이런 야전 상황의 달인이었다. 아마 내공으로 보아도 이류에서 거의 끝자락일 테다.


그라고 서른 명은 되는 생원들을 모두 상대하는 게 쉬울리 없겠지만.

말했듯 그는 요령이 익은 사내였고. 어떻게 굴면 탈락시키기 쉬운지 갈수록 빠삭해지는 면이 있었다.


숲속에서 짐승들의 자취를 찾고. 변장과 숨기의 달인인 생물들을 쫓는 것보다야. 미숙한 생도들을 찾는 건 난이도가 덜한 일이다.

그는 말린 고기나 곡식가루 뭉친 환단을 중간중간 우물거리고. 또 물을 마시며 체력을 보충했다.


내공도 체력도. 장기전으로 간다면 분배를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한 일이었다. 잡히지 않을 것처럼 예리하게 단련된 생도의 경우라면 눈으로만 파악하고 부러 잡지는 않는게 또 요령이고.


아이들이 숨을만한 곳들을 이미 알고 그 위주로 탐색을 하는 것도 수 차례 걸쳐 얻은 익숙한 방식이다.


고영식은 이래저래 숨기 좋은 곳을 찾아가다가. 그의 후각에 곰의 배변 향이 닿아서 좇는 길이었다.

약간 시큼한. 희미하지만 독특한 향취가 섞여 있었다. 아무것도 아니라며 지나칠 수 있었지만.


이 산 내에 곰의 서식지는 그가 전부 파악하고 있었다. 훈련을 위한 장소를 교관이 미리 파악하는 것 정도는 당연한 일이니까.


이 근방은 곰이 배변을 싸질러둘 일이 없는 부근이었고. 또 섞인 냄새가 그의 의심을 키웠다.

아이들 중에서 이런 특수전에 도가 튼 녀석은 없었지만. 혹시 또 모른다. 새로 들어오는 생원들의 경우에 이상한 종자가 섞여 있을지도.


당장 '지곤'이라는 놈만 보더라도 이상하기가 하늘을 찌르지 않는가.


혹여나, 하는 마음은 곧 확신에 가깝게 커졌고. 그는 그리로 발을 계속 옮겨갔다.


지곤이 소리를 들은 즈음이었다.


향은 일대에 어지러이 펼쳐져 있었는데. 고 교관은 일단 그 향이 만들어내는 지형의 중심부를 향해 간다.


이것이 특수한 분향으로 만든 일종의 '진'이라고 한다면. 그 가장 심부에 설치자가 있다고 보는 게 가장 자연스런 추리가 아니겠는가.


그리고 여러모로 생원,


지곤과 감울에게는 안타깝게도.


고영식의 추리와 발걸음은 한 번에 들어맞아가고 있었다.


"어느 놈이 나올란가...."


흐르는 숲 속의 바람보다도 낮은 소리로. 그가 홀로 나직이 중얼거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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