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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님의 서재입니다.

무림에서 마법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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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
작품등록일 :
2024.07.08 06:32
최근연재일 :
2024.08.25 02:15
연재수 :
8 회
조회수 :
189
추천수 :
1
글자수 :
51,334

작성
24.07.11 0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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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1. 적혈파

DUMMY

*


끼익.


문을 열고 들어가는 건 생각보다 쉬운 일이었다.


그만큼 적혈파가 자신 있다는 말도 되리라.


근처, 도성에서 적혈파는 그래도 나름 일류 방파라고 할 수 있는 집단이었다. 비교군이 달리 없기는 하지만 말이다.


사파 무림의 세력권 안에 들어있는 도시가 이곳, '관영' 시였고. 관이 미처 다 처리하지 못하는 일들을 이 지방 도시에서는 무림의 세력들이 대신 해결을 해주고 있었다.


관리한다는 건 권력과 직결되는 일이었고. 권력은 돈과 이권에 닿아 있다. 여러 세력들이 있지만 적혈파를 첫 번째로 꼽는 것에 다른 중소 방파들이 이견을 제시하지는 못하리라.


아버지 또한 이곳에서 일하셨었다.

나를 낳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는 적혈파와 따로 떨어져 일을 하신 것 같았지만.


낡고 고동색으로 칠해진 장원의 대문을 열고 들어간다. 보여지기를 중시하는 정도의 방파라면 이런 곳에 그럴싸한 문지기들을 여럿 세워두기라도 했으리라.


그러나 그럴 것도 없는 것이. 안에 들어가자 대문 앞 정원에 여러 명의 문파원들이 보였다. 한 순간에 훑어 보았으나 대개 험상궂은 표정과 인상들이었다.


"뭐냐, 네놈은?"


*


지곤이 들어가자 개중에서 가장 우락부락한 인간 하나가 어슬렁, 다가오며 말을 건다.


지곤은 얼핏 보았을 때 이미 장성한 청년처럼 보이지만. 기골이 장대한 편은 아니었다. 얼굴 또한 어디 흉진 곳 없이 깔끔한 생김새였고.

이곳 적혈파의 무림인들에 비하자면 한없이 여리여리한 꼴이다. 물론 나름 무도인으로서 옷을 걸쳐 입고 봇짐을 지고. 또 삐죽이 튀어나온 검의 형태가 있기는 했지만. 등 뒤에.


적혈파의 이십인조장, 적욱은 갑자기 둘어온 애송이를 향해 큰 곰인 마냥 우악스럽게 말을 걸었다.


관영 시에서 수위首位에 드는 사파 문파, 적혈파를 찾은 청년 벽지곤은 희미하게 웃는 낯으로 그에게 대답을 했다.

적욱은 그런 청년을 보면서 묘한 느낌을 받았다. 원래는 조금이라도 겁을 먹어야 정상인데. 아예 정신이 나간 놈이 아니라면 무언가 뒷배가 있는 작자의 반응인 것이다.


“적혈파를 찾아왔습니다.”


께름칙한 느낌을 주는 인상과는 달리 벽지곤은 공손한 투로 이야기를 했다. 말을 조금 공손하게 한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었지만. 갑자기 찾아온 벽지곤에게 기이한 인상을 받은 적욱은 더욱 크게 소리를 지르지는 않았다. 혹시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


대신 빤히, 지곤의 얼굴을 처다보았다. 무슨 소리를 더 하나, 싶어서 말이다. 적욱은 이십인조장 중에서는 가장 방파에 오래 있던 인물이었고, 무술의 실력으로 따져도 일류의 반열에 들어가는 인물이었다. 적혈파의 중진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하하.”


상대가 아무런 말이 없자, 민망해진 지곤은 자기가 먼저 웃어 보였다. 웃는 낯에 침을 못뱉는다고 했던가.

세상살이가, 그런 옛말과 영 똑같지는 않았지만.


아무튼 자신감은 있었다, 지곤은.


방파의 정문 앞 정원은 적혈파 무림인들의 연무장으로 쓰이는 곳이었다. 훌러덩 옷을 벗은 사내들이 우악스럽게 소리를 내며 굴러대다가, 어느덧 많은 이들이 움직임을 멈추고. 그리 크게 소리도 내지 않고 웬 청년의 방문을 바라보고 있었다.


지곤은 자신의 생각과는 인상이 조금 다른 곳이라고 여겼다. 그걸 보고.


예의도, 형식도 없는 멍청한 사파 무림인들이 우악스럽게 달려들고, 단체로 주먹질이라도 한 번 같이 할 것까지 상상을 했는데 말이다.

자신이라고 생각해도, 갑자기 이만한 규모의 무림 방파에 얼치기 청년 하나가 웃으며 들어온다면 오냐, 하고 받아주진 못할 것 같았다.


······.


머리에 제 이름처럼 붉은 색의 끈을 두른 사내. 적욱은 상대가 미친 놈인가, 혹은 무언가를 감추고 있는 어린 행색의 기인인가.

혹은,

둘 다인가에 대해서 짧은 시간 치열하게 고민을 하고 있었다.


***


“······적혈파에 들어오고 싶다고?”


예상외로 사파 무림의 방파답지 않게 굉장히 친절하고, 체계적인 곳이었다. 지곤이 느끼는 적혈파는 말이다.

아주 무뢰배들로만 이루어진 곳은 아닐지도 모르고. 혹은 겉으로 보기에 사나운 집단보다도 더욱 위험한 곳일지도 모른다. 원래 소악小惡은 겉만 시끄러운 법이고. 대악大惡, 거악巨惡이라고 할만한 놈들이 늘 겉보기엔 차분한 면이 있는 것이 세상 이치였다.


“···예, 꼭 들어가고 싶습니다. 이 곳 관영에서 무림인을 꿈꾼다면 응당 적혈파를 찾아야지 않겠습니까.”


방파의 행정을 담당하는 관리관을 만날 수 있을 줄도 몰랐다.


지곤은 갑작스레 낮에 적혈파를 방문했고. 장원의 연무장에서 적욱에게 붙들려 몇 마디 취조를 당하고. 그 다음에 뒤쪽 다른 건물로 끌려와 눈매가 날카로운 장년인을 만나게 되었다.


적혈파의 행정관은 여럿인 모양이었고, 개중에서 인적 사항을 관리하는 듯한 양반이었다.


족제비 수염을 한 장년인은 날카로운 외눈 안경 너머로 지곤을 관찰했다.


그가 들어온 곳은 제법 고풍스런 분위기가 나는 어느 작은 서재였다.


희미하게 약품 냄새가 났고. 이리저리 두루마리 같은 것들이 정갈하게 꽂혀 있었다.


“······갑자기 내게 이 놈을 왜···.”


적혈파의 행정관 중 하나, 마식은 갑자기 청년 하나를 데려온 적욱을 바라보았다. 마식이나 청년에 비해서 머리 하나 정도는 큰 덩치였다. 약간 거뭇하게 탄 피부에 머리를 틀어올린 꼴이다. 이마에는 붉은 천 따위를 매고 다니거나 하는 버릇이 있는 사내다.


적욱은 어깨를 으쓱거렸다.


“거 제가 결정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마식 님이 일단 어린 놈들이 들어오면 관리를 하시니까···.”

“허 참.”


난데없군.


이라는 말을 속으로 삼킨 마식은 청년을 바라보며 물었다. 똘망똘망하게 생긴 놈이었다. 봇짐을 진 걸 아직도 내려놓지 않고 있었고. 뒤에 튀어나온 작대기 하나는··· 검인가?


“무공을 좀 할 줄 아나?”


물어본 건 적욱과 청년, 둘에게 물어본 것이었다.


적욱은 적혈파가 자랑하는 고수 중 한 명이었다. 도시, 관영 내에서라면 그를 일대일로 손쉽게 제압할 수 있는 이가 얼마 없다. 각 방파의 수장들이나 그에 준하는 실력자들이 아니라면 어려운 일이었고.

오랜 세월 난전 속에서 경험을 쌓은 적욱은 방파의 우두머리들을 앞에 두고도 능히 잘 도망칠 수 있는 실력자였다.


그런 적욱이 어린 청년 하나의 무공 실력을 가늠해보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으리라. 자신에게 데려왔다는 건 어느 정도 깜냥이 보인다는 거겠지. 마식은 그리 이해를 했다.


“그게······.”


적욱은 그러나 눈알을 데굴 굴리며 청년을 바라보았다. 청년, 벽지곤은 눈빛을 느끼고는 제 입으로 대답을 했다.


“이것저것 잡류를 배웠습니다. 그래도 부지런히 쉬지 않고 검을 휘둘러와서··· 적혈파에 당장 누를 끼칠 정도는 아니리라 생각합니다.”

“허.”


당돌한 놈이었다. 그리 말하면서 손을 움직이는데. 마식은 흘긋 그 손바닥을 보았다. 얼핏 보기에 굳은 살은 박혀 있었다.

마식 역시 이런 서책실에서 서류나 뒤적거리고 있었지만, 적혈파의 일원이었고 무림인이었다. 젊은 날 그가 겪었던 모험들을 서책으로 풀자면 그래도 제법 긴 책 하나가 나올 법하다.


마식은 손에 쥐고 있던 쥘부채를 툭, 하고 뻗었다. 청년의 반응을 보기 위해서였다. 별다른 말도 없이 순간적으로 뻗은 부채의 동선이 매끄럽다. 그는 소싯적에 딱 그만한 길이의 근접 병기들을 다루던 인물이었다.


깔끔한 호선을 지곤은 눈으로 보았다. 그리고 눈 깜빡일 사이에 고민을 했다. 피해, 말아?


지곤이 슬쩍 고개를 틀어 어깨 부근을 내어주었다. 아예는 아니었고, 미세하게 몸을 뒤로 빼며 쥘부채의 끄트머리가 어깨를 슬쩍 건드릴 정도의 절묘한 거리감을 유지한 행동이다.


마식은 제 손에 남는 감각을 기억한다.


평소에 들고 다니는 부채인데, 실은 제법 굵직한 나뭇대를 사이사이에 넣어서 탁자 따위를 두드리면 묵직한 소리가 나는 물건이었다. 힘을 싣지는 않았다. 그저 거리감이나 반응을 보려고 뻗은 것이었으므로.


아슬아슬하게 어깨를 긁었다. “······.”


그래도 반응을 하는 걸 보면 아예 배우지 않은 놈은 아니다.


제 말대로 검을 부지런히 휘두르고 몸을 움직여 본 가락이 엿보인다.


“······.”


적욱은 달리 할 말이 없었다. 웬 이상한 놈이 찾아왔고. 어린 놈 답잖은 담력을 드러내진 않지만 갖고 있길래 신기해서 몇 마디 물어보고 데려왔을 뿐이었다. 거기에 움직임을 가늠하며 실력을 알아보려 했지만 자신의 눈에 잘 잡히지 않아서 마식의 눈을 빌렸다.


마식의 공격은 깔끔하고 빨랐다. 충격은 전혀 없었겠지만. 지곤이 반응하는 걸 보고 자신의 생각대로 제법 무술을 하는 놈이라고 여겨졌다. 적욱은 가만히 팔짱을 낀 채 지곤을 관찰했다.


지곤은 자신의 행동이 적당하다고 여겨졌다. 누군가에게 시험을 받는 건 영 유쾌한 일은 아니었다. 그리고 그 시험의 결과를 어떻게 만들지는 늘 더 머리가 아픈 일이다.


그러나 해야만 하는 일이라면 뭐.


지곤은 “허허허···.”


하고, 애답잖은 웃음을 짓는다. 어딘지 처량한 투마저 섞여 있었다.


마식은 쥘부채를 다시 거둬들이면서 그 끝으로 제 머리를 긁적였다. 손과 하나가 된 듯 아주 익숙하게 다루는 모습이었다, 도구를.


“흠···. 미안하군.”


사파 무림인에 대한 편견이 깨질 정도로 정중한 자였다. 툭 건드리고 사과까지 건네다니. 사실 관영 시 내에서 무림인들이 일반인들에게 아주 심각한 짓을 저지르는 건 많지 않은 일이었다. 그 작자들 끼리의 다 규율이 있고 법도가 있어서. 민간인들에게 피해가 오는 일은 자주 없었다. 어차피 관영 시내의 상인들이나 시민들을 잘 다독여야 그들에게도 이익이 큰 것이었으므로.


시市내에 존재하는 나름의 불문율들을 잘 지키고 따른다면 피 볼 일은 별로 없다.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이 소굴에 들어와서 민낯을 보려 했는데도 이런 면일 줄은 몰랐다.


“예? 허허···.”


지곤은 달리 건넬 말이 없어 그렇게만 답하고 멀뚱히 있었다.


마식은 머리를 긁적이더니 고개를 혼자 끄덕거렸다.


“그래, 올해로 몇 살인가?” 마식이 물었다.


“아, 열 다섯입니다.”

“엉?”


상당히 잘 단련된 듯한 몸놀림에, 체격이었다. 생각보다 어리다는 것에 마식과 적욱이 멍청한 반문을 같이 뱉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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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0. 출도出道 24.07.08 51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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